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5)
나는 웰스파고의 테비스 회장로부터 받은 서신을 가지고 월스트리트의 사무실로 복귀했다.
서신에는 홀트제조회사의 대출과 채권들, 그리고 주식들을 종합세트로 확보했다고 적혀있었으니, 이제 그를 만나러 가는 일만 남았다.
“제임스. 캘리포니아까지 열차타고 갈건데, 아버지께 시범운행이든 뭐든 좋으니 BNSF 열차 티켓 좀 얻어주게.”
“네. 아마 얻는건 어렵지 않을 겁니다.”
벤자민 홀트.
이번 기회에 무한궤도를 최초로 상용화시킨 이 인물과 홀트제조회사에 투자할 수 있다면 최상이다.
물론 특허는 벤자민 본인이 아닌 회사에 귀속시켜야하겠지만 말이다.
“도련님, 회장님께서 BNSF 급행열차의 특실로 마련해주셨습니다.”
“BNSF에 급행이 있었나?”
“아니요. 원래 계획에는 없었는데, 도련님의 제안에서 아이디어를 얻으신 것 같습니다.”
“하긴, 급행열차는 선로만 손보면 되니 쉽겠지. BNSF에 소속된 철도만 몇 갠데.”
아마 손쉬울 일일 것이다.
순간 머릿속으로 오리엔트 급행이 떠올랐지만, 머릿속으로 지웠다. 알아서 잘 하시겠지. 나는 철도회사보단 내 할 일에 집중하면 된다.
“잠깐.”
“네?”
“……BNSF. 그거 화물철도 아니었나? 왜 여객철도처럼 급행이 있는건데? 너무 자연스러워서 넘어갈 뻔했군.”
물론, 화물철도에서 여객을 바란 나도 잘못이었다. 하지만 화물철도에 며칠만에 급행열차를 짠하고 만든 모건 회장은 도대체 뭐하는 사람이지?
“남아도는 선로가 너무 많답니다. 처리를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여객철도로 선회하셨다는데요.”
“그럼 차량은? 여객과 화물은 차량이 다르잖나?”
“…….예?”
제임스가 괴랄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모건 회장님인데요?”
“아.”
나는 이마를 쳤다.
모건 회장정도의 재력이라면 차량이 뭐냐 여객철도회사들을 구매하고도 남았다. 돈이 헤픈 사람은 아니지만, 투자할 땐 투자하는 사람이지.
그보다 철도 하니까 생각났다.
“제임스, 신설한 철도펀드에 사람은 많이 모였나?”
철도펀드를 공모한지 벌써 한 달이 넘어가고 있었다. 우선매수청구권 덕분에 초반엔 청소기 빨아들이듯 투자자들을 빨아들였지만, 지금은 어떤지 모르겠네.
일단 헤지펀드의 알파이자 오메가. 롱숏전략으로 공매도펀드와 함께 운용하고 있었다.
‘그동안 학교생활과 병행하느라 시스템만 만들어놓고 신경쓰질 못하고 있었네.’
“총액 7천만 달러입니다. 아마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라면 철도펀드나 공매도펀드 중 하나는 꼭 가입하지 않았을까요.”
“그 정도인가?”
“…..도련님이 제안하신 롱숏전략. 엄청난 전략입니다. 그 수익률을 보고 투자자들이 몰려들고 있습니다.”
제임스는 주섬주섬 수익률 그래프가 그려진 보고서를 꺼내들어 내게 건네주었다.
나는 보고서를 보고 눈을 비볐다.
‘한 달 동안 수익률이 50%? 오류인가?’
음.
하긴 철도업계의 빅4로 불리는 대륙철도들의 주식을 우선매수청구권으로 싸게 얻은데다, 내부자정보로 거래하는데 아직 불법이 아니니 가능한 수치이긴 했다.
‘야수의 심장으로 가득한 19세기말 주식시장을 얕보고 있었군.’
“제임스, 당분간 철도펀드와 공매도펀드의 수익률을 월스트리트저널에 공시하게.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지.”
“네, 찰스 다우 사장에게 말해놓겠습니다.”
나는 외투를 집어들었다.
“이정도면 철도펀드나 철도회사나 다 잘 돌아가는 것 같군. 일단 캘리포니아로 가지.”
***
“…..음.”
달그락.
어색한 자세로 찻잔을 들어 입술을 축였다. 분명 BNSF 급행으로 캘리포니아에 가려고 했는데, 예상치 못한 손님이 찾아왔다.
눈앞에 앉아있는 건장한 중년남성은 싸늘한 눈빛으로 나를 노려보고 있었다.
