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51)
– 뉴욕 타임즈.
[ 수천 명의 적십자사 의료봉사자들이 가세해도 한참 부족한 의료현장. 전국에서 몰려드는 의료봉사자들로도 부족해. ]– 워싱턴포스트.
[ 전쟁부는 침묵 중. 하지만 쏟아지는 증언들과 적십자사의 폭로들. ]– 뉴욕월드.
소고기스캔들은 금방 불타올랐다.
기관총에 희생당한 사상자들은 사지가 갈리고 얼굴이 문드러져 제대로 된 신원파악에 애를 먹고 있었지만, 사지 멀쩡한 식중독 환자들의 신원은 금방 파악되었다.
게다가 군병원이 미어터지는 바람에 텐트를 치고 임시치료소를 설치할 지경까지 왔다.
식중독에 의한 비공식 사상자.
3만 여명.
전멸하면 다시 후방으로 빠져 재편되고 다시 그 지옥같은 스페인군의 참호에 밀려들어가길 반복하자, 미국 육군장병들의 체력은 바닥을 쳤고 풍토병이 번졌다. 그 탓에 식중독의 피해도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버렸고.
7만 여명이 파병되었는데, 그 중 1만 여명이 기관총에 갈려나가고, 3만 여명이 쓰레기 통조림에 갈려나갔다.
아이러니하게도 전쟁부의 군납비리에 의한 피해가 더 막대했다.
의외로 기관총 이슈는 미국 국민들의 반응을 당장 이끌어내진 못했다.
이 당시 미육군은 인식표를 제식으로 채용하지 않았고, 기관총에 갈린 수많은 육군 장병들의 시신들은 신원미상인 채 기록되었다.
그뿐일까. 미육군의 행정체계도 주먹구구식이라 사상자들의 공식집계도 아직 제대로 산출되지 않은 시점이었다.
“오히려 좋군.”
“하지만 도련님. 저희는 원래부터 기관총 이슈를 위해 설계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아니, 지금 이대로가 좋네. 소고기 스캔들로 코너에 몰아넣은 뒤, 기관총 이슈로 마무리를 짓는 형태가 가장 깔끔하겠지.”
어차피 기관총 이슈가 밝혀지는 건 시간문제였고, 그 전에 소고기 스캔들로 한번 싹 청소할 필요가 있었다.
“오늘 자 월스트리트저널 조간이네.”
“…..!!!”
촥-
나는 월스트리트저널 1면을 펼쳐들었다.
[ 경악스러운 전쟁부의 소고기 스캔들. ] [ 적은 내부에 있었다. ]– 월스트리트저널.
방아쇠는 당겼다.
뭐, 어차피 분열해서 자멸하겠지만.
“우선 잭 모건의 팔 다리부터 자르고 시작하자고.”
***
쾅-!
워싱턴의 의회는 뒤집어졌다.
당장 전쟁부의 인사들은 대부분 공화당 출신의 인물들이 꽉 잡고 있던 상황. 민주당 의원들은 이때다 싶어 공화당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이건 육군의 보급창고에서 나온 소고기 통조림입니다. 이런 맙소사. 당장 들고있기만 해도 퀴퀴한 썩은내가 진동을 하는군요. 당신네들은 이런걸 육군장병들에게 먹인 겁니까?!”
“오늘 하루만 군병원에서 400여명의 사망자가 나왔습니다. 그것도 식중독 때문에 말입니다!!! 전쟁터에서 총맞아 죽은 것도 아니고, 자국의 보급식량을 먹고 죽는다는게 말이나 되는 상황입니까!!!”
양 진영이 갈라져 싸우는 의회의 한복판.
여러 개의 육군보급용 소고기통조림이 놓여있었다. 아직 개봉하지도 않았지만 방부처리를 위해 떡칠을 해놓은 포름알데히드는 썩은 시체의 향을 풍기고 있었다.
앉아있던 의원들은 코를 부여잡았다.
통조림은 마치 위험물질 마냥 터질 듯이 부풀어올라 있었다.
“이것이 육군 장병들이 먹었다고 하는 썩은 통조림입니다. 너무 충격적이어서 몇 개 가져와봤습니다. 여러분들도 전쟁부의 만행을 두눈으로 보셔야합니다!!!
따각-
모두의 시선이 집중된 가운데, 육군의 의무병이 단단히 마스크를 낀 채 통조림 앞에 섰다. 이윽고 그가 능숙한 손놀림으로 통조림을 칼로 땄다.
곧이어 통조림의 틈이 갈라지고 퀴퀴한 냄새가 베어나오는가 싶더니, 완전히 열리자 의회로 지옥문이 열렸다.
