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35)
고립주의는 깨졌다.
미국이란 거인은 서서히 깨어났고.
거인은 포효를 위해 발걸음을 옮겼다.
참전까지는 초세기였고, 그 첫 발걸음부터 천지를 진동시켰다.
“공문뿌려.”
이제 시작이었다.
[독일내 미국자본들에 이탈권고.] [기습적으로 터진 미국재무부와 미국국무부의 합작정책. 독일제국에 대한 금융공격.] [모건장관, ‘무의미한 독일경제’는 언급하지 않겠다.’란 발언의 진실.] [이제 미국인에게 무의미해질 독일경제에 대한 선전포고였나.] [강경한 미국 경제정책에 당황한 독일제국. 독일외무장관의 경질 논란.] [비밀리에 독일대사 백악관 방문.]– 월스트리트저널(WSJ)
쾅-!
“미국은 이번 전쟁에서 중립국으로 참여하고 있지 않습니까! 대체 왜 독일제국의 자산들을 이탈시키려는 겁니까?”
독일대사의 분노.
독일대사관에서 백악관으로 귀신같이 달려온 독일대사는 독기를 가득먹고 침튀기며 반론했다.
나는 백악관에서 루스벨트와 함께 독일대사를 맞이하고 있었다.
국무장관은 바빠서 못왔다.
나는 정보국장과 제임스에게 오늘일정을 인계하고 온 것이고.
‘익숙한 얼굴이네.’
아이러니하게도 독일대사는 그 유명한 치머만(zimmermann)이었다. 원역사대로라면 독일제국에 있어야할 그는 역사의 왜곡점인지 변곡점인지 미국에서 대사로 활동하고 있었다.
“치머만 독일대사님, 뭔가 오해가 있으시군요.”
“오해? 오해라고 하셨소? 모건장관은 대체 어디가 오해라고 하시는거요!”
뭐, 나쁘지 않았다.
사실, 치머만이 독일대사로 온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치머만은 미국철도로 미국을 횡단하며 미국이란 문화를 공부한 인물이었으니까.
그가 미국으로 온 것은 어느정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 미국정부탓에 독일정부가 뒤집어졌소! 외무장관을 경질시키고 금융권은 줄줄이 빠져나가난 자금에 쇼크를 받았고! 이걸 지금 오해라고 하시는거요?”
“그러니까요.”
나는 루스벨트를 흘끗 바라보았다.
루스벨트는 흥 콧웃음을 치더니 커피잔을 들었다. 나보고 대충 해결하라는 말이었다.
그래, 이제 미국은 발톱을 감추지 않는다.
“애초에 독일투자공사와 미국국부펀드의 자본으로 투자된 독일결제은행을 누구마음대로 국유화시킨건 언제고, 미국자본들을 다 빼가니까 그제서야 화를 내시는지.”
“독일결제은행은 결이 다르지 않소! 독일경제의 절반이상을 침식하던 대기업이었소. 독일경제를 절반이나 집어삼킨 독일결제은행을 가만히 놔두는 나라가 이상한 것이오!”
“그래요?”
나는 피식 웃음을 지었다.
미국은행들에게 공문으로 뿌려진 문서들을 집어들었다.
“저희는 절대 강제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제국이 독일결제은행을 강제로 국유화시켰으니 위험하다고 경고했을 뿐이지요. 권고문입니다. 권고문.”
강제하지 않았다고.
“미국자본이 빠져나간다면, 그것은 독일제국의 잘못이지, 저희 잘못은 아닐겁니다.”
“궤변이 따로없군! 그 미국재무부가 권고하는 권고를 권고로 받아들일 사람은 적어도 뉴욕엔 없다고 알고있는데도 시치미를 뚝뗄 생각이오!”
“그러니까 말씀드렸잖습니까.”
탁.
나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렸다.
“오해라고.”
백악관의 분위기가 돌변했다.
루스벨트는 여전히 찻잔을 들고있었지만, 죽일듯한 눈빛으로 독일대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입가에 미소를 띄운체, 독일대사를 바라보았다.
