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397)
“더글러스.”
일본 GHQ.
극동사령부.
하지만 오늘만큼은 극동사령부의 인력전체가 서울시 용산에 결집했다. 무려 2세대 항공모함에 몸을 실은체. 그만큼 스케일이 큰 이벤트가 기다리고 있었다.
아서 맥아더.
극동사령관은 창문밖을 내려다보며, 유엔회원국 깃발들이 질서정연하게 꽂아진 게양기를 바라보았다.
“예, 아버지.”
“세계대전 이후 두번째로 거대한 전쟁이다. 아니, 어쩌면 제2차 세계대전이라 불러야할지도 모르지. 긴장되나?”
“….결집된 인원들만 봐도 숨이 막힙니다.”
극동사령관 집무실.
그들의 발밑에는 수많은 열강들에서 파견된 정규군 장성들과 참모들이 각자 배정된 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영연방군, 프랑스군, 러시아제국군, 굵직한 군대들부터 아시아계통, 아프리카계통의 장성들까지 결집한 대규모 집단군.
“그래, 긴장되겠지.”
연합군이란.
이런것이다라고 그자체로 말해주는 것같은 스케일이었다.
“하지만 긴장은 불필요하다.”
아서맥아더는 피우던 시가를 비벼껐다.
책상위로 덮어놓은 서류들을 하나둘씩 집어들더니, 아들에게 넘겨주었다.
더글러스는 건네받은 서류철을 빠짐없이 눈에 담기 시작했다.
“그래.”
아서맥아더는 고개를 기울여, 서류철을 꼼꼼히 훑는 더글러스의 눈빛을 살폈다.
긴장어린 눈빛.
하지만 세계대전에도 참전한 경력이 있는 아들은 꽤 덤덤했다.
그 덤덤함이 마음에 들었다.
“유엔연합군의 규모만큼은 제2차세계대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는 군대겠지만, 나는 다르게 명명하고 싶거든. 이번전쟁은 눈깜짝할 사이에 번갯불에 콩궈먹듯 끝날거야.”
“다르게라 말씀하신다면?”
“음….그래.”
아서 맥아더는 고개를 들어 건너편 벽에 걸린 중국지도를 찬찬히 훑어보았다.
홍콩에서 시작해.
남중국해를 훑어 위로…위로…
더 위로.
베이징까지.
“대충 3차 아편전쟁 정도라고 봐야겠지.”
“아편전쟁?”
더글러스는 눈살을 찌푸렸다.
몰라서 하는 질문이 아니다. 그가 아는 아편전쟁은 청제국이 눈깜짝할 사이에 수도가 털려 굴욕적인 불평등조약을 맺은 사건이었으니까.
전쟁조차 아니지 않았을까.
그건 일방적인 폭력이었다.
‘…..어.’
찌릿.
더글러스는 눈살을 한층 더 찌푸렸다.
암기한 역사책에 기반한 지식들을 수면위로 꺼내들어 현상황과 퍼즐처럼 끼워맞췄다.
현재 중국공산당의 상황.
보급체계, 경제상황, 안보체계, 내부정치적인 이슈들까지.
당시 청제국이랑 비교해보았다.
‘다를게….없네?’
공산주의로 바뀌었을뿐.
겉껍질만 뒤집어쓴 중국은 결국 중국이었다.
뭔가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흐름이 그랬다.
“다를게 없군요?”
“그래, 이걸 읽어봐라.”
턱.
아서 맥아더는 합참에서 내려온 지시사항이 달린 서류철을 가볍게 책상으로 던졌다.
“이건 뭡니까?”
더글러스는 해당 서류철도 천천히 집어들어, 펄럭펄럭 종잇장을 넘겼다.
몇장을 넘겼을까.
더글러스의 고개가 스프링퍼럼 튀어올랐다.
“…..이런 미친.”
“그래, 아주 똑같지.”
아서맥아더는 희미한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더글러스가 천천히 내려놓은 서류철을 흘겨보았다.
“상부에서 아주 작정했어.”
미소는 더욱 짙어졌다.
밑층에 있는 장성들과 참모들의 반응을 상상하자니, 꽤 즐거워졌다. 미국 합참에서 보내온 컨셉은 확실했다.
3차 아편전쟁.
언론애서는 2차 세계대전이니뭐니 하지만 결국은 아편없는 아편전쟁이었다.
“설마 연합군이랍시고 서울에 집결한 각국 정규군에게 땅따먹기 경쟁을 시킬줄이야.”
합참에서의 지시사항.
각국 정규군들에게 각군이 점령한 땅만큼을 신탁통치령으로 불하한다는 파격적인 조건이 적혀있었다.