“우욱-!”
“우웨에엑-!”
냄새만으로 위액이 역류한다.
설마 이정도일 줄은 몰랐는지, 민주당계열의 의원들 중엔 헛구역질을 하는 의원들도 속출했으며, 공화당 계열의 의원들의 얼굴은 새하얗게 질려버렸다.
통조림에 담겨있던 것?
녹색과 갈색빛을 띈 끈적끈적한 덩어리들이 질척이며 들어있었고, 그것은 도저히 고기라고 차마 말할 수 없는 유독물질이었다.
이걸 ‘고기’라도 말한다면 그건 소와 인간에 대한 모독인 수준.
두 진영의 의원들은 동시에 생각했다.
도대체 전쟁부 이 미친새끼들은 어떻게 사람의 입속에 저딴 사탄이 싼 오물같은 쓰레기를 먹일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거지?
구정물이 흐르고 있지 않나. 차라리 인분을 먹는게 더 낫다고 느껴질 정도다.
“…….장병들의 증언에 따르면 전쟁터 한복판에 먹을 식량은 이 통조림이 거의 유일무이했고, 토악질을 하면서도 집어삼킬 수밖에 없었다고 합니다. 마치 분해된 붕산을 먹는 느낌이었으며, 설사, 구토, 발작을 일으켰답니다.”
사탄이다.
전쟁부의 병참관련 인사들은 도대체 어떤 사탄에 씌었길래 이런 유해물질을 육군장병들의 위장으로 쑤셔넣었단 말인가.
“이는 용서할 수 없는 만행이며, 미국국민들의 세금을 낭비하며 국민들을 기만하는 행위입니다. 더불어 국가안보에 치명적인 영향을 안겨주었습니다.”
적은 내부에 있었다.
전쟁부가 이 쓰레기 통조림으로 위해를 가한 3만 여명은 기관총의 세례앞에서 죽어나간 1만 여명의 3배 규모였고.
전쟁터에서 국가를 위해 죽어나간 이들과는 달리 개죽음에 가까웠다.
“기세등등한 스페인군은 언제 미국본토를 공격할지 모르는 상황이며, 미합중국은 태평양, 쿠바에서의 패전을 고려해야할 상황까지 와있습니다.”
찰칵- 찰칵-
양측 의원들은 모두 충격을 먹었고, 기자들은 코를 비틀면서도 열심히 소고기 통조림의 사진을 찍었다.
“그래서 상원청문회를 제안하는 바입니다.”
이 소식은 언론을 타고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
[ 샤프터 군단장, ‘자신은 모르는 일. 병참에 관련된 인사가 알고 있을 것.’ ] [ 전쟁부의 찰스 이건 준장. ‘나는 그저 상부에서 시키는대로 했을 뿐.’ ] [ 병참장교들. ‘나는 모르는 일. 명령 받은 대로 충실히 이행한 죄밖에 없어.’ ] [ 모리스 사, ‘이건 육군의 수송에서 발생한 문제. 자세한 원인은 조사 중.’ ] [ 공화당의 로지의원, ‘전쟁부의 엘저장관의 독단적인 범죄일 뿐. 공화당과의 연관성은 없어. 하지만 유가족 분들에겐 공화당의 일원으로서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 워싱턴포스트.
워싱턴 D.C.
전쟁부 청사의 쿠바원정군 소속 육군장교들은 모르쇠를 일관했으며, 검지를 치켜들어 상부만을 가리킨 채, 자신의 책임을 회피했다.
공화당의 중진들은 빠르게 선을 그어 엘저 장관을 손절했으며.
모리스사, 아머사, 스위프트사 육류포장업체 3사는 육군으로 책임소재를 돌려버렸고, 로비스트를 통해 의회에 막대한 돈을 쏟아넣기 시작했다.
상부로.
상부로.
끝없이 위로 올라간 결과.
모든 책임소재는 한 명에게 집중될 수밖에 없었다.
“전부 전쟁장관이 지시한 사항입니다.”
러셀 엘저 전쟁장관은 칩거에 들어갔고, 육군의 헌병대가 장관 관사 주위를 경호하고 있었다.
콰앙-!
“우리 아들을 살려내라!!!”
“내 아들을 개죽음으로 몰아간 전쟁부는 내 아들을 돌려내라!!!! 돌려내라고!!!”
“이 개새끼들아!!!”
성난 군중들은 전쟁부 청사로 몰려들었고, 헌병대의 저지선이 구축되었지만, 그딴 것 무시하고 머릿수로 밀어붙여 전쟁부청사로 밀고 들어갔다.
