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62)
쿠구구구궁…..
베를린.
아침일찍부터 들려오는 폭발음.
독일시민들은 난생처음들어보는 거대한 굉음을 들었다. 누구는 침대머리맡에 놓아둔 안경을 꺼내들고 누구는 총을 꺼내들고 창문으로 비척비척 걸어갔다.
“……아침댓바람부터 이게 무슨 소리야?”
쾅-!
터졌다.
베를린 광장.
브란덴부르크문 근방에 위치한 공터가 터져버렸다. 파편들이 쏟아지고 연기가 치솟았다. 사방에서 둥둥 울리는 소리가 증폭되어 들려왔다.
요지부동해야할 바닥이 흔들리고 천장에 매달린 샹들리에가 흔들렸다.
베를린 시민들의 졸음이 싹 가셨다.
“…..폭발음?”
믿기지 않는 현실.
누구도 창밖에서 터진 폭발에 현실감각을 느낄 수 없었던 그때, 창밖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출근하는 사람들, 산책하려던 사람들, 신문배달부, 등 광장으로 나왔던 사람들이 폭발에 터져버리며 내지른 비명이었다.
주변사람들에게 비명이 전염병처럼 퍼져나갔다.
“꺄아아아악-!”
쿠구구구구궁….
두번째 폭발음.
연쇄적으로 들리는 폭발음은 베를린 외곽에서부터 점점 가까워져온다. 또다시 베를린 광장이 터져버렸다.
– 도망쳐!!! 공습이다!!!
– 아니, 대체 어디로 도망치란거야!!!
– 모, 모르겠어. 대체 어떻게 해야하지?
– 살려줘….살려줘!!!!
쾅-!
깨지는 파열음.
익숙한 베를린의 구조물의 일부가 터져버렸다.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덧붙여졌다.
“브, 브란덴부르크문이 무너진다!!!”
번쩍 정신이 들었다.
브란덴부르크문이 부서졌다고?
무슨일이 있어도 절대로 아군은 아니었다. 베를린 시민들은 하나둘씩 일의 심각성이 피부로 느꼈지만, 대책을 마련하진 못했다.
베를린 정중앙에 폭격을 맞을거란 상상자체를 해본적이 없었다.
대체 어떻게 해야한단 말인가.
부우우우웅-
하늘위로 금속제 단엽기들이 빼곡하게 열을 지어 날아갔다. 어디의 공군인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연합군의 일원이리라.
‘이제 베를린도 안전하지 않은 것인가?’
“시민여러분!!!”
삐이이이이익-
호루라기 소리와 공습 경보음.
어디선가 쏟아져나온 독일육군들이 호루라기를 부르며 부대단위로 베를린 곳곳에 배치되기 시작했다. 공군을 대처하기위한 대공포를 배치하고 탄막을 뿌려대기 시작했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애초에 고도도 높았고 단단한 금속제 단엽기는 맞아도 튕겨내거나 뚫려도 멀쩡하게 날아갔다.
무엇보다도 처참한 명중률에 금세 탄약이 떨어졌다.
“시민여러분 안심하십시요!!! 저희 독일군이 대처하고 있습니다!!! 일단 백린탄과 소이탄 혹은 가스탄의 사용가능성이 있으니 건물밖으로 나오시면 절대 안됩니다!!!”
빽빽하게 울리는 육군들의 외침.
독일육군부대들은 빠르게 근처 식료품점, 필수생활용품점을 위주로 쳐들어가 점거했다. 독점하려는 의도가 아니라 시민들의 사재기에 물량이 동나면 베를린에 패닉이 오기 때문이었다.
“지하로 대피하실 수 있다면 지하로 대피하시고!!! 2차 피해를 막기위해 가스, 등유 등 폭발물이나 발화물질들을 치워주십시요!!!”
곧바로 배급을 위해 육군부대들이 분주하게 움직였지만, 예상을 초월한 폭격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독일육군부대들이 터져나가기 시작했다.
쾅-! 쾅-! 쾅-!