“오해? 아까부터 대체 무엇이 오해라는것이오?”
치머만은 주춤 물러섰다.
어째 독일제국이 원하던 반응이 아니었고, 오히려 중립국따위 집어치운 불곰 두마리가 앉아있자, 당황해버렸다.
나는 콜라잔을 집어들었다.
치익-
“독일대사께선 옳게 보셨습니다.”
“그러니까 대체 무엇을 말이오!”
“독일제국을 공격하려는 의도가 맞다는 말입니다. 독일결제은행을 합병한 ‘만행’을 저희는 복수한 것이라고요.”
“……!!!”
“미국과 국부펀드가 X으로 보이십니까?”
싸늘해진 내 얼굴.
그리고 새하얘진 치머만의 얼굴.
커피잔을 들고 고요히 불타오르는 루스벨트라는 불곰. 세박자가 맞아떨어지자, 백악관의 분위기는 매섭게 바뀌었다.
“치머만 대사님.”
“……왜 그러십니까.”
어느새 존댓말로 바뀐 어투.
나는 덤덤하게 읊었다.
“저희 미국은 자유주의 이전에 자본주의 국가입니다. 독일제국과는 다르게 돈에 목숨을 거는 인간들이지요. 그대들에게 군대가 있다면, 저희에겐 돈이 있습니다.”
너네들.
우리들의 역린을 건드렸다고.
“그러니, 좋은말로 말씀드릴때 댁으로 돌아가셔서 발닦고 편안히 주무시길 바랍니다. 당신을 위해서도, 당신의 조국을 위해서도.”
창백해진 치머만.
절대로 내말의 뜻을 이해못할 독일대사가 아니었다.
“이정도면 알아들으셨습니까?”
미국이란 거인은.
고립주의란 허물따위, 벗어던진지 오래였다.
***
“꽤 강경하게 밀어붙이던데, 요즘 갱년기라 지리는줄 알았네.”
독일대사가 떠난뒤.
백악관에는 나와 루스벨트만이 남아있었다.
루스벨트는 사타구니쪽 바지천을 툭툭 건드리면서 냉소했다. 전세계를 찢는 테디가 갱년기라니 헛웃음이 터져나왔다.
구라도 구라같은 구라를 쳐야지.
“뭐, 독일제국을 압박하려면 지금이 최적기입니다.”
“그래?”
“예? 예전에 국무장관과 합의했다고 말씀드리지 않았습니까.”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루스벨트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더니, 커피잔을 들었다.
“요즘 나도 나름대로 일이 많아서 일일히 기억하기가 힘들어. 중요한건 백악관 비서실의 비서실장에게 물어보면 알고 있겠지.”
3선문제인가?
그렇다면 이해는 가는데…묘하게 이질적인 분위기였지만, 함부로 묻기도 애매했다.
개인적인 용무라면 실례일수도 있었으니까.
“그렇군요.”
“뭐, 그렇지.”
“아무튼 독일제국은 이번전쟁에서 일단 남부공세종말점의 가닥을 잡은 것 같습니다. 우크라이나 동부를 돌파해 아제르바이잔까지 러쉬를 달리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가 뚫렸군.”
“식량, 석탄, 원자재까지 수급이 가능해졌습니다.”
사실 이렇게까지 강군일줄은 몰랐다.
하지만 나와 루스벨트는 덤덤했다. 별로 상관없었으니까.
“아제르바이잔까지 점령하면 석유까지 얻는군.”
“하지만 독일제국군은 아제르바이잔까지 러쉬를 달리기위해 차리친을 무시하고 달리고 있습니다. 게다가 우크라이나 돌파로 크림반도를 포위해버렸고요.”
“왕립해군이 그쪽으로 가고 있다고는 들었네만…”
“독일 잠수함들이 흑해에 떼거지로 몰려있으니 불가능할겁니다.”
“그렇겠지.”
“그보다 차리친입니다.”
차리친.
