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58)
파리(Paris).
수도방위사령부.
프랑스육군 수도방위사령관은 육군참모들은 물론이고 프랑스결제은행의 이사들과 함께 델카세 재무장관까지 배석한 참모회의를 열었다.
델카세 재무장관은 차기정권의 유력후보로 떠오른 거물이었지만, 본인은 절실히 은퇴를 호소하는 은퇴호소인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믿지 않는다.
“미군 통합사령부에서 전보를 받았소.”
퍼싱사령관.
현재 연합군내 사령부들 중 실질적으로 제일 강력한 사령부였다. 수도방위사령부는 2위에 머무르고 있었다.
하지만 감히 거스를 엄두도 내지 못했다.
수도방위사령부는 프랑스결제은행에 목덜미를 틀어잡힌 순간부터 미군에게는 저항할 수 없었으니까.
“미군 통합사령부로부터 전보라면 거의 명령이라 봐야겠군요.”
하지만 그동안의 학습효과 덕분일까.
아니면 서부전선에서 날고기던 미국육군참모들과 친분이라도 생긴 것일까.
수도방위사령부는 미군의 개입에 대해 무덤덤했다. 오히려 전쟁을 빨리 끝낼수 있다는 미래에 좋아하는 육군참모들까지 있었다.
‘다들 지쳤군.’
2년동안 지속된 전쟁이다.
수도방위사령부는 최전방에서 독일군을 치열하게 막아내며 수백일을 보냈다. 프랑스군은 하루라도 빨리 전쟁을 끝내고 싶어했다.
델카세도 마찬가지였고.
그것은 수도방위사령관조차도 마찬가지였다.
미국 한정이었지만, 그들에게 스크래치날 자존심은 단 한줌조차도 남아있지 않았다.
“다들 주목.”
“예!”
몹시 드라이하다.
최전방의 사령부치고는 건조한 분위기였고 무덤덤했지만 최전방의 전쟁이란 그런 법이었다. 다들 매시간 단위로 풍화되어 전쟁에 무뎌지고 있었다.
“오늘 날아온 미군 통합사령부측 공문을 브리핑하겠다.”
“경청하겠습니다.”
척-
프랑스육군 참모들.
그들의 나른한 눈속에는 용암처럼 이글거리는 전의가 화끈하게 타오르고 있었다.
그런 전의조차 없는 이들은 이미 죽고 자리에 없었다.
수도방위사령관은 고개를 끄덕였다.
“간단하게 요약하자면, 미군은 우리들에게 대대적인 공세를 요청했다.”
“공세입니까?”
“그래, 별다른 말은 첨부되어있지 않아. 그저 우리들에게 대대적인 공세를 요청했다.”
어리둥절한 반응들.
프랑스측에선 기분이 나쁠법도 하다.
하지만 수도방위사령부는 그런 반응보다는 왜 이런 요청을 했는지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반응이 지배적이었다.
대대적인 공세따위 매일처럼의 일상과 다르지도 않았다. 차라리 지옥같은 시가전 따위보다 공세가 더 수월하다고 생각될 정도다.
“대체 지금 왜 공세가 필요한 겁니까?”
하지만 대대적인 공세의 의미.
진짜로 수도방위사령부는 현재 대대적인 공세가 필요한 의미를 궁금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요청에는 의미따위 적혀있지 않았다.
‘아마도 작전에 대한 보안유지를 위해 아군에게도 진의를 숨기는 것이라고 봐야겠지.’
수도방위사령관은 턱을 쓸었다.
하지만 아군에게까지 진의를 숨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것자체로 이미 미군이 추진중인 계획이 보통작전은 아니란 점을 시사하고 있었다.
‘유추해본다면 대규모 공세 정도인가.’
하지만 평범한 공세는 아닐 것이다.
애초에 미군 통합사령부의 육군참모들은 서부전선에 참전한 참전군인들이다.
그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단순한 공세는 소모전밖에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뭔가 특별한 카드를 들고있는 것 같군.”
“특별한 카드입니까?”
“그래, 예를들면 프랑스공군의 폭격기처럼.”
그들은 미군이다.
