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54)
“이건 절대로 안될 말이오!!!”
쾅-!
백악관 대통령 집무실.
독대를 위해 방문한 러시아대사는 입에 거품을 물고 반발했다. 독대를 청한것은 러시아대사 본인. 아무리 미국이 은폐하려해도 농성사태 자체가 워낙 이슈가 된 탓에 모를수가 없었다.
러시아대사는 차라리 나를 죽이라는 심정으로 악을 쓰기 시작했다.
루스벨트는 인상을 찌푸렸다.
“바쿠유전 파괴는 러시아제국의 에너지자립을 못하게 막는 최악의 요소가 될 것이오! 미국도 알지 않소! 러시아제국이 얼마나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지를!”
아제르바이잔이 점령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겨울은 아니었지만, 불행히도 러시아제국이었다. 여름이 아닌 이상, 온난방은 당장 필요했고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따라 개발중인 시베리아 도시들은 말그대로 얼어죽고 있었다.
“전 인민에게 석탄을 떼워주고 싶어도 돈바스 석탄지대가 빼앗겼소! 이번엔 석유로 보일러를 떼워 해결해주고 싶어도 아제르바이잔을 함락당했소!”
바쿠유전과 돈바스 석탄지대.
러시아제국으로서는 뼈아픈곳을 독일제국에게 빼앗겼다. 당장 에너지가 필요한 러시아제국민들은 추위에 벌벌떨고 있었다.
그럼 본토상황을 계속 전해들은 러시아대사에게 이번 바쿠유전 파괴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러게 빼앗기질 말았어야지.’
물론, 나와 루스벨트의 생각은 전혀 달랐다.
‘연합군이라는 2인3각을 4개 열강국과 하는 상황에서 본인들이 죽겠다고 울분을 터뜨리는 것도 우스운 일 아닌가.’
막말로 미국은 이해당사자도 아니었다.
물론 독일제국은 괘씸하게도 중남미를 이용해 미국을 찌르려고 했지만, 근본적으로 중간에 거대한 대서양을 낀 유럽대륙은 직접적 이해관계에서 거리가 좀 멀었다.
루스벨트는 눈썹을 찌푸렸다.
“러시아대사, 대체 그대들은 혼자 전쟁을 하고 있는 것이오?”
“예?”
루스벨트는 앞발을 내밀었다.
날카로운 발톱을 세운체 으르렁거렸다.
“내 기억상 선전포고는 러시아제국이 먼저 내질렀소. 당시엔 독일제국이 양면전선을 펼치면 할만하다고 판단했겠지.”
“그, 그것은….”
“뭐가 그것은이요?”
루스벨트는 낮게 목소리를 깔았다.
“이렇게 될 각오조차 없이 전쟁에 참전했단 말이오? 러시아제국은 안면이 참 두텁군 그래.”
“말, 말씀이 너무 심하신 것 아닙니까.”
“말이 심하다니, 오히려 약한 것 아니냐고 되묻고 싶군.”
애초에 러시아제국은 잃을각오가 되어있었다.
인민을 잃을 각오가 말이다. 하지만 전쟁이 아닌 일반 인민들의 실생활까지 독일제국에게 저당잡혀버리자 다른 차원의 얘기가 되어버렸다.
‘하지만 결국 러시아제국의 탓 아닌가?’
누가 칼들고 전쟁하라고 협박했냐고.
루스벨트의 요지는 이것이었다.
“그대들이 전선을 넓히고, 전세계적으로 전쟁이 확전되면서 오히려 전쟁의 불씨는 미국에게 옮겨붙었소.”
논리의 비약이 심하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주장도 완전히 틀린말은 아니었다. 보불전쟁에서 끝냈다면 독일제국이 프랑스영국만 개박살을 내고 끝냈을수도 있었다.
이놈들이 레벤스라움을 위해 게르만 생활권을 갈망한 사이코패스 집단도 아니었다.
맨처음엔 전쟁배상금을 위한 전쟁이었지.
‘그걸 세계대전으로 확전시킨것은 러시아제국의 탓이 맞지.’
어쨌건 러시아제국은 승기를 예측했고, 먼저 선전포고를 내질렀으니까. 하지만 독일제국이 총력전을 천명하고나서 얘기는 180도 달라졌다.
“그대들의 업보요.”
“하지만 바쿠유전은 원래 러시아제국의 영토였습니다! 저희에게 작전권을 넘겨주시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논리의 비약이군.”
루스벨트는 날카롭게 안광을 흩뿌렸다.
