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3)
– 지금까지 디트로이트 모건의 설계안대로 진행해왔으니, 우선 임시 연방통화위원회의 의장은 그에게 맡기는게 어떻습니까?
모건회장의 건의에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연방통화위원회를 조직하긴 했지만, 상하원 의회를 아직 통과하지 못해 공식적으로 출범하지는 못한 상황.
하지만 비밀회담장의 멤버들로 임시조직된 연방통화위원회는 착실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고 있었다.
그 중심에 내가 있었고, 원래 내 설계대로 진행되던 회담이었던 만큼 새로운 의장에게 큰 반발은 없었다.
우레같은 박수소리가 회담장에 울렸다.
“감사합니다.”
실상 하는 일에 변화가 생긴 건 아니지만, 내 말에 실리는 파워는 이제 확연히 달라졌다.
임시의장으로서 맡은 첫번째 안건은 역시 침체된 뉴욕증시의 해결책이었다.
“일단 뉴욕증시를 살리기 위해선 선택과 집중이 필요합니다.”
“선택과 집중?”
“예, 살려야할 기업은 살리고 죽여야할 기업은 죽여야합니다.”
아무리 JP모건은행과 록펠러가문의 현금동원력이 넘사벽이라곤 하지만, 뉴욕증시의 50%나 차지하는 철도회사들을 다 살릴 수는 없다.
목요일만해도 그들이 작정하고 대규모매수를 체결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25개의 부실한 철도회사는 하방으로 서킷브레이크가 걸렸다.
그러니 죽여야 할 철도기업들은 상장폐지 시키고 폐업절차나 기업회생절차에 돌입해야한다.
“그에 더해 대륙철도들의 지배구조를 지주회사중심으로 개편하고, 그 지주회사를 상장시킬 것을 건의합니다.”
“지주회사를 상장시킨다라……”
“미국을 4분할하는 대륙철도의 지주회사입니다. 아마 뉴욕증시 단숨에 살아나겠죠.”
BNSF, 펜실베니아철도(PRR), 그레이드노던철도, 유니온퍼시픽철도.
미국의 새로운 철도시대는 상위 4강체제로 개편되었으며, 기존의 철도업계와 비교불가할 정도로 덩치가 비대해졌다.
특히 펜실베니아철도의 경우 미국 동부의 대형철도회사들은 죄다 합병시켜 덩치가 장난아니었고.
“그리고 아마 철도 4강의 지주회사를 상장하는게 여러분께도 더 이득이 될 겁니다.”
“그게 도대체 무슨 이득이 된다는 거지?”
가만히 듣고 있던 윌리엄 록펠러가 미간을 찌푸리며 반문했다.
확실히 뉴욕증시에 상장하면 공시해야할 정보들도 많고, 주가가 휘둘릴 때마다 신용에 문제가 생기는 등 꽤 리스크가 있긴 하다.
‘하지만 테디베어 한 마리에게 갈기갈기 해체당하는 것보단 훨씬 낫지 않을까?’
사실, 원래같으면 나도 철도회사가 해체되건 말건 신경쓰지 않았다.
하지만 펜실베니아철도를 얻은 록펠러가문이 우리에게 돌아선 이상, 해체되는 꼴은 눈에 흙이 들어와도 용납할 수 없었다.
록펠러와의 연결고리는 내가 지켜야지.
“여러분들은 셔먼 반독점법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끄응…..”
내가 마법의 단어를 뱉어내자, 놀랍게도 비밀회담장에 모여있던 거물들 중 단 한사람도 빼놓지 않고 다 인상을 찌푸렸다.
쨍그랑-
특히 게이지장관은 셔먼과 무슨 한이라도 맺혔는지 쥐고 있던 유리컵까지 깨뜨리며, 황량해지고 있는 두피를 만지작거렸다.
“만약 뉴욕증시에 대륙철도 4강의 지주회사를 상장시킨다면, 그 누구도 건드릴 수 없게 될 겁니다.”
“어째서 장담하지?”
“그야…..”
씨익.
나는 필승의 미소를 지었다.
“그야, 철도 4강을 해체하는 순간 미국의 경제는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요.”
“…..!!!”
윌리엄 록펠러는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떴다.
사실 이건 원역사가 증명한 사실이다.
1901년, JP모건의 주도로 설립된 미국최대의 철강트러스트인 US스틸은 미국철강의 2/3를 독점하고도 ‘그’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철퇴를 피했다.
당시 뉴욕증시에 상장된 US스틸은 미국 최초로 10억 달러의 시가총액을 넘는 괴물기업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걸 해체한다고? 제2의 후버가 되고 싶다면 말리진 않겠지만.’
과연 정치인들이 불 보듯 뻔한 이 리스크를 감당할 수 있을까?
미국 경제는 바로 나락인데?
“……이거 묘수로군. 뉴욕증시를 방패삼아 우리가 살아남는다라. 대륙철도의 한축이라도 무너지면 뉴욕증시는 나락으로 떨어지겠어.”
“만약 대륙철도가 상장되면 규모는 어느정도가 되는거지?”
