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59)
“폭격기다!!!”
쾅-! 쾅-! 쾅-!
쏟아지는 폭탄들.
참호속에서 반대편을 노려보던 병사들은 재빨리 제자리에 웅크렸다. 참호는 그 자체로 구덩이나 다름없는 구조물. 참호속에 웅크리면 폭격에서 살아남을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높아진다.
그때 한 병사가 어버버하며 참호에 어벙하게 서있었다. 소위는 눈을 부릅뜨고 주변 병사들에게 지시했다.
“당장 저 새끼 끌어내려!!! 너 이새끼 죽고싶어?!”
베르됭방면, 독일군 참호.
소위는 온팔로 머리를 꽁꽁 싸맨체 참호속으로 구겨져들어갔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폭격은 장교나 병사들 구분없이 모든 보병들에게 공포로 군림했다.
폭탄들은 장교, 병사를 가리지 않고 평등하게 쓸어버린다.
쾅-!
“다들 폭격에는 주의해라!!! 폭격기가 폭탄만 쏟아낸다는 보장은 없으니 다른 폭발물에 대해서도 항상 유의해야한다!!!”
“폭탄뿐이 아닙니까?”
“이 미친새끼야 폭탄이 제일 양ㅂ….”
펑-! 촤아아아-
그때 공중에서 폭죽이 터졌다.
상공을 향한 소위의 눈이 점점 커졌다. 폭죽처럼 터지는 폭발물에 대해선 장교들 사이에서 악명이 자자했고, 임관했을때부터 들어왔던 괴담들에 절대로 빠지지 않는 호러 그자체였다.
푸화아아악!
화살처럼 내리꽂히는 하얀 섬광들.
닿자마자 불타오르며 죽을때까지 인간을 불사르는 악마의 불꽃이 사방으로 쏟아졌다.
“백린탄이다!!! 절대로 맞아선 안돼!!! 저걸 맞았다간….!!!”
“끄아아아아아아악!!!!”
“피부에 닿지 않게 해!!! 피부에만 닿지 않으면 된다!!! 피부에 닿으면 나이프로 썰어내야해!!!”
“소대장….소대장님!!! 아아아아악!!!”
의무병은 어디냐.
소위는 식은땀을 흘리며 침을 삼켰다.
이곳만의 풍경이 아니다. 자신이 맡고있는 소대만의 풍경이 아니라 독일 사단, 아니 야전군 전체가 패닉이었다.
백린탄 수천발이 상공에서 폭발했다.
쏟아지는 하얀 화살들은 병사들에게 무자비하게 내리꽂힌다.
“의무병!!!”
“예!!!!”
텁-
때마침 뛰어다니던 의무병 하나를 붙잡았다.
의무병도 패닉이 왔는지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고 있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백린탄 사상자들을 치료해야했다.
의무병의 가방에는 마약성 진통제들이 수북이 담겨 꾹꾹 미어터지고 있었다.
“한명이 백린에 당했다. 진통제 하나만 놓고 가!!!”
“어느분이십니까!!! 다른 곳도 가야하니까 빨리 말씀해주십쇼!!!”
“저새끼 끌고와!!! 당장 치료하지 않으면 죽는다!!!”
소대장은 제일 어렸다.
사관학교를 졸업하고 임관하자마자 떨어진 전장은 최악이었고, 임관한 동료들 중 절반은 이미 관속으로 들어갔다.
아니, 관속에조차 들어가지 못한 동료들이 대부분이었다.
‘죽는다.’
죽고싶지 않다.
누가 전쟁에서 죽고싶을까.
소위는 자신이 지휘하는 소대만이라도 살려보낼 의무가 있었다.
그때 소위의 머릿속으로 메뉴얼 하나가 스쳐지나갔다.
“당장 마스크 착용해!!!”
푸화아아악-
백린에서 독가스가 뿜어지기 시작했다.
소위의 비명에 소대들은 이미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였다.
