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46)
워싱턴 D.C.
미국 주재 영국대사관.
“……그래서 13척의 스페인 군함들 중 2척을 제외하고 다 나포했다는 건가?”
나는 기가찼다.
13척 중 11척을 나포했다고? 심지어 두 척은 기함과 목조함이다.
Cristina 기함이야 함대의 컨트롤타워인 만큼 중요한 군함이니 이해한다. Castilla 순양함도 본래 군함이 아닌 밀수나 해적을 검거하는 순찰함이 목적인 목조함이었으니 이해한다.
하지만 11척이나 나포했다고?
“듀이제독은?”
“지금 미 해군부에서 거의 영웅취급을 받고 있답니다. 스페인 군함을 11척이나 나포한데다 그 중 2척은 장갑순양함이니까요.”
“그렇겠지.”
홍콩총독에게 감사편지를 적어야겠군.
미군 아시아함대가 이런 대승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듀이제독의 지휘덕분이기도 했지만, 홍콩총독이 스페인 영사를 붙들고 있어준 덕분에 스페인은 정보가 통제된 상태에서 아시아함대를 맞이했다.
“장갑순양함 4척에 열강을 상대로 이런 전과라니 스페인해군이라 다행이군. 뭐, 그들의 주력함대가 없었던게 크게 작용하기도 했겠지.”
“어쩔 수 없습니다. 미 해군의 주력함대가 카리브해에 집결되어 있으니까요. 심지어 USS 오리곤 호는 카리브해에 배치되려고 남미대륙의 끝까지 돌아서 올라왔답니다.”
“아.”
아직 파나마운하가 없던 시절이었구나.
JP모건은행의 출자를 받아 미국정부에서 파나마운하를 개척한 것은 20세기 들어서다.
시어도어 루스벨트가 필리핀을 먹고 백색함대로 으름장을 놓고 태평양에 패권을 휘두를 때 말이다.
‘하지만 원역사와 달리 태평양 패권은 더 빠르게 미국이 석권할 터.’
제국주의 맛 미국이라.
심지어 쿠바와 푸에르토리코까지 먹어 카리브해 패권까지 차지하면, 원역사와 달리 파나마운하도 미국이 꿀꺽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내 지분도 조금 챙겨야겠지만.
“그래서 미크로네시아는 지금 어떻게 되고 있다던가?”
“듀이제독의 아시아함대에서 장갑순양함 몇척과 무장상선 몇 척이 떨어져나와 순방을 다니고 있다고 합니다.”
“순방?”
“그게…..장갑순양함들이 함포로 해안가만 포격해도 무장상선의 수가 많아 겁에 질려 항복한다고 합니다.”
“아…..”
어쩐지 이해할 것 같았다.
미크로네시아의 섬들은 다 작은 섬들이 모여 이루어진 제도. 무장상선이 10척 넘게 우르르 몰려가면 아무리 요새화된 기지라고 해도 쫄 수 밖에 없다.
제임스는 멋쩍게 목을 쓸었다.
“게다가 괌은 함포를 쐈는데, 스페인 측에서 예포인줄 알았다고 합니다. 그런데 자신들의 기지에 답신할 예포의 화약이 없어서 사과하러 나왔다고……”
“하하하.”
묘하게 그런건 원역사랑 똑같네.
달라진 점이라곤 6월 20일에 함락될 예정이었던 괌이 5월 초에 미국의 손에 떨어졌다는 사실 뿐이다.
“어이가 없어서 한숨도 안 나오는군.”
“참고로 미육군의 수송대가 USS 찰스턴호의 호위를 받으며, 5월 5일 본토에서 출항했다고 합니다.”
“육군놈들도 기관총이 없으니 애 좀 먹겠어. 필리핀의 만다니오 섬 같은 이슬람 세력권은 저항이 얼마나 거센데.”
“묘하게 기분이 좋아 보이시군요.”
꿀꺽꿀꺽.
