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51)
“일단 미국병사들이 참전한 이상, 생환율부터 높여야합니다. 미국재무부는 상무부와 손을 잡고 이를 이행해야할 의무가 있고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미국참전이 확실시된 이후, 국가보안법으로 통과된 법령에 따라 백악관에는 국가안전보장회의기 설치되었고, 전쟁부와 해군부는 공군부까지 흡수해 국방부로 일괄적으로 통합되었다.
“국방부는 바쁜 모양이더군.”
국방부는 현재 통합절차에 행정인력들을 갈아넣는 중이었다. 기존에도 전쟁부와 해군부의 영역이 명확하게 나뉘어있었던만큼, 의외로 합치는것은 어렵지 않았다.
문제는 서로 겹치는 분야나 통합운영해야할 분야. 이 둘에서 잡음이 생기고 있었지만, 유의해야할만한 물건은 아니었다
“그래도 회의는 나와야지.”
“예, 첫번째 국가안전보장회의인데 제가 나오지 않으면 앞으로의 미래가 어두워지지 않겠습니까.”
새롭게 국방부장관으로 영전된 인물은 기존의 전쟁장관. 하는일이 많아져 얼굴엔 판다처럼 다크서클이 내려왔지만, 얼굴은 밝아보였다.
일단 국방부총괄이라 전쟁부보단 기본체급부터가 달라졌으니까.
단숨에 공화당 중진으로 알을 박은 셈이다.
“국가보안법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으려면 좀 바빠도 희생해야지요.”
그러면서도 해군장관출신인 안보보좌관을 흘끗 쳐다보았다. 오늘 국방부장관이 참석하지 않았으면 안보보좌관의 얼굴에 대놓고 먹칠을 하는 셈이었으니까.
다행히 참석한 이상 서로 얼굴 붉힐일은 없었다.
“그보다 안건이 좀 의외인데?”
대통령은 적당히 잡담을 끊었다.
대신 국가안전보장회의에 올라온 재무부의 안건을 들춰보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의 참석자들도 서류철을 읽기 시작했다.
오늘 회의의 참관인으로 상무부장관을 소환시켰다.
“모건, 이건 전쟁관련사안이긴 하지만, 국가안전보장회의에서 할만한 주제는 아니지 않나? 솔직히 보건이 해봤자 얼마나 중요하다고….”
“일단 대통령님, 오해부터 잡고 넘어가겠습니다.”
아직 전쟁관료들은 전쟁이 제대로 안터져서 안일하게 생각하고 있었다.
보건복지제도가 전쟁중인 혹은 전쟁이후의 국가에서 대체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지 말이다.
“보건복지, 특히 보건제도는 확실하게 중대사안으로 전쟁관련 사안임에 동시에 제일 핵심적으로 다뤄져야하는 안건이 확실합니다.”
“흠….”
루스벨트는 영 회의적으로 보였다.
하지만 그럴만도 한게 아직 19세기가 끝난지 얼마되지도 않은 시점이었다. 의료체계에 대해선 현대의료시스템과 비교했을때 원시적인 수준에서 아장거리고 있었다.
마약으로 감기치료하는 세대에게 보건복지가 얼마나 하찮게 느껴지는지 모르지 않는다.
‘앞으로 사람이 무수히 죽어나갈거다.’
미서전쟁에서 한번 기관총이란 믹서기에 갈린적은 있었지만, 이후에 대승으로 흐지부지되어버렸다. 애초에 루스벨트부터가 별로 보건복지에 관심이 없었다.
물론 신경은 쓰지만 주요의제로 할만한 의지는 없었다.
“이건 기회입니다.”
“기회?”
루스벨트는 의심쩍은 표정을 지었다.
사실 그럴수밖에 없다.
일반인들은 보통 의료시스템의 필요성을 절감할 수 없었으니까. 애초에 현대의 인류조차도 의료시스템에 대해 체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그들이 언제 의료시스템을 인지할까?