쿠바원정군의 병참장교들은 국민들의 우악스러운 손아귀에 잡혀 끌려나와 린치를 당했으며,
—–!
한 차례의 폭음.
아무도 없는 새벽녘, 전쟁부 청사는 한차례 크게 흔들렸고, 화염이 하늘로 치솟기 시작했다.
[ 워싱턴 D.C. 전쟁부 청사에 화재 발생. 다행히 기밀문서의 훼손은 적었다. ] [ 전쟁부 청사 앞으로 육군부대 배치. 저지선 넘을 경우 발포 가능. ] [ 육군의 강화된 민간출입제한, 시민들은 진실을 원한다. ]– 워싱턴 포스트.
***
전쟁장관 관사.
– 앞으로 이런 전화 주시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뚝-
“아, 아니 잠시만요!!! 잠깐만!!! 야!!! 이 새끼야!!!”
우득-
엘저 장관은 새하얗게 질린 손으로 전화기를 우그러뜨렸다. 하지만 아무리 수화기에 귀를 대고 소리를 들어보려해도 들리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끊겼다.
부들거리는 엘저 장관의 얼굴이 점점 시뻘게졌다.
콰직-!
수화기를 집어던졌다.
“이런 씨발!!! 빌어처먹을!!!! 개새끼들!!! 이제와서 손절을 해!!!!”
쾅-! 쾅-! 콰직-!
엘저장관은 수화기가 부서지고 발에 파편이 박혀 피가나도록 수화기를 또 밟고 또 밟았다.
자신의 라인을 타고 있던 고위급장교들과 국장급 인사들은 전부 손절을 치고 책임회피를 통해 뒤통수를 쳤다.
모리스사, 스위프트사, 아머사는 한번만 더 전화하거나 언론기사로 자신들의 이름이 언급되는 순간 고발하겠다며 협박했고.
자신의 관사에는 매일처럼 신문지를 잘라만든 협박편지들이 쏟아져들어왔다.
“잭 모건!!!”
그리고 방금.
마지막 보루였던 잭 모건마저 안면몰수한 채 서늘한 목소리로 손절을 선고했다. JP모건은행의 법무팀과 대형로펌들을 감당할 수 있겠느냐는 협박을 남긴 채.
재산은 검찰에 몰수되어 동결.
자신들의 부모, 아내, 자식들은 다 줄줄이 검찰로 소환되어 들어갔고.
관사를 나가는 순간 총에 맞을 미래밖엔 그려지지 않았다.
좆됐다.
정말 좆됐다.
“…..최악은 사형이다.”
에디슨의 전기의자에 앉아 한 마리의 치킨처럼 구워지거나, 총살형을 통해 몸에 바람구멍이 나던가.
농담이 아니라 육군장병들에게 저런 쓰레기를 먹인 이상 학살이나 다름없지 않은가.
쾅-!
“잭 모건 이 빌어먹을 새끼가!!!”
다 책임져주겠다고 했었다.
만약에 소고기통조림에 문제가 생겨도 로비스트들을 동원해 자신을 보호해주겠다고, 뉴욕주지사나 시장으로 만들어주겠다고 확약을 받았다.
하지만 그가 말한 로비스트들은 자신을 손절하기 위해 동원되었고, JP모건은행, 아니 잭 모건의 흔적은 전쟁부에서 하나씩 지워져 사라지고 있었다.
그는 천천히 자신의 목을 꽉 옮아메고 있었다.
“…..차악의 수단이 없는 건 아니다.”
드륵-
방에서 나온 엘저장관은 책이 빽뺵하게 꽂혀있는 작은 서재로 들어가 책상서랍을 열었다.
그곳엔 모리스사, 스위프트사, 아머사는 물론 JP모건은행과 잭모건이 연루된 증거서류들, 그리고 전쟁부의 고위급장교들의 명부와 이중장부들로 꽉꽉 채워져 있었다.
이것만….
이것만 있으면….
엘저장관의 눈에 광기와 핏대가 서기 시작했다.
“나만 죽을 수는 없지…..없는데…..”
힘이 풀렸다.
가족들이 눈에 밟힌다.
이대로 자신이 내부고발로 자폭해서 사형이나 무기징역, 혹은 국외추방을 당한다면 잭 모건이나 육군의 고위급 장교들, 그리고 육류가공업체는 반드시 자신의 가족에게 해코지를 할 터.
가문은 절단나고, 자녀들의 취업길과 정계입문은 다 뒤집어질 것이다.
“젠장…..”
그의 귓가엔 방금 통화한 잭 모건의 음성이 윙윙 울렸다.
– 처신 잘하십시오. 자녀가 6명이나 있으시던데, 한명은 하버드에 진학한 인재더군요. 다 지켜보고 있습니다.
