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19)
“신설된 CIA국장으로 추대할 인물을 추천하라고 백악관 안보실에서 연락이 들어왔습니다. 각국 정보국 수장들에게 연락을 돌리는 모양입니다.”
중앙정보국(CIA).
뉴욕경찰청장 출신인 루스벨트의 성향에 따라, GHQ 경험이 있는 백악관의 경험에 따라, CIA는 국내공안조직의 기능까지 갖추게 되었다.
한마디로 유사 FBI처럼 국내수사권을 어느정도 확보하였고, ‘유사시엔’ 성역없는 수사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이 주어졌다.
유럽대륙에서 전쟁이 길어짐에 따라, 팍스 아메리카나가 실현되고 있음에 따라, 연방정부에겐 CIA같은 조직이 필요해진 것이다.
“그 루스벨트 대통령이다. 내가 추천해도 추천하지 않아도 알아서 꽂아넣겠지. 신설된 CIA국장은 대통령권한으로 지명할 수가 있잖아.”
이번 CIA 특별법, 루스벨트 대통령의 강력한 의사가 들어간 법안이었고 CIA가 앞으로 미합중국의 세계경찰정책의 최전선에 설 기관임을 백악관이 보증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 양반이 독점에 맛이들렸나. CIA한테 너무 권한을 몰아주는거 아니야? 대체 CIA가 연방수사권을 가져가면 얼마나 커지는거지.”
일단 연방수사권이 문제다.
사실 이때쯤 원역사의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방수사국(FBI)의 전신이 되는 법무부 수사국(BOI)를 설립한다.
원래부터 루스벨트 대통령은 연방단위의 수사국을 창설할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즉, 나는 연방수사국이란 구상안이 이번 CIA 창설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을 알 수 있었다.
“사실상 연방단위의 수사기관은 CIA가 유일해집니다. 다만 공안조직이다보니, 평범한 경찰이 아니라, 간첩수사하는 첩보원들이 경찰업무를 병행하는 구조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습니다.”
“그래도 견제기관은 있을 것 아니야.”
견제기관이 있긴했다.
실제로 CIA를 강력하게 억제할 법무부의 칼이 미국연방정부 내부에 견제기관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수사전담기관이 아니라 그렇지.
“벌써부터 연방검찰청이 CIA를 강력하게 벼르고 있어. 법무장관인 하워드 태프트가 연방검찰청의 고위급들을 전체소집한 모양이다.”
“현행법상 연방검찰청장은 태프트 법무장관이 겸임하니까요.”
“공화당 내부에서 파벌이 둘로 갈라진거야. CIA계통 혹은 법무부 계통.”
기소권은 검찰이 독점한다.
연방검찰은 또한 비교적 자유로운 수사권도 확보한 상태였다. 벌써부터 CIA와 연방검찰청은 수사권을 가운데 두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었다.
“당장 국장들 전부 소집해. 우리 재무부도 한번 교통정리해야지.”
미국재무부.
나는 재무부 정보국의 수장이었지만, 재무부는 사실상 제3자이자 독립세력이나 다름없었다.
현재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재무부를 건드릴 수도 없었고, 건드려서도 안됐으며, 건드릴 의지도 없었다.
미국의 1강독주체제를 확립시킨 장본인이 재무부장관으로 앉아있었으니까.
재무부는 중립지대처럼 변모했다.
“이번에 통과된 CIA 특별법상, 재무부 정보국은 CIA 내부에서도 중립세력으로 활동합니다. 재무부 정보국장은 CIA국장과는 별개의 명령권을 가지고 있으며, CIA 소속기관이 아님을 명백하게 명시했습니다.”
국장급 회의실.
정보국장을 포함한 각국 국장들은 심각한 얼굴로 소집되었다. CIA의 등장은 미국정계에 심각한 파장을 불러일으켰고, 민주당은 특히 더 살벌하게 날뛰고 있었다.
공안조직이 원래 그렇다.
민주당은 CIA 공안부서가 공화당의 정적제거수단으로 전락하는게 아닐까 반발하는 것이다.
“장관님, 대체 CIA가 공안부서까지 보유하게된 이유가 뭡니까?”
“해당 CIA 공안부서의 전신이…커흠. 조금 특별합니다.”
뜬금없이 CIA에 공안부서가 들어간 것은 아니었다. 루스벨트가 CIA에 공안파트를 넣은 이유가 있었다.
“예전에 미국내부에서 제가 암살당할 뻔한 일이 있었습니다. KKK단의 암살자가 저를 저격했었죠. 그때일로 뉴욕경찰청에는 공공안전부서가 신설되었습니다.”
