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89)
“경제사회이사회에는 결의안이 없습니다.”
스위스 바젤.
전 독일투자공사의 컨퍼런스룸에 침묵이 내려앉았다. 각국 대표들과 행장들, 그리고 국제기구 관료들은 귀를 의심했다.
제일 핵심적으로 다뤄질줄 알았던 경제사회이사회가 껍질을 까보니 허수아비라니.
이게 대체 무슨 헛소리지라는 표정으로 벙쩌있었다.
오직 두명.
나와 루스벨트만이 덤덤하게 속으로만 미소를 짓고 있었다.
“상임이사국들의 특권도 안보리에 제한되고, 권고안이라는 법적구속력이 없는 체제로 설립하자는 취지가 저희 미국의 초안입니다.”
‘허수아비냐고?’
그래, 허수아비 맞다.
국제연합(UN)은 경제사회이사회를 통해 아무것도 법적구속력이 있는 정책들을 의결할 수 없게될 것이다.
그저 국제적으로 안건들을 논의할 회의장만 만들었을 뿐, 의미는 없다.
“상임이사국도 없으니 당연히 표결이외에 회원국에서 거부권이 행사될 일도 없습니다. 과반수 표결체제로 그것고 ‘권고안’만을 내보낼 수 있도록 제한할 것입니다.”
“자, 잠시만요.”
그때 한 인물이 손을 들어올렸다.
익숙한 얼굴.
로버트총리는 다급하게 내말을 끊고 손을 들어올렸다. 하지만 나는 화내지 않았다.
나는 오늘내내 오직 저 반응만을 기다리고 있었으니까.
오히려 좋았다.
“발언하시죠.”
“대체 경제사회이사회엔 어떤 의미가 있는겁니까? 이사회에 참석한 국가들이 힘들게 표결해도 의결할 수 있는 정책이 ‘권고안’ 뿐이라니요.”
존재가치가, 의미가 없잖는가.
권고안 따위가 아무리 강력해봤자 구두약속일 뿐이다. 국가간 구두약속 따위를 믿는 바보천치가 이세상 어디에 있단 말인가.
이건 허수아비가 명백했다.
“이게….대체 이 조직이 존재할 이유가 뭡니까?”
“예, 존재할 이유는 분명하게 존재합니다.”
나는 여유로웠다.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는 권고안밖에 제출하지 못하는 허수아비처럼 위장했지만, 숨어있는 송곳니가 날카롭게 빛나고 있었으니까.
로버트총리.
그의 얼어붙은 얼굴과 마주쳤다.
“유엔(UN) 예산심의국을 경제사회이사회에 설치해 예산안을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의결합니다. 상임이사국의 구별없이 말입니다.”
“예?!”
쾅.
로버트총리는 저도 모르게 자리를 박차고 일어섰다. 방금 자신이 무엇을 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멍해진채로 말이다.
다른 국가수반들도 마찬가지였다.
유독 표트르 스톨리핀은 나를 미친놈처럼 바라봤지만, 눈빛너머로 냉철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었다.
“유엔 예산심의국은 유엔총회가 아니라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설치될 예정이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순식간에 존재의의가 발생했다.
국제적인 경제사회정책에서는 무용지물일지 몰라도 유엔내부적인 예산심의과정에서 막대한 양향력을 행사할 핵심기구로 말이다.
유엔(UN).
국제연합은 앞으로 경제사회이사회의 예산안에 따라 움직이게 될 것이다.
내부행정의 끝판왕으로 끌어올렸다.
‘한마디로 유엔(UN) 안보리도 예산심의국에 제한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엔(UN) 예산심의국을 통해 상정된 예산안들은 모든 국가들이 동일하게 한표씩을 행사할 수 있는 표결시스템으로 의결합니다.”
“……허.”
로버트총리는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순식간에 유엔내부의 서열이 나뉘어지는 순간이었다. 경제사회이사회가 실질적인 톱으로 군림하는 내부체계의 완성이었다.
순간적인 반전에 참석자들 대부분이 제정신을 차리지 못했지만, 곧바로 냉철하게 계산기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나는 자비롭다.