후욱…후욱…
거친 호흡들.
소대원들은 식은땀을 있는대로 쏟아내며 안도의 한숨을 쉴 여력조차도 없었다.
죽을 뻔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숙여!!!!”
투타타타타타타-
쏟아지는 기관총 세례.
백린에서 터진 가스에 참호에서 병사들이 숨을 쉬기 위해 밖으로 고개를 들이밀자 반대쪽 참호에서 기관총 세례가 미친듯이 빗발쳤다.
“숙이라고!!!”
타타타타타타타타-
전쟁을 거치며 개량된 기관총들은 전쟁초기에 비해 훨씬 험악한 성능을 자랑하고 있었다.
저건 이미 기관총이 아니다.
병사들을 갈아마시는 전기톱이었다.
한동안 기관총 세례가 쏟아졌다.
백린탄은 지속적으로 참호속에서 데미지를 축적해나가기 시작했고, 독일장교들도 병사들도 백린탄이 남긴 후유증에 신음을 토해냈다.
슈우우우……
독일측 참호.
참호 곳곳에서 하늘을 향해 연기가 뿌옇게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봉화라도 올리는 듯, 매캐한 연기들이 솟구치고 있었다.
누가보더라도 폭격의 후유증이었다.
‘…..조용해졌군.’
소강상태.
한동안 쏟아지던 기관총 세례가 멈췄다.
이제 노이로제에 걸릴것 같은 폭격기의 프로펠러 소리들도 들리지 않는다.
소름끼치는 침묵이 내려앉았다.
너무나도 조용한 나머지 흙밟는 군홧발 소리가 그대로 들렸다.
흙알갱이 하나하나 굴러가는 소리가 들렸다.
저벅- 저벅-
“다들 무사한가?”
독일군 참호.
소위는 곧바로 소대원들을 살폈다.
백린탄에 맞은 소대원은 이미 의무병이 실고갔다. 다른 소대원들은 마스크를 벗을 생각조차 못한채, 자리에 주저앉아버렸다.
널부러졌다.
멍하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소대원들은 이미 연쇄적인 공세의 파도에 혼이 빠져버렸다.
“아아아아아아아아악!!!”
“쉘쇼크인가.”
옆소대.
한 소대원이 비명을 지르며 바닥에 쓰러졌다.
쉘쇼크 특유의 발작과 경련을 일으키며 바닥을 굴러다녔다. 하지만 이런 소음을 내면 기관총 세례가 쏟아질지도 모른다.
다른 소대원들이 다급하게 달려들어 몸을 제압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하아….하아….”
지친다.
너무 지친다.
소위는 참호에 등을 기댔다.
쉘쇼크에 당한 저 병사들처럼 자신도 비명이라도 지르고 땅바닥을 굴러다니고 싶었다.
전쟁은 참혹하다.
잔인하다.
차라리 사관학교에 있을때가 천국이었다.
지옥훈련이라고 동기들과 욕하던 단련수업들이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눈두덩이로 물방울이 맺혔다.
“제발….이대로 멈춰라.”
이대로 침묵을 유지해라.
제발 이대로 전쟁이 끝났으면 좋겠다.
투항이라도 하고싶었다.
“제발……”
침묵은 점점 길어졌고.
이대로 오늘의 교전은 끝이 아닐까…생각하던 바보같은 시절도 있었다.
야속하게도, 침묵은 곧바로 깨졌다.
“……무슨 소리가.”
쿠르르르르르르릉-
우뢰가 내리치는듯한 천둥소리.
짐승이 울부짓는 울음소리가 전장의 침묵을 찢어버렸다.
“지진이다!!!”
땅이 흔들리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소대원들은 지진이라도 난줄 착각하고 바닥에 엎드렸다.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다른 소대들도 몇몇 소대들은 지진인줄 알고 패닉에 빠졌다.
하지만 소위는 냉정했다.
