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73)
– 르 피가로(Le Figaro).
“구 독일제국의 서프로이센과 동프로이센, 자를란트, 알자스로렌, 포젠 지방을 연합군 공동통치령 치하로 편입시킵니다.”
베르사유 종전협상.
파리강화회담이 개최되어 협상조건이 결정된다. 각국 정상들은 베르사유로 집결하였고, 엘리제궁 인근 ‘오뗄 드 마리그니’에 머무르며 각국입장을 정리해왔다.
파리강화회담이 시작되자마자 치열한 접전이 있었지만, 지금 내가 발표할 공동통치령에는 모두가 찬성했다.
‘왜 내가 의장이냐고.’
각국정상들의 치열한 접전때문이었다.
아무리 승전국들이 친미정권이라해도 미국만의 독주만큼은 막겠다는 공통분모가 존재했다.
미국대통령이 주도하는 것보단 지위가 한단계 아래인 재무장관인 내게 주는 것이 낫다는 판단이었다.
물론, 프랑스 영국의 의견은 조금 반영된 결과물이었다.
‘속셈이 읽히는군.’
러시아제국.
세르게이 비테 총리와 표트르 스톨리핀 재무장관이 강력하게 주장한 결과물이다.
예상외로 루스벨트는 기꺼이 내게로 바톤을 넘겨주었다. 그의 윙크는 잊히지 않는다.
애초에 모건플랜의 입안자는 루스벨트가 아니라 재무장관인 나였으니까.
‘그래도 꽤 정확한 판단이다.’
루스벨트의 역할이 문제였다
그는 이번 회담을 틀어쥘 행동대장이었다.
승전국들을 화통으로 구워 삶을 미국산 불곰을 의장자리에서 끌어내린것은 정확한 판단이었다.
조금이나마 유리한 조건을 따내기위한 발악이었다.
안그랬으면 회의하는시간 내내 루스벨트에게 멱살 잡혀 질질 끌려다녔을 테니까.
“해당 지역들이 안정화될때까지 연합군에서 신탁통치를 시행, 이후에 국민투표로 어느국가에 잔류할지 결정합니다.”
연합군 공동통치령 이후에 국민투표.
말은 좋아보인다. 하지만 결국 연합군 내부에서도 해당 영토를 통치할 승전국은 나뉠수밖에 없었고, 각 승전국들은 해당영토를 자국에 편입시키기위해 혈안이될 예정이었다.
프로이센.
자를란트.
알자스로렌.
포젠.
등 각 지방들은 국력을 증진시킬수 있는 노른자 땅들이었으니 말이다.
불꽃튀기는 접전들이 오갔다.
물론 외딴섬나라 영국보다는 프랑스와 러시아제국의 신경전이었다.
영국은 다른 지방에 볼일이 있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지방에 이스라엘건국을 공식적으로 승인합니다.”
이스라엘.
본격적으로 중동지방에 개입하려는 영국의 야심까지 꺾어놓을수는 없었다. 아무리 미군이라도, 수백만이나 주둔시킨 인도제국군을 빼기엔 부담스러웠으니까.
차라리 그들의 영역을 이스라엘에 한정시키고 승인해주는 쪽이 계산이 맞는다. 영국측에 참석한 시온주의자들은 만세를 부르고싶어 근질거리는 얼굴로 온몸을 꼼지락거리고 있었다.
‘어차피 모건계열과 록펠러계열의 앵글로색슨이 점령한 월스트리트다. 뭐, 그리고 유대인들에게 미움받아서 좋을 일은 없으니까.’
그들을 배제할수는 없었다.
오스만제국은 아직도 내전에 치닫고 있었고, 발칸반도와 주변국들이 가세하면서 찢겨나가고 있었다. 오스만제국에 대해선 이해당사국들이 별개로 협상을 진행하기로 얘기된 상태다.
물론 이스라엘은 파리강화회의에서 결정된다.
“뭐….땅따먹기는 이쯤하고.”
커흠.
나는 기침을 했다.