시간을 줄 여유정도는 충분했다.
어차피 지금 시간을 줘봤자 몇시간이 전부일테니까 말이다.
“논의할 1시간을 드리겠습니다.”
땅땅땅-
지금부터 휴정합니다.
나는 목봉을 두드리고 바젤회담의 의장석에서 내려왔다. 나는 곧바로 뉴욕대형은행장들이 모여있는 회의실로 걸어들어갔다.
끼익-
주인공은 미국이었으니까.
하지만 마지막까지 유엔헌장의 초안은 루스벨트와 나, 둘만의 비밀이 될 예정이다.
아직.
유엔 예산심의국에 대한 진실을 눈치채지 못한 참석자들에게 심심한 유감을 표한다.
뉴욕대형은행장들.
나는 회의실을 둘러보았다.
뉴욕을 틀어쥔 행장들은 전부 내게로 시선을 집중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디트로이트 재무장관입니다. 저 신경쓰지 마시고 편하게 대화하시죠. 어차피 저는 오늘 침묵할 작정이니까요.”
원하는 대답은 안준다.
나는 검은정장을 갖춰입은채로 자연스럽게 회의실 상석에 엉덩이를 붙였다.
록펠러회장은 입꼬리를 비틀었다.
JP모건회장, 내 아버지는 피식 웃음을 흘리며, 지팡이로 록펠러의 옆구리를 툭 쳤다.
“이게 옳게된 서열이지.”
“뭐, 부정할순 없군.”
“푸흐하하하하하하!!!”
내 아버지.
JP모건회장은 회의실의 풍경이 기껍다는듯 호쾌한 웃음을 터뜨렸다.
나도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렸다.
아무리 나를 비행기태워 뉴욕까지보내버려도 말해줄 생각은 전혀 없었다.
이건 영업이다.
비즈니스다.
나는 그저 웃을 뿐이었다.
***
“유엔 예산심의국은 경제사회이사회뿐만 아니라 유엔총회부터 유엔사무국, 유엔안보리까지 전체 유엔(UN)조직 자체를 틀어쥘 수 있는 핵심기구일세.”
록펠러회장이 말을 시작했다.
미국산업계의 제왕.
전세계 정유업계를 지배하는 스탠더드오일의 회장이 말을 시작하자 다들 입을 다물었다.
일종의 존경이었고, 두려움이었다.
“뭐, 그렇겠지.”
JP모건회장.
오직 아버지만이 웃음을 흘리며 수첩에 메모를 슥슥 빠르게 적어나갈 뿐이었다.
“유엔 예산심의국에서 예산을 안내주면, 제아무리 유엔 안보리라도 별수가 있나.”
“없지.”
“그래, 속수무책으로 칼맞는 셈이네.”
나는 잠자코 그들의 대화를 들었다.
뉴욕대형은행장들이 어떤 시각을 공유하는지가 알고있어서 이자리에 참석했다. 현시점에서 제일 정확한 판단을 내릴 인사들이었으니까.
록펠러, JP모건, 멜론.
이 세명을 필두로 뉴욕대형은행장들은 안목이 검증된 인사들이 대부분이었다.
“뭐, 얘기할 껀덕지도 없군.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서 유엔예산심의국의 예산안을 표결한다면, 결국 유엔 경제사회이사회가 유엔의 본체일세.”
유엔의 본체.
경제사회이사회….과연 그럴까.
나는 일관된 표정과 자세로 그들의 의견을 경청했다. 모두 나를 흘끗쳐다보지만, 나는 못본척 쏟아지는 시선들을 외면했다.
허.
록펠러는 코웃음을 쳤다.
“뭐, 예산심의국을 경제사회이사회에서 결의안하는 건 좋다네. 그럴수있지. 하지만 상임이사국의 거부권을 포기한다는 발상은 어떨까.”
“록펠러, 상임이사국으로서 미국의 지위를 포기한다는 말이나 다름없네. 하지만.”
하지만.
JP모건회장은 흥미롭게 나를 흘겨보았다.
