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41)
“음…”
백악관.
루스벨트와 나는 쇼파에 마주앉아있었다. 별일도 없었고, 오늘 하루는 조용하게 흘러갔다.
오늘은 결코 조용하게 흘러가선 안되는 날이었지만 말이다.
달그락.
콜라잔을 내려놓았다.
“안오네요.”
중남미대륙의 국가들.
사실 미국이 중미국가들 아래로는 건드리는 빈도가 줄어드는 것은 사실이다. 미국안보에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국가들은 중미에 집중포진되어 있었다.
하지만 남미대륙의 국가들이 미국을 호구로 생각하고 있을줄은 장말 상상도 못했다.
“우리를 아직도 호구로 보고 았나보지.”
치익-
루스벨트는 덤덤하게 시가를 태웠다.
불곰은 이제 남미대륙을 포기한듯 보였다. 저놈들이 뭐를 지지고볶든 이제부턴 주먹으로 대화할 시점이으니.
“제법 현대인이 되었다고 생각하던 차에, 20세기들어서 함포외교를 하게될 줄이야. 나도 함포외교를 하고 싶진 않았다고.”
루스벨트는 후 연기를 뿜어냈다.
울긋불긋 튀어나온 팔뚝의 근육이 참으로 위협적이다. 가끔 내 눈앞에 앉아있는 사람이 대통령인지 불곰인지 햇갈릴 때가 많다.
해외의 열강들에게도 미국이 저런식으로 보일까.
‘제발 그랬으면 좋겠네.’
치이익-
식도로 콜라를 들이부었다.
“오늘내로 남미대륙의 대사들이 올라오지 않으면, 곧바로 특수작전을 개시하겠습니다.”
“그래, 재무부에게 드레드노트 3대를 배정한건 이런 이유 때문이라고.”
허허.
루스벨트는 만족했다.
“뭐, IMF 임시통치령을 위해 재무부에게 배정해준 드레드노트가 남미대륙에 함포외교를 하게될 줄은 몰랐지만.”
“뭐, 필요성에 따른 용도변경이죠.”
“아참. 모건.”
루스벨트는 나를 붙들었다.
“자네 전차라는 신무기까지 투입할 생각은 아니지? 유럽대륙에 깜짝쇼를 해주고 싶은데, 남미대륙에서 먼저 까면 재미없을 것 같아서 말이야.”
“일단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니, 수송함에 실어 관타나모항에 가져다놓았습니다.”
“그래?”
“그래도 최대한 숨겨볼 생각입니다.”
독일놈들이 괜히 먼저보고 혹시라도 기술력으로 메꿔버리면 답도 없었다. 이번 전쟁에서 전차는 전략적으로도 전술적으로도 폭풍처럼 몰아붙이는 성격을 띄어야한다.
기동성 뿐만이 아니라 아예 심리를 위축시켜야한다.
“뭐, 자네가 알아서 잘 하겠지.”
나와 루스벨트의 공존방식.
각자 역할분담을 확실하게 나눠서 서로의 영역에는 침범하지 않는다. 나는 재무부와 직접적인 연결을 가진 업무를 핵심으로 보되, 전쟁성의 업무도 필요할 땐 본다.
이건 루스벨트 본인도 전쟁에 가장 관심이 높았기 때문에, 전쟁은 전 중앙부처가 공통적으로 다루는 주제였다.
국무부, 상무부, 전쟁부, 해군부, 재무부, 심지어 농무부같은 평화로워보이는 조직들도 전쟁에 대한 프로토콜을 다 보유하고 있었다.
‘루스벨트를 전쟁광이라고 하기엔 나도 그렇고, 시대도 그렇고. 그냥 이런 시대인 거겠지.’
생각해보니 안건이 하나 더 있었다.
아르헨티나가 전쟁에 휩쓸리면 전세계 곡물시장이 파동칠 우려가 있었다.
“팜파스농지가 묶일수도 있는데, 곡물수출은 어떻게 할까요.”
팜파스농지.
아르헨티나의 대규모 곡창지대로 세계 3대 곡창지대 중 한곳으로 꼽히는 지역이다.
곡물수출에 지장이 생길수도 있는 일이었다.
“일단 아르헨티나발 곡물가가 올라가면, 그때 닫는걸로 하지. 선제적인 조치로 곡물가정책을 취하지 않아도, 미국경제력은 충분히 버텨줄테니.”
“하긴 중부대평원에서 쏟아지는 곡물들만 해도 자급자족은 일도 아니죠.”
사실 미국 걱정은 없었다.
전세계 곡물메이저들은 대부분 미국법인이었으니까.
“미국은 말입니다.”
하지만 전세계는 어떨까.
전쟁으로 요동치고 공황으로 맛이 가버린 우리 유럽친구들은 과온 견딜 수 있을까.
“다만 심각하게 고민할 문제는 아닙니다. 최근 카길에서 중국시장과 일본시장을 개척했기에, 중국산 곡물로 메우면 충분하지 않겠습니까.”