승전국들의 영토문제는 나중에 연합군 내부에서도 치열하게 경쟁할 문제였다.
이제 독일제국의 근본뿌리를 뽑아버릴 일이 남아있었다.
“그럼 다음 안건으로 독일황실 및 융커(Junker)들로 구성된 독일행정체계의 처분에 대해서 논의해보겠습니다.”
군국주의의 씨앗.
만악의 근원을 독일에서 뽑아낼 차례였다.
경제적으로 거세하고 농업국가로 만들진 않겠지만, 군사적으로는 거세해놓을 필요성이 있었으니까. 전쟁불구로 끌어내려야했다.
***
“무슨 협상이 필요하겠습니까.”
로버트총리가 강경하게 발언했다.
그는 이번 대전쟁의 책임을 융커들에게 전적으로 물리고 독일제국을 전범국으로 만들 생각으로 머릿속이 가득차있었다.
“그들은 선전포고를 했고, 유럽대륙의 평화를 깨뜨렸고, 비극적인 종말을 가져왔습니다.
영국시민들의 끓어오르는 분노를 가라앉히기 위해선 영국본토 대공습에 대한 책임을 확실하게 물어야했으니 말이다.
오늘 회담에서 물렁하게 대처하면 역으로 로버트내각에게 불똥이 튀어 침몰한다.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소에 전원 인계시키고, 당장 융커들을 전원 직위해제시키는 것이 옳다고 생각됩니다.”
로버트총리는 굳게 입술을 다물었다.
아마 본인도 불가능한 요구라는 것을 스스로 알고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영국총리로서 강경한 모습을 보여야 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일단 지르고 보는 것이다.
“그렇군요. 영국측 의사는 알겠습니다.”
하지만 내게는 의장으로서 제한된 중립의무가 없었으니 발언권을 가져왔다.
루스벨트가 이것만큼은 절대로 사수했다.
“하지만 로버트총리님, 융커들을 뿌리채 뽑는것은 불가능합니다. 독일행정부만 보더라도 고위실무진들에 융커들이 대거 포진해 있으니까요.”
“그렇긴 합니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융커란 사회계층은 독일제국 상류층을 독식하다시피 먹어치우고 있었다. 군부를 해체시켰을때와는 케이스가 다르다.
“그들을 전부 직위해제시키면 행정적 공백이 생겨버립니다.”
“음….하지만 앞으로의 유럽부흥계획을 위해서도 전범들에게 운전대를 쥐어줄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국민들의 성화가 불같이 일어날 우려가 있어서 말입니다.”
“예, 영국측의 불안은 이해합니다.”
그건 맞지.
나도 융커들을 다 뿌리뽑아버릴 생각이었다.
하지만 나는 강제적인 적출보다는 좀 더 자연스러운 방식을 원했다. 융커들이 스스로 사임할 환경을 조성하고 싶었다.
“……”
프랑스 델카세총리는 가만히 경청하고 있었다.
어차피 미국의도대로 종결될 파리강화회의였고, 영국측 의사도 나쁠 건 없었으니 말이다.
“그럼 이렇게 해보죠.”
융커들을 다 뽑을 수는 없다.
하지만 천천히 융커들을 핵심권력에서 떼어낼 수단이 없는 것은 아니었다.
“일단 슐리펜 전 참모총장을 독일대통령이라는 토템으로 세우고, 실질적인 권한을 독일총리에게 위임합니다. 그리고 독일총리에 평민출신을 세우는 겁니다.”
“누구를 세울겁니까.”
“사실 누구를 세우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
의미없다.
어차피 연합군총사령부의 꼭두각시일 뿐이다.
“큰 피를 흘릴 필요는 없습니다. 독일행정부에서 핵심고위층과 인사권자를 평민으로 갈아끼우면 알아서 융커들은 세탁될 것입니다.”
“과연. 융커들을 싫어하는 평민일수록 훨씬 더 큰 효과를 거두겠군요.”
“아뇨,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요.”
융커파벌과 평민파벌이 나뉠것이 뻔했다.
