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6)
“대통령 영부인?”
나는 정신을 차리고 건네받은 초대장을 읽어 내렸다.
혹시 내게도 날아오지 않았을까 생각했지만 제임스에게서 초대장에 대한 얘기는 없었으니, 아마도 나에겐 초대장이 날아오지 않았던 모양이다. 아무리 모건하우스라 해도, 옐로몽키에 사생에게 줄 초대장은 없나보지.
때문에 프랭크의 제안은 더욱 군침이 돌았다.
‘대통령의 영부인은 간질 환자라 메킨리 대통령이 대부분의 행사에 동참했다던데, 잘만 하면 대통령까지 만날지도 모르겠어.’
나는 프랭크의 옆구리를 툭툭 쳤다.
“모건 왜?”
“프랭크, 너는 자선파티 참석해?”
“아니, 난 그날 할 일이 많아서 패스.”
프랭크는 어깨를 으쓱였다.
“그리고 루스벨트 가문은 이래뵈도 뼈대 깊은 가문이라고. 인맥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해. 대통령 같은 거물이 아닌 한, 내가 수소문해서 연결해줄 테니까.”
“재수 없는 프랭크.”
“넌 좀 닥쳐, 마피아.”
‘……대통령 영부인도 엄청난 인맥 아닌가.’
나는 다시 초대장으로 시선을 내렸다.
프랭크와 크리스가 투닥투닥하고 있는 사이, 머릿속으로 자선파티 참석에 대한 계산을 끝냈다. 1897년 말, 그것도 대통령 영부인의 자선파티라면 반드시 내년 미국-스페인 전쟁에 대한 떡밥들이 대거 풀릴 가능성이 높으니, 무조건 참석해야한다.
‘전쟁부나 해군부와 연줄이라도 만들면 좋겠는데.’
그쪽을 잡을 수만 있으면 미래의 노다지니까.
나는 초대장을 품에 넣고 프랭크에게 말했다.
“자선파티. 참석할게.”
“Great.”
프랭크는 엄지를 척 내밀었다.
“모건, 그런데 시간이 좀 촉박할거야.”
“당장 출발해야겠네.”
초대장에 적힌 날짜를 확인했다.
확실히 자선파티 날짜까지 파티장에 도착하려면 시간이 촉박하다. 나는 겉옷만 빠르게 챙겨입고 기숙사를 벗어났다.
“자선파티……말씀이십니까?”
나는 뉴욕으로 돌아가려던 제임스를 붙들었다.
제임스는 내가 자선파티에 대해 말을 꺼내자 짐짓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대통령 영부인의 자선파티라서 걱정되는 건 알겠는데, 나름 처세술에는 자신 있으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아니, 음.”
제임스는 미간을 찌푸리더니, 품에서 편지봉투 하나를 조심스럽게 꺼내들었다.
“사실, 모건 도련님께도 똑같은 초대장이 왔었습니다.”
“뭐? 초대장에 대해 말 안 해줬잖아.”
“원래는 초대장에 응하지 않으셨습니다.”
아.
내가 빙의한 디트로이트 모건은 사생아였지.
J.P. 모건처럼 엄청난 거물의 사생아라면, 늑대들이 득실거리는 사교회를 싫어할 법도 했다. 잭 모건의 존재도 그렇고.
“제임스. 앞으로 들어오는 초대장은 하나도 빠짐 없이 나한테 전해주게“
잭 모건의 입김이 문제라면 문제될 만한 곳에만 안 가면 그만이다.
시대를 파악하기에 사교회만큼 좋은 곳은 없다고.
초대장을 뒤집어 파티회장의 주소를 확인했다.
“워싱턴 D.C…….백악관?”
***
1897년 12월, 워싱턴 D.C.
백악관의 자선파티.
백악관 관저의 내부.
검은색 정장을 갖춘 공화당 정치인들과 재력가들, 제복을 갖춘 군부의 장성들은 저마다 그룹을 지어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백악관은 미국대통령이 업무 및 생활을 하는 관저.
정치와 사업, 그리고 외교의 핵심은 이곳에서 이루어진다.
“옛날부터 술은 영 안 받는단 말이지…….”
치이익.
나는 유리잔에 콜라를 따랐다.
“그나저나 참석자들 한명 한명이 미국을 쥐락펴락하는 거물들. 그야말로 복마전이군.”
미국의 기부문화이자 사교모임.
후원을 받으려는 박물관이나 미술관에서 주최하거나 현대에 들어선 인권단체, 친환경단체 등 거액의 후원이 필요한 단체들이 기부금을 받아간다…….는 겉포장이고, 실상은 초대받은 거물들끼리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오가는 미국정치의 연장선상이다.
그렇기에 보통은 사교계의 거물들이 주최하는 경우가 대다수.
‘이번 자선파티가 특별한 점이라면, 대통령 영부인이 주최한 자선파티라는 점인가. 그것도 백악관에서. 그렇다면 내게 초대장이 날아온 이유는 대충 감이 잡힌다만…….’
미국 제 25대 맥킨리 대통령.
그가 JP모건, 존 데이비슨 록펠러, 앤드류 카네기에게서 물경 1200만 달러의 선거자금을 후원받았다는 사실은 사교계에서도 유명했다.
그래서 모건가문의 일원인 내게도 초대장이 날아온 것이고.
‘전쟁부와 연줄을 맺을 수 있다면 좋겠네.’
해군부도 좋고.
