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31)
“…….”
다우닝가 10번지.
재무부, 외무부장관과 할데인총리는 총리관저에서 서로 마주보고 앉아있었다. 주미영국대사와 생각을 일치시킨 외무부장관은 로버트 재무부장관과 함께 합석했다.
3자회의.
파운드화에 대한 안건이었다.
“미친게요?”
할데인총리의 첫마디였다.
파운드화는 대영제국의 얼이자 자존심이었고, 대영제국을 상징하는 상징물 중 하나였다. 파운드화가 없어지면 대영제국도 없어지는 정도로.
할데인 총리는 예민하게 받아들였다.
“현재 영국정부는 IMF 국제통화기금에 영국경제정책을 빼앗긴상태일세. 이젠 웬 미친 개자식들이 미국에게 조폐권을 팔아넘기겠다고 내앞으로 찾아오는군. 자네들은 매국노인가?”
할데인 총리는 분노했다.
넘어서는 안될 선은 분명하게 존재했다. 그러나 미국은 애초부터 선따위 존재하지 않았던것 마냥 줄넘기처럼 넘나들었다.
파운드화를 제낀다?
‘그래, 이것까진 그럴 수 있다.’
이것까진 화폐개혁이다.
대영제국이 내부적으로 화폐개혁을 단행해 파운드화를 대체할 통화를 도입하는건 있을 수 있는 일이다.
뭐, 따르는 리스크가 상당하겠지만 일단 화폐개혁 자체는 가능하고, 이정도면 영미가 서로 얼굴을 붉히지 않고 하하호호 마무리할 수 있었다.
“이건 완전 대영제국을 경제적 식민지로 만들겠다는 선언아닌가!!!”
쾅-!
분노를 참지 못했다.
태어나고서 이런 분노는 처음 느껴봤다.
IMF 국제통화기금이 영국경제의 키를 잡았을때도, 영국죽이기 금리인상을 단행했을때도, 할데인 총리는 오늘처럼 분노한 적은 없었다.
“허어…..허억…..”
고고하게 타오른다.
마치 심장이 분노라는 용암으로 타들어가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독극물애 부패해 아예 썩어문들어지는 기분이었다.
물건을 집어던질 생각도차도 들지 않았다.
아예 머릿속이 분노란 쇼크를 받아 화이트아웃으로 백지장처럼 하얘져버렸다.
“총리님.”
배신자 하나가 입을 열었다.
할데인총리는 가쁜 숨을 들이쉬며 거칠게 고개를 끄덕였다.
“말해.”
“전세계를 아무리 뒤져봐도, 파운드화를 대신할 화폐가 없는건 사실입니다. 금본위제로 회귀하려면, 미국으로부터 막대한 금을 매입해와야하는데, 미국이 팔지도 의문이고, 매입할 자금도 없습니다.”
“다른 원자재는 대체할 거리가 없었나?”
“없습니다.”
두명의 장관이 모두 고개를 저었다.
“일단 원자재로 유사한 금본위제를 시행하려면, 해당 원자재를 보존할 수 있어야합니다.”
금은 보존할 수 있었다.
“당연히 시장에서 활발하게 사용되거나 가치보증이 얼만큼 되어야합니다. 이외에도 까다로운 조건들이 많습니다.”
“재무부장관인 제가 덧붙이자면, 일단 보존가능하고, 시장가치만 지속된다고 가정했을 때, BOSS처럼 한기관이 독점해야만 희망이 있습니다.”
한기관이 독점.
이 부분에서 로버트 재무장관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아무튼 불가능하단 소리 아닌가.”
“총리님.”
“왜 또.”
로버트 재무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미국은 몇가지 원자재를 소수기관으로 장악했고, 원자재 기반의 본위제, 즉 화폐시스템을 구축시켰습니다.”
“잠깐, BOSS말고도 존재한다고?”
“예. 석유, 페트로달러입니다.”
금본위제를 시행중인 미국.
페트로달러 시스템까지 정착시키면서 사실상 불사신 통화가 되어버린 달러. 이제 미국달러는 금본위제가 무너져도, 석유본위제로 버틸 수 있게 된 것이다. 할데인총리는 말도안되는 스케일에 기함했다.
“석유를 독점한게 달러를 불사신으로 만든다고?”
“모르셨습니까?”
“이정도일줄은 몰랐네.”