그건 가족이나 본인이 죽을수도 있는 응급상황이나 중병에 걸렸을때,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이번 전쟁은 곧 이런 가정들을 무수히 쏟아낼 예정이었다.
“솔직히 말씀드릴까요?”
“그래, 말씀하시게.”
다 집어치웠다.
어차피 부모님이 위중한 병이라도 걸린게 아닌이상 체감할 수 없는 영역이었으니까.
중병에 걸려서 침상에 누워있는 부모님의 손길을 쓰다듬는 아들의 심정따위 이자리에 누구도 이해할 수 없었다.
“일단 당장은 애국심에 물들어버린 젊은인력들이 전쟁에 자원하는 케이스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사실상 징병이 아닌 모병제라고 부르고 싶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렇지.”
“하지만 언제까지 이어질까요.”
“음?”
나는 심각하게 표정을 굳혔다.
당장엔 애국심을 부추겨 전쟁으로 내몰리는 젊은이들이 대부분인 상황이었다. 전날 친구들과 술마시며 미국뽕을 치사량으로 주입당한 젊은이들이 다음날 징병관련 접수처로 달려가 자원하는 케이스도 있을 정도였다.
아니, 많았다.
“대통령님.”
나는 그래서 이자리에 참석한 이들에게 경고아닌 경고를 하기 위해 나왔다.
이건 빨리시작하면 빨리 시작할수록 좋았다.
“말해보게.”
“남북전쟁을 겪은 윗세대는 결코 전쟁을 달갑게 보지 않습니다.”
“……”
“남북전쟁으로 인해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편찮으시고, 평생 장애를 안고 살아가야할 가정의 세대는 현재 부모세대입니다.”
“……”
“부모님이 끔찍하게 돌아가시는 모습을 봤습니다. 과연 그들이 자신들의 아들이 전쟁에 나가는것을 원하겠습니까?”
루스벨트의 표정은 굳었다.
일단 공감능력따위 집어치우고 싸이코패스적 사고과정으로 이성적으로 생각해보자고.
과연 지금같은 자원붐이 언제까지고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이걸 어떻게 처리하느냐에 따라 공화당은 미국인들에게 철천지원수가 될수도, 생명의 은인이 될수도 있습니다.”
“모건, 그건 지나친 비약 아닌가.”
“절대로 아닙니다.”
이자리에 전원이 공화당원이다.
나는 대놓고 얘기했다.
“대체 미국연방정부가 국민들의 안전을 책임지지 않는데, 누가 전쟁에 나가고 싶어합니까?”
“…..!!!”
올때는 우리아들.
나갈때는 네아들.
누가 정부를 믿고 아들들을 내보낼까.
전쟁이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애국심은 스프보다도 빠르게 식는다.
결국은 애국심은 소속감이다.
그런데 나라가 너는 구해줄 수가 없단다.
“전쟁연금은 죽은 아들을 되살리지 못합니다. 전쟁에 대한 반전여론이 우리가 예상한 시점보다 훨씬 앞당겨질수도 있단 말입니다.”
이거 세계대전이다.
사망자숫자가 미서전쟁과는 비교도 안될정도로 쏟아져나올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국이…..”
“예, 미국은 건재할겁니다. 이번 전쟁에서 수십, 수백만명이 죽는다고 미국경제가 당장 돈좌되거나 그러진 않을테니까요.”
루스벨트는 눈썹을 찌푸렸다.
대체 내가 무슨 말을 하고싶은건지 아직 감을 못잡은 모양이다.
그냥 내가 비아냥거린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예상하신대로 전쟁도 결국은 성공적으로 수행할것이고, 미국의 영광은 계속되겠죠.”
이미 미국은 쌓아놓은 부가 망해도 3대는 훨씬 넘게 먹고살수 있을 정도로 풍족했다.
그래, 미국은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요?”