“이를 역으로 말하면 예산심의국에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다른 상임이사국들의 거부권들도 싹다 걷어낸 셈이 되었지.”
공평한 레이스.
동시에 거부권 하나로 안건이 부결되는 시스템을 피할 수 있었다. 적어도 미국이 상임이사국들에게 견제받지 않을 상황을 구축했다.
일종의 리스크관리였다.
아니.
록펠러회장은 고개를 천천히 저었다.
“하지만 결국 미국행정부의 뜻대로 예산안을 가결시키려면 과반수의 표결이 필요하네.”
“잠깐.”
JP모건은 표정을 찌푸렸다.
생각해보니 간과한 점들이 몇개 있었다.
다행스럽게도 전부 미국에게는 유리한 정보들이었다.
“영연방은 어차피 자치령일뿐, 영연방으로 분류되니 유엔(UN)에선 1개국으로 분류되네. 프랑스식민제국도 마찬가지지.”
“아무리 식민지들이 많아도 결국엔 1표밖에 행사하지 못한다?”
“정확하네.”
나는 속으로 감탄했다.
뉴욕대형은행장들과 미국산업계의 제왕들이 모여서 토론을 이어나가니, 의견개진이 척척 이뤄지면서 정답으로 빠르게 달려간다.
“하지만 미국은 어떤가.”
JP모건은 미소를 지었다.
“이번에 조지프퍼싱 야전원수가 신탁통치를 시작한 독일은 결국 친미성향으로 바뀔수밖에 없네. 독일이 한표를 미국을 향해 던질 수 있지.”
“…..남미국가들 전부 미국에게 목줄메여있으니 전부 우리에게 던질테고.”
표면적인 독립국들이다.
공식적으로 미국자치령이나 식민지들이 절대로 아니었다. 그들에게도 표가 있었다.
“일본도 있군.”
“그뿐만이 아닐세. 이란도 있지. 더불어서 IMF의 임시통치령까지 포함되네.”
“…..허. 과반수는 그냥 제끼겠군.”
‘빠르다.’
1차 방어벽.
유엔 경제사회이사회에 숨겨진 1차 방어벽들이 빠르게 모습을 드러냈다. 회의가 진행된지 30분도 안되서 도출된 결론이다.
30분이 더 남았다.
록펠러와 JP모건, 그리고 멜론은 공을 주고받으며 의견을 조율했다.
나는 적당한 선에서 입을 열었다.
“지금쯤 다른 국가들도 눈치챘을겁니다. 발등에 불떨어진 영연방 로버트총리같은 경우엔 벌써 눈치채고 다른 대책을 마련하고 있겠지요.”
“그렇겠지.”
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네가 설치한 방어벽은 단순하지만 강력해서 쉽게 깨지지 않는 단단한 방어벽이다.”
“심플이 최고의 미덕이죠.”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다시 입을 닫았다.
아버지는 눈썹을 꿈틀거리더니, 다시 회의에 임했다.
‘다른 국가들은 불지옥을 맛보고 있겠군.’
불곰 루스벨트.
다른 역할을 자처한 루스벨트는 지금쯤 각국 회의실을 방문하면서 대놓고 압박을 시전하고 있을 터였다.
다른 국가들에게 생각할 시간을 주고싶지 않다는 우리들의 생각이 일치했다.
뭐, 알아봤자 미국에게 대들수도 없을거고.
“내가 디트로이트를 여러번 독대해보면서 알아낸 사실이 하나있지.”
아버지는 어깨를 으쓱였다.
한차례 회의실을 둘러본뒤, 나를 흘끗 흘겨보더니, 다시 입을 열었다.
“진짜 방어벽은 분명히 숨어있다.”
하지만 남은 30분.
뉴욕대형은행장들이 머리를 맞대고 서로 고민해도 내가 숨겨놓은 방어벽을 끝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뭐, 모를 수밖에 없다.
아직 나는 전부 설명하지 않았으니까.
‘아버지는 나를 절반만 알고 있다.’
왜 모를까.
내가 미국제국주의를 실현하는 금융기관에는 절대로 예산심의국이란 이름따위 붙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말이다.