대륙의 기상을 나는 얕보지 않는다.
드넓은 대평야가 미국에만 있지는 않았으니까. 다만, 동양권에선 쌀생산량이 많다는 점은 감안해야한다.
“뭐, 어떻게든 될 겁니다. 영국은 인도시장에서 곡물수입을 할테고, 프랑스는…..”
흠.
눈물없이 얘기할 수 없는 얘기다.
“뭐….전쟁으로 황폐화되고, 인력도 갈려나가고, 공황으로 터지긴 했지만, 유럽대륙에서 농업으로 꽤 괜찮은 국가 아닙니까.”
“뭐, 상관없네.”
탁.
루스벨트는 먹던 커피잔을 내려놓았다.
요즘 피곤할때마다 커피를 들이붓는 불곰의 모습은 조금 이질적이었다.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수도를 점령하면 얘기는 간단해질테니까.”
씨익-
루스벨트는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근데 멕시코 대사는 왜 안오는거야?”
***
“평화롭네요.”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방면 해안경비대.
드레드노트를 끌고나온 해안경비대 제1함대는 리우데자네이루 해상에 머무르며 해안가를 관찰하고 있었다.
물론 브라질정부도 머리가 꽃밭이진 않아서 대피령을 내리고 군대가 해안가를 점거한 상태였다.
다만 항구에 대한 사보타주도 없었고, 브라질군대가 주둔하고 있었다.
“브라질해군도 만만치 않군.”
꽤 많아보이는 군함.
쌍안경으로 브라질 해군전력을 눈에담은 함대제독이 중얼거렸다. 드레드노트급은 존재하지 않았지만, 영국제 군함들이 곳곳에 포진되어 있었다.
“드레드노트는 아니더라도 전드레드노트급은 한두대 보입니다.”
“그럴만하지. 브라질 해안가에 주둔해 있던 해군이란 해군을 다 싹싹 쓸어와서 수도를 방위하는거니까.”
브라질이 생각보다 대국이었다.
해경제독뿐만 아니라 해경장교들도 예상보다 단단한 브라질해군의 병력에 감탄하고 있었다.
“브라질이 이정도면 아르헨티나는 더 심하겠어.”
부에노스아이레스.
아르헨티나 수도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고 있겠지. 아르헨티나 국력에 맞춰, 그쪽에는 드레드노트가 두척이나 따라붙었다.
드레드노트는 3척 다 끌고 내려왔다.
해안경비대가 출전한 동안은 대백색함대가 미국본토 해상방위를 책임져줄 테니까.
째깍째깍.
회중시계가 규칙적으로 초침소리를 내었다.
“제독, 곧 시간입니다.”
5일차.
전쟁까지 임박한 상황.
전운이 맴도는 리우데자네이루 해역에서 각 함대들은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 제독은 가만히 창밖을 내다보고 있었다.
“일단 시간이 지나도 30분정도 기다린다.”
달칵-
해안경비대 제독.
엄중한 표정의 제독은 회중시계를 책상으로 꺼낸체, 뚜껑을 열어두었다.
“선제공격을 기다린다. 브라질해군이 먼저 공격하게 공포탄을 통해 유도하도록.”
“명분이군요.”
“백악관에서 요청한 사항이다. 30분동안 브라질해군이 침묵하면, 어쩔 수 없지. 그땐 드레드노트 화력으로 밀어붙여서 리우데자네이루 해안가를 불바다로 만든-.”
쾅-!
한차례 폭발음.
제독은 눈을 부릅뜨고 지시를 외쳤다.
“선회!!!”
쾅! 쾅! 콰앙! 콰콰쾅-!
아어서 연쇄적으로 쏟아지는 포격음.
참모장교들은 갑작스러운 폭발음에 창밖을 향해 우르르 달라붙었다.
“브라질놈들, 아직 시간도 안됐는데 쏴재꼈어!”
쾅-
해경제독은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
집중포화를 받은 드레드노트의 호위함대에서 검은 연기가 뿜어져나왔다. 다만, 떡장갑으로 떡칠된 드레드노트의 주요시설들은 무사해보였다.
내부도 별다른 잡음은 없어보였다.
무엇보다도 드레드노트는 호위함대가 피격당할 동안, 특유의 빠른 속력으로 기민하게 기동해 포격을 최대한 피했다.
쾅-
해경장교가 문을 열고 밖으로 튀어나왔다.
“제독님, 브라질해군의 일제사격으로 호위함대에 몇발 착탄했습니다. 드레드노트까진 닿지도 않았습니다.”
“별 타격은 없어보이는군.”
“예. 구축함 기준으로 착탄지점들이 대부분 빗나갔으니, 일단 치명상은 아닙니다.”
와그작-
그럼에도 브라질해군의 기습에 기분이 있는대로 나빠진 제독은 들고있던 작전용지를 악력으로 꾸겨버렸다.
쾅-
제독은 문을 거칠게 열고 함교로 돌아갔다.
