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21)
“이건 말이 필요없는 수준이지 않은가…..”
확실히 이젠 석유로 갈아타지 않는 해군은 조롱의 손가락질을 받아도 할말이 없었다.
무려 세계1위해군으로 발돋움했던 대영제국 왕립해군은 어련했을까.
그들은 뒤도돌아보지 않고 석유를 채택했다.
“행동반경의 차이는 4배로 석유가 압도적으로 유리합니다.”
“이건 석유물량이 있고없고를 논할필요성 자체가 없는 얘기군요. 무조건 석유로 움직이는 해군이 훨씬 유리하잖습니까!”
우리나라는 석탄이 많아서 해군에너지원으로 석탄을 사용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는 압도적인 격차가 나버렸다.
무조건 석유를 써야했다.
해군에 줄 석유없다고 징징대기엔 석유로 움직이는 해군이 석탄에 비해 너무 성능적으로 압도적이었다.
“예, 아마 석탄만을 동력으로 움직이는 해군은 10년안에 사장당할 겁니다. 당장 독일제국의 유보트도 석유로 움직이지 않습니까. 석유도 없는 나라에서 말입니다.”
“항공기도 석유를 동력으로 움직이지요. 독일제국군이 나름 한가닥하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저도 조심스럽게 동의합니다. 독일제국의 군사적인 통찰력만큼은 인정해줄만하지요.”
인정하고 싶지 않아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이러나저러나 독일제국이 군사력으로 적용시키는 기술들은 다른나라에 비해 훨씬 선진적이고 앞서나가고 있었으니까.
미국을 제외하고 말이다.
“저희 미해군은 수년간 해군전력의 90%이상을 석유로 대체하는데 성공했습니다. 현재 드레드노트 전함 전체가 석유로 기동합니다.”
“벌써 90% 이상을…..”
“미해군을 따라잡을 수는 있는 것인가?”
국제석유회의의 인사들은 기함했다.
미해군의 군사력은 타국에 비해 기술력으로도 규모로도 압도적이었고, 전세계 1위해군의 위상을 자랑스럽게 뿜어내고 있었다.
“이건 뭐……압도적이군.”
대영제국 왕립해군의 해군장교들은 씁쓸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들은 전세계 1위해군은 커녕, 당장 독일제국의 무제한 잠수함 작전에 초토화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늑대들의 이빨에 갈려나가는 왕립해군은 부러움에 입맛을 다셨다.
왕립해군의 반응만해도 이렇다.
컨벤션홀에 참여한 인원들은 전부 석유시장에 대한 경악을 금치 못했다.
***
“자.”
국제석유회의장 2층 특별좌석.
나는 국제석유회의의 2층 앞좌석에 앉아 회의장을 쭉 둘러보고 있었다. 정유메이저 칠공주의 회장급들은 전부 별도로 특별좌석을 배정받았다.
정유메이저 소속국이나 산유국의 대사들은 물론이고 국제석유회의에 합석하는 거물들은 전부 2층에 모여, 특별좌석을 배정받았다.
“놀랍지 않으십니까.”
2층에서 1층은 훤히 내려나보였다.
듀이해군원수는 2층을 잠시 바라보더니, 나와 눈을 마주치고는 콜라마시는 시늉을 했다.
나는 피식 웃었다.
나 못지않은 저 미친 콜라광을 어찌해야되나.
“앞으로 해군력은 물론이고, 엔진을 움직이는 동력원들은 점차 석유로 대체되어나갈 것입니다. 석유가 등유부터 시작해 인류의 생활 곳곳에 뿌리를 깊게 박을 자원이 되리란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진실입니다.”
“그래보이더군.”
스탠더드오일(Standard Oil).
록펠러 회장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1층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1세대 석유재벌이자 석유산업계의 거인은 깊은 눈동자로 다음 세대를 내다보고 있었다.
“이미 항공기엔진나 자동차엔진은 석유로 돌아가고 있지. 해군력까지 석유로 대체된다면, 과연 석유의 한계가 어디까지일지 기대가 돼.”
“현재 미국 전역의 도로를 덮는 아스팔트도 또한 석유산업에서 파생된 물질입니다.”
“흥미롭군. 정말 흥미로워.”
록펠러회장만이 아니다.
드물게도 걸프오일의 멜론회장도 록펠러회장의 감탄사에 공감했고, 다른 정유메이저 회장들도 눈을 크게 뜰수밖에 없었다.
일단 유전지대를 차지하고 봤지만, 설마 석유시장이 앞으로 이렇게까지 대중화될줄은 몰랐던 모양이지.
‘어쩌면, 알긴 알았어도, 미국만큼 석유가 대중화된 현실의 체계를 보고 확 현실감이 들었을지도 모르지.’
