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77)
“대놓고 저희 러시아제국을 견제하고 있습니다.”
세르게이 비테 총리.
마지막날만 남겨둔 심야한 새벽. 러시아제국 니콜러이 차르와 표트르 스톨리핀 재무장관은 별실에서 논의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파리강화회의는 내일이면 끝난다.
“얼핏들어보면 좋아보입니다만, 전혀 아닙니다.”
“어째서 그렇소?”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들어가는 조건이 너무 까다롭기 때문입니다. 이건 IMF 구제금융과는 차원이 다른 문제입니다.”
세르게이 비테는 쫙쫙 펜으로 선을 그었다.
그의 손에는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대한 서류철이 들려있었다. 모건장관이 나눠준 이건 악마의 물건이었다.
“일단 북대서양조약기구에 들어갈 때 얻을 수 있는 메리트들이 뭔지 아십니까?”
“경청하고 있네.”
“첫번째로 제일 중요한 미국의 유럽부흥계획 보조금 지급입니다. 영국과 프랑스는 이점에 눈이 돌아가버렸죠. 그들은 후발주자로 참전한 저희들보다 전쟁으로 잃은 손해가 훨씬 막심합니다.”
차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까지 파리강화회의에서 영프가 보여준 추태들과 아양들은 이번 대전쟁으로 그들이 얼마나 심각한 피해를 입었는지 알수 있었다.
국가가 존폐위기에 놓여있으니 그렇게 득달같이 매달리지.
“돈에 나라를 팔아먹었군.”
“아닙니다. 몰락할 국가를 살려내기위한 최후의 발악이라고 봐야합니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아니었다.
인민들이 작살나게 죽어나가긴 했지만 대부분 농노출신들이다. 농노해방령으로 해방되었어도, 그들은 여전히 농노로서 취급받고 있었다.
오흐라나들이 대규모 척살작전으로 공산주의를 처단하고 있는 지금으로선 아직까지 국가전복이 우려되는 상황까지는 아니라고 세르게이비테 장관이 말해주었다.
고작 1년 남짓.
참전한 시간이 너무 짧았다.
“그건 알것 같긴 하더군.”
“예, 더불어서 그들은 세계공급망에 편입되고 싶어서 아둥바둥거리고 있는 것입니다.”
“해상제국인 영국도 그런가?”
로버트총리.
그는 영국의회까지 동원할정도로 필사적이던 영국총리의 모습을 떠올렸다.
“예, 영국은 컨테이너 표준화에 참여하지 않으면 수세기동안 쌓아온 해운시장에서의 우위를 잃어버리게 될테니까요.”
현재는 미국공급망이 압도적으로 거대해졌다. 영국자치령들도 하나둘씩 미국에 붙고 있는 상황이었고.
영국은 이미 공황까지 맞았다.
그들은 경제적 군사적으로 수세에 몰려있었고, 받아들일 수 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들도 많겠지만, 일단 마지막으로 그들의 화폐는 이미 쓰레기로 전락했습니다.”
대영제국이 무려 파운드화를 버렸다.
19세기까지 세계를 휘어잡은 기축통화였던 파운드화를 포기해버렸다. 영국을 덮친 공황으로 파운드화가 쓰레기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전쟁후유증까지 겹쳐서 유로화 도입이 절실했을 겁니다. 자칫잘못하면 하이퍼인플레이션이 닥쳤을 테니까요.”
“하이퍼인플레이션?”
“파운드화 가치가 쓰레기로 전락하는 것을 말합니다. 영국은 저번 공황으로 결국 금본위제를 포기하지 않았습니까.”
금본위제.
영국 파운드화를 지탱해야할 기둥뿌리가 공황으로 한방에 뽑혀버렸다.
“누가 설계라도 한것처럼 교묘하게 톱니바퀴처럼 맞물려서 돌아가는군.”
“공공연한 비밀입니다.”
세르게이 비테 총리는 천천히 북대서양조약기구 관련 서류철을 흔들었다. 이걸 제공한 것은 모건장관이었다.
차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비테총리도 로마노프 공주들의 혼사에 대한 얘기를 한번 진중하게 생각해보겠나?”
