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56)
“예, 전쟁부에서 입찰거부한 그 기관총에 또다시 미군은 갈려나가겠지요.”
그리고 나는 폭탄을 투하했다.
“…..!!!”
회의실엔 적막이 내려앉았다.
앉아있던 모두가 고개를 삐걱이며 엘저 전쟁장관을 향해 돌렸다. 가뜩이나 소고기 스캔들로 공중분해될 위기에 놓인 공화당 내각이다. 그런데 기관총 스캔들까지 겹친다면 어떻게 될까. 몇몇 의원들은 얼굴이 새하얘지기까지 했다.
“저 말이 사실입니까?”
대통령의 전권 대리인으로 참석한 포터 비서실장.
가만히 회의를 바라보던 그는 싸늘한 눈빛으로 엘저 전쟁장관을 노려보았다.
“…..예.”
엘저 전쟁장관은 개미 기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거무죽죽한 그의 얼굴은 강도 높은 검찰조사로 인해 죽어가고 있었다. 이미 다 포기했다는 듯, 영혼이 빠진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정당한 이유가 있었습니까?”
“아니요. 없었습니다.”
“그럼 당신네 전쟁부는 정당한 이유도 없이 카르텔을 위해 미국인 1만 명을 스페인의 기관총에 갈려나가게 만들었군요.”
비서실장의 눈에 불이 켜졌다.
“제정신입니까?”
“네놈들이 지금 제정신이야!!!!”
쾅-!
그 기세를 타고 공화당의 중진들은 분노에 찬 포효를 외쳤다. 기관총 스캔들까지 터지면 공화당엔 지워질 수 없는 주홍글씨가 세겨질 경우. 다음 선거엔 민주당에게 밀려 필패였다.
비서실장은 담담하게 서류를 뒤적였다.
“윈체스터, 콜트, 레밍턴. 이번 대스페인전쟁에서 총기계약을 맺은 3사라고 알고 있습니다만. 맞습니까?”
“스프링필드 조병창의 총기를 가장 많이 사용했습니다.”
“당분간 해당 총기회사 3사는 전쟁부에서 퇴출입니다. 출입하는 로비스트들도 전부 퇴거시켜주세요. 스프링필드 조병창도 한차례 구조조정을 실시하겠습니다. 불만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나는 팝콘을 뜯으며 내심 즐겁게 회의실의 상황을 지켜보았다.
‘이걸로 총기 카르텔은 해체. 병기국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자랑하던 스프링필드 조병창도 나락이군.’
좋다.
더할 나위없이 좋다.
총기 3사가 퇴출당하면 우리 DWM 북미지사를 제외하곤 군소총기업체밖에 남기 않는다. 스프링필드 조병창이 탈탈 털린다? 그 빈틈은 전부 민간에서 메꾸게 될 것이다.
뿌리 채 뽑히는구나.
속으로 함박웃음을 지었다.
“아무튼.”
비서실장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전쟁부에서 한번 기관총을 입찰거부했다면 미국에 그 기관총 제조회사가 있다는 말이군요?”
“예, 디트로이트 모건 자문님께서 해당 총기업체를 소유하고 계십니다.”
“자문이?”
설마?
회의실 모두의 시선이 획 하고 내 쪽으로 돌아왔다. 한번 절망의 늪에 빠졌던 그들의 죽은 눈빛에 희망이 서리기 시작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독일소재 방위업체 DWM의 북미지사를 제가 소유하고 있습니다. 최신의 기술공유까지 받고 있으니 기관총의 성능은 확실합니다. 저 시에스타 놈들을 고기분쇄기에 갈아버릴 수 있다는 뜻이죠.”
“…!!!”
비서실장은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떴다.
“DWM이라면…..!!!”
“예, 스페인군이 사용하는 기관총의 개발사입니다. 저희는 올해 초부터 독일본사의 로에베 이사와 물밑에서 협상을 했고, 북미사업권을 따올 수 있었습니다.”
“오, 하느님 맙소사.”