“그뿐만 아니라 대형선박이나 유조선, 민간선박회사들은 전부 석유를 동력으로 교체해야할 것입니다. 그게 사업적으로 훨씬 성능이 뛰어나니까요.”
“그래, 당장 속도부터 격차가 나는군.”
“예, 석유산업의 압도적인 기술격차 속에서, 갈아타지 않는자들은 곧 도태될 겁니다.”
정유메이저들은 눈을 빛냈다.
점점 정유업계는 커질미래만이 보이고 있었다. 당장 전세계에 자동차시장과 항공기시장이 보급되어도 전세계는 매년 고정된 석유소비량을 유지하게 되어있었다.
정유메이저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시장은 없었고, 돈방석에 앉을 일만 남았다.
“기뻐하십시오.”
나는 두 팔을 활짝 벌렸다.
“이제 저희들의 시대입니다. 정유메이저들과 산유국들은 OPEC이라는 석유공동체로 묶여 전세계에 패권을 틀어쥘 미래만을 앞두고 있습니다.”
정유메이저들은 세계를 틀어쥘 것이다.
OPEC은 미국연방정부를 등이 업고 세계를 호령하는 패권기구가 될 것이다.
하지만 그러려면, 한가지 절차를 앞두고 있었다.
“하지만 여러분이 전세계적으로 석유산업을 잘 이끌어나가시려면, OPEC에 한가지 동의를 받고 시작해야합니다.”
“한가지 동의?”
미리 언질을 받은 록펠러는 침묵했다.
하지만 다른 OPEC 구성원들은 표정을 굳혔다. 내가 그들에게 석유산업의 찬란한 미래를 보여주며 안달복달하게 띄워준 이유가 있었다.
나는 미국인으로서, 미국재무장관으로서 OPEC에게 양보 받아야할 것들이 좀 있었다.
‘만일, 양보하지 않으면…..너희들은 석유산업 75%이상을 잠식한 미국이 주도하는 OPEC체제에서 축출될 것이다.’
나는 지금 그렇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OPEC 구성원들 중 미국인들은 대충 눈치를 까고 있었다. 내가 미국 국익을 위해 행동한다는 대원칙을 모르는 이들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미국연방정부의 재무장관이다.
내가 제시할 조건은 너무나도 명확했다.
“대체 무슨 조건이오?”
곧 이들도 깨닫게 될 것이다.
미국이 앞으로 전세계를 패권으로 찍어누를 수 있게될 원천을 오늘 이자리에서 얻어갈 예정이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페트로달러입니다.”
이것은 달러패권의 시작점이었고.
브레튼우즈체제, 금본위제를 포기했던 미국달러가 금태환을 중지했음에도 전세계적인 기축통화로 쓰일 수 있게된 원천이었다.
패러다임 시프트.
미국주도의 새로운 절대적 패권시대를 열어재낀 근원적인 변곡점이었다.
[ 석유는 무조건 달러로 결제하라. ]페트로달러 시스템.
미국달러패권을 구축한 20세기 대원칙의 등장이었다.
***
“석유를 달러로만 결제해야한다는 말씀이군요.”
로열더치쉘.
로열더치와 쉘이 인수합병되고, 이번 국제석유회의에서 처음으로 전면에 등장한 대표이사가 내게 물었다.
영국인 특유의 포쉬 억양이었고.
나는 곧바로 그가 영국인임을 알아챌 수 있었다.
“그렇습니다.”
“모건장관님. 페트로달러의 의미를 제가 모르진 않습니다.”
로열더치쉘의 대표이사는 금융적 지식이 출중했다. 물론, 미국석유사업을 석권하던 1세대 인물인 록펠러 또한 회계지식이 월등히 출중한 인물이긴 했다.
스탠더드오일이 미국의 도금시대를 집어삼킬만큼 클 수 있던 이유였다.
하지만 로열더치쉘도 만만치 않았다.
“영국 파운드화를 기축통화에서 밀어내고, 미국달러로 대체해 기축통화로서 지위를 확고하게 굳히겠다는 의미 아니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부정할 생각은 없었다.
돌머리들도 아니고, 페트로달러의 의미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하지만 로열더치쉘의 다음발언은 대소 충격적이었다.
“물론 그에 상응하는 대가가 있는거겠지요?”
영국파운드화를 기축통화 탈락시킨다.
로열더치쉘의 대표이사는 페트로달러의 의미를 모르는 이가 절대 아니었다. 오히려 너무 깊게 잘알아서 탈인 그가 영국의 파운드화를 버렸다.