몇차례의 폭발음.
아까까지 창밖에서 시끄럽게 울리던 안내소리가 사라졌다. 조용해진 육군부대의 안내소리를 비명소리가 채우기 시작했다.
쿠구구구구궁…..
베를린 전역.
상공에서 삐라들이 흩뿌려지기 시작했다.
곧 사람들은 폭격기들의 국적을 알 수 있었다. 흩뿌려진 삐라들과 함께 성조기들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으니까.
“…..미국인가!!!”
얼굴이 새하얗게 질렸다.
독일시민들은 며칠전 신문에서 헤드라인을 점렬한 됭케르크 포위전과 아제르바이잔 바쿠유전 대공습을 떠올렸다.
공포에 떨린다.
지금 베를린에도 그런 폭격이 쏟아진다는 뜻이었다.
***
“중동 공군사령부 미공군의 폭격기들입니다. 신형폭격기들이라 속도도 고급엔진으로 빠르고 기체도 금속제로 단단해 대공포들이 무용지물입니다!!!”
베를린 참모본부.
아침부터 비상상황이 떨어졌다.
그누구도 베를린공습을 예상하지 못했다. 폭격을해도 라인란트나 동프로이센을 폭격할것이라 생각했지.
베를린은 무방비한 상태였다.
물론 베를린 참모본부는 미리 공습을 대비한 메뉴얼을 짜놓은 상태였다. 하지만 미공군처럼 무식하게 물량을 때려박으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베를린이 터져나가고 있었다.
“민간인사상자들이 속출하고 있습니다. 미친듯이 폭격을 쏟아붓고있어 대처할수가 없습니다.”
“당장 민간인들의 걱정보다 우리를 더 걱정해라!!! 독일육군이 먼저 뻗으면 민간인들을 지킬 방어막이 없어지는 셈이다!!!”
“독일군부대 시설들은 괴멸하고 있습니다!!!”
베를린 참모본부.
독일군참모들은 기존 베를린에 존재했던 참모본부 건물을 버리고 지하벙커로 숨어들었다.
“처량하군.”
자조적인 목소리.
슐리펜 참모총장은 쥐구멍에 숨어버린 자신들의 신세에 자괴감을 느끼면서도, 군인으로서의 직무를 다해야한다고 마음을 고쳐먹었다.
독일육군부대들은 이미 베를린 시민들의 대피를 위해 시내로 투입되었다.
하지만 베를린에 살고있는 인구만 몇명이란 말인가. 그들을 수용할 지하대피시설은 너무나도 부족했다.
“황실은?”
“베를린 전신시설 파괴로 인해 연락두절 상태입니다. 지금 베를린궁으로 파견나간 육군부대로부터 연락을 기다리는중입니다.”
“직통라인도 사용하지 못하나? 일반과는 전신과 전원이 다르다고 알고있네만.”
“전부 파괴되었습니다. 현재로서 저희 육군부대가 연락을 취할 방도가 없습니다.”
그게 말이 되나?
내부의 인물들이 미국에게 떠벌리지 않는이상 파괴될수없는 시설이지 않은가. 물론 베를린을 공습한다면 베를린의 주요시설들부터 폭발시키고 보는 것이 옳다.
하지만 너무 철저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소름이 돋았다.
“미국의 첩보망이 이렇게도 뿌리가 깊단 말인가.”
대체 뭐하는 인간이지.
비상전원까지 들춰내 파괴시키는 이런 철저함이라니 혀가 내둘러졌다. 동시에 이마에서 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군인인생을 통틀어 오늘만큼 위기감을 느낀 적이 없었다.
‘솔직히 됭케르크에서 포위당하고 바쿠유전에서 제9군이 산산조각으로 터져도 덤덤했다. 하지만 베를린이 터지니 심장이 떨리기 시작하는군.’
수전증처럼 잘게 손이 떨린다.
평생 느껴보지 못한 공포가 밀려온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주먹을 꽉 틀어쥐었다. 지금 독일제국을 지킬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은 본인이었다.
