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20)
독일제국 제9군 사령부.
마켄젠 사령관과 함께 한스 폰 젝트 참모장이 이끌고 있는 제9군은 파죽지세로 동부전선을 밀고있었다.
연합군은 독일군의 군홧발에 짓밟혔다.
불가리아 왕국까지 합류한 이상, 아무래도 연합군의 선전은 힘들어보였다.
“마켄젠 사령관님. 우크라이나 전선의 상태는 양호합니다. 이대로 군병력을 밀어붙이면 우크라이나 서부일대를 장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불가리아놈들이 제대로 싸워주고 있어. 이대로면 우크라이나 서부일대도 밀어버릴 수 있네.”
마켄젠은 이번 전선이 아무리 희망적이라도 굳은 표정을 고수했다. 그는 일희일비하지 않았고, FM 군인처럼 기계적으로 정해진 전략적 목표만 족족 달성하고 있었다.
명장 둘이 지휘하는 제9군 사령부에 아직까지 패배는 없었다.
“하지만 오헝제국군은 실망스럽군. 카르파티아 전선은 오헝제국의 영토일텐데, 어째 독일군이 더 필사적으로 싸우는 것 같단 말이지.”
“유전지대를 빼앗기고, 파괴당했는데도 제정신을 못차리는걸 보면, 기대하지 않는 편이 좋아보입니다.”
카르파티아 전선.
오헝제국이 잃어버린 영토들은 독일제9군이 싹 밀어버렸고, 루마니아 점령지는 전부 다 회복했다.
하지만 갈리치아 유전지대가 파괴당했고, 오헝제국의 최대유전이 수중에서 증발해버렸다.
“젠장….루마니아놈들이 설마 갈리치아 유전지대를 파괴해버릴줄은 상상도 못했군.”
“갈리치아 유전지대는 대형유전입니다. 루마니아왕국놈들이 비정상적인 행동을 취한 것입니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면…..”
“…….”
“아무래도 제3자가 끼어들었을 상황도 무시하지 못합니다.”
제3자.
마켄젠 사령관은 단번에 알아들었다.
“미국이군.”
“예, 유전지대 정도는 파괴해도 메꿔줄 수 있다고
화유했을 가능성도 높습니다.”
“근거는?”
“러시아제국입니다. 사령관님.”
촤륵-
젝트는 지도를 펼쳐들었다.
하지만 지도는 유럽대륙을 비추고 있지 않았고, 동아시아를 그려내고 있었다.
마켄젠의 눈에는 이채가 띠었다.
“동아시아?”
“최근 만주지역에서 다칭유전이 발견되었습니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다칭유전을 개발할 기술이 스탠더드오일이 투자한 미국공과대학에서 개발되었다고 합니다.”
“소식이 빠르군.”
“이전 전략목표가 석유인지라 외무부에 아는 친구에게서 공부를 좀 해왔습니다.”
“계속해보게.”
마켄젠은 고개를 까닥였다.
젝트는 동아시아 중에서도 한반도를 탁 짚었다.
“몇년전 세브란스란 이름의 재단이 교회세력을 이끌고 종교적 자유가 선포된 대한제국으로 접근했습니다. 몇년 사이에 세브란스재단은 완전히 의료산업을 뿌리박았고, 대학교육산업까지 이끌고 있다고 합니다.”
“부가설명이 너무길다. 그래봤자 동아시아의 변방 아닌가.”
마켄젠은 미간을 찌푸렸다.
하지만 젝트는 고개를 저었다.
“저도 그렇게 생각했습니다. 외무부 지인에게 세브란스재단이 대한제국 체신부의 핵심인사들과 면면을 틔워놓았단 사실과, 세브란스재단의 정체를 듣기전까지는 말입니다.”
“정체?”
“세브란스재단의 설립자인 루이 헨리 세브란스. 그는 스탠더드오일의 공동창립자입니다.”
“무….!!!”
마켄젠은 말문이 턱 막혔다.
세상에 이건 우연의 일치일수가 없었다. 다칭유전이 개발되려는 몇년전, 스탠더드오일의 공동창립자가 설립한 의료대학재단이 대한제국에 뿌리를 박았다?
심지어 듣자하니 체신부에 깊이 연관되었다하지 않나. 체신부는 공업화의 최전선에 서있는 행정부처였다.
“노렸군.”
“예, 명백히 다칭유전을 노린 스탠더드오일의 술수입니다. 대한제국은 의료재단인 세브란스재단을 결코 포기할 수 없을 겁니다.”
“아예 잔디처럼 뿌리를 박았다…..”