회의실의 분위기가 탁 하고 풀렸다.
비서실장도 한층 풀어진 표정으로 꽉 조여맨 넥타이를 거칠게 풀었다.
후……
“일단 휴게합시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자문님과 엘저 전쟁장관, 롯지 의원님은 잠시 저 좀 봅시다.”
***
“디트로이트 자문님, 혹시 DWM 북미지사의 재고를 당장 미전쟁부로 보내주실 수 있으십니까? 값은 후불로라도 지불하겠습니다.”
회의는 휴게하고 나는 백악관의 빈 회의실로 불려갔다. 롯지의원은 뒷짐을 진 채 창밖을 보고 있었고, 비서실장은 내 앞은 편에 서 다소 초조하게 물었다.
하지만 나는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어디서 날로 먹으려고.’
서면으로 계약서를 쓰는 것도 아니고 재고가 있는지도 물어보지 않는다. 게다가 후불이라고? 이놈들 아직 정신 못 차렸다.
하여간 미국놈들은 방심을 못해요.
“지금 뉴욕창고, 디트로이트창고, 코네티컷창고에 미전쟁부로 보낼 재고가 없습니다. 드리고 싶어도 드릴 수가 없군요.”
“아예 재고가 없는 겁니까?”
“그건 아니지만, 다 다른데 보낼 재고입니다. 민병대라든지, 영국(아일랜드지만)이라든지, 민간시장에도 흘러들어갈 예정이고요.”
“……혹시 지금 보유하신 기관총이 총 몇 정이십니까?”
비서실장의 말이 조금 빨라졌다.
저쪽도 다급하다 이거겠지. 아까 무리하게 요청한 것도 어쩌면 공화당에 더 이상 여유가 없어서 그런 걸지도 모르겠다.
기관총 스캔들까지 터지면 진짜 공중분해 될수도 있었으니.
“9천 정입니다. 아, 하지만 최신기술을 적용한 기관총만 9천 정입니다. 구식 기관총도 한 1천 정 정도 남아있습니다.”
참고로 구식 기관총이란 스페인에 다운그레이드해서 넘겨준 재고들이다. 이걸 스페인이 다 소화하지 못해 뉴욕항에 1천 정 정도 쌓여있었다.
그렇게 총 1만 정.
그렇단 말이지?
비서실장의 눈이 위험하게 빛났다.
“우선권.”
“예?”
“부디 저희 공화당, 아니 전쟁부에 우선권을 주십시오.”
“하지만 이미 출고할 예정지가….”
“우선권, 우선권만 주신다면.”
비서실장은 안경을 치켜올렸다.
“전쟁부와 관련해서 디트로이트 자문님이 원하는 것 전부 해드리겠습니다.”
“….!!!”
사실상 항복 선언.
비서실장의 처절한 눈빛은 제발 거절하지 마라고 처절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나는 속으로 환호성을 질렀다.
‘다 들어준다 이거지?’
원하는 것은 많았다.
하지만 나는 짐짓 아쉽지 않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콧잔등을 긁었다.
“일단 저희 DWM 뉴욕공장과 스프링필드의 합작법인을 만들고 싶은데, 이름은 대충 뉴욕 병기국으로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참고로 저희 뉴욕공장은 가장 규모가 크고 부지도 넓어, 재고가 대량으로 쌓여있는 지부입니다.”
“….!!!”
쌓여있는 기관총의 재고가 많다는 말에 비서실장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예! 다 하십시오. 어디 뉴욕 병기국 합작법인을 만들다 뿐이겠습니까. 지분도 디트로이트 자문님께 유리하도록 70% 드리겠습니다. 아니, 아예 합작법인을 위한 공장부지까지 불하해드리겠습니다.”
그러면서도 비서실장은 속으로 계산했다.
독일의 DWM이라면 막강한 육군을 보유한 독일제국의 군수산업체 중에서도 세손가락 안에 드는 거대한 기업이다.