베를린궁에 머무르는 카이저부터 지켜야한다.
‘애초에 베를린궁이랑 연락했던게 언제더라?’
베를린궁의 카이저와 연락한지도 벌써 몇주일이 흘렀다. 그때까지만 해도 사태가 이렇게까지 커질 줄은 상상도 못했다.
베를린은 독일인들에게 상징적인 의미가 있었으니까.
“브란덴부르크문이 파손되었습니다.”
“내버려둬. 당장 중요한건 건물이 아니라 사람이다. 될수있는한 지하시설을 확충해 사람들을 대피시키도록….”
콰아아아앙-!
밖에서 들린 거대한 폭발음.
슐리펜 참모총장은 눈을 꽉 감았다. 이건 절대로 보통 폭발소리가 아니었다. 유류창고나 군수공장의 화약무더기가 폭발하는 굉음과도 비슷했다.
슐리펜은 검지손가락으로 땀이 맺힌 인중을 닦았다.
이젠 모르겠다.
어떻게 대처해야할지 감도 안잡혔다.
“…..신이시여.”
베를린 대공습.
새벽부터 시작된 대공습의 폭발음은 하루로 마무리되지 않았다. 다음날도 그 다음날도 끝없이 쏟아지는 폭격에 독일육군들은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 기분을 느끼며 공습을 방어하려했지만 절대로 역부족이었다.
민간인시설들엔 백린이나 소이탄이 떨어지는 일은 없었다. 독가스는 더더욱 없었고.
하지만 군수시설이나 군부대엔 폭탄의 종류를 가리지 않고 골고루 떨어뜨렸다.
파라라라라-
쏟아지는 성조기들과 삐라들.
백린과 소이탄에 불붙은 선전지들과 성조기들은 한장한장이 화염무기가 되어 사방으로 흩뿌려졌다. 붙은 불은 백린이었고, 구석구석 타들어가기 시작했다.
베를린에는 지옥이 펼쳐졌다.
***
대공습 4일차.
독일육군부대들이 공포에 질리기도 지쳐버린 나흘째되는 날. 여전히 공중에서 폭탄들이 쏟아졌다. 전신망이 마비된 이상 베를린이 밖과 소통할 길은 존재하지 않았다.
베를린은 눈과 귀가 마비되었다.
“슐리펜 참모총장님.”
쾅-
문을 다급히 열고 육군참모들이 쏟아져들어왔다. 전신망이 블랙아웃된 현재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눈과 귀는 육안과 육성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중앙육군부대들이 직접 베를린 인근 정찰에 나섰고, 파발처럼 자전거를 탄 전령들이 바쁘게 돌아다니고 있었다.
“뭔가.”
“베를린 외곽으로 정체불명의 부대들이 집결하고 있습니다.”
“뭐?”
슐리펜 참모총장은 눈을 부릅떴다.
예상치못한 상황이었다. 애초에 나흘째 눈과 귀가 막힌 상황이다. 독일군부대 전체가 패닉에 빠진 상태일터. 그들에겐 더이상 중앙컨트롤타워가 존재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베를린까지 진격할 수 있는 것인가?
“어느방면인가.”
“서쪽방면입니다. 아무래도 서부전선의 연합군부대들이 베를린외곽까지 치고들어온 것 같습니다.”
“말도안되는 소리!!!”
쾅-!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보병사단의 걸음속도가 4일만에 베를린까지 주파할 속도가 나올수있단 말인가!!! 독일내부엔 수많은 본토수비군들이 우글거리고 있단 말일세!!!”
말이안된다.
독일육군부대가 대체 몇이나 있는데 그걸 나흘만에 주파할 수 있단 말인가. 직선거리로 논스톱으로 달려도 나흘이면 빠듯하다.
열차를 탔을리도 없다.
열차는 미리 점령한 지역으로 수송망과 보급망을 구축할때나 사용하는거지. 점령하려고 들이박는 공격용도가 아니었으니까.
“그게, 아무래도 기갑사단인 것 같습니다.”