실익을 따져보자.
이기적으로 생각해보자고.
“과연 의료시스템도 없이 전쟁이후의 공화당은 살아남을 수 있겠습니까?”
그래, 미국은 건재하겠지.
하지만 정치인들은 얘기가 좀 달랐다.
미국인들의 철천지원수가된 공화당을 대체 누가 투표해준단 말인가.
혹자는 말한다.
여론지지도가 높다고.
하지만 나는 반문하고 싶었다.
추락지점이 높을수록 떨어질때 더 아프다는 사실을 왜 모르느냐고.
“그래도 지금 지지율을 고려해봤을때 모건장관의 말대로 극단적으로 흘러가진 않겠…..”
“장담하실 수 있으십니까?”
침묵에 빠진 NSC.
루스벨트의 표정은 돌처럼 굳어졌다.
“적어도 저는 못합니다.”
***
독일 제9군사령부.
아제르바이잔.
“북부가 막혀있다?”
마켄젠 제9군사령관은 올라오는 보고에 정신이 나가버릴 것 같았다. 독일육군은 이대로 후퇴해 아제르바이잔에서 벗어나야하는데, 빠져나가질 못하고 있었다.
옆에있던 젝트참모장도 표정이 굳어버렸다.
보고서를 올린 참모들도 얼굴이 희게 질린것은 마찬가지였다.
“예, 북부로 빠져나가야할 길목에 미공군의 폭격이 일주일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저희 독일군의 후퇴루트를 미공군이 다 꿰고 있는 것 같습니다.”
“아니요. 이건 미공군이 꿰고 있는게 아닙니다.”
젝트 참모장은 고개를 저었다.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기 시작한 시점은 불과 몇달전이다. 그동안 수집한 정보에 의하면 미국이 BP를 인수하고, 오스만제국에 구제금융을 조건으로 IMF가 땅을 인수하면서 시작되었다.
그런 미국이 벌써부터 아제르바이잔의 루트를 다 꿰고있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미국과 동맹을 맺은 이란에서 지리정보를 공유하고 있을 겁니다.”
이란은 다르다.
“이란에게 있어, 아제르바이잔은 주요적성국 중 하나인 러시아제국의 영토였으니까요.”
그레이트게임.
영러의 세계패권경쟁 과정에서 중동으로의 남진정책을 밀어붙이는 러시아제국은 이란에게 있어 적성국이나 다름없었다.
당연히 러시아제국령 아제르바이잔에 대한 지리정보는 꿰고 있을터.
미공군사령부는 이 정보를 얻은 것이다.
“언제 남진정책을 재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 이란은 필사적으로 지리정보를 수집했을것이고, 군사적인 이용가능성을 전부 면밀히 체크했을겁니다.”
“일리있군.”
“아제르바이잔에 있어 최상의 지리정보와 최상의 공중전력이 서로 합쳐진겁니다.”
적어도 아제르바이잔만큼은 독일보다 연합국이 훨씬 더 우세한 상황이었다.
“잠깐.”
마켄젠은 듣다가 깨달았다.
자신들이 지금까지 놓치고 있던 부분을 방금 깨달아버렸다.
“젝트.”
“예, 사령관님.”
마켄젠은 삐걱이며 고개를 돌렸다.
젝트의 추론에는 전재조건이 하나 깔려있어야 가능한 얘기였다.
아주 소름끼치는 전재조건이 말이다.
“그럼 자네말대로라면, 이란도 연합군 진영으로 참전했다는 소리 아닌가?”
“…..!!!”
“젝트, 이란 인구가 몇이더라?”
마켄젠의 한마디.
참모들의 안색이 시커멓게 죽어버리고, 젝트의 표정은 돌처럼 굳었다.
아제르바이잔과 이란은 접경국이었다.
“……비공식적으로 천만명입니다.”
“미치겠군.”