거친 문소리가 들리자, 함교엔 이미 장교들이 각잡고 제독을 향해 서있었다.
“기습공격은 언제나 있어왔다.”
해안경비대에게 기습공격은 일상이었다.
다만, 해안경비대가 주요상대하던 해적들이나 밀수꾼들은 민간선박을 개조한 무장상선이었고, 브라질해군의 군함이라는 차이점이 있었다.
둘의 차이점은 함포사정거리에서부터 체감될만큼 크긴 했지만, 기습자체는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악랄함으로 따지자면, 민간상선들이 더 악랄했으니까.
“국토안보를 위한 자위권을 행사하기 위해 파병된 해안경비대를 브라질해군이 기습공격했으니, 미국은 선제공격을 받았다.”
최소한의 명분은 얻었다.
치머만 전보 자체가 자위권을 위한 명분이지만, 브라질해군의 기습공격으로 더 확고한 전쟁명분을 얻었다.
“지금 이시간을 기해 교전태세에 들어간다.”
남미대륙은 테스트베드다.
현 미국 해안경비대의 자위권 행사는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시행되고 있었고, 의회가 묵인했다.
“각자 위치로!”
“예!!!”
남미대륙의 패권회수와 시간끌기.
미국의회에서는 남미대륙에서 해안경비대가 ‘자위권’을 행사할동안, 대전쟁을 위한 법령을 통과시킬 예정이었다. 그동안 해안경비대는 남미대륙의 수도를 최대한 빠르게 점령한다.
제독은 싸늘하게 식은 표정으로 읊조렸다.
“죽여.”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사격시스템에 의한 일제사격.
통제된 사격에 1함대의 전체 함포는 일제히 불을 뿜었다.
쾅-! 콰앙-!
해안경비대 1함대의 일제사격.
첫사격부터 드레드노트의 긴 함포사정거리와 협차사격으로 브라질해군의 기함이 터져버렸다.
“와아아아아!!!”
“기뻐하지마라!”
텅-!
제독은 난간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우리의 목표는 리우데자네이루다.”
대규모 수송함대.
리우데자네이루의 해안선에 병력을 드랍할 수송함들을 위해 해안선을 장악해야했다.
“우리는 석유로 움직이는 신형군함이고, 저들은 석탄으로 움직이는 구형군함이다! 우리가 장갑도 훨씬 단단하고, 속도엔 압도적인 격차가 존재한단 말이다! 몸으로 뚫어!”
콰아아아-
제일 빠른 놈이 치고나간다.
드레드노트를 중심으로한 호위함대가 쾌속으로 달려나갔다. 그러면서도 함포는 해안가를 향해 조준했다.
“발사!!!”
콰콰콰콰콰콰콰콰쾅-!
일제히 함대전체의 함포가 각자의 목표물로 불을 뿜었다.
“오늘내로 브라질정부를 점령하지 못하면 너도나도 장관실에 불려가서 죽는거다!”
정신차려.
해경제독은 1함대를 채찍질하며 재촉했다.
해경사령관은 모건장관과 웃으면서 대화할 수 있을지 몰라도 자신은 아니었다.
문민통제의 최정점에 선 거물에게 깨지면 대체 어떤 기분일까.
‘하, 해경사령관에게도 깨지고, 모건장관에게도 깨지면 꽤 볼만하겠군.’
뿌득-
이마로 힘줄이 튀었다.
목에 핏대를 세우고 손가락으로 함교정면을 가리켰다.
“달려나가!!!”
타임어택.
이제부턴 레이스, 속도전이었다.
***
“이, 이럴수가.”
털썩-
리우데자네이루, 연방정부청사.
창밖에서 리우데자네이루로 쏟아지는 포격들과 수송함들에 아폰수 페나 대통령은 공포에 질렸고, 그대로 주저앉았다.
타타탕-
타타타타탕-
웬 작은 기관총을 손에든 미군들이 수송함에서 쏟아져나왔고, 브라질군을 학살하고 다녔다.
있을수 없다.
대체 왜 미군은 저런 악마같은 물건을 들고 있단 말인가. 브라질 대통령은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피부를 잡아늘였다.
“대체 내가 무슨 짓을…..”
그의 브라질.
포르투갈과 독립전쟁 이후 독립을 쟁취하고, 대통령제를 확립한 브라질 국민들의 나라가 눈앞에서 삭제되고 있었다.
“안돼…..안돼….”
쾅-! 콰앙-! 콰콰콰콰콰콰쾅-!
일정주기마다 반복되는 일제사격.
고막을 터뜨리는 소음에 귀에선 피가 흐를것만 같았고, 쉘쇼크라도 당한듯 브라질 대통령은 정신이 혼미해졌다.
경호원들이 달려와 부축했지만 그대로 뿌리쳤다.
“안돼애애애애!!!!”
선택은 순간이었다.
그의 때늦은 절규가 리우데자네이루에 울려퍼졌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