“대륙횡단철도인 만큼 5억달러는 기본으로 넘겠지. 미국 동부철도를 합병한 펜실베니아철도같은 경우는 10억 달러까지 올라가지 않을까 싶은데.”
“미친…….”
비밀회담장에 모여있던 은행가들은 최소 5억 달러짜리 대륙철도 4개가 뉴욕증시에 나란히 상장되는걸 상상했다.
총 20억달러 규모의 대륙철도 주식이 상장된다면, 뉴욕증시를 방패삼아 독점해체의 철퇴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억 달러.
현대 한화로 60조.
당시 미국의 경제수준을 고려해봤을 때, 무려 600조에서 2000조의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미쳐버린 규모였다.
해체? 아주 골로 가는 거지 그냥.
“뭐, 뉴욕증시는 확실히 살아날겁니다.”
***
검은 수요일 이후.
비밀회담의 멤버들이 목요일, 금요일동안 달러를 쏟아부은 덕분에 철도버블은 단 하루의 해프닝으로 끝날 수 있었다.
하지만 뉴욕증시를 무너지지 않게 지탱하는 것과 뉴욕증시를 다시 살리는 것은 아예 다른 영역.
– 뉴욕증시가 무너지지 않은 것은 다행이지만, 반 좀비같은 상태로군.
– 금요일에도 대형호재가 터졌는데 고작 5% 밖에 못오르지 않았나.
– 뉴욕증시는 당분간 침체기인가?
–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뉴욕증시를 좀 살려줬으면 좋겠는데.
뉴욕증권거래소의 투자자들은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특단의 조치를 간절히 바라고 있었다.
후우-
그리고 나는 오랜만에 페더럴 홀에 나와 뉴욕증권거래소의 개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새로운 철도업계가 대륙철도의 4강체제로 바뀌었다고는 해도 투자자들은 체감이 잘 안되는 모양이군.”
“하지만 오늘자 월스트리트저널이 나오면 그 누구보다도 더 체감이 잘 되지 않겠습니까.”
제임스는 단호하게 말했다.
그때, 때마침 뉴스보이들이 페더럴 홀을 누비며 월스트리트저널을 판매하기 시작했다.
“호외요, 호외!”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답니다! 호외요!”
“그게 진짠가? 한 부만 주게!”
“2센트입니다!”
뉴스보이들의 외침에 월가의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을 구매해 조간을 펼쳤다.
그렇게 대략 10분 뒤, 뉴욕증권거래소 앞 페더럴 홀은 점점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JP모건은행, ‘새로운 철도시대를 개막할 준비 되어있어.’ 뉴욕증시의 뜨거운 감자 BNSF, 상장되나? ] [ 록펠러가문, 펜실베니아철도(PRR)를 지주회사 형태로 개편 중이라 발표. ] [ 전문가들, 새로 개편된 클래스 1 대륙철도들, 상장될 가능성 높아. ] [ 게이지 재무장관, ‘미국 경제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것.’ 예고 ]“대륙철도를 상장한다는데?”
“대륙철도? 아, 전에 말했던 펜실베니아철도, BNSF, 그레이트노던철도, 유니온퍼시픽철도를 말하는 건가?”
“그럼 대륙철도들의 시가총액이 얼마나 되는 거지? 덩치가 너무 커서 상상이 안 가는군.”
“한 5억달러는 기본적으로 넘지 않을까?”
순간 페더럴 홀에 정적이 내렸다.
그들의 머릿속에는 5억달러짜리 철도회사 4개가 상장되었을 때, 뉴욕증시가 어떻게 될까. 그 계산만이 빠르게 돌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답은 곧 도출되었다.
“불장이다!!!!”
“대륙철도면 놓칠 수 없지!!! 그게 상장하면 도대체 시가총액이 얼만데, 금방 살아나겠는데?!”
“대륙철도 만세!!! 월가 만세!!!”
“잠, 잠깐! 아직 끝이 아닌데?”
촥- 촥-
한 투자자가 신문지를 정신없이 펼치자, 뒤이어 헤지펀드에 대한 기사가 실려있었다.
[ ‘월가의 영웅’ 헤지펀드. 이번엔 철도펀드를 신설. ] [ 철도펀드, 심상치 않은 시작. ] [ 철도 4강의 우선매수청구권 일부 확보. 상장되기 전, 더 저렴한 가격에 주식확보 할 수 있나. ]“우, 우와아아!!!!”
“월가의 영웅이 또 해냈다!!! 공매도펀드에 철도펀드까지!!! 아, 이건 사야지!!!”
“그런데 이거…..선착순 아닌가?”
순간 환호성이 뚝 하고 끊겼다.
투자자들은 주섬주섬 월스트리트저널을 들고 기사를 천천히 그리고 꼼꼼히 읽어내렸다.
“우선매수청구권의 ‘일부’ 확보?”
그들의 머리에 비상등이 켜졌다.
이거, 지금 뉴욕증시에 갈게 아니라 일단 철도펀드부터 구매하고 봐야했다. 월가 투자자들의 엉덩이가 뜨겁게 달궈지기 시작했다.