바리바리 보따리를 싸들고, 신병기들을 차근차근 세계대전에 풀어내는 미군들에겐 이번에도 무언가 특별히 비대칭적인 병기가 있는 것이 아닐까.
제법 합리적인 추론이었다.
“쯧, 가늠이 안되는군.”
“예, 신병기는 말그대로 신병기입니다. 미군이 공개하지 않는한 저희는 알 길이 없습니다. 다만…..”
프랑스 육군참모 중 한명이 말을 줄이자, 회의실에 배석한 인물들의 시선이 일제히 쏠렸다.
그는 미심쩍은 느낌을 풀풀 풍기며 입을 열었다.
“보르도항에 입항한 미군수송함대들 중 몇척에서 베일에 감춰진 전쟁물자가 대형격납고에 보관되었다는 보고가 있었습니다.”
“그거로군.”
“예, CIA처럼 보이는 검은정장들도 철통보안 속에 참여하고 있었으니, 보통 전쟁물자는 아닌것으로 사료됩니다.”
보통물자는 확실하게 아니다.
어쩌면 미군 통합사령부는 사활을 걸고, 이번작전의 시작을 수도방위사령부에게 맡기려는 걸지도 모른다.
‘뭐, 실패한다고 질것같지는 않다만.’
타임어택이다.
제9군사태를 떠올려보면 시간문제겠지.
아마도 이번전쟁을 하루라도 빨리 끝내기 위해 폭풍처럼 몰아칠 예정일지도 모른다.
수도방위사령관 본인은 그렇게 예측했다.
‘기대하지도 않았지만, 프랑스결제은행 이사들은 입을 꾹 다물고 있군.’
하지만 그것자체로 증명이었다.
프랑스결제은행에게 입단속을 할만큼 중요한 물자였다는거니까.
점점 신빙성이 높아졌다.
“델카세 재무장관.”
“왜 부르시오. 사령관.”
“어차피 같이 미국밥 먹는 식구들끼리 허심탄회하게 말해봅시다. 퍼싱사령관은 대체 무엇을 노리고 있는 것입니까?”
델카세 재무장관.
프랑스전역에서 미국에 대한 정보를 따라잡을 수 없는 정보통. 순전히 감이었지만, 아마 그라면 퍼싱사령관에게 귀띔을 받았을 것 같았다.
이번에도 오리발인가?
하지만 곧 델카세에게서 신호가 잡혔다.
“흠…..”
그가 고민한다.
단칼에 모르겠다고 끊어내던 델카세 재무장관이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수도방위사령관은 입을 점점 크게 벌리며 눈을 크게 떴다.
“말해줄 수 있으십니까?”
“뭐, 어느정도는 허락을 받았으니 힌트정도는 말씀드리겠소. 이제 와서 미국 프락치가 아니라고 발뺌해도 아무도 안믿겠지.”
“프락치라니요. 이것은 델카세 재무장관이 애국심에 선택한 프랑스를 지킬 방법 아니겠습니까. 저도 한배에 탄 동지입니다.”
꾸깃-
순간 애국이란 단어에 델카세 재무장관의 표정이 구겨졌지만, 곧 거짓말처럼 펴졌다.
잘못본건가?
고개를 갸웃하자, 델카세 재무장관은 혀를 차며 입을 열었다.
“독일제국군이 우리에게 한 전략과 비슷하오. 내가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것으로 끝났다.
방금 델카세의 대사로 수도방위사령관은 자신이 해야할 임무를 깨달았다.
“유인이군요.”
수도방위사령부라는 대형미끼.
대대적인 공세를 밀어붙이는 척하며, 독일제국군을 최대한 파리로 끌어들인다.
그리고.
미군 통합사령부라는 주공이 모종의 방법으로 독일군의 급소를 찌른다.
“맞습니까?”
“……”
끄덕-
델카세 재무장관은 더이상 말이 필요없다는 듯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무언가 기억났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 그리고 미국통합사령부로부터 한가지 선물도 받았소.”
“선물입니까?”
“공세를 도와줄 친구라고 하더군. 밖에 대량으로 쌓여있으니 물량걱정은 마시고.”
철컥.