“아.”
CIA 공공안전부.
루스벨트는 뉴욕경찰청장 출신이었고, 이미 공공안전부서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 심지어 뉴욕경찰청 공공안전부의 유례까지 알고있으니, CIA에 공공안전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국내외 요인들의 데이터베이스를 CIA가 확보해야했고, 신원파악까지 완벽하게 갖춰야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안부서는 국내방첩첩보를 주요과제로 삼고 있으며, 뉴욕경찰청의 공공안전부를 그대로 승계합니다.”
“아예 이해가 안되는 결정도 아니군요.”
“오히려 CIA가 공공안전부를 가져가는 것이 업무특성상 맞습니다.”
루스벨트도 다 생각이 있겠지.
벌써부터 법무부와 연방검찰청이 견제하는데도, 백악관이 조용한걸 보면 각이 나온다.
애초에 CIA에 기소권을 넘겨주지 않은 시점부터, 이런 경쟁구도를 노린 것이다.
“하지만 안심하십시요. 재무부 정보국은 별도로 움직일 수 있는 특권을 챙겼습니다. CIA 특별법상, 저희 정보국장은 재무부 정보국에 한해서 독립적인 명령권을 보유하게 됩니다.”
“후, 다행이군요.”
“저희 재무부가 다 떠먹여주는데, 이정도는 해줘야지 않겠습니까?”
“하하하!”
국장급들 사이에서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졌다.
이들은 재무부에 근무하면서 커피와 다크서클을 끼고 살았지만, 결국 팍스 아메리카나를 이룩한 일등공신들이나 다름없었다.
이들은 스스로 재무부에 대한 막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있었다.
“이런 뱃지도 받고 말입니다.”
재무부 뱃지.
루스벨트 행정부의 백악관에서 재무부의 활약이 두드러지자 재무부 전직원들에게 명예로운 뱃지를 수여해주었다. 뱃지착용이 의무가 아니었음에도, 안차고다니는 이들은 없었다.
나도 검은정장의 카라에 은색 뱃지를 차고다녔다.
“이제부터 CIA가 새롭게 발족하면, 막대한 정보량이 쏟아져들어올 겁니다. 국무부의 정보망만해도, 전세계 공관에 뿌리내리고 있으니 정보량이 어마무시합니다.”
“저희 재무부 정보국은 CIA에 의무적으로 입수한 정보들을 보고해야합니까?”
정보국장이 손들었다.
사실 해당건은 CIA 특별법에 명시되어있었지만, 그럼에도 정보국장은 내게 물었다.
당연했다.
법률과 실무는 다르게 흘러가는 법이니까.
“보고할 필요없습니다.”
“후. 그렇군요.”
“반대로 저희가 CIA에게 정보를 요청할수도 있습니다. 한마디로 저희 권한은 축소되는 일 없이, 오히려 CIA가 저희를 보좌해야할 의무를 지게됩니다. 실질적인 권한 확대입니다.”
“…….아!”
재무부 정보국장은 내게 존경의 눈길을 보냈다.
나는 내심 재무부 정보국장을 신임 CIA국장직에 앉히고 싶었지만, 이번 특별법으로 CIA국장직은 장관급으로 배정되게 되었고 재무부 정보국장은 아직 급이 부족했다.
아쉬울 따름이었지만, 어차피 루스벨트가 정하는건 매한가지였다.
“도련님.”
일단 국장급 회의가 끝났다.
재무부 정보국장은 새롭게 개편될 정보체계에 대응하기 위해 당장 오늘부터 신설되고있는 CIA와 공조하기로 나랑 합의했고, CIA내부에 최대한 사람을 심도록 명령했다.
제임스는 회의가 끝나기 무섭게 내게로 다가왔다.
“그래서 장관님은 누구를 추천했습니까?”
“추천?”
“신임 CIA 중앙정보국장으로 말입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결정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추천이라고 전 미국의 언론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미국정계를 뒤집을 비장의 카드.
미국상하원에서는 CIA가 일종의 조커로 불리고 있었다. 민주당의원들은 겁에 질려 CIA를 성토하는 비평문을 매일같이 민주당언론에 실었으며, 자유주의를 해친다고 열연을 토했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지지율은 여전히 버그난 것처럼 높았고, 미국인들은 즐기는자 모드로 팍스 아메리카를 즐기고 있었다.
“글쎄.”
나는 CIA 국장으로 누구를 추천했는가.
사실 고민을 많이 했다.