나는 옆에서 얌전히 콜라나 마셨다. 내가 루스벨트 정부를 좋아하는 이유는 이곳에 있었다.
‘루스벨트는 악역을 자처했고, 나를 보호하는 불곰을 자처했다.’
그저 나는 미국 국익을 위해 애쓰면 될 뿐.
간단하면서도 서로의 본질을 꿰둟는 최상의 거래였고, 우리는 팍스 아메리카나를 건설했다.
애초에 루스벨트의 카리스마는 범인이 따라할 기세가 아니었으니까.
“미국, 프랑스, 영국, 러시아제국 4개국은 연합군이라는 팀플레이를 하고 있소.”
연합국과 동맹국.
세계는 두축으로 쪼개져 전쟁을 치루고 있었다.
“서로가 양보할 부분은 양보하고 전쟁을 어떻게든 최대한 빠르게 승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도 모자랄 판이오.”
이번전쟁에서 바쿠유전은 예사문제였다.
“프랑스는 수도에서 2년째 농성하며 전쟁을 이어오고 있소.”
루스벨트의 말은 이것이었다.
너네들이 상트페테르부르크나 모스크바를 털리기나 했나?
“수도권은 당연히 폐허로 변모했고, 더이상 수도의 모양조차도 유지하지 못하는 지경이오. 보르도와 연결이 끊긴지는 오랜 시간이 지났지.”
미국은 프랑스결제은행이란 기관을 통해 프랑스수도방위사령부를 지원했고 크루세이더 집단군을 먹여살렸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루스키놈들은 하등 쓸데가 없었지.’
공황에서 골골대고 있었으니까.
“…….”
루스벨트의 치트키.
러시아제국의 대사는 꿀먹은 벙어리가 되었다.
“영국은 또 어떻소?”
프랑스만큼 지대한 피해를 입었다.
심지어 대영제국은 대규모 공황이 벌어지는 때에도 전쟁에 대한 지원을 줄이지도 않았다.
“영국본토는 반년동안 내내 독일 체펠린공군에게 유린당하고 파괴당했소. 주요 생산기지들은 블바다가 되었고, 여러이권을 포기할 수 밖에 없었지.”
맥쿼리인프라투.
포츠머스회사를 필두로 당시에 미국이 대규모로 인수함으로서 자금을 공급받았다.
“금본위제를 포기했고, 종국엔 파운드화까지 포기했소. 대영제국이란 간판을 내려야했지.”
“……”
“러시아제국은 지금 너무 연합군의 승리를 날로먹으려하고 있소.”
‘물론 러시아제국도 우크라이나를 빼앗기고, 아제르바이잔을 빼앗겨서 인민들이 힘든 생활을 보내는 것은 맞지.’
그걸 부정하는게 아니다.
그런데 상트페테르부르크가 공격을 당하기라도 했나? 모스크바를 폭격당하기를 했나.
이건 상대적인 문제였다.
‘결국 러시아제국이 실질적으로 지불한 지정학적 가치는 아제르바이잔과 우크라이나 뿐이다.’
그들에게 천연자원이 없는것도 아니다.
부족해졌을 뿐이지.
“이래도 부정하시겠소?”
“근데 미국은…..”
루스벨트는 경멸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미국이 할말은 아니긴……하지 않다. 루스벨트는 러시아대사가 반론하러 하자 곧바로 말을 썰어먹고 끼어들었다.
“푸흐하하하하하하!!!”
“……”
“대사.”
루스벨트는 정색했다.
“더 지껄여보시오.”
“……”
“이번전쟁에서 미국이 쏟아부은 돈의 절반이라도 러시아제국이 지불했다면 나도 가만히 있었겠지.”
물론 공짜로 돈을 퍼주진 않았다.
하지만 연합군은 미국의 금전적인 서포트가 없었다면 진작 망했을 것이다. 이건 장담한다.
프랑스 파리를 버린 행정부.
하지만 프랑스 수도방위에 최전선에서 수도를 지킨것은 델카세장관과 프랑스결제은행, 그리고 수도방위사령부였다.
“지금까지 러시아제국은 너무 편안하게 전쟁을 해왔소. 인민들만 전선에 내몰기만 했지. 대체 그대들이 전선에서 거둔 성취는 무엇이오?”
러시아대사는 이 대목에서 입을 다물었다.
독일제국 1개야전군에게 1개집단군이 박살난 러시아제국은 입이 열개라도 할말이 없었으니까.
먕백한 졸전이었다.