“다칭유전의 석유개발사업권은 이미 의화단 내전때, 청제국에게서 독점사업권을 따냈다고 합니다. 산시성 석탄광산과 함께 말입니다.”
“…..스탠더드오일. 이놈들은 아주 치밀한 집단이다.”
록펠러.
그 세글자가 머릿속에 새겨졌다.
하지만 젝트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래서 유전지대를 파괴한 이유 말입니다만. 시베리아횡단철도 때문입니다.”
“다칭유전의 석유생산량을 전부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수송할 수 있다는 말이군.”
“정확합니다.”
시베리아횡단철도는 복선화작업을 이미 끝냈다. 다칭유전의 석유물자를 자유롭게 수송할 수 있는 기반시설이 완공되었으니, 갈리치아 유전따위는 보이지도 않는 것이다.
만주지역의 다칭유전은 유전규모도 거대하다고 들었다.
“파괴할만해.”
“나머지도 파괴될 뻔했는데, 저희가 워낙 파죽지세로 밀다보니 파괴할 틈도 없이 점령당했다는 후문입니다.”
“그런가.”
마켄젠은 보고를 들으며 생각했다.
독일군부의 생각보다 러시아제국은 훨씬 더 까다롭다고 말이다.
“…..조금이라도 빨리 우크라이나 서부일대를 밀어버리도록. 조금 무리해도 상관없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
러시아제국이 뭔가 달라졌다.
마켄젠은 불길한 예감을 느끼며, 지도를 뚫어져라 내려다보았다.
세계대전은 세계대전이다.
설마 동아시아의 보급선이 유럽대륙의 전장에 이토록 강력히 영향력을 미칠줄은 차마 생각지도 못했다.
‘세계대전….이제야 체감이 되는군.’
제기랄.
이건 전세계적인 규모의 전쟁이다.
배후에 있을 미국까지 생각하자니, 머리가 아파왔다.
***
미국, 워싱턴 D.C.
재무부 청사 앞 광장.
“도련님, 일단 겉보기엔 독일제국군이 우세해보이긴 합니다.”
텅-!
나는 포드 모델 T에 올라타 차문을 닫았다.
제임스도 뒤따라 올라탔고, 경호원들도 또한 경호차량에 올라타 우리차량을 보호했다.
내가 긴급소집한 OPEC 국제석유회의에 참석하기 위한 외출이었다.
하지만 차량으로 이동하는 동안에도 업무는 계속해서 이어졌다.
“독일제국군은 식량도, 석유도, 석탄도 부족한 최악의 상태로 러시아제국을 향해 진격하고 있어. 과연 제대로된 군사력만 갖춘 독일육군이 동장군과 라스푸티차를 이겨낼 수 있을까?”
“….식량도 석유도 없으면 그게 보급입니까?”
아니지.
절대 아니지.
독일육군은 현상태로 절대 러시아제국을 이길 수 없었다.
“하지만 독일육군이 아제르바이잔을 차지하면, 석유수급을 해결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전략유를 얻을 수 있을텐데요.”
“지금 석유보다 중요한 자원이 있잖아.”
석유보다 중요한 자원.
몇가지가 더 있었다.
“일단 돈이다. 독일제국군은 현재 전유럽을 상대로 혼자 전쟁을 하고 있어. 자금줄이 말라가는건 필수적이다. 총력전으로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있지만, 언젠가 수명을 다해.”
“돈…..”
“돈이라고 화폐만 있는건 아니니까. 더 넓게보면 자산이라고도 볼 수 있겠군.”
전쟁이 독일제국을 급속도로 갉아먹고 있는 것은 현실이었다. 하지만 총력전이 끝날때면 독일제국의 멸망을 의미하니 가정하는 의미는 별로 없었다.
오히려 다음요소가 훨씬 치명적이었지.
“무엇보다도…..식량이다.”
독일제국이 석유를 조금이나마 획득한 현재, 제일 중요한 물자는 식량이었다.
솔직히 석유는 없어도 싸울수는 있을지 몰라도, 식량없이는 전투가 절대로 불가능하다.
아사한 시신이 총을 쏠 수는 없잖는가.
“하지만 우크라이나를 먹으면 회복가능하지 않습니까? 매해 수확량이 미쳐돌아가는 흑토지대입니자.”
“그래. 흑토지대겠지.”
문제는 흑토지대 여부가 아니다.
독일제국이 우크라이나지방을 차지하면, 전세계 3대 곡물지대를 얻는 것은 맞다.
하지만 과연 ‘곡물’을 얻을 수 있을까. 라고 물어본다면 얘기가 달라진다.