“……아직 이릅니다. 제일 연상이신 올가 공주님께서도 10살을 갓 넘으셨으니까요.”
차르는 손을 내저었다.
“아니, 이건 장기적으로 봐야할 문제네. 당장 결혼하자는 말이 아니란 말일세. 혼사 자체는 공주들이 성년이 된 이후에 맺어도 나쁘지 않아. 그전까지 모건장관을 설득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겠지.”
“받아들일 가능성이 적습니다. 루스벨트 대통령의 영애도 있으니까요.”
“글쎄.”
차르는 입꼬리를 비틀었다.
니콜라이 2세 본인은 자신이 내정능력이나 다른 능력은 무능할지 몰라도, 귀족들의 사교회와 사람에 대해선 어느정도 통달했다고 자부하고 있었다.
“대통령의 영애는 루스벨트 대통령이 대통령일때나 유효한 칭호라네. 그가 백년천년 대통령을 할것도 아니고 나보단 빨리 내려오지 않겠나.”
“차르시여, 미국대통령은 아직 연임에 제한이 없는 국가입니다.”
“그걸 의회가 내버려두겠나?”
“…..안그래도 미국은 대선기간이라 말이 많이 나오긴 합니다만, 정치인들 사이에선 3선 아무리 길어도 4선까지가 한계라고 의논합니다.”
“그럼 앞으로 8년이군.”
“관례는 재임까지지만, 워낙 지지율이 무시무시한 기세를 뿜어내고 있지 않습니까.”
“일리있군.”
8년.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시간이다.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대통령의 영애는 8년이면 끝이야. 대통령에서 내려가면 민간인이지. 그렇다고 대통령이 쪽팔리게 국회의원이나 하고있진 않을거 아닌가.”
“이후엔 원로로 물러난 민간인이군요.”
“대통령은 아니게된 루스벨트의 영애는 과연 모건장관에게 그만한 가치가 있을까? 파워밸런스가 맞느냔 말이네.”
“…..냉혹하게 말하자면 아닙니다.”
레임덕이 오더라도 대통령 영애가 조금이라도 더 의미가 있는 법이긴 해.
“하지만 우리 로마노프는 어떤가.”
차르는 탁탁 손가락으로 책상을 두드렸다.
묘하게 굳어진 표정에 세르게이비테 총리도 표정을 굳혔다.
“로마노프왕조는 러시아제국이 멸망하기 전까지 로마노프왕조일세. 알렉세이가 차기황제로 등극하겠지만 OTMAA는 서로 사이가 좋아. 모건장관의 영향력이 강대한 이상, 알렉세이가 푸대접을 하진 않겠지.”
총리와 황제.
둘은 말로 꺼내지 않은 불편한 진실을 눈빛으로 교환했다. 혈우병에 걸린 알렉세이 황태자는 황제로 즉위하기 전에 요절할 확률이 높았으니까.
그렇게되면 여성황제를 올리기위한 법안개정이 이뤄질 가능성이 농후했다.
‘알랙세이 황태자는 현재 모건장관의 도움으로 미국화이자와 존스홉킨스대학의 의료진이 붙어있는 상황이다.’
황태자의 상태가 호전되긴 했다.
일단 모건장관에게 들은 조언으로 알렉세이 황태자가 섭취하던 진통제가 항응고제란 말을 들을 수 있어 곧바로 약처방을 바꿨다.
신빙성은 높았다.
해당 항응고제 아스피린 진통제를 생산하던건 모건장관의 제약회사였으니까.
‘하지만 이상한 사이비 수도승까지 접촉할 정도로 알렉세이 황태자의 상태가 좋지 않다. 일단 오흐라나의 ‘취조실’까지 끌고갔지만 날파리들이 너무 많이 꼬인다.’
“차르께서도 오래 사시어 정정하게 러시아제국을 통치하실 겁니다.”
“그래, 그것이오.”
니콜라이2세.
일단 IMF 구제금융을 받은 상황이었지만, 알렉세이 황태자 회복건으로 러시아제국의 차르는 모건장관에 대한 인식이 좋았다.
아주 좋았다.
“일단 대통령 영애보다는 훨씬 길고 권한도 훨씬 막대하게 가져갈 수 있지.”
