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25)
“묘수라도 있는건가?”
루스벨트는 천천히 턱을 괴었다.
백악관 집무실 내부로 숨막히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아버지는 못들을걸 들었다는 낭패어린 표정으로 커피잔만 바라보고 계셨다.
내 잘못은 맞긴한데 손절한번 더럽게 빠르네.
“뭐, 대통령님께서 아버지께 전쟁펀드에 대해 언급하신게 최근이고, 저는 며칠전에 처음 들었습니다.”
“그렇게 되겠군.”
“백악관으로 올라오는 길에 대통령님께서 전쟁펀드를 개설하고 세계대전에 참전하시려는 의도를 머릿속으로 해석해봤습니다.”
사실 며칠 안됐다.
백악관으로 올라오는데 그리 오래걸리지도 않았고, 내가 루스벨트의 3선을 성공시킬 정치적 묘수를 떠올리기엔 턱없이 부족한 시간이었다.
루스벨트도 내 말의 의도를 캐치하고는 침음성을 내뱉었다.
“제가 대통령님의 3선 의도를 파악한 시각은 불과 몇시간 전입니다.”
“음. 그렇군.”
“예, 묘수를 떠올리기엔 부족한 시간이죠.”
“하지만 대책없이 여기로 기어들어오진 않았을테고…”
아니, 기어들어오다니.
루스벨트는 백악관에 쥐라도 들어왔다는 말투로 나를 쏘아보았다. 하긴 아무도 모를 테디의 3선의도를 알아챈 내가 곱게만 보이진 않을테지.
그래, 인정한다.
이건 나라서 이정도에서 끝난것이다.
“예, 일단 임시방편이라고 하기는 뭐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저희들에겐 좋은 카드들이 존재합니다.”
“좋은 카드?”
“예, 뉴욕증권거래소를 폭발적으로 끌어올릴 좋은 카드입니다.”
내 트럼프패에 들어있는 조커(Joker) 두 장.
머릿속으로 간직하던 조커들 중에서 일단 흑백을 뽑아들었다.
“석유(Oil)죠.”
내 첫번째 카드는 바로 이란유전이었다.
칠공주 중 예비정유메이저 BP가 소유한 이란 석유채굴권을 스탠더드오일과 내가 컨소시움을 구성해 인수했다.
버마석유회사에서 물적분할된 BP는 이란석유채굴권만을 소유하고 있었다.
그리고 최근, 이란유전을 발견했다는 보고가 올라와있었다.
‘이란유전은 이미 위치도 내가 알고, 채굴기술도 스탠더드오일에게 있었으니, 발견하는건 식은죽 먹기였지.’
뉴욕증권거래소.
이란유전을 채굴했다는 소식이 들리자마자, 석유테마주들이 미쳐날뛸 미래가 보인다.
다만, 아직 공표하지 않았다.
루스벨트는 석유(Oil)란 단어에 눈을 부릅떴다.
“석유?”
“이란유전이 발견되었습니다. 현재까지 중동 최대유전으로 이란정부와 물밑거래를 진행중이었습니다.”
“물밑거래는 또 무슨 소린가.”
“이란석유채굴권은 저희가 인수한 BP(British Petroleum)가 가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기존 영국정유사의 자회사를 인수한거라, 원래는 영국법인이었습니다.”
영국법인.
루스벨트의 미간이 콱 찌푸려졌다.
“잡음이 있겠군.”
“예, 영국정부의 방해도 견제해야했고, 이란정부가 괜히 국적으로 걸고넘어질까봐 공표를 늦추고 있었습니다.”
“이란정부는 뭐라고 하던가.”
이란정부?
예상외로 쌍수를 들고 환영했었다.
그도그럴게 영국법인이 6년동안 삽질하던 유전을 미국이 인수하자마자 퍼올려버렸으니, BP를 이뻐죽으려하고 있었다.
6년동안 삽질하던 버마석유회사가 몇년을 더 질질 끌지 모를 일이었으니 말이다.
“좋아 죽던데요. 6년동안 삽질하던 영국법인을 그닥 좋아하진 않은 눈치였습니다.”
“푸흐흐하하하하!!!”
루스벨트는 박장대소를 터뜨렸다.
“6년이라. 그건 걸작이군.”
이제 이란유전까지 미국이 꿀꺽했다.
영국석유회사는 작년부터 이미 파산하기 직전까지 갔었고, 이미 영국공황으로 1차부도를 선언하기 직전이었다. 그걸 나와 록펠러가 비집고 들어가 주워왔다.
영국정부는 할말 없지.
이란정부가 괜히 석유채굴에 성공한 우리를 좋아하는게 아니다.
“심지어 버마석유회사는 저희가 인수하기전, 이란에서 철수하려고 준비중이었습니다.”
원역사에서도 영국 석유탐사팀은 철수하려고 했었다. 한 악바리 근성의 현장책임자가 끝까지 파내려가지 않았으면, 영국은 영영 발견하지 못했을지도 모르지.
물론, 이번 세계에선 존재하지 않을 드라마틱한 스토리였다.
“완벽하군.”