“벤자민 홀트 씨?”
“맞네만.”
“그, 헤지펀드 본사엔 어쩐 일로 오셨습니까?”
캘리포니아에서 뉴욕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었을 텐데, 이정도면 거의 웰스파고가 대출, 채권, 주식을 인수하자마자 나한테 날아온 거 아닌가?
벤자민 홀트는 헛웃음을 터뜨렸다.
“어쩐일로 오셨냐니. 그야 자네가 더 잘 알겠지. 캘리포니아의 은행들에 들렸더니, 웬걸 자네가 다 인수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하는게 아닌가.”
“……그렇군요.”
이 인간, 원 역사에서도 특허소송에 목을 매던 인간이다. 이런 류의 일은 칼같이 다룬단 말이지. 게다가 서부개척의 핏줄이라 그런지 말도 그냥 돌직구였다.
“뭐, 사실 저도 홀트 씨를 만나기 위해 막 나가려던 참이었습니다. 이 급행열차 티켓으로 말이죠.”
나는 티켓을 팔랑거렸다.
“자네가 이렇게까지 해서 원하는 게 뭐지?”
“그야 홀트제조회사입니다. 정확히 말하자면 벤자민 홀트씨 당신을 말이죠.”
“나를 말인가?”
“시치미 떼지 마시죠. 홀트제조회사의 메인 엔지니어가 당신이라는 사실은 이미 조사완료했습니다.”
“흠….그렇단 말이지.”
벤자민 홀트는 턱수염을 쓸어내렸다.
“회사가 아닌 나를 콕 찍어서 말하는 걸 보니, 마치 내게 뭔가 만들어주길 원하는 것 같군.”
“!”
‘오픈하는게 나한테 유리한가?’
순간적으로 머리가 빠르게 회전했다.
어쩌면 벤자민 홀트에게 무한궤도를 개발해줬으면 한다고 말하는게 협상에서 더 유리할지도 모른다.
당장 벤자민 홀트에게 그 기술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훗날 개발한다는 역사만이 있을 뿐. 지금도 무한궤도에 대한 특허는 이미 전세계적으로 100여개가 넘어가고 있었으니까.
물론 전부 상용화엔 실패했지만.
결국 개발에 성공하는 것은 20세기 초의 홀트 뿐이다.
그리고 나는 그 시기를 좀 더 당겨올 심산이었다.
“무한궤도입니다. 크롤러형 트랙터라고 말씀드려야 더 정확할까요?”
“……!!!”
벤자민 홀트는 자신만의 비밀일기라도 들킨 듯, 눈을 부릅뜨고 나를 노려보았다.
아직 벤자민 홀트가 본격적인 무한궤도 개발에 착수하지 않은 시점인 만큼 그의 머릿속에만 있는 계획이었을 터.
“혹시 형님에게 들었나? 아니, 아니군. 형님은 나보다 비즈니스에 철저하니 말해줄 리가 없지. 그럼 어떻게?”
“최근 유럽쪽에서 무한궤도에 대한 자료들을 모으러 다니신다는 정보를 얻었습니다.”
“나에 대한 정보? 자네 내 뒤를 캐고 다녔나?”
“아, 오해하지는 말아주세요. 당신의 뒷조사를 한 게 아니라 무한궤도를 알아보려다 알아낸 사실입니다.”
사실 21세기 역사서에서 조사했을 거란 사실은 꿈에도 모르겠지.
“자세한 내용은 투자를 받으시면 말씀드리겠습니다. 물론 벤자민 홀트씨가 이 회사에 특허를 귀속한다는 조건 하에 말입니다.”
“귀속이라.”
“단, 수수료는 챙겨드리겠습니다. 물론, 특허구매에 필요한 자금, 연구에 필요한 공학설비와 자금, 산학협력의 인맥들까지 제가 다 주선해드릴 수 있고요. 일단, 저도 모건하우스의 일원이라서요.”
“……!!!”
벤자민 홀트는 눈을 부릅떴다. 그는 얼마나 당황했는지, 입에 물고 있던 시가를 땅에 툭 떨어뜨렸다. 그는 내가 모건 가문이란 사실을 모르는 눈치였다.
‘아, 캘리포니아엔 디트로이트 모건이나 헤지펀드에 대한 기사가 나지 않은 건가?’
“모르셨습니까?”
“아, 아니. 자네가 월가의 영웅이라 불리는 헤지펀드의 헤드라는 것과 디트로이트라는 이름까진 알았는데 성이 모건일 줄은 상상도 못했군.”
예상치 못한 곳에서 첫인상은 좋게 만들었다.