책상위로 검은 수트케이스를 꺼낸 델카세 재무장관은 락을 풀어 열어재꼈다. 그러자 케이스 내부엔 몇자루의 총이 들어있었다.
대충 설명을 들은 수도방위사령관은 식은땀을 흘리며 입꼬리를 비틀었다.
‘드디어 이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한줄기의 빛.
미국이란 희망이 쏟아지기 시작했다.
***
“으아아아아아!!!”
투타타타타타-
기관총소음이 진동하는 참호.
파리인근 프랑스육군은 대대적인 공세를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크루세이더 집단군을 포함한 수도방위사령부는 결국 칼을 빼들었다.
“도망치는 제리들을 갈아버려!!!”
기습적인 공세.
프랑스육군은 정말로 아무런 예고도 없는 공세를 퍼부었다. 이미 프랑스결제은행에게서 받아낸 전쟁물자들이 풍족했기에 따로 축적할 시간은 필요없었다.
드르르르르륵-
“돌격해라!!!”
하지만 그냥 공세가 아니었다.
그들은 신병기와 함께였다.
“기관단총으로 쓸어버려!!! 우리들의 파리(Paris) 시가에서 제리들을 몰아내버리란 말이다!!!”
드르르르르르륵-
쏟아지는 권총탄들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당황한 독일군사령부들은 베를린참모본부로 전보를 미친듯이 쏟아내기 시작했다.
“이건 본격적인 공세입니다. 전선을 밀어내기위한 연합군의 공세임에 틀림없습니다!!!”
“아닙니다!!! 미군이 상륙한 시점에서 프랑스군 혼자 공세를 진행할 필요는 없는 상황입니다!!! 신중하게 접근해야합니다!!!”
“대체 그게 무슨 말이오!!! 신병기까지 등장한 상황에, 자네는 신중하다가 라인란트까지 밀려나야 정신을 차릴작정인가!!!”
쾅!
베를린참모본부는 갑론을박에 휩싸였다.
파리는 프랑스국토 중에서도 특히 독일참모부가 징후를 포착하기 어려운 지역이었다.
잃어버린 제공권.
그리고 복잡하게 얽힌 지하도시.
하수도, 카타콤 등이 뒤엉킨 지하도시의 존재가 독일군의 정보망에 구멍을 숭숭 뚫었다.
“그만.”
슐리펜 참모총장은 차분했다.
어차피 프랑스군이 언제까지고 파리에 죽치고 앉아있을거라곤 생각하지 않았다. 공세는 시간문제였고, 예상된 공세가 펼쳐졌을 뿐이었다.
다만 변수가 있었다면, 베르됭방면에서 빠진 프랑스군 사단들 몇개가 수도방위사령부에 합류했다는 점이다.
“베르됭에서 파리까지 사단을 빼내 재배치하려면, 몇주동안은 치밀하게 준비한 공세다. 아무도 낌새를 눈치채지 못했나?”
다른 공세와는 좀 다르다.
기관단총이란 신병기를 손에넣은 연합군은 파죽지세로 독일군을 밀어내기 시작했다. 참모속으로 대피해도 권총탄이 미친듯이 쏟아졌다.
독일군은 말그대로 허를 찔린 기습공세를 당해버렸다.
“정찰은 어렵습니다. 프랑스측의 폭격기들과 전투기들이 정찰을 막고 있는바람에 쉽지 않았습니다.”
“그놈의 제공권이 문제로군.”
“상공이 아닌 육안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독일군은 장님이었다.
이럴땐 제공권이 뼈아프다.
독일공군이 체펠린비행선단으로 하늘을 재패하던 시절은 이미 지나갔다. 프랑스공군에 쩔쩔매는 독일군만이 남아있었지.
이번에 새로배치될 독일공군이 그나마 희망이었다.
“우리측 공군병력은?”
“출격대기중입니다. 다만, 프랑스공군을 이겨낼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프랑스공군의 제공권만 방해해도 이익이다. 일단 전투기를 날려서 상공을 뒤집어버리게.”
“전달하겠습니다.”
제공권을 어지럽히기만해도 임시방편은 된다.