새로운 OPEC체제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
“아, 그런 놀란듯한 눈빛으로 쳐다보지 마십시요. 영국공황으로 파운드화 자체가 날아갈 상황에서 구차하게 파운드화에 매달릴만큼 사업적인 안목이 없진 않습니다.”
맞는 말이긴 했다.
대영제국은 현재 할데인 신임총리의 지휘아래 영국공황을 극복할 극단적인 카드를 뽑았다.
대영제국은 영연방 자치령으로 탈바꿈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그 대가로 식민지정부들과 거래조건을 조율하면서 웨스트민스터 헌장을 작성하고 있었다.
허나 잘안풀리면 파운드권역 자체가 날아갈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말씀은?”
“예, 어차피 달러로 넘어갈 상황이라면, 차라리 먼저 흐름에 편승해 사업적 기반을 다져놓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을 뿐입니다.”
본인의 사업적인 안목이라.
로열더치쉘은 이 상황에서 리스크관리를 따지고 있었다. 게다가 대표이사의 말대로 달러패권시대는 필연적으로 찾아온다.
그렇다면 그말대로 먼저 자리를 선점하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저…저…!”
배신감에 치를 떠는 영국대사를 제외하고.
다른 석유사업자들은 로열더치쉘의 대표이사와 별다른 의견차이가 없어보였다.
네덜란드 대사나 러시아제국 대사는 애초부터 기축통화와는 관련없었고.
이란 대사는 IMF 임시통치령을 신경쓰는지 그저 침묵했다.
“나쁘지 않지요?”
“하…하하…하하하하하!!!”
나는 무척 놀랐다.
설마 미국자본으로 침식시킨 효과가 이렇게까지 좋을 줄은 상상도 못했으니까.
아우토반을 달리는 기분이 이런것일까.
그동안 정유업계에 사전작업을 해놓은 보람이 있는 순간이었다.
‘성능 확실한데?’
죽여주는구만.
로열더치쉘의 상황판단은 빛처럼 빨랐다.
OPEC은 이미 미국정유메이저 3사가 틀어쥐고 있는 상황. 어차피 로열더치쉘이 기를쓰고 반대해도, 미국정유메이저들만으로 통과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상황에서 영국?
당연히 손절해야지.
어차피 미국지분도 최대주주로 있겠다.
로열더치쉘로서는 달러를 거부하고 OPEC에서 소외당할 바엔, 차라리 달러에 편승해 이너서클로 들어가겠다고 러브콜을 보낸 것이다.
‘이래서 상황판단이 빠른 사람을 좋아해.’
아주 좋아.
불필요한 소모전이 없어지잖아.
로열더치쉘이 찬성하는 분위기로 흐름이 흐르자, 브라노벨도 찬성표를 던졌고, OPEC의 정유메이저들이 전부 찬성표를 던졌다.
“젠장!”
쾅-!
구석에서 들린 파열음.
오직 영국대사만 거무죽죽하게 죽은 얼굴로 구석에서 화풀이할 뿐이었다. 애초에 국가대표들에겐 의결권이 존재하지 않았다.
석유수출 국제기구.
OPEC 체제는 철저히 ‘기업’들로 이뤄진 국제기구였으니까.
“잘 부탁드립니다.”
로열더치쉘의 대표이사는 내게 손을 내밀었다.
나는 그를 쳐다보았다.
대표이사는 여러모로 너구리같은 작자였다.
애초에 로열더치쉘은 현재 전문경영인 체제로 흘러가고 있었고, 정유메이저 중에서는 유일하게 회장이 아니라 대표이사라는 직함으로 불리는 인사였다.
한마디로 내가 절대갑이었다.
‘이게 이렇게 되네.’
나는 로열더치쉘의 실질적인 최대주주였고, 그는 내게 고용된 전문경영인이 되는 것이다.
그의 목숨줄은 내 손에 잡혀있었다.
잘부탁드립니다.
로열더치쉘의 대표이사가 내뱉은 이 한마디엔 여러가지 의미가 내포되어 있던 것이다.
내 입장에서는 최상이었고,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다.
“예.”
이미 이럴 줄은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더 잘풀리는 상황에 나는 진심으로 환하게 함박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저야말로 잘부탁드립니다.”
록펠러는 나중에 내게 말했다.
그동안 봐온 내 미소 중에서 제일로 진실된 미소가 꽃피웠던 순간이었다고.
무슨 파리지옥인 줄 알았다고 말이다.
땅- 땅- 땅-
“OPEC 정유메이저들의 만장일치로 페트로달러 체제를 공식적으로 의결합니다.”
그렇게 그날 페트로달러는 통과되었고.
미국의 달러패권이 진정한 전성기를 맞이하게된 순간이었다.
팍스 아메리카나.
드디어 그 영광스러운 첫발을 내딛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