“그대들이 실책이 무엇을 불어왔는지 아시오?”
“…..무엇을 불러왔습니까.”
“총력전이오. 대사.”
“…..!!!”
독일제국이 총력전을 결의한 제1의 이유는 러시아제국에게 있었다. 일반적인 병력만으로는 러시아제국의 병력을 이겨낼 수가 없었으니까.
그탓에 연합군은 더욱 힘들어졌다.
“동부전선에만 대규모 인원보충이 있었다는 헛소리는 하지 않길 바라오. 독일제국의 총력전태세로 서부전선이 떠안은 부담이 얼마나 무거운지 깨닫지 못한다면….”
쾅-!
루스벨트는 탁상을 내리쳤다.
러시아대사는 벌떡 몸을 튀어 움찔 전신을 떨었다.
“그대는 대사를 할 자격이 없소.”
“…..!!!”
“내가 한말 중에 틀린말이 있다면 반문받겠소.”
루스벨트는 팔짱을 끼었다.
그 장대한 기골이 뿜어내는 기세는 일개 대사가 감당할 포스가 아니었다.
러시아대사는 곧바로 쭈글어들었다.
“……본국과 다시 상의해보겠습니다.”
사실상 항복선언.
이번 설전은 루스벨트의 승리였다.
슥-
그때 루즈벨트가 내게 쪽지를 내밀었다.
– 모건, 설마 이게 끝은 아닐테지?
설마요.
나는 입꼬리를 살짝 말아올렸다.
미국의 여론공작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지금부터 러시아제국의 이기주의에 발작할 나라는 한두군데가 아니었으니까.
삿- 사사삭-
나는 쪽지말미에 작은글씨를 적었다.
– 기대하셔도 좋습니다.
나와 루스벨트.
이번 루스벨트 행정부도 사실상 우리끼리 한발짝씩 양보하는 2인3각이었고, 그 결과 우린 최고의 정치적 파트너쉽을 결성했다.
나는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슬슬 문질렀다.
‘모든 것은 미국을 위하여.’
언제나 미국의 패권주의를 위한 발걸음이었다.
***
쾅-!
“러시아제국은 저들만 살기위해 서방세계를 저버리려하고 있습니다!!!”
다우닝가10번지.
총리관저 앞 연설대.
극대노한 로버트총리는 연단에 올라 팔을 격하게 휘두르며 러시아제국을 규탄했다.
애초에 연합군이라면 독일제9군의 농성사태를 모를리 만무했고, 근처 오스만전선에서는 영국군이 주둔한 상태였다.
“이는 같은 연합국으로 좌시할 수 없는 극한의 국가이기주의입니다! 혼자서만 살겠다고 발악하는 국가를 대체 누가 믿을 수 있겠습니까!!!”
영국전쟁성.
곧바로 총리실까지 보고가 올라갔고, 백악관이 정보를 공유해줬다.
“영국, 프랑스, 미국. 연합국을 이루는 3개국은 독일제국이 먼저 선전포고를 했거나 전쟁도발을 걸었습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어떻습니까?”
러시아제국은 달랐다.
“러시아제국은 보불전쟁의 원천이된 러독불가침조약을 어겨가면서까지 전쟁을 일으킨 국가입니다!!!”
로버트총리는 지금까지 쌓아온 울분을 풀었다. 프레스석의 기자들은 굳은 표정으로 기사를 적어나갔다.
그들도 영국인이다.
로버트총리의 분노를 모르지 않았다.
“러독불가침조약이 없었다면 독일제국이 프랑스를 칠일도 없었습니다! 결국 러시아제국이 간접적으로 개전에 책임이 있는 셈이지요!”
팡-! 팡-!
터지는 플래쉬.
총리의 말은 구구절절 맞는말처럼 들렸다.
적어도 이자리에서 연설을 듣는 기자들은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에 기어코 러독불가침조약을 파기하면서 선전포고까지 했습니다! 그 결과는? 그 결과는 뭔지 여러분들은 아십니까?”
가슴속 깊숙이에서 우러러나오는 분노.
기자들은 공감했고, 이자리에 참석한 기자들 중 세계정세를 모르는 이들은 없었다.
“예!!! 총력전을 불러왔습니다!!!”
쾅-!
로버트총리의 주먹에서 피가 튀었다.
기자들의 카메라렌즈로 핏물이 튀었지만, 연설에 잠식당한 연설장은 로버트총리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러시아제국에게 고합니다.”
로버트총리는 낮게 으르렁거렸다.