프랑스군과 영국군이 손을 잡고 청제국을 털어먹었던 제2차 아편전쟁.
힌발 더 나아가 이번엔 각국에게 피터지는 경쟁을 시켰다.
“이걸 누가 기획했는지는 모르겠는데….”
탁.
서류철에 손을 올려놓았다.
대체 어떤 아수라장이 펼쳐질까.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합참에서는 자신감이 있다는 반증이었다.
‘땅따먹기 경쟁으로 투기장 아레나를 개장해도 우리 연합군이 이긴다….인가.’
유엔의 깃발아래 모인 용사들.
이건 스피드전으로 마왕을 토벌하겠다는 합참의 의지였다.
“합참은 우리에게 속도를 의뢰헀다.”
“그래보입니다.”
더글러스는 전율했다.
“적어도 합참이 중국 공산주의자들을 사람으로 보지 않는다는 건 잘 알 수 있겠군요.”
중국공산당.
적어도 이 이름만큼은 이 세계에서 지워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글러스는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것도 전공을 쓸어담지 못하면 멍청이로 전락하는 전쟁판에서 말입니다.”
“그래.”
합참은 의지를 표명했다.
그렇다면 상명하복해야할 극동사령관은 최선을 다해 명령에 따를뿐.
목표는 이미 정해졌다.
“더글러스.”
“예, 아버지.”
아서맥아더는 표정을 굳혔다.
“쓸어버려.”
***
“이미 포위당했군요.”
중국지도.
북청제국의 현황을 비춰봤을때.
상당히 중요한 지표가 될수있는 지도는 현상황에서 큰 기쁨을 선사해주고 있었다.
백악관.
FDR은 매일같이 국가안전보장회의를 개최했고, 점점 웃음이 늘어가고 있었다.
북으로는 러시아제국.
남으로는 인도자치령. 인도차이나반도.
동으로는 일본, 한국.
서쪽으로는 또 러시아제국이다.
“디트로이트 장관님. 아시아대륙이 적화되지 않은 시점에서 독립의제를 꺼낸건 정말 신의 한수였습니다.”
전세계가 환호성을 내질렀다.
아시아대륙과 아프리카대륙처럼 식민지배에 쩌들어있던 지역들에서는 독립이 걸린, 사활이 걸린 전쟁으로 변모한지 오래였다.
이 자체가 독립운동이었다.
몸하나 던져버려도 웃으면서 생을 마감할 수 있는 용사들이 파견군으로 출사표를 내던졌다.
솔직히.
이정도로 열광할줄은 몰랐다.
“영국왕실과 영국총리실에서 경악했다고 합니다. 세계대전때 자치령을 걸고 모집했을때의 몇배는 더 지원한다고 합니다.”
인도자치령.
웨스트민스터헌장이 발표된 이래로 자치령으로 승격되었지만, 아직도 영국정부에게 군사적인 감독을 받고 있었다.
경제정책에서도 자유로울 수 없는 운명.
사실상 아직도 식민지에서 벗어났다고는 입이 찢어져도 말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 전쟁에서 공로를 세우면, 진정으로 독립할 수 있었다. 유엔안보리에서 통과된 의제에는 독립요건에 조건이 걸려있었느니까.
정당하게.
정정당당하게.
전세계가 약속한 계약아래.
독립할 수 있었다.
“인도자치령도 국경에 군대를 배치했습니다. 당장 발에 불떨어진 남청제국에서 티베트국경을 개방해주었습니다.”
남청제국.
이곳은 자본주의 사회였다.
이홍장이 영면을 맞이하기 전까지 중국결제은행과 손잡고 남청제국을 뜯어고친 결과물이었다.
광둥성과 상하이.
남중국해의 경제도시들.
하지만, 중국공산당이 발호하면서 남청제국도 쑥대밭이 되었다.
“그쪽도 만만치 않아 보이던데요.”
“남청제국 말씀입니까?”
국무부장관이 손을 휘휘 내저었다.
한숨을 곁들인 손짓이었다.
“내부적으로 자연발생하는 공산주의자들이 도적떼마냥 발호하면서 쑥대밭되었습니다.”
솔직히 말해서.
나는 당시에 홍위병을 앞세운 문화대혁명이라도 일어난줄 알았다. 아니, 결과물만 보자면 홍위병이라는 말이 정확하지.
한 짓이 똑같았으니까.
‘말이 도적이지.’
중국에서 도적이 발호하면 적어도 만단위, 많게는 수백만명이었다. 황건적, 홍건적이 괜히 전국을 폭풍처럼 휩쓸고 다녔겠는가.