“정유업계 칠공주는 미국달러를 수호하는 일곱기사들이나 다름없습니다. 이번에 로열더치쉘의 배신으로 페트로달러 시스템이 통과되지 않았습니까? 그게 괜히 통과된게 아닙니다.”
“허…..”
원자재 독점.
절대로 불가능해보일 것같은 기적을 2번이나 일으켰다.
“석유와 은을 독점하다니, 세상에 이게 말이나 되는가?”
할데인총리는 골머리를 싸맸다.
대체 미국이란 국가는 뭐하는 국가란 말인가.
‘아니지. 아니다.’
미국이란 땅과 국가는 대단하지.
하지만 이걸 설계한 모건장관이란 작자는 그에 필적하는 괴물이었다.
석유와 은.
둘 전부가 그의 손에서 빚어진 결과물 아니던가.
“총리님, 아닙니다.”
재무부장관이 황당한 표정을 지었다.
할데인은 재무장관의 얼척없다는 표정에 순간 벙쪘다.
“뭐가? 뭐가 아니란건가.”
“미국은 석유, 은만을 독점한 국가가 아닙니다. 총리님은 이상하지 않으십니까? 대체 미국은 어떻게 세계대전의 혼돈 속에서 금본위제를 유지하고 있는 걸까요?”
“……!!!”
유일한 금본위제 시행국.
할데인총리는 급하게 서류들을 뒤적였다. 현재 금본위제로 움직이는 국가가 몇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서류들이었다.
빠르게 서류철을 넘기자 기함할만한 진실이 수면위로 떠올랐다.
“미국이…..유일하군.”
“금본위제를 포기한 국가들의 금을 누가 다 가져갔겠습니까? 대영제국의 금, 프랑스의 금, 러시아제국의 금, 일본제국있던 일본국의 금 등. 게다가 번외편으로 스페인의 금까지.”
“…….허.”
다시 생각해보니 그렇네.
이런 씨발, 미국이 다 가져갔잖아?
할데인총리는 예상치못한 쇼크에 머리가 하얘져버렸다.
***
총리실에는 잠시 침묵이 맴돌았다.
인간은 말도안되는 일이 현실로 벌어졌을때, 온전히 받아들일때까지 시간이 필요했다.
하얗게 터져버린 백지장으로 서서히 이성이 돌아오기 시작했다.
텁.
한 손으로 이마를 쳤다.
‘…….세상에, 내가 왜 이런 사실을 아직까지 전혀 인지하지 못하고 있었지?’
이건 호러다.
이정도면 경외심을 넘어 공포스러웠다.
할데인총리는 온몸에 쫙 돋는 소름을 느꼈다.
“모건장관….이런 미친새끼가.”
겨우 내뱉은 첫마디가 이것이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할데인총리의 모습에 다시 고개를 저었다.
“예, 미국이 전세계의 금을 다 빨아들였습니다.”
“독일제국의 금은?”
“독일제국의 금은 독일결제은행이 빨아들이지 않았겠습니까?”
“……독일제국이 독일결제은행을 집어삼켰으니, 다시 라이히스방크의 금으로 돌아간것인가?”
세상에, 독일제국이 부러워질 줄이야.
할데인총리는 이제 자괴감마저 느끼기 시작했다.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하느님 맙소사.
“이건 악몽이야.”
“현실입니다.”
“아니, 악몽이어야해. 빨리 깨어나야할 악몽.”
“총리님, 이제 좀 체감이 되시는 것 같으니 말씀드리겠습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진지했다.
할데인총리는 충격을 버티지 못하고, 의자에 누워버렸다. 듣고있으니 말하라는 듯 손짓을 휘휘 저었다.
로버트가 입을 열었다.
“파운드화는 대영제국이란 신체에서 이제 썩어문들어진 내장이고, 도려내야합니다. 하지만 이식할 내장이 없는 상황입니다.”
“잠깐, 장기이식은 아직 인간이 개척하지 못한 영역 아닌가. 지금 자네….?”
“아니, 그냥 비유입니다. 비유. 일단 넘어가주시죠.”
할데인총리는 그를 찜찜하게 바라봤지만, 콜총재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평가했으니, 일단 믿어보기로 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말을 이어나갔다.