그런 부분이라면 제법 일리있었다.
그렇게되면 모건장관은 황제의 부군이 되는 것이다. 모건입장에선 결혼한번으로 러시아제국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칠 수 있다.
왕위계승을 포기하지 않는한, 올가 공주가 차기차리나로 제일 유력한 후보였다.
“차르의 혜안에 감탄합니다. 모건장관의 태도를 보셨습니까? 미국은 지금 북대서양 조약기구에서 러시아제국을 견제하려 들고 있습니다.”
오히려 이게 청신호일지도 모른다.
세르게이 비테 총리는 이런 견제가 오히려 혼사를 걱정하는 입장에선 호재라고 여겼다.
“모건장관이 러시아제국을 견제한다는 말은 모건장관이 그만한 영향력을 러시아제국에서 발견했다는 뜻입니다.”
“막대한 천연자원, 광대한 영토, 비옥한 곡창지대와 거대한 인구.”
대표적인 러시아제국의 이점들이다.
하나하나가 막대하다. 러시아제국이 막대한 천연자원을 흔들기 시작하면 제아무리 미국이라도 감기에 걸린다.
미국보다는 적겠지.
그래, 석유는 모르겠지만, 다른 천연자원들은 시장을 뒤흔들 정도의 영향력은 있었다.
곡물시장?
체르노젬 흑토지대는 두말할것도 없었고.
“예, 그 네가지만 해도 러시아제국의 영향력은 전세계를 진동시킬 수 있습니다. 생각해보면 공교로울 정도로 이번 NATO는 러시아제국에게 아무런 이점도 없습니다.”
“말씀해보시게.”
차르는 편안한 자세로 등을 기대어 앉았다.
세르게이비테 총리는 설명을 이어나갔다.
“일단 군사력부문입니다. 경제조약인 동시에 군사조약인 이번 조약은 열강들의 식민지문제를 처리할 해결사가 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영프가 눈깔 뒤집힐만하군.”
“예, 하지만 저희 러시아제국에는 식민지라 할만한 장소가 없습니다.”
식민지? 귀엽네.
러시아제국엔 훨씬 심각한 문제가 있었다.
전세계가 공산주의자라고 부르는 빨갱이들이 말이다.
“오히려 오흐라나가 숙청하는 공산주의자들이 문제지만, 이건 자본주의의 적성세력이라 모건장관이 지원을 중지할 수 없습니다.”
“이미 우리는 군사력원조를 간접적으로 받고 있고, 받을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이군.”
“예, 기억나십니까? 저희는 크림반도를 반환받는 조건으로 소규모지만, 주러미군까지 주둔을 허용했습니다.”
러사아제국에게 나토(NATO)의 군사력원조와 공조는 진짜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하지만 리스크는 거대했다.
“나토(NATO)는 러시아제국이 강성해지면 저희를 찌를 창이 될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선 가입해야합니다.”
“하지만 왜 가입을 꺼리는 것인가?”
“왜냐하면 사실상 미국식민지가 되겠다고 서명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입니다!”
하아…..
세르게이 비테 총리는 조금 흥분했다.
갑작스럽게 높아진 언성에도 차르는 이해한다는듯 끄덕였다.
“그렇군.”
“저와 스톨리핀 재무장관이 아직까지 루블화를 잘 컨트롤하고 있습니다. 유로화로 갈아탈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이번 파리강화회의의 영프처럼 식민지마냥 총독부를 세울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총독부?”
“영국수송부와 프랑스철도부는 경제적총독부랑 다를바가 없습니다. 영프는 이제 미국의 경제적 식민지라고 봐야합니다.”
암묵적인 식민지도 아니다.
파리강화회의의 조약은 식민지라는 워딩만 없을뿐 식민지가 될 조약항목들을 명시하고 있었다.
서명하면 끝이다.
러시아제국은 나토가입명단에서 빠질 예정이었다.
“군사력은 키우면 됩니다. 굳이 비굴하게 기어가지 않아도 됩니다. 저희가 시베리아횡단철도를 보유하고 있는 이상 러시아제국을 무시할수도 없을 겁니다.”
“굳이 파리강화회의 조약에 참여하지 않아도 러시아제국은 자동적으로 합류된다는 말이군.”