“으아아아악-!!!”
우당탕! 콰직! 콰드득! 퍽!
서재의 집기들을 집어던지고 발악해도 이 울분과 화가 사라지지 않는다.
전쟁부와 육류3사, 잭 모건과 공화당은 모든 죄를 뒤집어씌워 나를 팽해버릴 작정인게 눈에 선하다.
나만 목매달면 나머지는 유야무야된다는 심보겠지. 그리고 배후엔 잭 모건이 있다.
잭 모건.
빌어먹을 잭 모건.
“너는 내가 죽인다!!! 내가 반드시 모가지를 따 죽인다!!! 으아아아악!!!”
따르르르릉-
뚝.
갑작스럽게 울린 의문의 전화벨소리에 엘저장관은 발악을 멈췄다. 그는 고개를 획 돌려 수화기가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전화벨이 또한번 울렸다.
따르르르르릉-
“……누구지?”
모두가 자신을 손절했다.
마치 자신의 목만 매달아버리면 나머지는 해결된다는 듯이 날카롭고 잔인하게 손절했다.
그런데 이제와서 무슨 용건이지?
엘저장관은 산발이 되어 땀방울에 젖은 앞머리를 쓸어넘기고, 전화기로 터벅터벅 걸어갔다.
딸깍.
“……러셀 엘저입니다.”
– 아, 받으셨군요.
엘저장관의 눈이 가늘어졌다.
젊은, 아니 어린 남성의 목소리.
대충 고등학생을 졸업하고 대학교에 들어간 젊은 사내의 목소리다. 잘 처줘도 대학졸업한 사회초년생의 목소리였다.
누구지?
“실례지만 누구십니까?”
– 아, 직접 통화하는 건 처음이군요.
수화기 너머로 기분좋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그는 자기소개를 해왔다. 자신감있는 목소리로 절대 너는 거부할 수 없다는 확신을 담은 채.
그는 당당했다.
– 저는 디트로이트 모건이라고 합니다. 한 가지 거래를 제안 드리려고 합니다.
“디트로이…..!!!”
툭-
엘저장관은 수화기를 떨어뜨렸다.
수화기 너머로 서늘한 저승사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아마 당신에게 있어서도 그리 나쁜 이야기는 아닐겁니다. 이 이외엔 길이 없기도 하고요.
***
뉴욕 미드타운.
디트로이트 모건의 자택.
“그렇게 진행하는 것으로 알겠습니다.”
뚝-
내가 전화를 끊자 제임스가 곧바로 물었다.
“받아들인답니까?”
“내 생각보다 가지고 있는 폭탄이 큰 모양이더군. 생각해 보겠다고 하지만 실상 그에게 선택권은 없어. 내가 내민 카드가 유일한 동아줄일 테니까.”
“잘됐군요.”
엘저장관이 받아들인다면, 이번 건으로 잭 모건을 완전히 찍어내버릴 수 있다.
기관총의 사상자보다 식중독의 사상자가 월등히 많은데다, 그는 직접적으로 육류가공업체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
절대 벗어날 수 없다.
“도련님, 통화하시는 중에 JP모건은행에서 긴급회의가 소집되었습니다.”
“긴급회의? 안건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만, 전 임원들 필참이라고 합니다.”
전 임원들 필참.
그정도 규모의 임원회의가 열릴 건이라면,
잭 모건에 관한 건이다.
이번 소고기 스캔들에 직간접적으로 얽혀있는 일이 한두 가지도 아니고, 잭 모건이 가지고 있는 로비스트 인맥을 모건 회장이 모를 리 없었다.
“도련님, 입꼬리가….”
“기분탓 일세.”
그러나 내가 준비한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 터질 기관총 스캔들이 남아있었다.
JP모건은행에서 그의 입지는 원자단위로 분해되어버릴테고, 그 인맥은 내가 다 흡수하게 될 것이다.
드륵-
나는 손으로 입매를 문지르며 집무실 의자에서 일어났다.
살짝 뻐근해 기지개를 켰다.
우드득-
“끄윽. 아버지께서는 별 말 없으셨나? 이번 일로 JP모건은행의 군수사업도 절단나게 생겼는데. 해군부 사업도 그렇고 참 골고루도 말아먹었지, 잭 모건 그 자식.”
“그……”
제임스는 말끝을 흐렸다.
갑작스러운 제임스의 침묵에 나는 기지개를 켜다말고 그를 바라보았다.
그는 힘겹게 말을 이었다.
“…..모건의 성을 갈아버린답니다.”
아무래도.
모건회장은 내 상상 이상으로 화가 난 모양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