뉴욕 병기국 합작법인의 지분 70%를 디트로이트 모건에게 제공하고, 부지까지 불하해주면 그를 확실히 전쟁부에 잡아둘 수 있다.
앞으로 세워질 ‘뉴욕 병기국’은 반 국영기업이나 마찬가지. 미전쟁부의 무기공급에 최우선권을 얻을 수 있는 기업이다.
그렇게 되면 독일의 선진기술을 빨아들여 미국육군을 한층 더 강력하게 무장시킬 수 있다.
물론, 당장 재고에 대한 우선협상권이 가장 급하지만 말이다.
하지만 디트로이트 자문은 만족하지 않는다는 듯 입가를 쓸었다.
“음. 사실 뉴욕 병기국 합작법인을 세우는 것은 미전쟁부 측의 이권도 만만찮게 높지 않습니까? 당장 기관총의 성능만 해도 스페인군의 위세로 알 수 있고요. 그들이 사용하는 기관총은 ‘독일본사’에서 공급받은 ‘구식’ 기관총이니까요.”
구식.
비서실장은 머리를 망치로 맞은 듯 정신이 번쩍 들었다. 스페인군이 사용하는 기관총은 구식이구나. 좀 돈이 더 들더라도 신식기관총으로 미군이 무장하면 저 빌어먹을 시에스타 놈들도 갈아버릴 수 있다는 소리다.
스스삭 스삭!
비서실장은 빠른 손놀림으로 메모장에 펜을 휘갈겼다.
“필요한게 있으시다면 더 말씀해주세요. 최대한 반영해드리겠습니다.”
“예, 저희 기관총을 미전쟁부의 제식으로 채택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건 당연합니다. 오히려 저희가 부탁드리고 싶군요.”
이 기관총의 위력을 맛봤는데 제식으로 채택하지 않으면 머저리였다.
당장 쿠바에서 스페인군은 사상자 거의 없이 미육군 7만명을 분쇄해버리지 않았나. 덕분에 미국은 1만여명의 기관총 사상자가 발생했다.
디트로이트 자문은 상체를 끌어당겼다.
“그리고 저희 DWM 계열의 마우저 조병창에서 생산하는 볼트액션 소총인 게베어 1898을 제식소총으로 채택해주셨으면 합니다.”
“게베어 1898?”
“현재 스페인군이 사용하는 소총은 마우저 M1893. 소위 스패니쉬 마우저라고 불리는 놈인데, 지금 스프링필드 조병창의 M1873 따위로는 장전속도를 따라가지 못합니다.”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말한 게베어 1898은 이후 독일육군의 제식소총으로 채택되어 제1차 세계대전 종전까지 총 50만정이 생산된 검증된 소총이다.
미전쟁부에 있어서도 나쁘지 않은 걸?
하아-
“우리 미합중국의 전쟁부는 지금까지 그런걸로 싸워온 겁니까.”
비서실장이 안경을 벗고 미간을 주물렀다. 그의 얼굴은 그새 한 10년은 늙은 것처럼 보였다.
“예, 게베어 1898을 제식소총으로 채용하겠습니다. 이쪽도 저희 전쟁부에 우선권을 주셔야합니다.”
“뉴욕 병기국에서 생산하게 해드리죠.”
“……감사합니다.”
비서실장은 엘저 전쟁장관의 의사도 묻지 않은 채 진행했다.
당연하다.
어차피 엘저 전쟁장관은 반송장이나 마찬가지. 이제 곧 실각할 그 따위가 감히 대통령의 비서실장에게 이의를 제시할 순 없었다.
게다가 조용히 뒷짐을 지고 창밖을 바라보고 있는 롯지의원은 공화당의 수뇌부.
여기서 정해지는 안건은 현 연방정부를 집권한 공화당의 의지였다.
“기관총을 제식으로 채택하고, 소총까지 제식으로 채택한다면, 탄약도 뉴욕병기국에서 제조할 탄약을 표준으로 채택해야겠군요.”
“저희야 감사하죠.”
더할 나위없다.