러시아제국을 전락시킬 이유가 없다.
산업화를 쌓아올릴 기반들.
이번 대전쟁으로 공업단지들이 죄다 불바다로 불타올랐다. 하지만 러시아제국은 이미 한번 산업화를 이룬 경험이 있으니, 맨땅에서 다시 쌓아올리면 된다.
“그렇습니다. 저희는 다른 국가들과는 달리 유일한 제정이고, 자원부국입니다. 훨씬 중앙정부가 강력하게 대응할 수 있습니다.”
“반대로 말하면 모건장관에게 위험하지만 혼사로는 매력적인 매물이라는 말도 되겠군.”
“모건장관이 저희를 견제하는 이유입니다.”
일단 인구가 많다.
산업혁명을 이룬 근현대에서 인구는 그자체로 국격을 올릴수 있는 중요한 내수시장이고 공업인력들이었다.
이건 메리트가 컸다.
“모건장관이 러시아제국과 혼인한다면….”
“예.”
세르게이 비테 총리는 고개를 끄덕였다.
“역사에 전무후무한 초강대국동맹이 탄생할 겁니다. 나토(NATO)까지 딸려오는 셈이니, 어쩌면 인류 전체를 아우를 수 있는 연합이 될지도 모르지요.”
결코 과장이 아니다.
실질적으로 프로이센까지 뜯어먹은 러시아제국의 광활한 영토는 사상 두번째로 넓은 강역을 구가하고 있었으니까.
러시아제국의 여력은 결코 무시할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
“러시아제국은 진짜 넓네.”
적백내전이 없는 러시아제국이다.
그들은 프로이센왕국을 사실상 신탁통치할 에정이었고, 그렇게되면 역사상 최대강역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에 준하는 정도가 된다.
왜 사상최대가 아니냐고.
수어드의 냉장고.
러시아제국이 알래스카를 수어드 미국국무장관을 통해 미국에게 팔아넘겼기 때문이다.
벽면에 세계지도를 바라보았다.
“러시아제국을 견제해야할 제일큰 이유이자 문제는 결국 천연가스와 볼가우랄분지다.”
가즈프롬.
그 거대한 천연가스의 위력이 유럽대륙 전체를 뒤흔드는 2022년을 보고와버렸다. 내게는 가즈프롬의 영향력만큼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었다.
물론 미국석유회사들도 매출고를 높였지만, 유럽대륙 전체를 뒤흔든 러시아제국의 영향력은 무시무시하다.
“볼가우랄분지.”
볼가강과 우랄산맥 그 사이.
거대한 천연가스 및 석유생산지구다.
현재로서 러시아제국이 발견하기 제일 좋은 위치에 있는 꿀땅이었고, 바쿠유전이 폭발한 부분은 충분히 만회하고도 남았다.
그뿐만 아니라 카스피해를 포함해 러시아제국 전역에 천연가스와 유전지대가 분포해있었다.
이건 위험하다.
아무리 석유를 독점으로 가지고 있어도 러시아제국이 잠들어있는 석유들을 다 끄집어내면 석유시장을 흔들어버릴 수 있었다.
독점은 못하겠지.
막대한 국가안보적 손실까지도 못준다.
하지만 미국신경을 벅벅 긁을정도로 영향력 투사는 가능하다.
“심지어 유럽대륙을 천연가스와 가스관으로 틀어쥐겠지.”
러시아제국을 견제해야했다.
나는 파리강화회의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를 발표했지만, 이건 참석한 러시아제국을 참여시키기 위함이 아니라 위협하기 위해서였다.
러시아제국이 참석하고 싶어해도, 나는 기를 쓰고 막았을 것이다.
무슨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후, 그레이트게임을 벌이던 대영제국의 심리가 이제야 좀 이해가 되는군.”
러시아제국.
저건 진짜 계륵같은 존재다.
러시아제국은 결코 우리를 뛰어넘을 수 없지만 막대한 천연자원과 에너지자원, 인적자원, 토지자원 또한 결코 무시할수가 없었다.
싹 쓸어버릴 수가 없다.