“……!!!”
기갑사단?
슐리펜은 순간 잘못들은줄 알았다.
기갑사단이라면 미육군부대가 최전방에서 돌파용도로 운용하는 육군전력이 아닌가.
하지만 육군참모의 말대로 기갑사단이라면 주파가 가능하다.
동시에 불가능했다.
“아니, 아직 됭케르크 포위망 해제하진 못했을 것이다. 그곳에 갖힌 독일육군병력이 몇인데 벌써 포위망을 풀 수는 없다.”
“그렇다면 새로운 기갑사단이군요.”
“새로운 기갑사단?”
아니 그것도 아니다.
미군의 후속보급을 생각해보면 시간적으로 맞지가 않는다. 그렇다면 명백하게 미리 드랍해놓은 기갑사단이란 말이 된다.
퍼뜩 고개를 들었다.
“성조기뿐이던가?”
“아직까지는 그렇습니다.”
슐리펜은 전율했다.
미군밖에 존재하지 않는단 소리는 곧 미군만이 작전에 참여했다는 뜻이었으니까.
전신으로 소름이 우스스 올라왔다.
‘…..기갑사단을 하나 숨겨놓은건가!’
쿠구구구궁……
지하벙커를 울리는 폭발음.
슐리펜은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싶었다. 마음 한켠이 와르르 무너지는 소리가 들린다. 현기증에 앞에 흐릿해지고 이명이 고막을 찢어버린다.
자신이 지키지 못했다.
참모총장은 본인이 독일제국을 지키지 못했다.
“시간문제인가.”
대공습이 문제가 아니다.
이대로면 베를린이 함락당한다.
대공습이 마무리되어도, 곧 미육군 기갑사단이 밀려들어올 것이다. 베를린외곽까지 점령했단 의미는 보급망확보는 끝났을수도 있다.
철도망이 촘촘하게 짜여있는 독일제국이다.
베를린까지 함락당하면 더이상 희망은 남아있지 않았다.
“대독일제국이 이리도 허무하게 끝나는가.”
제대로 저항해보지도 못했다.
정신을 차리고보니 전쟁이 끝나기 일보직전이었다. 미군이 대한 공포가 밀물처럼 밀려들기 시작했다.
텅-
지휘봉을 바닥이 떨어뜨렸다.
육군참모들의 시선이 자신에게로 한번에 집중되었다.
“참모총장님! 베를린궁으로 파견나간 부대에서 연락입니다.”
그때, 한 육군참모가 새로운 소식을 들고 뛰쳐들어왔다. 시름시름 앓는 표정으로 슐리펜 참모총장은 해당 참모를 바라보았다.
“베를린궁은 무사한가.”
“그…..”
꿀꺽.
육군참모는 침을 삼켰다.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기 시작했다. 슐리펜 참모총장은 불길한 기운을 느꼈다. 점점 상체를 일으켰다.
설마…..
“말하라.”
“아니….그….”
“말하란 말이다!!!”
쾅-!
목에 핏줄이 일어설정도로 분노했다.
슐리펜 참모총장의 일갈에 하얗게 질린 육군참모가 횡설수설 떠들기 시작했다.
하지만 슐리펜은 곧 들은것을 후회했다.
“카이저께서…..이미 네덜란드로 도주하셨습니다. 베를린궁 사용인들을 체포해 문책해본 결과, 2주도 더된 얘기라고 합니다.”
털썩-
슐리펜은 의자에 주저앉았다.
그의 얼굴에는 이미 핏기가 가셔있었고, 거무죽죽하게 절망이 내려앉아있었다.
“제발….내 예감이 틀리길 바랬다…..”
마지막에 마지막.
빌헬름 카이저가 결국 독일제국을 배신했다.
“아아아아아아아악!!!!”
와장창-
폭발한 슐리펜 참모총장은 분노를 참지못하고 포효를 내질렀다.
베를린이 붕괴했다.
카이저는 도주했다.
이제 독일제국엔 더이상 희망이 없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