전장 한복판에서 지진이 날리도 없으며, 지진은 이런 소리가 아니다.
그래, 이 소리는 마치….
“아니야….지진이 아니다. 엔진….트랙터?”
한명의 융커로서.
대지주였던 집안의 농기계에서나 들리던 소리가 전장 한복판에서 들리기 시작했다.
트랙터가 전쟁에는 왜….
쿠르르르르르릉-
잘들으면 금속음이 섞여들렸다.
누가들어도 트랙터소음이었고, 폭격기같은 엔진소리가 우렁차게 소음을 토해냈다.
“잠깐.”
“소위님, 소리가 상대편 참호쪽이 아닙니다.”
“이소리는…..”
뒤쪽?
소위는 얼굴이 창백해졌다.
항공기 소리는 절대아닐 알수없는 기계음이 들렸지만, 육상을 뒤흔드는 소음은 소리가 날수없는 장소에서 들려왔다.
“….소대장님.”
“대체 뭐가 일어나고 있는거냐.”
스윽-
대체 무슨 일인지 파악해야 산다.
소위는 목숨을 걸고 참호 밖으로 고개를 살짝 내밀었다. 하지만 적진 참호와는 정반대 방향을 바라보기 시작했다.
폭격이 지나간 자리.
희뿌연 연기들때문에 잘 보이지 않았다.
안개가 자욱하다.
한치앞도 보이지 않았다.
쿠르르르르르르릉-
“…..어?”
푸확-
그깨 한 강철도 된 거체가 희뿌연 연기를 찢어버리며 튀어나왔다. 소위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쌍안경을 집어들었다.
저건 아군이 절대 아니다.
한마리의 거대한 괴물이 으르렁거리며 사방을 돌아보고 있었다.
강철의 괴물.
단한번도 들어본적도, 본적도 없는 미지의 물체가 우렁찬 엔진음을 토해내며 땅을 울린다…
내가 잘못보고 있는건가.
공포가 빚어낸 환상이라도 되는건가.
“저….저게…뭐….”
딱. 딱. 딱.
부딪히는 이빨.
공포에 전신이 떨린다.
검은색으로 보이는 차체, 트랙터에나 들어갈법한 캐터필러, 우렁찬 엔진음과 육중한 기계음, 무엇보다도 위에 달린 거대한 주포가 끼릭끼릭 움직이더니, 자신을 향해 고정했다.
주포?
그제서야 소위의 이성이 현실로 돌아왔다.
“…….씨발!!! 엎드려!!!!”
쾅-!
주포가 불을 뿜어냈다.
***
“제1기갑사단이 스당(Sedan)에 도착했다.”
미합중국 육군.
제2기갑사단.
사단장은 질겅질겅 담배를 씹으며 지도를 펼쳐들었다. 제1기갑사단은 이번 기갑전력들 중에서 최외곽을 도는 사단이었고, 자신들 제2기갑사단은 베르됭을 쳐부숴야할 최고난이도의 임무를 맡은 기갑전력이었다.
누구하나 쉬운 임무가 없었다.
사단장은 옆에있던 참모를 붙잡았다.
“베르됭은 이걸로 끝인가?”
“아직 몇군데 참호선이 남았습니다.”
“짓밟아버려.”
“예.”
캐터필러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
전차에 짓밟히고 주포에 터져나가는 건 인간이라면 누구에게나 공포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게 아군이라면 얘기가 다르지.
연합군 부대들은 환호성을 쏟아내며 이 공포스러운 괴물들을 맞이했다.
펄럭-
자랑스러운 성조기가 나부꼈다.
“베르됭을 완전히 탈환했다.”
독일군을 분쇄시켰다.
기갑사단이 뚫어놓은 참호들.
사방에서 쏟아져나온 연합군의 보병사단들은 한명이라도 더 독일제 제리들을 사살하기 위해 득달같이 달려들었다.
포로로 만들겠다는 생각도 없었다.