천연자원은 지하깊이 매장되어있으니, 러시아제국은 쑥대밭이 되도 자원캐서 개같이 부활할테니 말이다. 애초에 하루아침에 러시아인민들을 싹 다 지워버릴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좀비가 따로없네. 라이프베슬을 지하 땅바닥에 파묻은 리치가 따로없어.”
진짜…..
눈엣가시가 이런 것이었다.
그때 옆에서 신문삼매경에 빠져있던 루스벨트가 툭 한마디를 던졌다. 궁시렁궁시렁거리는 나를 보다못해 말을 던진것 같았다.
“차라리 결혼하지 그러나.”
“무슨 결혼말씀입니까? 설마 대통령님의 딸이랑 말씀이십니까?”
루스벨트는 피식 웃었다.
“그런 왈가닥 말괄량이를 너한테 붙인다고? 아서라, 내가 키워봐서 아는데, 결말은 둘 중 하나다. 맞아 뒤지거나 속터져 뒤지거나.”
“……”
“참고로 나는 둘다 겪어봤지.”
“……”
“모건, 나도 마찬가지고 미국관료들도 마찬가지네. 모두가 미국국익을 생각하고 움직이고 있어.”
갑작스러운 뜬구름잡는 소리.
루스벨트는 거만하게 자세를 고쳐잡았다.
“혈연은 언제나 좋은 동맹의 수단이지.”
루스벨트는 나를 가리켰다.
“자네는 실질적 권한들만 따져봐도 미국황제나 다름없어. 국가기간산업은 자네 허락없이 한발자국도 움직일 수 없을테니까. 미국대통령인 나도 힘든 일이지.”
미국행정부와 나의 전쟁이라.
막대한 경제적인 타격이 이루말할 수 없겠지. 어떤 의미로는 황제가 맞다.
“즉, 미국최상류층에서 혼담상대로는 자네만한 신랑감이 없다는 말일세.”
“……”
루스벨트는 내 침묵에 눈썹을 꿈틀거렸지만, 한숨으로 화를 토해버렸다.
“쯧, 재수없는놈.”
“아닙니다. 제가 어떻게 황제입니까. 지지율 75%이상의 대통령께서 미국의 황상이시죠.”
“그만해. 죽이고 싶으니까.”
“넵.”
“아무튼, 혼사에 대한 얘기로 돌아가보자고.”
씰룩.
루스벨트는 입꼬리를 올렸다.
“러시아제국의 차르가 자네를 바라보는 눈이 심상치 않았네. 내 딸과 자네의 혼사까지 고민해본 내입장에서 말해주는데 그건 혼사를 생각하는 예비 장인의 눈빛이었어.”
“설마요.”
러시아자국의 차르?
니콜라이 2세가?
나는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내가 강력한 불신의 눈빛을 보내자 루스벨트가 입꼬리를 비틀었다.
“안 믿나?”
“좀 믿을만한 얘기를 해주셔야 믿지 않겠습니까. 러시아제국은 저희가 견제하는 티를 팍팍내고 있습니다.”
“내가 듣기론 자네가 알렉세이 황태자를 호전시켰다며. 그거 때문 아닌가?”
아…..그런가?
하긴 라스푸틴에게 미쳤었던 원역사의 황실부부를 생각해보니 그럴법도 했다.
워낙에 아들바보에 황실에 하나밖에 없는 고명아들이었으니 말이다.
“……진짜입니까?”
“내 장담하지. 며칠내로 혼사를 얘기하기위해 러시아제국에서 사람이 올걸세.”
똑똑똑.
그때 방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나와 루스벨트의 고개가 급히 문쪽으로 돌아갔다. 루스벨트는 목소리를 높였다.
“밖에 누군가?”
“휴식하는 와중에 죄송합니다. 세르게이 비테 총리께서 방문하셨습니다.”
“뭐?”
나는 루스벨트와 눈을 마주쳤다.
루스벨트는 당황해하더니, 이내 입꼬리를 씨익 들어올렸다.
“모건.”
“예.”
“대통령 퇴임하면 타로집이라도 차려야할까봐.”
“……그러셔야할 것 같습니다.”
공교로운 타이밍.
세르게이 비테 총리가 찾아온 이유는 과연 루스벨트의 예상대로였다.
러시아황실과의 혼담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