“바쿠유전 따위는 싸게 먹히는 비용이라는 사실을 제발 하루라도 빨리 깨달을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로버트총리는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기자들도 분노를 숨기지 않았다.
그리고….곧 이연설을 접할 국민들도 분노를 숨기지 않을 것이다.
“안그러면 이번 전쟁이 끝난이후, 러시아제국은 각오해야할 것입니다.”
카메라를 향한 손가락질.
로버트총리는 검지를 똑바로 세워 카메라를 가리키며 충혈될 눈을 부라렸다.
“이제 영국은 더이상 참지 않습니다.”
독일제9군의 농성사태.
전세계가 뜨겁게 타오르기 시작했다.
***
“……하하.”
미국재무부.
이번 영국연설을 이끌어낸 우리들은 회의실에 집결해있었다. 재무부국장급들은 전원 소집되었고, 추이를 지켜보고 있었다.
나는 머릴 긁적였다.
로버트총리가 생각보다 맺힌게 많은 모양이었다.
“적당히 몇마디만 하라고 지시했을 뿐인데…이정도로 있는대로 울분을 토할지는 몰랐네.”
“아참, 장관님, 프랑스소식은 들으셨습니까?”
“프랑스?”
아직이다.
정보국장은 팝콘이라도 뜯어먹을 기세로 프랑스소식을 전했다.
“델카세 재무장관이 사실상 실세 아닙니까.”
“그렇지. 하지만 이번에 별 연설을 하지 않았다고 들었은데?”
“예, 연설은 안했습니다.”
연설은 안했다?
묘한 어감에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정보국장은 짙은 미소를 지었다.
“러사아제국 국기를 태웠을 뿐이죠.”
“…..미친.”
프랑스놈들.
파리지앵이 영국신사들보다 지독하단 말은 들어봤지만, 상상을 초월한 쇼맨쉽에 나는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반쯤 전쟁하잔 소리 아닌가?
‘하지만 러시아제국이 그정도일로 프랑스를 적대할 순 없지.’
프랑스가 전선에서 이탈하는 순간 러시아제국은 초전박살이 날테니까.
‘아 미친.’
나는 깨달아버렸다.
델카세 장관 쇼맨쉽의 의도를 말이다.
“…..어차피 이런 과격한 퍼포먼스를 취해도, 러시아제국은 프랑스를 적대할 수 없단 상황을 비꼬는건가.”
역시 파리지앵.
하여튼 유럽에서 시니컬에는 도가 튼 인종들이었다.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좋아.”
바쿠유전을 파괴해도될 명분이 섰다.
이걸로 미공군 폭격의 방해물은 싹다 치워버린 셈이다.
“제임스.”
“예, 도련님.”
“백악관과 국방부장관에게 전언이다.”
훌륭하게 판이 깔렸다.
나는 손으로 파르르 떨리는 입꼬리를 비틀어잡았다.
“바쿠유전.”
“예.”
“모조리 파괴시켜도 된다고.”
“…..!!!”
공군사령부가 걱정이 많을테지, 이젠 걱정따위 날려버려고된다.
내 목소리가 흥분에 떨려왔다.
“소이탄, 백린탄, 다 좋으니까…..”
“예.”
떨리는 손길.
나는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지도상에서 바쿠유전 자체를 지워버려고 된다고.”
삭제명령.
이제부터 러시아제국의 영토는 종전을 위해서라면 여과없이 말소시켜도 뭐라할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다.
“독일 제9군도 함께 삭제해버려도 된다고 전해주게. 재무부가 다 감당할 수 있으니,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말라고 일러두고.”
“……예!”
“아, 마지막으로 하나만.”
나는 싸늘하게 표정을 굳혔다.
마지막으로 공군에게 걸린 리미트를 전부 해제할 생각이었다.
“독일제국군이 먼저 독가스를 사용한다면, 항공기로 독가스를 뿌려버리라고 전해줘.”
그정도는 감당할 수 있다.
뒤에서 단단히 받쳐줄테니, 미국재무부만 믿고있으라고.
‘결국 전쟁도 정치의 연장선상이다.’
이제부턴 우리들이 갑이다.
그것도 절대적인 갑.
전세계는 미국의 질서속으로 서서히 녹아들고 있었다.
쾅-!
나는 책상을 내리쳤다.
이걸로 방해물은 쓸어버렸고, 제일 잡음이 심하던 지방방송도 꺼뜨렸다.
이젠 자유였다.
“이제부터 전쟁은 우리 미국이 주도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