“어, 어디서 구매할 수 있지?”
“그야 공매도 펀드처럼 JP모건계열의 은행들이겠지!!!”
“저 자식 달린다!!! 따라가!!!”
눈치빠른 투자자들은 한명 두명씩 대열에서 빠져나와 이미 월가의 은행가 쪽을 향해 달리고 있었다.
나머지 투자자들도 그들을 따라 은행가쪽으로 달리자,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대규모 엑소더스가 펼쳐졌다.
나는 월가 대형은행들의 입구가 미어터지는 모습을 보며 입가에 미소를 지었다.
“이정도 고생했으면, 축포정도는 우리가 쏴도 되잖아?”
“당연한 말씀입니다.”
나는 엉덩이를 탁탁 털고 일어나, 페더럴 홀을 빠져나왔다. 하지만 헤지펀드의 본사 방향을 보니, 대규모 인파가 몰려들어 퇴역해군들이 기를 쓰며 막고 있었다.
“하하….화력 장난없군.”
월가의 대형은행들에 투자자들이 몰려간 덕분일까.
뉴욕증시는 개장하자마자 몇 가지 상장폐지 이슈가 있었지만, 소수의 절망한 투자자들 외에 큰 쇼크는 일어나지 않았다.
“지금 저가일 때 매수해야해!!!”
“상장폐지된 철도회사 따위 버려!!! 우린 미래만 보고 간다!!!”
“불장 가자아아악!!!”
아니, 오히려 뉴욕증시는 곧이어 철도 4강 상장 기대감이라는 초대형 호재를 받았고.
삐이이익-!
삐이이익-!
삐이이익-!
철도회사들은 상방을 향해 15%가 뛰어 서킷브레이크가 걸렸다. 검은 수요일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에 투자자들은 허공에 티커테이프를 흩뿌리며 환호의 도가니에 빠져들었다.
– 와아아아아!!!
그렇게 일주일의 마지막. 토요일 불장을 마감하며, 뉴욕증시는 완전한 부활을 선언했다.
***
워싱턴 D.C. 백악관.
장관회의.
치이익-
메킨리 대통령은 시가를 끄고 회의실을 쭉 둘러보았다. 넓은 회의실엔 몇 명의 장관들이 앉아있었고, 그 곁으로 수십 명의 비서들이 바쁘게 오가고 있었다.
전쟁부장관, 해군부장관, 국무부장관, 재무부장관, 등. 오늘 핵심이 되는 행정부의 장관 차관들은 전원 소집되었다.
분위기는 살얼음판을 걷는것마냥 서늘했다.
“뉴욕증시가 나락까지 내려갔다가 부활했다고 하더군요”
역시 첫번째 주제는 이건가.
메킨리 대통령의 서늘한 음성에 장관들은 긴장을 머금었다.
만약 뉴욕증시가 그대로 골로 갔으면 메킨리 대통령의 임기에 엄청난 스크레치가 났을 테고, 자칫잘못했으면 재선이고 나발이고 정치인생까지 끝날 뻔했다.
아마 메킨리 대통령 개인에겐 메인함보다 더 크게 다가오지 않았을까.
“죄송합니다.”
게이지 재무장관은 곧바로 바짝 엎드렸다.
뉴욕증시가 부활할 것도 알고 있었고, 뉴욕증시가 나락갈 것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모건회장의 강력한 ‘요청’으로 그동안 입에 지퍼를 잠구고 있었다.
메킨리 대통령은 손을 내저었다.
“아닙니다. 사과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이미 국무부를 통해 해당 보고서는 제출받았으니까요.”
‘국무부?’
게이지장관은 침을 꿀꺽 삼켰다.
맞은 편 좌석엔 ‘셔먼 반독점법’을 통과시킨 셔먼 국무장관이 백전노장의 기세를 거칠게 뿜어내며 앉아있었다.
탁-
“월가의 영웅이라…..”
메킨리 대통령은 서류를 책상에 던졌다.
‘검은 수요일’ 보고서엔 사건전말의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조사되어 있었고.
특히 헤지펀드에 대한 항목은 특히나 더 조밀하게 기술되어 있었다.
하지만 읽으면 읽을수록 ‘검은 수요일’이라는 둠스데이 리포트라기엔 한 편의 영웅 서사시 같았다.
“고작 16살…..이 말도 안 되는 작전을 성공시킨 작자의 얼굴. 한번쯤 보고 싶군요.”
치익-
메킨리 대통령은 두 번째 시가를 꺼내 불을 붙였다.
그의 두 검은 눈동자에 촛불이 일렁였다. ‘그’ 셔먼이 적은 보고서임에도 불구하고 헤지펀드의 활약은 엑스칼리버를 뽑은 어린 아서왕처럼 눈부셨다.
상당히 너프시켰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이름이 디트로이트 모건이라 하던가요?”
디트로이트 도 모건.
백악관의 귀에 디트로이트의 풀네임 8글자가 세겨진 순간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