“광둥성과 상하이는 길거리에 군경찰들과 공안들이 무더기로 대거 배치되었습니다. 저희측 정보원들과 협력해서 공산주의자들을 계속해서 색출해내고 있고요.”
“하지만 최근에 활동이 뜸해졌죠.”
벌써 몇달을 넘어 1년이 훌쩍 지났다.
유엔안보리에서 해당안건이 통과한지 말이다.
“예, 중국공산당에서 지원해주는 자금이 끊긴 시점에서 공산주의자들의 발호가 보기좋게 싹 사라졌습니다.”
“돈과 은행이 없는 공산당이 대체 무얼 할 수 있을까.”
그럴수밖에.
돈이 없으면 무엇을 해야하나.
인민들을 갈아넣는 방법밖에 없었다. 남은게 몸뚱아리밖에 없는데 어떻게하겠는가.
나는 FDR에게 질문했다.
“대통령님. 국가가 돈이 부족해지면 제일먼저 하는 일이 무엇일까요.”
“돈이라….뭐 뻔하군요.”
FDR은 코웃음을 쳤다.
국가가 돈이 없어진다면 할수있는 일이 하나밖에 없지 않나.
채권?
중국공산당의 채권을 사줄 사람은 인민들밖에 없는데, 공산주의에서 그게 가능하던가? 게다가 주변의 금융과 무역거래까지 끊긴 상황이라면 더더욱 그랬다.
“TAX(세금).”
“예, 세금이죠. 이건 중국공산당 내에 잠입한 오흐라나 지부에서 보내온 중국내 세금개혁안입니다.”
서류철을 꺼내들었다.
FDR은 서류철을 몇장 펄럭이더니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표정은 더더욱 심각해졌고, 중국공산당 내에서 벌어지는 간접적 인민 대학살극을 바라보고 있었다.
“전국민을 노예로 만들어버렸군요?”
“예, 전국민이 농노가 되어버렸습니다. 공업화도 싸그리 부숴버린 공산당이 농사밖에 할일이 없지 않겠습니까.”
“중공업도 없고.”
“뭐, 정확하게는 사유재산도 없으니까 세금조차도 아니군요?”
FDR은 헛웃음을 터뜨렸다.
“과연, 국가가 자기돈 회수해가는건가. 지독하군. 지독해.”
집단농장.
그것도 중국공산당의 국가자금이 바닥을 긁어 썩어문들어진지 오래된 집단농장체제.
농노들에게 농산물을 다 뜯어가는것은 예삿일에 빚까지 지워버리고 있었다.
점점 인민들의 삶이 고통스러워지고 있었다.
“대통령님.”
나도 진지해졌다.
애초부터 공산주의라는 이념이 가지는 경제적 한계는 뚜렷했다. 전세계가 적화된다면 아나키스트들이 들끓지 않을까.
“전세계 역사상, 혁명시위가 벌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무엇인지 아십니까? 국가가 전복되고, 농민들이 낫을 들고, 노동자들이 망치를 드는 이유 말입니다.”
“…….”
FDR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이미 답은 알고 있었다.
“제기랄, 세금이로군.”
“예, 조세저항입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국가가 자신의 부를 갈취해간다고 느꼈을때, 혹은 생존의 위협을 느꼈을때 입니다.”
살가죽을 벗길것도 아니고.
과장 좀 보태서.
부채가 쌓이고 쌓이다못해 캐먹을 풀뿌리까지 떨어져 인간끼리 잡아먹는 사태까지 일어난다면, 과연 사람들이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그냥 자연재해 때문이어도 나라님 탓을 하는 마당에 감히 세금을 올려?’
게다가 지금은 특수한 상황이다.
매우 특수한 상황.
“대통령님.”
“…..디트로이트.”
“떠올리십시요.”
어느새 FDR은 내게 말을 놓고 있었다.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과연, 중국공산당이 조세저항을 막아낼 수 있을까? 글쎄. 나는 잘 모르겠네.
“지금 중국공산당이 쥔 ‘총’, 인민군이 실시간으로 살살 녹아내리고 있습니다. 이제 유엔연합군의 총공세가 시작되면 게눈감추듯 순식간에 삭제되겠지요.”
권력은 총구에서 나온다.
분열된 군벌들은 부패해 세금을 높이고.
조세저항을 막을 중국공산당의 인민군은 점점 사라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래서 속도가 중요했다.
중국공산당의 군대를 무너뜨리는 속도가.
“이제 좀 들리십니까?”
삐딱하게.
나는 고개를 기울였다.
“대륙에서 들려오는 멸망의 노래가.”
이미.
한참전에 시작되었던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