더 골때리는 진실은 이란정부의 인구조사가 제대로 시행됐을리가 만무했으니, 실질적으로는 천만명보다 훨씬 더 많을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하지만 만약 그냥 이란 그 자체였다면 문제는 없었다.
‘사실 천만명 따위 기관총과 독일육군의 저력으로 개박살을 내버릴 수 있다.’
제국주의적 식민지의 원천이 인구였으면, 인도와 청제국이 전세계를 지배하고 있었겠지. 이란이 천만명이든 말든 아무런 상관도 없었다.
이게 평소였다면 말이다.
“……”
“아마 생각하시는 그게 맞을겁니다.”
젝트의 단호한 한마디.
마켄젠 사령관은 눈을 부라렸다.
“내가 무슨 생각을 했다고.”
“미국의 전폭적인 무기지원을 받은 이란육군이 국경을 넘을까 걱정하고 계신 것 아닙니까?”
“…..하아.”
마켄젠은 의자에 푹 등을 기댔다.
족집게가 따로없군.
“며칠전 프랑스 보르도항으로 대규모 미군수송함대가 도착했다. 대충 기계적으로 계산한다면, 이제 곧 미국수송함대가 이란에도 도착할 시간이다.”
달그락- 철컥-
달력과 시계를 꺼내들었다.
로버트내각을 보아하니, 영국의 수에즈운하는 진작 프리패스로 열어두었을 것이다.
미국수송함대는 레드카펫을 타고 이란까지 직행하겠지.
젝트는 치밀하게 계산했다.
“젠장.”
꽈악-
젝트는 주먹을 틀어쥐었다.
제일 안좋은 시나리오가 머릿속을 스쳐갔다.
옆에서 참모들의 계산을 지켜보던 마켄젠까지 입술을 씹었다.
철컥-
젝트는 회중시계를 닫았다.
“오늘이군요.”
대체 무엇을 실고오는 것인가.
대규모 미국수송함대는 오늘 이란군항으로 입항한다.
***
“도련님, 오늘은 왜그렇게 위태롭게 말씀하셨습니까. 보는 내내 오줌지리는줄 알았습니다.”
백악관.
제1회 국가안전보장회의는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었다. 내 강경한 주장에 현기증을 느낀 참석자들이 휴식을 요청했다.
대통령이 내 의사를 묻자, 나는 기꺼이 응해주었다.
“미국엔 선진화된 의료시스템은 반드시 필요하니까.”
이건 삶의 질 자체를 다르게 만든다.
병에 걸린 삶과 아닌 삶은 사람의 인생 자체를 바꿔버린다. 고작 감기 따위로 죽어 나가는 세상은 더이상 없어졌으면 좋겠다.
‘게다가 국영석유회사로 그것까지 시행하려면 갈길이 좀 멀다.’
나는 혀로 마른입술을 축였다.
당장 콜라가 땡긴다.
“…….아.”
짝-
제임스는 손뼉을 쳤다.
마치 모든것을 이해했다는 현인의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존슨앤존슨 지분인수와 적십자사 기부, 존홉킨스대학 투자를 말씀하셨던 이유가…..”
“쉿.”
나는 손가락으로 입술을 막았다.
이곳은 백악관 사방에 눈과 귀가 열려있는 복마전이었다.
귓속말로 속삭이듯 말했다.
“화이자(Pfizer)도 있네.”
제약카르텔.
제약 및 의료사업은 독점업체가 돈을 쓸어담을 수 있는 몇안되는 업종이었다.
나는 윈-윈을 추구한다.
미국에게도. 그리고 내게도 이익이 합치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바라면서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일방통행은 언젠가 반드시 화를 부른다.
“아마 회의참가자들은 물론이고, 루스벨트도 다 알고있을걸?”
반트러스트의 저승사자.
모를리가없다.
다 감안하고 들었을테지.
적어도 이 백악관에 순진한 아이(Child)는 존재하지 않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