이미 소모전을 통해 해소할 수 없는 깊은 골이 생겼고, 복수심에 눈이 돌아가버렸다.
“적당히 죽이고 포로로 잡으라고 해.”
“예.”
“아니, 당장 멈추지는 말고. 스트레스 해소는 시켜줘야지. 하지만 선넘는 애들은 단속하라고.”
“예!”
사단장도 바보가 아니다.
소모전이 얼만큼의 증오를 키워왔는지 서부전선에 파견되었을 무렵 질리도록 겪었다. 옆에서 파견된 동료장교가 죽었을때엔 독일군을 다 갈아마셔버리고 싶었다.
탕-
연합군은 독일군들을 참호에서 끌어내 무릎을 꿇렸다. 곧바로 권총을 뽑았고 딜레이는 없었다.
권총이 불을 뿜었다.
비명을 지르던 독일병사는 일순 송장으로 변모해 땅바닥에 쓰러졌다.
탕- 탕- 탕-
쓰러진 시신에 몇번이고 총알을 박아넣었지만, 공허한 복수심에 타오르는 눈빛들은 잦아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실실거리는 웃음조차도 얼마뒤엔 사라졌다.
“의미없다.”
제2기갑사단장이 중얼거렸다.
서부전선에 파견되었을 무렵 그도 정말많은 독일군들을 권총으로 질릴정도로 쏴봤다.
권총이 뭔가.
기관총으로 갈기는 인간들도 많았다.
철조망에 매달아서 총으로 쏴버리는 인간들도 있었다.
소모전이 격렬할수록 상대편의 인권따위 존재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렇게 쏴죽여도 결국 풍화될 뿐이었다.
쾅-!
쾅-! 쾅-!
쿠르르르르르릉-
기갑사단의 전차들이 전장을 누비며 남은 참호선들을 정리해나갔다. 독일군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고, 빗자루처럼 쓸려나갔다.
“참모.”
“예.”
“아미앵 중심으로 구축될 1차 포위망까지 가려면 다음 행선지는 어디로 가야하지?”
“음….라임스(Reims)입니다.”
“라임스라.”
그 다음은 생캉탱이겠군.
생캉탱은 아미앵 1차 포위망을 구성하는 지구중 하나였다. 제3기갑사단이 아미앵을 향할동안, 자신들 제2기갑사단은 생캉탱으로 향한다.
“쾌속이군.”
낭시에서 베르됭까지 단숨에 주파했다.
대부분 경전차라고 했지만, 성능은 상상이상으로 스펙을 뿜어내고 있었다.
전차의 주포한번에 터져나가는 화력도 야포 못지않게 장난없었다.
“이제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제?”
“폭격기로 쓸고, 기갑사단으로 뭉개고 보병으로 잔해까지 쓸어버리고….사실상 베르됭은 끝났습니다.”
베르됭.
수많은 사상자들과 소모전.
지옥처럼 피에 물들고, 기나긴 시간동안 이어져온 베르됭전선이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점점 전쟁의 끝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마 스당까지 밀어붙인 제1기갑사단이 독일군의 연결고리를 끊어버렸겠지.”
“예, 지금쯤 독일군은 벨기에 방면을 제외하면, 대부분 보급이 끊겼을겁니다.”
“최상이군.”
이보다 좋을 순 없었다.
미군의 육상병력이 이정도로 압도적일줄은 상상도 못했다. 말그대로 쓸어버리고 있었으니.
“이대로 북진한다.”
쿠르르르르르릉-
기계와 강철의 울음소리.
사방에서 울리는 지진과같은 소음은 베르됭을 울리며 다음행선지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우린 기갑사단답게 쾌속으로 진군해 독일군에게 공포를 선사해주자고.”
독일제국군의 악몽.
기갑사단의 공포는 서부전선의 독일군에게 공포란 칼날을 깊이 쑤셔넣었다.
베를린 참모본부는 패닉에 빠져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