나는 남은 콜라병을 비우고 로비의 소파에서 일어났다.
“기분 탓일세.”
***
미 해군부.
“듀이제독의 아시아함대가 홍콩주재영국군의 왕립해군과 연계해 완전한 필리핀의 해상봉쇄를 이루었답니다.”
“전투개시 후 24시간도 되지 않아 필리핀 해상이 미국의 손아귀로 떨어졌습니다!”
미 해군부는 필리핀에서의 승전소식에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었다. 해군기지에 정박해있던 군함들은 승전을 기념해서 예포를 쏘았고, 아나폴리스의 사관생도들 사이로 듀이제독의 열풍이 불어닥쳤다.
해군부 회의실 상석에 앉은 루스벨트 차관보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미크로네시아의 해역들은 완전히 미 해군의 손아귀에 들어왔는가?”
“무장상선이 수송선의 역할을 해주었습니다. 아시아함대의 군함이 해안을 무력화시킨 뒤, 수송선의 해병대를 투입해 점령했답니다.”
“무장상선이 없었으면 더 고된 싸움이 될 뻔했군.”
“그뿐입니까. 석탄과 탄약이 넘쳐나 원 없이 쏴봤답니다. 덕분에 해안시설들도 빠르게 무력화되었다고 하더군요.”
“참…..”
해군부의 대다수는 듀이제독의 공이라며, 듀이제독 광풍이 불어닥치고 있었지만, 반면 해군부의 고위공직자들과 장교들은 그림자 속에 숨은 다른 영웅에게 전율했다.
디트로이트 모건.
그가 그레이트노던철도와 대형해운사들을 끌어들이지 않았다면, 혹은 펜실베니아철도를 통해 대량의 석탄을 공급해주지 않았다면.
어느 하나가 부족했어도 이번 마닐라 해전은 패전할 여지가 충분했다.
“이름도 디트로이트(해협)라. 이거 해군부에 딱 맞는 인재 아닌가.”
“차관보님 유감스럽지만, 만 16세는 해군부에 입대하지 못합니다.”
“푸흐하하하! 그것도 그렇군.”
이번 일로 회의실에 참석한 고위급들의 머릿속엔 디트로이트 모건이란 이름이 확실히 박혔다.
‘디트로이트 모건이라. 또 도움 받을 일이 생길 것 같다.’
하지만 루스벨트의 눈은 다른 의미로 반짝였다. 그는 이주 내에 해군 차관보를 사임하고 육군 민병대에 합류할 생각이었다.
미국-스페인 전쟁이 터지자 그는 공적을 쌓고 싶었고, 그가 공적을 쌓으려면 해군 차관보보단 의용대를 창설해 직접 전투에 임하는 쪽이 낫다고 생각해서였다.
‘몸이 쑤시는군.’
우드득-
실제로 듀이제독은 아시아함대의 전투태세를 명령한 루스벨트 차관보에게 승리의 영광을 넘겼지만, 주요 스포트라이트들은 실전에 참전한 듀이제독에게로 향했다.
절대로 실전에 말을 타고 참전하고 싶어서 그만두는게 아니었다.
진짜로.
‘일단 해군부의 전시태세는 확실하게 마무리하고 사임해야겠지.’
“USS 오리건호는?”
“남미대륙의 케이프혼을 돌아 카리브 해로 무사히 도착했답니다.”
“고생이 많군.”
필리핀은 서막일 뿐.
아직 미국-스페인 전쟁의 본격적인 막은 오르지 않았다. 대서양을 가운데 둔 두 국가들의 주 전장은 쿠바였다.
미국과 스페인의 주력함대들이 쿠바로 집결했다.
쾅-!
그때, 한 장교가 다급하게 회의실의 문을 열어젖혔다.
허억- 허억-
“스페인의 주력함대 중 카마라 함대의 움직임이 포착되었습니다! 필리핀 방면입니다!”
카마라 기동함대.
스페인제국의 정예군함들로 이루어진 주력함대로 스페인에서 가장 강력한 함대.