“아무튼 이식할 화폐가 없습니다. 리디노미네이션으로 100파운드를 1파운드(가명) 신권으로 교체할수도 없습니다. 그대로 초인플레이션의 기폭제가 될 확률이 높습니다.”
“그냥 초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다시 회복할수는 없는건가?”
“없습니다.”
로버트 재무장관은 정색했다.
“대영제국이 초인플레이션의 여파로 해체되어 영연방으로 굳어지면, 영국본토의 경제는 표면적으로 아프리카 식민지 수준으로 떨어집니다. 초인플레이션은 고려할 가치도 없습니다.”
“…….”
“공황에 이어 영국경제의 숨통을 끊어놓을겁니다. 게다가 유로….”
“그부분은 내가 대신 설명하겠네.”
가만히 있던 외무부장관이 끼어들었다.
유로화 안건은 재무부보단 외무부의 관할에 더 맞아떨어졌다.
유로화는 대외관계가 중요했으니까.
사실, 가만히 앉아있기엔 너무 가시방석어라, 외무부장관은 급하게 끼어들었다.
하, 숨막힌다.
“미국의 계획은 파운드화를 BOSS채권으로 대체시키는데서 끝나지 않습니다.”
“그건 금시초문이군.”
“예, 지금 확실히 말씀드리겠습니다. 미국은 전후유럽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편입시켜 전유럽이 공통으로 사용하는 화폐, 유로화를 도입하고 싶어합니다.”
“…..!!!!”
전유럽을 집어삼키겠다는 야망.
할데인은 계속되는 스케일의 향연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이게 말이 돼?”
“됩니다. 게다가 저희 영국이 빠르게 파운드화를 대체하지 않으면, 유럽대륙에서의 지위가 더욱 위태로워집니다.”
“말해보게.”
할데인은 이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알아챘다.
악몽같던 얘기들이 전부 현실로 수면위에 떠오르자, 부정하고 싶어도 영수증이 얼굴로 들이밀어지고 있었다.
심지어 결제기한까지 단기인 끔찍한 영수증이 말이다.
“모건장관은 파운드화를 영국이 포기하지 않고, BOSS채권을 도입하지 않는다면, 프랑스에 먼저 도입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습니다.”
“…..이런 개자식이 진짜.”
“프랑도 저희 파운드화처럼 위태롭습니다. 아마도 프랑스는 환영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아니, 그놈들은 자존심도 없나?”
할데인은 황당했다.
프랑스인은 자존심을 빼면 시체인 놈들 아니었나. 파리지앵놈들 그동안 도도한 척은 있는대로 다하더니 이제와서 미국에게 아양을 부려?
있을 수 없었다.
애초에 상상도 할수없던 일들이 모건장관의 손을 거쳐 현실로 떠오르고 있었다.
이정도면 마법사였다.
“현재 프랑스정부를 틀어쥔 델카세로 재무장관은 극성친미파로 분류되는 인사입니다. 특히 친모건파의 핵심 중의 핵심이지요.”
“이런 젠장할.”
“예, 오히려 델카세가 유로화를 더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개구리놈들이 BOSS채권을 도입하면, 개구리들이 유로화를 선도하게되는건가? 그건 있어선 안돼. 최악의 선택지다.”
보르도로 천도한 프랑스정부는 현재 아무런 힘도 없었다. 프랑스결제은행과 수도방위사령부가 사실상 임시정부로 군림하고 있었지.
델카세는 이중에서도 핵심인사였다.
그렇다면, 프랑스는 거의 100% 모건장관의 제안에 올라탈 것이다.
“그리고….”
“또 있어?”
로버트 재무장관이 소심하게 끼어들자 할데인은 이제좀 그만하자는 얼굴로 의자받이를 쾅쾅 내리쳤다.
진짜 스트레스로 뒤질것 같았으니까.
“다행스럽게도 영란은행은 BOSS의 상임이사입니다.”
희망찬 소식.
먹구름이 개이고, 화창한 햇살이 쏟아지는 느낌. 할데인의 숨소리가 조금은 편해졌다.
“불행 중 다행이군.”
“예, 사실상 미국이 저희에게 유럽대륙의 2인자를 약속한 셈이나 다름없습니다. 다만, 미국의 올가미에 메인체로 말입니다.”
드르륵-
할데인은 급히 상체를 당겼다.