하지만 독일행정부의 수뇌부에서 주도권을 잃어버린 융커들의 몰락은 예정된 것이다. 평민파벌들은 평민출신들로 정치라인을 구성해 끌어올려주겠지.
그렇다고 평민파벌들의 독주를 원하는 것은 아니었다.
“독일행정부에 권력독점은 없습니다. 잔류한 융커들은 독주하는 평민파벌들의 브레이크가 되어줄 겁니다. 너무 한쪽에만 권력을 몰아주면 그게 민주주의입니까.”
“……허.”
양날의 검.
잘만 사용하면 유용하다.
“이의있습니까?”
“영국측은 의장의 의견을 수용합니다.”
로버트총리는 혀를 내둘렀다.
그대로 자리에 착석했다.
‘그나저나 러시아제국은 얌전하군.’
그럴수밖에.
러시아제국은 이미 융커들에게 미련이 없었다.
그들에겐 프로이센왕국의 신탁통치를 맡길 생각이었으니까.
‘하긴 융커들의 본거지인 프로이센왕국은 이제 러시아제국에게 갈갈이 찢길 운명이지.’
프로이센왕국.
이미 러시아령이나 마찬가지다.
러시아제국은 이미 복수할 샌드백을 확보했고, 그들에게 잔반은 필요없어보였다. 게다가 이미 미국과 신경전을 한차례 벌인 이상, 더 목소리를 높이기엔 부담스럽겠지.
국민들의 분노를 풀 샌드백.
러시아제국에겐 물지 말라고 떡하나 던져준 셈이다.
“아, 그러고보니 의회는 어떻습니까?”
연방대표자회의.
이번엔 독일제국의 상원의회에 대한 처분이 로버트총리에 의해 의제로 올라왔다. 하지만 이곳에 대한 걱정은 필요없었다.
“오히려 독일상원 문제는 쉽습니다. 이미 프로이센왕국이 적출당했으니까요.”
프로이센 독주시기.
프로이센왕국과 독일황실이 상원의회를 틀어쥐었을 시기에도 연방대표자회의에서 각 연방주의 발언권은 거셌다.
‘이미 독일연방은 각 연방주의 자율권이 상상을 초월해있는 이상, 이미 멸망한 프로이센왕국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제일 거칠었던 바이에른왕국같은 경우만 보더라도 연방대표자회의에서 각 연방주가 가진 발언권의 수위를 알 수 있었다.
즉, 더이상 융커들에게 자리는 없다.
“독일만큼 각 연방주들의 자율권이 보장된 곳도 없습니다. 헌법까지도 다르게 가져가는 연방주들인데, 그들이 프로이센기반 융커들을 가만히 내버려두겠습니까?”
그것도 정치인들의 복마전에서?
내가 걱정하는건 융커들이 아니다.
각 연방주들이 뛰쳐나올까봐 그게 더 두렵다. 하지만 게르만주의로 결집된 유대관계는 쉽게 해체될 문제는 아니었다.
즉, 독일상원의회는 행정부에서 융커들을 적출해내는걸로 자정작용을 기대할 수 있었다.
“그들을 엮는건 게르만주의 뿐입니다.”
“……그렇군요.”
“하지만 로버트총리의 의견은 정당하다고 판단됩니다. 일부 받아들이겠습니다.”
적당히 받아줘야지.
아무리 로버트총리라고 해도, 국민들의 분노가 실제하는 이상, 불안감이 없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부분을 내가 조율해줘야한다.
“일단 제안대로 융커들을 전부 직위해제시키는 것은 무리겠지만, 독일제국에서 제일 핵심직책에서 전쟁에 가담한 융커들은 전부 직위해제시키겠습니다.”
“그들의 처분은 어떻게…..”
“뉘른베르크 전범재판이 진행되기전까지 연합군총사령부에서 구금하겠습니다.”
“…..배려 감사드립니다.”
연합군총사령부에 구금.
사실상 승전국들 전체를 포함해 영국군에게도 복수할 기회를 주겠다는 의미였다. 연합군에는 영국군도 포함되어 있었으니까.