전함 1척, 장갑순양함 1척, 보조순양함 2척, 구축함 3척, 수송선 2척이 필리핀을 향해 스페인 항구를 떠났다.
“뭐?”
쾅-!
회의실의 장교들은 피가 싸늘하게 식어가는 걸 느꼈다. 아시아함대에 장갑순양함만이 있을 뿐. 해전의 꽃, 전함은 없었으니까.
“젠장…..”
필리핀이 위험했다.
***
영국 해군성.
제1해군경의 집무실.
“리처드 경. 스페인제국의 카마라함대가 수에즈 운하의 통과 및 이용을 요청했습니다.”
왕립해군의 제1해군경.
프레드릭 리처드 제독은 부관의 전언에 굴리던 펜데를 뚝 멈췄다. 무거운 인상의 리처드 제독은 살짝 시선을 들어 부관을 바라보았다.
“스페인이 수에즈 운하를?”
“예. 이전 다우닝가 10번지에서 논의했던 건도 있어, 수에즈 운하 측에서 보류시킨 뒤 본국으로 보고를 올렸습니다.”
“아, 모로코 건인가.”
리처드 제독은 미간을 주물렀다.
그는 영국해군 방위법 탓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허나 대영제국의 번영을 위해선 반드시 실행되어야할 법안인 만큼, 무리해서라도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는 벽에 걸린 지도를 바라보았다.
‘모로코라.’
지중해를 틀어막을 수 있는 수에즈 운하와 지브롤터 해협. 그 중 지브롤터 해협의 재해권을 완성시킬 수 있는 마지막 조각.
모로코의 세우타 항구.
최근 다우닝가 10번지의 제국주의자들은 이곳을 얻기 위해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 중 자신도 포함되어 있었고.
“스페인제국도 불쌍한 놈들이군. 대영제국의 총구가 자신들의 머리를 향하는지도 모르고 도움의 손길을 요구하고 있어.”
“그럼?”
“수에즈운하의 이용권과 통행권은 허가해줄 수 없네. 덤으로 영국령 항구들의 경유와 말라카해협의 통행도 허가해줄 수 없고.”
수에즈운하와 말라카해협.
스페인의 함대가 이곳을 통과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아프리카의 케이프타운을 거쳐 인도양의 망망대해를 표류해야한다.
더불어 동남아시아의 복잡한 섬들을 지나치거나 빙 돌아서 필리핀까지 도달해야하지.
심지어 필리핀의 남부에 위치한 동남아시아 섬들은 이슬람 세력권. 진성 가톨릭의 스페인군함을 두 팔 벌려 환영해줄 것이다.
“……회항하라는 간접적인 의사표현이군요.”
“뭐, 스페인제국의 카마라함대가 이 난관들을 해쳐나갈 수 있다면, 회항하지 않아도 되겠지. 그들의 인내심을 시험해볼 좋은 기회네.”
“하하, 그것도 그렇군요.”
드륵-
리처드 제독은 서랍장을 열어 도장을 꺼내 부관이 놓은 서류에 쿵 찍었다.
“문제는 스페인해군 따위가 아니네.”
리처드 제독은 미간을 찌푸렸다.
최근 위대한 고립을 자처한 대영제국의 심기를 건드리는 불한당들이 설치고 있었다.
독일제국.
그들의 황제인 빌헬름 2세는 세계확장의 야욕을 품어 대영제국을 위협하는 중대한 위협요소. 그가 부르짖는 세계정책은 전세계적인 건함경쟁에 불을 지폈다.
그 탓에 리처드 제독은 영국해군 방위법에 의거해 대영제국의 해군력을 증강시키고 있었고, 해군력 2위와 3위 국가의 함대보다 더 많은 함대를 보유하기 위해 혼신을 갈아넣으며 확장하고 있었다.
빌어먹을 카이저.
피로한 그의 눈에 핏발이 섰다.
“한 방 먹이고 싶군.”