이걸로 내 지분 70%짜리 뉴욕 병기국은 미전쟁부의 기관총과 소총의 제식으로 채택되었고, 이제부터 미전쟁부는 적어도 10년간 뉴욕 병기국의 탄약을 표준으로 채택하겠지.
미국 스페인 전쟁이 끝나면 각 주에 방위군이 창설된다. 뉴욕 병기국이란 이름으로 미전쟁부를 등에 업으면 그들과의 계약도 수월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이게 다 얼마냐.’
게베어 1898과 MG08 기관총이 적어도 제 1차 세계대전까지 독일제국군에 의해 사용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적어도 제 1차세계대전까지는 뉴욕 병기국이 미전쟁부의 총기류를 독점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총기 3사는 물먹었군. 시장에 거대한 총기회사들이 많으면 뭐하냐. 그 물량을 다 소화할 전쟁부가 우리를 선택했는데.’
뉴욕 병기국.
이로서 선진기술력을 통한 총기의 독점 트러스트가 완성되었다.
비서실장은 얼굴을 쓸어내렸다.
“혹시 더 요청하실 사항이 있으십니까?”
“이 모든 내용은 서면으로 남겨 계약서를 작성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를 말씀을요.”
하지만 뉴욕병기국의 합작법인 설립과 제식채택은 하루아침에 뚝딱 처리되는 일이 아닌만큼, 당장 계약서를 쓸 수는 없었고.
미연방정부와 미전쟁부는 상기 내용을 다 성실히 이행하겠다는 가계약서부터 작성해야했다. 백악관의 인장까지 넣어서.
비서실장은 잠시 방에서 나가더니, 한 장의 가계약서를 들고 다시 회의실로 복귀했다.
“혹시 변호사 데리고 오셨습니까?”
“제가 법률은 좀 빠삭하게 압니다.”
안 그러면 헤지펀드 못해먹거든. 기본적인 상법이나 민법은 머릿속에 박아넣고 살아야한다. 나는 1시간 정도 시간을 들여 꼼꼼하게 가계약서를 뜯어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사사삭-
스삭-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저희야말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비서실장과 악수를 나누었다.
‘긴 여정이었다…..’
나는 살짝 감격해 가계약서를 바라보았다.
이걸 체결하기 위해 그동안 어떤 개고생을 해왔었나.
대영제국을 끌여들여 스페인에 기관총을 팔아먹고, 스페인의 필리핀 함대와 인도양함대를 지우기 위해 철도와 선사를 끌어들이고.
‘눈물없이는 볼 수 없는 이야기다.’
하지만 이젠 고생 끝. 행복 시작이다.
이로써 전쟁부를 접수, 아니 전쟁부의 사실상 독점계약을 완료했다.
이거 베이론이 좋아하겠는데?
드륵-
가계약서에 싸인을 마친 비서실장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왜 대통령께서 초청장을 보냈는지 알겠군요. 오늘 자문님이 없었더라면 이 회의는 탁상공론이었을 겁니다.”
“저도 조국에 보탬이 되고자 하는 마음을 오늘에서야 실현해서 기쁜걸요.”
나는 건실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럼 회의실로 돌아가시죠.”
그는 공손하게 손으로 나를 에스코트했다. 기관총을 얻은 그의 눈에는 나를 향한 무한한 신뢰가 뿜어져나오고 있었다.
“이제부터 전쟁부 재편과 찰스턴 침공, 그리고 ‘해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야합니다. 디트로이트 자문님, 계속해서 뼈와 살이 되는 자문. 부탁드립니다.”
“하하, 저야말로 잘 부탁드립니다.”
해군.
아직 내 돈벌이는 끝나지 않았으니까. 어쩌면 전쟁부의 독점계약보다 거대할지도 모른다. 비서실장의 호감을 얻었으니 뭐라도 콩고물이 떨어지지 않을까?
페더럴 철강.
앞으로의 건함경쟁의 시대에서, 해군과는 하고 싶은 사업이 많았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