벤자민 홀트는 새로운 시가를 꺼내물고 팔짱을 끼었다. 한참을 그렇게 장고하더니, 이내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시선은 많이 누그러져있었다.
“혹시 연구시설이라는게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까?”
‘아.’
천상 공돌이구나.
방금 한마디로 벤자민 홀트란 인간의 유형을 알아챘다. 투자하겠다는 투자자에게 금액보다 먼저 연구시설을 물어본다면 십중팔구 공돌이다.
21세기 실리콘벨리에서 많이 경험해본 유형이라 잘 알고 있었다.
‘이거…..숨기지 않고 다 오픈하는게 훨씬 낫겠네.’
나는 흉중에 숨기고 있던 비장의 무기들을 아끼지 않고 다 꺼내들었다.
“저희 헤지펀드에선 JP모건은행으로부터 인터내셔널 하베스트 농기계 트러스트도 인수해 보유하고 있습니다. 농기계 관련한 기술들은 아마 산처럼 쌓여있을 겁니다. 다 오픈 해드릴 테니, 사용하셔도 됩니다.”
“…..!!!”
벤자민 홀트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이야, 눈이 반짝반짝해지네.
조금만 더 부추겨볼까?
“그에 더해 DWM의 북미사업권을 가지고 있는데다 기술공유까지 하고 있어 독일제국의 기술력들을 다수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것들도 원하신다면 역시 다 사용하셔도 됩니다.”
“DEAL.”
게임 끝.
독일제국의 기술력이란 말에 벤자민 홀트의 눈이 완전 돌아갔다. 그의 심연에서 공돌이의 광기가 느껴졌다.
나는 짐짓 순진한 얼굴로 물었다.
“벌써요? 계약서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셔도 됩니까? 저는 하루종일 계약서 조건으로 씨름할 각오하고 왔습니다만.”
“오, 젠장. 다 집어치우고 계약서나 내놓게.”
약빨이 너무 잘받았는지, 홀트의 손이 마약의 금단증상 마냥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현기증 나니까.”
그렇게 나는 공밀레, 아니 공돌이 1호를 수중에 넣었다.
***
“괜찮으시겠습니까? 주식을 저희가 다 인수해도.”
계약서에 싸인은 빠르게 끝났다.
홀트제조회사의 대출과 채권을 전부 청산하고, 연구비용 투자를 조건으로 식 100%를 내가 소유하게 되었다.
사실 잘 안풀릴 떈 한 41%만 받고, 웰스파고를 통해 받은 지분 10%를 합쳐 51%의 의결권을 행사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는데.
어이없게 쉽게 끝났다.
“주식 따위 가지고 있어서 뭐하나? 머리만 아프지. 어차피 스톡옵션 조건도 있고, 회사에 귀속되긴 해도 특허에 대한 수수료도 받을 수 있으니 최상이군. 천국이야.”
“하하.”
“솔직히 돈 걱정없이 연구만 실컷 해보는게 꿈이었는데, 자네 덕분에 이루어졌군. 헤지펀드에 돈이 모자를 거라곤 생각되지 않으니 말일세. 게다가 모건하우스잖아?”
“돈 걱정은 일체 안하셔도 됩니다.”
“Excellent.”
‘당신 성공하는건 미래에서 보고 왔으니까.’
그리고 공돌이가 가장 좋아하는 게 뭔지도 잘 알지. 필요한 거 있으면 말해. 워너비 연구실을 말해주면 다 마련해드릴게.
“근데 자네가 내게 DWM을 소개해줬다는 뜻은 군수산업에도 흥미있다는 의미인가?”
“맞습니다.”
“무한궤도 트랙터를 군수산업에 쓴다라. 수송관련으로 쓴다면 최적이겠군.”
칙-
홀트는 시가를 꺼내물었다.
“우리 홀트제조회사에선 이미 증기기관으로 움직이는 트랙터를 개발해놓았네. 뻘에서 말로 야포를 운반하는 것보다야 무한궤도를 장착한 증기기관 트랙터로 운반하는게 더 낫겠지.”
홀트의 안목은 정확했다.
제 1차 세계대전에서 홀트 트랙터가 전차의 전신이 된 건 사실이지만, 사실, 야포운반 등 수송관련으로 더 많이 쓰였다.
연합군에서 구매한 홀트 트랙터의 차량대수만 1만대가 넘어갔으니까.
“물론 수송관련으로 팔 생각도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무한궤도를 원하는건 다른 이유가 있습니다.”
“다른 이유?”
나는 상체를 당겼다.
이제 본론이었다.
“혹시 전차라고 들어보셨습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