“영국정부가 끼어들 여지는 눈꼽만큼도 없습니다.”
허허….
꾸겨져있던 루스벨트의 표정은 어느새 금융치료로 빳빳하게 펴져있었다.
중동 최대유전은 엘릭서 그 자체였다.
“만약 이란유전 발견소식이 뉴욕증시에 공시되면, 주가지수들은 화산폭발처럼 상방으로 터져버릴 겁니다. 무려 현재까지 중동 최대유전이니까요.”
중동 최대유전이라는 타이틀.
BP의 이란유전은 당분간 중동 최대유전으로 군림할 것이다. 그래, 사우디유전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말이다.
“하지만 영국정부를 견제해야합니다.”
“그래, 그놈들이 명분없다고 가만히 있을 작자들은 아니지.”
“예, 그래서 한대 치려고요.”
“한대를 쳐?”
씨익.
나는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이번 다가오는 FOMC에서 금리를 75bp 올려버릴 예정입니다. 영국공황으로 주저앉은 영국정부는 연방준비제도가 지른 불을 진압하는데만 전력을 쏟아야할 겁니다.”
“….허허.”
루스벨트의 눈이 점점 커졌다.
요놈보게라는 눈빛과 함께 헛웃음을 몇번 터뜨리더니, 엄지를 척 들어올렸다.
“역시 자네밖에 없어.”
“언젠 둘이나 있었습니까.”
“하하! 이런 미친새끼.”
순간 아버지의 눈썹이 꿈틀거렸지만, 루스벨트의 어그로를 끌까봐 커피잔에 더 얼굴을 집어넣으셨다.
그래, 3선정보는 나라서 감당가능하지.
반독점에 굶주린 테디라는 불곰앞에서, 아버지는 잘못걸리면 그대로 CIA와 상무부 기업국에게 회쳐지는 것이다.
3선애 3자만 꺼내도 루스벨트가 발작할 미래가 보인다.
“3.”
“갑자기?”
“아니요. 별거 아닙니다.”
크흠.
나는 헛기침으로 분위기를 환기했다.
“아무튼 연방준비제도가 대영제국을 태울 불쏘시개를 준비했으니, 이정도면 영국정부도 쉽게 고개를 돌리지 못할겁니다. 게다가….”
“게다가?”
이란유전은 중동지역에 미국인들의 관심이 쏠릴 최적의 타이밍이고, 불쏘시개였다.
나는 이 타이밍에 두번째 컬러 조커를 꺼내들었다.
“뉴욕증시를 제대로 불지르려고요.”
“뭐?”
월스트리트의 지박령.
나는 뉴욕증시가 언제 불타오르는지 잘 알고 있었다. 우량기업이 상장할때도 타오르지. 금리인하를 발표해도 타오른다.
연방준비제도가 돈을 푼다?
아, 작정하고 불타오르지. 하지만 뉴욕증시의 제일큰 불쏘시개는 따로 있었다.
“이란유전 발표이후, 패르시아만 유전탐사로 뉴욕증시를 한번 더 불태울 예정입니다.”
장기간 계속 상방을 쳐올리는 포텐셜.
산업혁명으로 촉발된 미래산업에 대한 기대감.
나스닥이 폭발하던 이유.
그래, 미래에 대한 신사업의 기대감이었다.
“미국의 부를 머리채잡고 끄집어올릴 캐쉬카우. 저는 정유산업 미래에 대한 기대감으로 뉴욕증시를 불지를 겁니다.”
패르시아만의 석유탐사.
어쩌면 이란유전 발견보다도 더 격하게 튀어오를지도 모를 일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준비할 거리가 좀 있었다.
쯧.
뭔가 좀 허전하기도 했고.
***
“디트로이트.”
“예.”
“이런 개자식, 다음번에도 이러면 죽여버릴테다.”
“아…아하하.”
“하, 커피를 입으로 마셨는지 코로 마셨는지 기억도 안나는군.”
이글이글-
백악관의 복도에서조차 조심스럽게 구둣발을 밟는 아버지의 딋모습에서 어두운 아우라가 뿜어져나왔다.
이빨 꽉 깨물고 한글자 한글자 읊조리는 아버지의 말에서 살기가 묻어나왔다.
커흠.
나는 식은땀을 흘렸다.
“그래도 모르는것보단 낫지 않습니까.”
“굳이 루스벨트 앞에서 말할 필요가 있었나?”
“죄송합니다.”
바로 머리를 박았다.
미리 언질하지 못한건 내 잘못이 맞았다.
“하지만 아버지까지 루스벨트 대선캠프에 합류시키려면 이 방법밖에 없었습니다.”
“대선캠프에 관심없다.”
“하지만 록펠러회장님과 연대하시려면, 무조건 루스벨트 대선캠프에 합류하셔야할걸요?”
“……”
“밉보여서 좋을건 없잖아요.”
대선캠프.
공화당 루스벨트 정부에서 아버지가 생존하려면, 전쟁펀드만으로는 부족하다. 심지어 0티어 금융사로 발돋움하려고 한다면, 공화당과 반드시 엮여야한다.
원역사에서도, 아버지의 천적이라고 불릴만한 유일한 상대가 테디였으니까.