독일제국군이 이곳을 무시하고 달리고 있었지만, 그래선 안되는 지역이었다.
이번 IMF 구제금융으로 러시아제국이 우크라이나 공업화를 위해 만든 공업화 전초기지가 차리친이었으니까.
차리친 공업도시를 볼가강이 관통해 카스피해까지 이어진 요충지였다.
“공업지대를 개발중인 이곳을 점령당하면 러시아제국도 타격이 크겠지만, 반대로 이곳을 점령하지 못하면, 독일제국군에겐 옆구리를 찔릴 비수가 될겁니다.”
“크림반도와 아제르바이잔을 점령하기 위한 독일군의 도박수로군.”
“그렇죠.”
차리친은 우리에게도 익숙한 장소였다.
역사적으로 특히 소련에게 제일 중요했던 장소 중에 한곳. 어쩌면 소련에게 제일 중요한 땅일지도 몰랐을 장소였으니까.
“독일제국군은 차리친을 점령하지 않은 대가를 반드시 치루게 될 것입니다.”
스탈린그라드.
소련 시기, 강철의 대원수 스탈린에게 이런 이름으로 불리던 지역이었다.
***
“치머만 독일대사가 본국으로 소환되었습니다.”
며칠뒤.
미국재무부로 독일대사의 소식이 전해졌다.
치머만을 통해 독일외무부로 미국의 의중이 ‘확실하게’ 전달되었고, 치머만은 곧바로 본국으로 소환당했다.
하지만 독일제국은 치머만을 경질시키거나 책임을 묻기위해 소환한 것이 아니었다.
“그리고 독일정부는 차기외무장관으로 치머만을 지명했습니다. 독일정부는 미국정치에 정통한 치머만에게 외무장관직을 줌으로서 미국과 조율하고 싶어하는 것 같았습니다.”
“미국참전을 극렬하게 꺼린다는 말로 들리는군.”
“정확합니다.”
독일외무부는 몸부림을 치며 발악했다.
제임스는 독일정부에서 날아온 전보들을 꺼내들었다. 서류들은 뭉텅이로 있었지만, 제임스가 다 쳐내고 중요한 서류들만 내놓았다.
“독일정부에서 국부펀드와 독일투자공사에게 독일결제은행 국유화에 대한 보상금을 논의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이빨 꽉 깨물었습니다.”
“보상안이라….대충 어떤데.”
“일단 독일정부 보증채권을 발행하고, 전쟁 후에 배상하겠다는 내용입니다.”
“정부보증채는 좀 쎈데?”
하지만 정부보증채는 문제의 핵심은 아니었다.
문제는 액수였지.
“액수는?”
“독일결제은행의 지분만큼 독일재무부에서 내부적으로 가치평가해 지급하겠다는 내용입니다.”
“가치평가를 독일재무부가 하겠다고?”
“예.”
나는 픽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애초에 독일경제의 절반이상을 틀어쥔 독일결제은행이란 작은제국을 정부보증채로 지급한다는 말부터 이상했어. 후려치겠다는 말이네.”
“예, 저도 독일정부가 제값을 치루지 않을 것같습니다.”
독일재무부가 아니라 미국재무부가 가치평가를 하거나 미-독합동조사팀이 회계감사를 진행해 면밀하게 뜯어봐야했다.
하지만 독일결제은행은 서독경제권을 독점한 대형은행체제. 이것을 독일정부가 배상할 수 있을리가 없잖는가.
사실상 독일결제은행 국유화로 경제적인 서독정부를 인수한 셈이나 다름없었다.
“개자식들.”
“하지만 정부보증채를 들고나왔으니, 아예 보상할 생각이 없진 않아보입니다. 게다가 해당 보상계획안에 슐리펜 참모총장이 서명했습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입에 거짓말을 담지않는 인물로 유명합니다.”
“흠.”
이미 늦었다.