이건 나쁘지 않았다. 설령 미국의 개가 되는 한이 있더라도, 유럽대륙에서 2인자로 군림할 수 있다면, 결과물로서는 최선이었다.
‘최악을 기다리지 않고, 차악을 선택한다.’
이정도면 나쁘지 않아. 정말로.
할데인총리는 처음부터 최악만 피할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때, 할데인 총리의 머릿속으로 한가지 가정이 스쳐지나갔다.
“상임이사는 거부권이 있다고 했었지.”
“예.”
“그럼 차라리 프랑스에 먼저 적용시키고, 영국이 목줄을 틀어쥐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나?”
할데인총리는 진심이었다.
“우리가 거부권만 사용해도, 프랑스정부에게 꽤 ‘딜’을 걸 수 있을 것 같이 느껴지는군.”
프랑스정부가 통화정책을 펼칠때마다 거부권으로 협박해 프랑스정부를 뜯겠다는 말에 로버트 재무장관은 고개를 저었다.
“저도 생각을 해봤습니다만, BOSS의 상임이사 시스템이 저희에게 친절하지 않습니다.”
BOSS 상임이사.
되기위한 조건은 단순하면서도 잔인했다.
“은보유량으로 상위 5개 은행이 매분기마다 상임이사로 선정되는 구조입니다.”
“…….영란은행의 순위는?”
“5위입니다. 그것도 압도적인 열세로 5위.”
“…….”
희망이 없었다.
“1위는 중국결제은행, 2위는 일본결제은행, 3위는 디트로이트 투자은행, 4위는 JP모건체이스 고정입니다.”
“JP모건체이스?”
“아, JP모건체이스는 최근에 JP모건이 체이스와 합병기사를 내면서 JP모건체이스로 호명했습니다.”
할데인총리는 입을 쩍 벌렸다.
“…..그럼 뭐야. 전부 모건가문의 계열사들이라고?”
말이…되나 이게?
아니, 이건 해도해도 너무하는것 아닌가.
“뭐, 100%지분은 아닙니다. 중국결제은행은 리만브라더스 투자은행과, 일본결제은행은 골드만삭스와 파트너쉽을 맺었으니까요.”
“전부 친모건계 은행들이잖나.”
“죄송합니다. 그것까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하지만 중요한건 그부분이 아닙니다.”
촤르륵-
로버트 재무장관은 은보유량 총계와 그 아랫부분에 주목했다.
“몇분기전, 독일중앙은행인 라이히스방크가 퇴출되고 디트로이트투자은행이 새로운 상임이사로 합류했습니다.”
“…….”
“예, 짐작하신대로 상임이사들이 디트로이트 투자은행에게 은을 몰아주고 단숨에 3위까지 끌어올렸습니다.”
“대체 은이 얼마나 많길래.”
“BOSS 내부적으로 은보유량의 75%를 미국계가 독점합니다. 다만, 가정치일뿐 정확한 공식수치는 아닙니다. 더 많을수도 있습니다.”
언제든지 상임이사에서 퇴출당할 수 있다.
이건 폭력이었다. 압도적인 은보유량이란 철퇴를 휘두르는 폭력.
하지만 로버트 재무장관은 그부분에 주목하지 않았다. 상임이사에서 퇴출당하지 않아도, 이미 미국에게 잠식당했으니까.
“총리님.”
사실, 1위부터 5위까지는 문제도 아니었다.
상임이사 5위까지보다도 더 중요한 리스크가 있었다.
서열 5위 아래.
은보유량 총계 서열 5위 이후부터가 진짜였고, 칼날이 휘몰아치는 지옥불이었다.
“6위 라이히스방크, 7위 소시에테제네랄. 이미 알고계시겠지만, 은보유량의 총계가 저희와 비슷비슷합니다.”
“……!!!”
6위 독일. 7위 프랑스.
두 열강이 수면아래서 칼을 갈고 있었다.
전쟁중인 독일제국이라면 몰라도, 프랑스는 확실한 위협이 될 수 있었다.
BOSS 시스템에서 영란은행은 언제라도 교체당할 수 있었다.
이건 좀 너무하잖아.
“억….어억….!”
“잠, 잠깐 총리님! 정신 차리십쇼! 총리님!”
드르륵- 쿵-!
더이상 버틸수 없는 잔인한 진실에 할데인총리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렸다.
그들만 몰랐을 뿐.
대영제국은 이미 죽어있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