일단 장관급 이상의 인물이면서, 방첩첩보에 유능하면서도, 미국과 국제법 법률을 줄줄이 꿰고 있어야하며, 전세계에 통합정보망을 구축할만한 인맥을 가진자.
그 외에도 조건은 많고 까다로웠다.
게다가 무엇보다 나와 깊은 친밀관계를 가져야한다.
“사실 한명밖에 없긴해.”
미국 법무부장관 출신이자, 네덜란드 상설중재법원 최고위원 출신 거물이 내 인맥망 안에 들어와있었다.
국제적인 분쟁이 있을때마다, 내덜란드 헤이그에서 중요한 정보들을 물어오는 중요한 정보원이기도 했다.
‘그래, 법조인 출신으로 미국법률과 국제법과 관련된 인맥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먼치킨이 있었다고.’
“그릭스 전 법무장관.”
존 그릭스.
미국과 일본, 네덜란드에서 내게 전폭적인 법률적 서포트를 해준 법조인이자, 그가 미국법무장관직을 수행할때 실적을 떠먹여준 나를 은인처럼 생각하는 인물.
“CIA 중앙정보국장의 까다로운 조건을 다 통과할만한 인물은 그 사람밖에 없어.”
정계에서는 친모건파의 최전선에 있는 인물이었고, 나는 기꺼이 그를 백악관에 추천했다.
“모건장관님의 추천인사가 채택되었고, 백악관 대통령실에서 승인되었습니다.”
며칠뒤, 그릭스 상설중재법원 최고위원은 마침 미국으로 휴양을 와있었고, 곧바로 미국 중앙정보국 국장으로 납치….소환되었다.
백악관의 소환이었고, 그릭스는 미국상원의 인사청문회에 불려나갔다.
CIA의 중앙정보국장.
해당 직책은 팍스아메리카나 시기에 CIA와 FBI를 합친 초법적 수사기관의 수장으로서 군림하게될 초법적 직책이었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소식일테지만, 나는 그에게 레드카펫을 깔아준 셈이다.
나한테 고마워해야한다.
“애초에 급이 될만한 인물이 몇 없었어.”
내가 추천했다고 된게 아니다.
뭐, 루스벨트도 나랑 생각이 같았던 모양이지.
암튼 그랬다.
***
러독전쟁은 시작부터 격렬했다.
정유업계의 독점카르텔 칠공주(Seven Sisters)가 조직되고, CIA가 신설되어 미국이란 거인이 전세계를 향해 포효하는 한달동안, 동부전선에서는 벌써 수십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지만 군사적 우열은 명확했다.
세르비아왕국은 시작과 동시에 독일 제9군에 쌈싸먹혔으니까.
“루마니아왕국은 불가리아왕국의 참전으로 양면전선에 밀려 전선에서 탈락했습니다.”
발칸반도의 프로이센.
불가리아왕국은 발칸반도 내에선 이겨낼자가 없는 육군강국이었으니, 독일 제9군과 합류한 그들을 루마니아왕국이 이겨낼리가 없었다.
예상대로 독일군의 선전이 이어졌고, 카르파티아 전선은 곧바로 정리되었다.
독일제9군과 오헝제국군, 불가리아왕국군은 현재 러시아제국의 국경에서 우크라이나 전선을 형성하고 있었다.
일단 석유는 목을 축일정도로 확보했으니, 동맹국은 우크라이나 흑토지대의 식량까지 얻어야했다.
“예상대로군.”
이럴 줄 알았다.
파죽지세같은 독일육군의 진격은 이미 예상대로였다. 제9군의 사령관과 참모장이 마켄젠과 젝트라는 명장들이었으니, 결과는 불보듯 뻔했다.
러시아제국의 동계공세군에게 나는 전혀 기대하지 않고 있었다.
“예, 예상대로 독일군의 역공세가 거셉니다. 동계공세군이 파멸적으로 갈려나가고 있습니다.”
“그럴수밖에 없지. 러시아제국군은 북서전선군에 명장들을 몰아놨으니까.”
브루실로프를 포함한 러시아제국군의 명장들은 동프로이센의 제8군. 힌덴부르크와 루덴도르프를 억제하기 위해 투입되었다.
어쩔 수 없었다.
러시아제국은 북부보다 우크라이나가 더 공업화가 진행되어있었고, 동계공세를 성공시키려면, 테넨베르크 참사를 빚어낸 독일제8군을 필수적으로 억제해야했다.
“돌머리들에게 공세를 맡겼으니 잘될리가 있나. 하지만 그덕분에 러시아 북서전선군은 독일 제8군을 상대로 선방하고 있긴 해.”