애초에 루스벨트행정부의 미국은 참전할 기세로 밀어붙였다. 독일정부는 지금 독일결제은행의 존재감이 하도 크다보니, 진짜로 미국정부가 독일결제은행건으로 화났는지 아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독일결제은행을 국유화당해서 기분 나쁘지 않았다.
‘오히려 좋았지.’
스스로 명분을 만들어주는 독일제국에게 팔 걷어붙이고 그랜절이라도 올리고 싶을정도였다.
아무래도 역사적으로 자폭하는 독일정부는 전통인가보다.
“어차피 독일제국은 우리랑 전쟁할수밖에 없어.”
“예?”
제임스는 내말에 고개를 갸웃했다.
“그개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대로 독일제국이 아제르바이잔까지 밀고내려가면, 어차피 미군이랑 마주칠수밖에 없다고.”
아제르바이잔.
중동과 아프리카, 유럽대륙의 경계선에 위치한 국가들의 위치를 정확하게 아는 사람들은 별로 없었다. 심지어 외무부 내부에서도 말이다.
하지만 나는 아제르바이잔 부근을 정확히 알수밖에 없었다.
그 부근은 발칸반도와 함께 현대에서도 제노사이드(인종청소)가 펼쳐지는 지역이었으니까.
“아르메니아 대학살은 들어본적이 없겠지.”
“아르메니아 대학살….들어본것 같기도 하고 아닌것 같기도 하고. 가물가물하군요.”
“아르메니아는 아제르바이잔 옆에 있는 지역이다. 그리고 오스만제국의 아르메니안 민족주의자들의 견제로 인해 아르메니아인 수십만이 학살당했지.”
동아르메니안은 러시아제국령.
서아르메니안은 오스만제국령.
종교가 다르다.
민족주의자들도 발호했다.
단 두가지 이유만으로 인종청소가 벌어질 조건은 충족되었다. 아르메니아에선 19세기말부터 대학살이 벌어졌다.
40만-100만이 살해당했다.
하지만 별로 스포트라이트는 받지 못했다.
“한마디로 정치관계고, 민족관계고, 외교관계가 지독하게 꼬여있는 분쟁지역이라고.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오스만제국의 국경부대와 러시아제국군이 교전하고 있는 지역이기도 하고.
오스만 공황.
세계대전의 시작부터 오스만제국이 분열되자, 러시아제국은 범슬라브주의를 들고 일어서 오스만제국을 두드려패기 시작했다.
오스만령 서아르메니아를 집어삼켜 이웃지역인 아제르바이잔을 안정시키고, 최종적으로 콘스탄티노플을 공세종말점으로 보고 있었다.
“하지만 도련님, 그건 러시아제국과 오스만제국의 이해관계가 얽힌 지역 아닙니까. 툭까놓고 저희가 가진 바쿠유전 대주주지분을 제외하면 별로 얽힐일이 없습니다.”
우리일 아니잖아.
게다가 러시아제국의 유전지대가 분쟁으로 얼룩지면 오히려 미국입장에선 땡큐긴 했다.
하지만 지정학적 위치라는게 그렇게 간단하게 끝날 일이 아니었다.
“제임스. 앞으로 지도공부 좀 더 해야겠네.”
“예, 예?”
촤륵-
나는 피식 웃고는 중동지도를 펼쳐들었다.
“현재 아제르바이잔은 북아제르바이잔과 남아제르바이잔으로 나뉘어있다.”
“그, 그랬습니까?”
“뭐, 자세히 아는 사람은 별로 없지. 이곳에 관심가질만한 사람은 영국밖엔 없으니까.”
그레이트게임.
러사아제국의 남하정책을 억제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견제한 영국이 아니라면, 이시기에 중동의 지리는 보통 잘 모른다.
“북아제르바이잔은 러시아제국령이다. 바쿠유전이 이곳에 존재하지.”
“그럼 남아제르바이잔은…..”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란령이다.”
주이란미군.
IMF 임시통치령과 이란을 보호하게 위해 파병된 미육군과 드레드노트 대백색함대 중 ‘인도양함대’가 총집결한 미군사령부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