“마음에 안드는군.”
“하하, 루스벨트와 함께하는 독점기업이라니, 역사서에 남을 업적입니다.”
“자기얼굴에 금칠을 하는군.”
“커흐흠.”
머쓱함에 헛기침을 몇번 내뱉었다.
독점기업으로 루스벨트를 회유한 공로자는 나였으니까. 할말이 궁색했다.
“이왕이면 루스벨트 대선캠프에 일찍부터 합류해서 큼직큼직한 떡고물을 주워먹는 편이 더 이롭지 않겠습니까.”
“디트로이트.”
우뚝 멈춰선 아버지는 경호인력의 보호를 받으며, 차량에 탑승하려던 나를 붙들었다. 나를 똑바로 바라봤다.
나는 말없이 아버지와 눈을 마주쳤다.
“정치권과 직접 엮이는건 이번이 마지막이다.”
정치과 금융.
표장사와 이권장사는 서로 결이 다르다. 나도 아버지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었다.
“예.”
텅-
나는 아버지를 끌어올려 차량에 올라탔다.
우리가 탑승한 차량은 이란공사관을 향해 미끄러지듯 부드럽게 나아갔다.
***
“형제여!”
이란공사관.
입구부터 버선발로 달려나온 이란공사의 환대가 시작되었다.
현대 미국과 이란의 관계를 떠올려보면, 내게는 이것만큼 이질적인 풍경도 없었다.
“디트로이트.”
아버지는 이란공사의 환대를 부담스러워했고, 옆에서 내게 속삭였다.
“왜 우린 이슬람 신자도 아닌데 저러는거지?”
“이슬람이나 기독교나 같은 아브라함 계통 신자들이지 않습니까. 그래서 형제라고 부른다고 하던데요.”
“뭐 그딴….억지도 이런 억지가 없군. 만약 그랬다면 십자군전쟁때부터 잘못이어진 족보겠지.”
“아버지.”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누구라도 석유를 주면 그시점부터 형제입니다.”
“……그건 또 그렇군.”
이란유전.
석유채굴권은 우리에게 있었지만, 이란정부와 사실상 수익을 분담해야하는 계약이다보니, 이란정부의 입꼬리가 찢어질수밖에.
없던 형제애도 생겨날 판이었다.
‘그런데 내가 생각해봐도 아브라함계통이라고 형제라 부르는건 뇌절같긴 해. 대체 얼마나 들뜬거야.’
물론 불경한 생각은 속으로 꾹꾹 눌러담은채, 미소로 공사의 환대를 받아들였다.
“이란공사께서 수고가 많으십니다.”
“아니요. 아닙니다. 수고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귀빈께서 더 고생이 많으시지요.”
“일단 안으로 들어갑시다. 겨울이라 그런지 바깥공기가 차군요.”
“아! 제가 배려가 부족했군요. 들어오시죠. 이쪽입니다.”
해군부에서 봤던 광경이 리플레이되었다.
이란공사는 활짝 펼쳐진 미소를 주체하지 못하면서 회의실로 안내했고, 회의를 진행하는 도중에도 계속해서 미소를 지었다.
석유에 대한 얘기들이었고, 루스벨트와 나눈 얘기들의 반복이었다.
달그락.
찻잔이 몇번 비워지자, 회의는 중반부로 접어들었다.
“….그건 또 어떻게 아셨습니까?”
이란공사는 놀란 토끼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석유관련회의가 진행되던 중 이슬람 종파에 대한 언급이 나왔고, 내가 시아파와 수니파를 언급하자 이란공사는 화들짝 놀랐다.
“저는 중동지방의 종교분파중 시아파가 대부분인 이란과 수니파가 대부분은 아라비아반도의 갈등을 걱정했습니다. 서로 종교분파가 다르지 않습니까.”
“아, 그런 걱정이라면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지난 1400년을 넘는 역사동안 수니파와 시아파는 평화롭게 지내왔으니까요.”
그래, 1400년동안은 그랬겠지.
하지만 20세기 후반 종교혁명 이후로는 180도 달라진다.
종교혁명 이후, 시아파가 공격적인 확장을 천명하고, 수니파가 이에 반발하면서 두 종파간의 갈등은 눈만 마주쳐도 살인이 날지경까지 이르렀다.
나는 이 폭탄이 무섭다고.
두 분파간 갈등의 잠재력은 충분하다못해 넘쳐흘를 정도였다.
‘IMF 임시통치령은 90%이상이 수니파다. 이란과는 정반대의 인구분포지.’
애초에 인종부터가 다르다.
아라비아반도는 아랍인, 이란사람들은 페르시아인들로 이들은 언어부터 차이점을 보인다.
이것까지 말해주자, 이란공사는 입을 쩍 벌린채 나를 바라보았다.
“아, 아니…대체 누구신데 이렇게 중동문화권에 대해 정통하십니까?”
진심어린 이란공사의 감탄사.
각국 외교관끼리의 담화에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칭찬을 들은 순간이었다.
‘느낌이 좋은데?’
이대로만 가자.
이대로만 가면 아우토반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