포괄적인 개념으로 진의를 덧칠한다.
로버트총리는 이정도로 만족한듯 자리에 착석했다.
“프랑스측도, 러시아측도 이의는 없습니까?”
“없습니다.”
“아, 한가지 있습니다.”
프랑스측이 손을 들었다.
델카세총리였다.
“이번 대전쟁에서 명실공히 제일큰 피해를 입은 것은 저희 프랑스입니다. 파리강화회담이 열린 것도 일정부분 그 지분을 가지고 있음을 증명합니다.”
“예, 인정합니다.”
일단 수치적으로 제일큰 피해를 입은건 프랑스가 압도적이었다. 이 통계적수치들을 부정할 사람은 없었다.
“직위해제된 융커들을 저희 프랑스파리 외곽에 새로 수용소를 설치해 구금할 것을 의장께 간청드립니다.”
얌전한 말투다.
마치 자신은 절대로 해롭지 않다고 어필하는 독버섯과도 같았다. 하지만 델카세의 발언내용은 전혀 그렇지 못했다.
웅성웅성.
파리강화회담장이 웅성거렸다.
파리 수도방위사령부가 위치하고, 제일 치열한 접전이 펼쳐졌던 파리외곽에 융커수용소를 설치하겠다고?
‘이건 융커들의 인권말살이나 다름없다.’
누가봐도 깊은 살의가 느껴진다.
아무리 델카세총리가 프랑스인을 싫어해도, 대전쟁의 최전선에서 갈려나가는 동안 한계까지 쌓인 전쟁에 대한 증오심만큼은 타인의 추종을 불허했으니.
게다가 직위해제될 융커들은 전쟁세력의 중추들이었다. 증오심을 투사하기엔 죄책감 하나 안드는 안성맞춤의 표적이었다.
뉘른베르크에서도 중형을 선고받겠지.
‘사실상 델카세의 가정평화와 인생과 은퇴를 앗아간 자들인가.’
어…..
찢어죽이고 싶을만도 하네.
동시에 프랑스인들 마음속에 한계까지 쌓인 증오심을 다 풀어버리겠다는 의도도 있을테지.
무척 깊은 증오심이다.
이걸 평화적으로 없던일로 하자고 말하는것 자체가 죄악이 될정도로 말이다.
“……”
의장으로서 선택해야한다.
과연 직위해제시킨 융커들을 한데모아, 증오심에 불타오르는 연합군인들이 우글거리는 수용소로 처넣어 인권을 말살시켜버릴 것인가.
자유주의의 횃불을 자처하는 미국인으로서도 찝찝한 의제였다.
‘그렇다고 증오심을 그대로두면 국민들에게서 강력한 허리케인급 역풍이 분다.’
어떻게 할까.
하지만 국민들의 분노를 대변한다던 델카세총리의 눈빛은 순도 100%의 순수 증오심이 불타오르고 있었다.
아마도 프랑스인들, 특히 파리지앵들은 델카세와 같은 심정이지 않을까.
“후….”
나는 의사봉을 집어들었다.
회의장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나는 무거워진 입을 열었다.
신중하게 대답해야한다.
‘그런데 프랑스 이새끼들 목대가 좀 많이 뻣뻣하다?’
델카세의 개인적인 원한은 알겠다.
그런데 그렇다고 프랑스발언권을 강하게하는 원인이 되진 못한다.
대놓고 기각해볼까?
한번 기각해서 반응을 살펴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제발 덤벼들어라.’
이제 더이상 수용소는 중요치 않았다.
미국의 국익을 얼마나 챙길 수 있는지, 프랑스를 본보기로 유럽국가들을 어떻게 찍어누를지가 중요해졌다.
너희는 목소리를 높이면 안돼.
가만히만 있어도 적당히 챙겨줄텐데, 겸사겸사 러시아제국의 기세를 꺾고 긴장시킬 좋은 건수가 생겼다.
“기각합니다.”
델카세의 얼굴이 붉어졌다.
나는 쾌재를 외치며 슬그머니 채찍을 꺼내들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