유엔 예산심의국은 본체가 아니었다.
경제사회이사회는 더더욱 아니었고 말이다.
‘이정도면 됐겠지.’
드르륵-
나는 자리에서 일어섰다.
“1시간 종료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갑시다.”
***
“표결방식에 대해 논의하고 싶은 분이 있으시다면 먼저 말씀드릴 내용이 있습니다.”
나는 선수쳤다.
다른 식민제국들이 내게 발언하려는 시도를 먼저 꺾어버리고 시작해야했다. 나는 그들에게 딜레마를 선물해줄 생각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하지만, 둘 다 선택할수는 없는 딜레마를 말이다.
“경제사회이사회의 표결방식은 1회원국 1표 제도를 도입해 과반수를 따지게됩니다. 그리고 해당회원국은 반드시 ‘독립국가’여야합니다.”
독립국가.
즉, 자치령이나 식민지는 포함되지 않는다.
러시아제국처럼 한제국으로 통합된 경우는 더더욱 안되고 말이다.
세계정부.
유엔 안보리에선 상임이사국들에게 거부권을 양보하는 대신 앉아서 미군규모를 펌핑시켰다면, 경제사회이사회에서는 유엔(UN)의 목줄을 틀어쥔다.
“분명히 말씀드렸고, 독립국가들입니다. 다른 국가들을 어떻게 끌어들이든 경제사회이사회에선 관여하지 않는 여러분들의 외교영역입니다.”
표결정책이 꼬우면 독립시키던가.
자유주의의 횃불 미국이 이정도 양보했으면, 정말 많이 해준거였다.
대영제국들만 해체해도 대체 몇개국이야.
‘대체 루스벨트에게 뭔소리를 들었길래.’
하지만 아무도 저항하기 않았다.
저항하기엔 미국에게 저당잡힌 목줄들이 한둘이 아니었으니까. 유엔안보리를 통해 상임이사국 지위를 얻은것만 해도 충분하다고 판단한 모양이었다.
결혼, 유럽부흥계획, 제국주의.
각국들은 절대로 포기하지못할 지켜야할 것들이 손에 들려있었다.
미국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한 판도였다.
“아참, 예산심의국에 대해선 말씀드릴게 있습니다.”
숨겨진 최후의 방어벽.
나는 초안에 적힌대로 읊어나갔다. 충격요법은 어디에서나 효과적이다.
이걸 오늘안에 통과시켜야 유엔을 성황리에 마무리지을 수 있었다.
‘어차피 절대 제국주의를 포기하지 못하는 구제국주의자들은 유엔안보리가 통과된 시점에서 미국에게 저당잡힌 셈이다.’
제국주의를 지켜줄 울타리.
괜히 경제사회이사회라는 벌집을 쑤셔 안보리까지 망치고싶진 않을테니까. 이미 이기고 시작한 게임이었다.
“예산심의국은 매해 예산안이 제출될때마다 전년도 장부를 반드시 외부기관에게 회계감사를 받아야하며, 예산안의 검토도 받아야하는 의무를 집니다.”
회계감사.
투명한 국제연합의 운영을 위해서 매해 외부기관에게 담사를 맡는다.
어찌보면 당연해보일지도 모른다.
“투명한 운영을 위한 회계감사작업을 총괄하고 예산안 검토까지 일괄적으로 처리할 외부국제기구를 출범시킬 예정입니다.”
정상적으로 보이는 감사기관.
유엔에게 필요해보이는 또다른 국제공조기구. 하지만 그 이름을 듣는다면 생각이 180도로 뒤집힌다.
“해당 감사기구의 이름은 국제결제은행입니다.”
이것이었다.
국제결제은행.
이것이 세계정부이자 국제연합 유엔의 본체였다.
뭔가 있다.
바젤회담의 참석자들은 급하게 앞으로 상체를 당겼다. 결제은행란 이름은 이자리에 참석한 전원에게 섬뜩한 PTSD를 유발시키고 있었다.
절대로 뭔가 있었다.
없을리가 없었다.
상대는 그 모건이었으니까.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