명분만 생겨봐라.
리처드 제독은 속으로 이를 갈며 독일제국의 함대를 벼르고 있었다.
***
쾅-!
“모건님! 모건님 계십니까!”
한 통신사가 대사관의 통신실에서 뛰쳐나왔다. 그는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사방을 둘러보았다. 그는 나와 눈이 마주치자 십년감수했다는 표정으로 내게 뛰어왔다.
나는 뭔가 터졌나 싶어 살짝 긴장을 머금었다.
“무슨 일인데 그러나? 미 해군이 또 뭔가 저질렀나?”
“아닙니다. 미 해군이 아니라…..”
통신사는 한차례 심호흡을 하고 흥분을 가라앉혔다. 그는 또렷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홍콩총독실과 직통라인이 연결되었습니다.”
“…..!!!”
홍콩총독.
이번 마닐라해전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 인사다. 정확하겐 홍콩총독 직무대리이자 홍콩주재영국군의 총사령관, 윌슨 블랙은 내년에 홍콩총독에서 은퇴한다.
말년의 대통령이 무소불위의 힘을 휘두르듯, 그는 한마디로 이제 거리낄게 없는 인사였다.
‘뭐, 영국령 홍콩이 제2차 베이징조약으로 구룡반도를 흡수하는게 1898년 지금이긴 하지만, 주중대사관의 맥도날드경이 담당하니까.’
그래도 긴장된다.
나는 손수건으로 손의 땀을 닦아내고 통신사를 따라 통신실로 들어갔다.
통신사는 헤드폰을 끼고 자리에 앉았다.
“신호 양호합니다.”
“그래서 홍콩총독께서 뭐라고 하는가?”
“쉿.”
사삭- 사삭-
통신사는 헤드폰에 집중하며, 백지위에 펜으로 필기체를 휘갈겼다.
“이겁니다.”
촥-
그는 일련의 문자열을 다 기록하자, 내게 전보지를 건넸다. 나는 손바닥만한 전보지를 건네받아 읽어내렸다.
태평양 방면, 귀국의 아시아함대에 대한 독일함대의 경고사격을 확인. 무력시위로 사료됨. 본국의 함대로 대처할 예정이니 양해바람.
– 영국령 홍콩총독부.
미크로네시아의 연이은 항복에, 근방의 독일령 뉴기니를 실효지배하고 있던 독일함대가 선빵을 날렸다.
그러자 카이저마리네를 벼르고 있던 영국 왕립해군(Royal Navy)이 기다렸다는 듯이 등판했다.
태평양에서 설칠 독일제국의 해군에 대한 보험이 제대로 작동되는 순간이었다.
“좋아. 내 기대대로 움직여주는군.”
하지만 대영제국의 왕립해군이 끼어들어 독일의 카이저마리네를 엿먹이려고 해도 명분이 필요할 터.
나는 손으로 입매를 주무르며,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이제 미끼를 한번 던져볼까?’
“통신사. 지금 내가 말하는 대로 전보를 넣어주게.”
타다닥 타닥.
지원된 무장상선 중 5척의 선주가 영국 국적의 법인임을 확인. 홍콩총독부는 해당 사실을 참고요망.
-미국 주재 영국대사관
본국을 통해 해당 상선의 선주가 영국 법인임을 확인. 귀사의 협조에 감사를 표함.
-영국령 홍콩총독부
타닥. 탁.
선주는 선박의 주인.
무장상선으로 지원된 선박은 원래 미국의 대형해운사가 운영하고 있었으나, 선박의 주인은 영국법인이었다는 의미.
한마디로 영국법인이 소유한 상선이(무장상선이지만) 독일함대에게 경고사격을 받았으니, 대영제국의 왕립해군이 끼어들 명분이 생긴 것이다.
독일 함대가 우리 자식 때린 구도가 형성된 셈.
“좋아.”
불씨는 지폈다.
난 이제 멀찍이서 두 고래의 싸움을 구경하기만 하면 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