“일단 러시아제국은 세계최대 곡물수출국 중 한곳이다. 우크라이나지방은 그중 일부일 뿐이지.”
제임스의 표정이 굳었다.
그래, 이정도 말했으면 제임스는 알아들었을 것이다.
“……설마.”
“설마가 아니다. 세르게이 비테총리와 전보를 나눴는데, 러시아제국에게 확답을 받을 수 있었으니까.”
나는 피식 웃으면서 창밖을 내다보았다.
러시아제국은 구제금융을 받으면서 곡물수출을 걸어잠갔다. 수출길을 막은 덕분에 내수용 곡물량이 미쳐돌아가고 있었다.
러시아제국은 독일제국과는 달리, 식량이 창고에서 썩어가고 있었다.
‘독일제국이 모를 가능성도 존재한다.’
하지만 독일제국정부는 이 사실을 알고 있을까?
아직 러시아제국정부는 올해 공식적으로 곡물생산량과 수출량 집계를 발표하지 않았다.
몇년간 러시아제국은 막대한 수출량으로 곡물부족을 겪은 미친나라였으니, 독일제국이 간과할수도 있는 사실이었다.
“만약 우크라이나지방을 빼앗길 우려가 생긴다면, 주저없이 우크라이나지방의 흑토지대를 불태우고 청야전술을 쓴다더군.”
청야전술.
우크라이나지방에 싹하나 남기지않고 모조리 태워버리겠다는 각오. 어차피 러시아제국은 곡물이 썩어넘칠정도로 많으니, 다 불태워도 아무런 타격도 없었다.
“앞서 공업화로 깔아놓은 우크라이나철도를 통해 러시아제국군은 이미 수확한 곡물들을 회수하고 있다고해.”
원역사의 러시아제국과는 다르다.
러시아제국이 이래서 무섭지.
올해 겨울은 독일제국에 꽤 혹독한 계절이 될 확률이 아주 높았다. 설령 독일제국이 아제르바이잔의 바쿠유전까지 닿아도, 식량이 부족한 이상 한계는 분명할 테니까.
“우리는 여유롭게 전쟁 이후의 세계를 설계하러 가보자고.”
이번 전세계적 대전쟁 이후.
전세계는 패러다임시프트와 함께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게 될 것이다.
“시작은 달러(Dollar)부터다.”
***
“저희 미해군이 석탄체계에서 석유체계로 갈아탄데는 몇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미해군부.
듀이해군원수가 국제석유회의의 연단에 서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었다. 미국해군의 전설 그자체인 듀이원수의 발표에 모두가 집중했다.
듀이해군원수는 스페인해군과 일본제국 연합함대를 쳐부수고 미국패권시대를 연 주요인사 중 한명으러 인식되고 있었다.
물론 그배후엔 언제나 내가 있었다.
“일단 석유를 에너지원으로 움직이는 군함은 연기를 내뿜지 않습니다. 적군에게 위치를 노출시킬 가능성을 획기적으로 낮춰주지요.”
미해군은 그렇다치더라도.
미국만한 석유가 없던 대영제국 왕립해군이 석유가 부족할수도 있는 리스크를 무씁쓰고 석유로 갈아탄데에는 강행한 이유가 있었다.
“석유군함의 엔진의 무게는 석탄군함의 1/3에 불과합니다. 전함 한척에 석유를 공급하려면 12명이 12시간을 채워줘야하지만, 석탄은 500명의 인원이 5일동안 채워줘야합니다.”
“500명! 그렇게나 많이 차이가 난단 말입니까!”
이건 좀 심하지 않나?
국제석유회의에 참석한 거물들은 석유와 석탄간 믿기지않는 해군력의 격차에 입을 쩍 벌렸다.
‘잠깐 미해군은 석유로 교체한다고 한지 몇년은 지나지 않았나?’
국제석유회의.
오늘 이곳엔 정유메이저뿐만 아니라, 정유관련 국가들의 대사들도 참여하고 있었다. 그들은 뼛속깊이 두려움을 느꼈다.
대체 미해군은 이 몇년동안 전세계 해군들과 얼마만큼의 격차를 벌린 것일까.
아직도 그들 해군은 석탄위주로 돌아가고 있었다.
– 그럼 대백색함대를 전부 석유로 교체한건가?
각국 대사들은 경악했다.
하지만 외교공관에 머무르며 해군관련 외교를 맡는 군인이자 외교관 신분의 국방무관들은 진땀을 흘리며 전율을 일으켰다.
미해군.
대체 이 미친놈들은 무슨 괴물을 만들어낸 것이냐고.
불운하게도.
OPEC 국제석유회의는 이제 막 시작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