“미군을 견제해야한다는 의견은 옳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병기를 든 프랑스군에게 파리전선을 밀려버리면 본말전도다. 우리가 너무 불리해져.”
프랑스군의 공세가 만만치 않다.
그들도 총력전이었고, 인구대국인만큼 양면전선일 독일군보다 기본적인 병력이 더 많을수밖에 없었다.
“베르됭방면 사단까지 합세한 이상, 파리전선의 우리군부대가 불리할수밖에 없다. 하지만 그렇다고 밀리면 우리측 방어선이 깨지고 하염없이 밀릴 리스크도 존재하네.”
그뿐만이 아니다.
프랑스육군은 점점 미제무기들로 무장하기 시작했다. 이건 크나큰 위협이었다.
기관단총은 최전방에 패닉을 불러일으켰다.
“오히려 이기회에 베르됭을 치면 어떻습니까?”
“자네는 미군을 잊어버린건가?”
“……아!!!”
베르됭방면에서 군부대를 뺀 이유가 뭐겠나.
상식적으로 생각해보면 간단한 문제다. 미군이 대신 베르됭방면으로 배치된 것이다.
베르됭을 견제해야했지만, 당장 파리전선이 더 급했다.
‘솜강 밖으로 밀려나는 순간 겉잡을 수 없어진다. 애초에 미군이 참전한 시점에서…이미 독일제국은 압도적으로 불리해졌다.’
숫적우위와 기술적우위를 모두 잃었다.
패배를 위한 시간을 늦추는 것밖에 슐리펜 참모총장이 할수 있는 일이 없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베르됭방면군을 어떻게 할까요?”
어느 독일육군참모가 물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눈을 감고 사색에 잠기더니, 곧 눈을 부릅떴다.
“베르됭방면군은 최소한만 잔류시키고 나머지는 파리로 집중시킨다. 파리전선을 뚫려버리는순간, 독일군에게 미래는 없다.”
슐리펜은 결단했다.
파리전선으로 독일군부대를 집결시켜 연합군을 억제해야한다고.
훌륭하게 함정에 빠져들었다.
결국 빠져들수밖에 없는 지독한 함정으로 말이다.
‘하지만 베르됭을 오래 비워둘 순 없지.’
베르됭은 주요전장중 한곳.
이곳을 오랫동안 비워놓을 수는 없었다.
“파리전선을 빠르게 안정화시키고 베르됭방면군을 원상복귀한다.”
“예!!!”
최악의 상황.
슐리펜 참모총장이 내릴수있는 최선의 명령이었다.
“당장!!!”
연합군과 독일군.
양측부대들은 점점 파리로 소모전을 위한 병력들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집중될수록 전선의 교전은 점점 거칠어졌다.
“폭격기다!!!”
베르됭.
기다렸다는듯이 독일 베르됭방면군에게 퍼부어진 전략폭격. 독일군은 베르됭 서부에서 점점 베르됭 동부로 밀리기 시작했고, 접경지대들이 불바다로 타오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폭격을 피해 동부로 밀려나면, 아직 베르됭에 잔여한 연합군부대들의 총탄세례가 기다리고 있었다.
투타타타타타-
드르르르르륵-
“끄아아아아아아악-!”
다발적이고 연쇄적인 공세.
독일군은 속절없이 갈려나가기 시작했다.
점점 한쪽으로 쏠려 포위당하고 있는줄도 모른체 말이다.
***
“배치완료했습니다.”
“수고했다.”
베르됭 인근 지역들.
파리부근에서 연합군과 독일군의 치열한 접전을 벌이는 그 시각. 미군은 암반이 단단한 지형들을 엄선해 부대를 배치시키고 있었다.
조용히 아주 은밀하게 눈이먼 독일군의 급소를 찌르기위해 부대를 집결시켰다.
쿠르르르르르릉-
으르렁거리는 짐승소리.
강철로된 차체에서 흘러나오는 울음소리는 몹시 굶주려있었다.
스윽-
쌍안경으로 주위를 둘러보던 사단장은 미간을 찌푸렸다. 배치까지 꽤 오랜시간이 걸렸다.
“슬슬 움직이도록하지.”
이젠 벼락처럼 몰아칠 시간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