하지만 그탓에 동계공세 꼴이 우스워졌다.
명장이 부족해진 남서전선군의 기본전략은 닥치고 돌격 수준으로 추락했다.
“하지만 이게 옳지.”
탁탁.
지도위 기물들을 움직였다.
전쟁이나 이런쪽으론 잘 모르겠지만, 적어도 각국 군대의 우위나 장단점만큼은 확실하게 알고 있었다.
“러시아제국군은 본토지연전에 특화된 집단이다. 이놈들은 그냥 버티기만 해도 이겨.”
미국이 방장사기맵이라고 하지만, 러시아제국도 미국못지 않다. 특히 전쟁이라는 카테고리안에선 더더욱 말이다.
“독일제국군이 지칠때까지 물량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면 돼. 영 안될 것 같으면 후퇴, 후퇴. 시베리아가 얼마나 넓은데. 우랄산맥까지만 후퇴해도 독일군은 싹 다 얼어뒤질걸?”
“봄이되면 라스푸티차까지 오는군요.”
“실질적으로 러시아제국이 훨씬 유리한 전쟁이지. 다만, 러시아제국이 얼만큼 동원력을 가동할 수 있는지가 승패여부를 가르겠지.”
러독전은 멸망전이다.
이번 전쟁은 러시아제국의 동원력을 얼만큼까지 짜낼 수 있는지가 전쟁의 승패를 나눌 것이다.
그러다 절멸전까지 가면 러독 둘이 나란히 관짝에 누워버리는 것이고.
미국이야 손해볼 일이 없었다.
“동원력이 먼저 떨어지냐. 러시아제국이 먼저 무너지냐. 승패는 그 간극이 만들어낼거다.”
“살벌한 전쟁이군요.”
“게르만주의와 슬라브주의의 민족전쟁이잖아. 증오로 점철된 전쟁이 될거고, 절멸전은 당연한 결과지.”
민족전쟁은 항상 학살과 인종청소를 불러온다. 나치의 유대인학살 뿐만 아니라, 현대 발칸반도에사도 민족주의에 입각한 인종청소가 밥먹듯이 일어난다.
인종청소는 말그대로 인종을 없애버리는 학살행위였다. 절멸전은 필수불가결하다고.
“나중에 러독전쟁 끝나고 민간인 사상자까지 합산하면, 2배이상은 뻥튀기될거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겠습니까.”
“그래, 2배는 적을수도 있지. 어쩌면 3배일지도 모르겠군.”
“……”
나는 혀를 찼다.
민족전쟁은 언젠가 벌어질 전쟁이었다. 슬라브계통과 게르만계통은 서로를 민족적으로 증오할정도였고, 양측 국가들도 제국주의정책과 자국정치를 위해 민족적인 증오를 부추기고 있었다.
러독전쟁은 그 업보를 청산하고 있는 것이다.
“아, 그리고.”
제임스는 뒷말을 붙였다.
“루마니아왕국이 후퇴하면서 점령지의 석유지대를 불태워 파괴시켰다고 합니다.”
“어느쪽? 3개정도 있잖아.”
“다만, 갈라치아 유전, 루마니아유전, 트란실바니아 유전 중 어느쪽인지는 아직 정보가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허.”
나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쩌냐. 독일제국은 이제 어느쪽이든 러시아제국 바쿠유전까진 가야겠네.”
독일제국이 코너에 몰리는 순간이었고.
러독전쟁의 양상이 절멸전으로 확산되는게 확실시되는 순간이었다.
“칠공주, 아니 정유메이저 회장님들 OPEC 본부로 소환해. 아마 전원 미국에 있을테니까.”
나는 겉옷을 챙겨들었다.
점점 전쟁의 양상이 격화됨에 따라 국제기구의 영향력도 커지고 있었다. 그탓에 각 정유메이저 임원진들은 미국에 상주하고 있었다.
게다가 OPEC의 바쿠유전이 걸린이상, 정유메이저들도 가만히 있을수는 없었다.
“정유메이저나 산유국 대사관도 소환하고.”
정유메이저들의 강점은 석유뿐만이 아니었다.
그들의 막강한 현금동원력은 석유에 가려진 또하나의 절대적 권력이었고, 패권이었다.
하지만 현금동원력을 유지하려면, 일단 유전지대부터 지켜야했다.
“OPEC의 밥그릇은 OPEC이 지켜야지.”
우리가 남이가.
달러패권의 시대.
미합중국의 법정통화인 달러로는 많은 것들이 가능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