하지만 문제는 맥킨리 대통령 부인의 자선파티고 백악관이고 간에, 나와 면식 있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었다. 메킨리 대통령은 커녕 대통령 영부인도 간질로 몸이 쇠약해져 저택 내부에 머무르는 모양이고.
하지만 나도 믿는 구석은 있었다.
‘적어도 모건의 이름은 무시당하지 않겠지. JP모건사의 임원들이 투표장 앞에서 유권자들에게 협박까지 할 정도로 모건은 맥킨리의 1등 공신이었으니까.’
상대편 대권주자였던 제닝스는 JP모건과 앙숙이었다.
그래서 영혼의 배팅을 한 결과, 맥킨리 대통령이 1200만 달러를 선거자금으로 후원받는 동안, 제닝스에겐 선거자금이 55만 달러밖에 없었다는.
대충 그런 안습한 뒷이야기였다.
“젊은이, 혹시 그거 코카콜라인가?”
“?”
중후한 저음에 뒤를 돌아보자, 나는 석상처럼 굳을 수밖에 없었다.
웬 해군장성 정복을 입은 흰 수염 아저씨가 미간을 잔득 찌푸리고 있었으니까.
잠깐.
방금 코카콜라라고 하지 않았나?
“……코카콜라가 맞습니다. 몇 병 더 가져왔는데 한 병 드릴까요?”
“오, 그래줄 수 있나? 설마 이곳에서 코카콜라를 볼 줄이야. 운이 좋았군.”
“저도 코카콜라를 아는 분을 만나서 반갑군요.“
“훌륭한 젊은이군. 나는 빌어먹을 금주 때문에 코카콜라만이 내 인생의 유일한 낙이 되어버렸네.”
“아, 금주운동.”
1898년이면 금주운동이 가장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긴 했다. 금주동맹도 결성된 지 10년도 채 안된 시기였으니까.
코카콜라가 50개주 전역에 불티나게 팔리는 원인도 금주운동 탓이 컸다.
‘……그건 그렇고.’
하지만 내 눈앞에서 산타클로스마냥 복슬복슬한 흰수염에 코카콜라를 묻히며 들이키고 있는 해군장성이 더 신경 쓰였다.
이 양반 지금쯤이면 영국령 홍콩에서 영국해군과 쿵짝쿵짝하고 있을 시점 아닌가?
“혹시 아시아 함대사령관이신 듀이 제독이십니까?”
“음? 올해 아시아 함대사령관으로 임명받은 조지 듀이를 말하는 거라면, 내가 맞네. 젊은 친구.”
“제독께선 지금쯤 영국령 홍콩에 계시던 게…”
“젊은이, 나라고 일 년 365일 영국령 홍콩에 눌러앉고 살진 않아. 게다가 요즘 미국 상황이 심상치 않기도 하고.”
듀이 제독은 차게 가라앉은 눈으로 코카콜라를 담은 술잔을 빙글빙글 돌렸다.
“한 번쯤 본토로 와볼 필요가 있었지. 특히 이곳 워싱턴에 말이네.”
이번 자선행사는 좋은 기회였고.
듀이는 이어서 말했다.
“게다가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것도 아닌 것 같군.”
듀이 제독은 턱짓으로 자선파티장 한구석을 가리켰다.
그곳엔 해군정복과 육군정복을 입은 장성들이 떼 지어 몰려 있었다.
“각국의 대사들도 간간히 보이는군요.”
“전쟁은 사실상 외교관들과 정치인들이 선봉, 우리가 후발대니까. 군과 정치계 사이의 밀월은 어쩔 수 없지.”
나는 눈을 반짝였다.
이건 전쟁이 가까워지고 있다는 일종의 신호였다. 즉, 이곳은 앞으로 펼쳐질 전쟁에 있어 전초전의 일부라고도 볼 수 있었다.
‘예상이 적중했군.’
백악관에 오길 잘했다.
내가 입맛을 다시는 동안, 듀이는 코카콜라 한 병을 더 꺼내들었다.
치이익.
“스페인 대사만 불쌍하게 되었군.”
“…..코카콜라 더 들여올까요? 자동차에 몇 병 더 가져왔는데.”
“오! 젊은이 자네 뭘 좀 아는구만. 자고로 코카콜라는 19세기의 물이나 마찬가지라고!”
“음, 사실 제가 코카콜라 컴퍼니의 대주주입니다.”
혹시나 해서 코카콜라를 박스째로 몇 박스 쟁여오긴 했다.
마케팅 목적으로.
“뭐?”
듀이 제독은 눈을 휘둥그렇게 떴다.
이게 그렇게까지 놀랄 일인가?
제독은 잠시 멍하게 나를 쳐다보더니, 내 귓가에 슬그머니 귓속말을 속삭였다.
“잠시 내 친구들 좀 불러오지. 여기 딱 서서 기다리고 있게. 자네회사 매출을 획기적으로 올려줄 테니까.”
그러더니 듀이 제독은 순식간에 인파 사이로 사라져버렸다.
“……뭐였지.”
사실, 군 장성들의 코카콜라 사랑은 익히 알고 있었다.
제 2차 세계대전 시기, 북아프리카에서 연합군을 지휘하던 드와이트 아이젠하워는 급히 전보로 300만병의 코카콜라를 주문할 정도로 코카콜라광이었고, 비슷한 시기 아이젠하워에게 전도당한 소련의 주코프도 코카콜라 광신도 대열에 합류할 정도였으니까.
심지어 아이젠하워 때, 연합군이 거주한 세계 곳곳에 코카콜라 생산기지가 대거 건설되었을 만큼 코카콜라는 사실 설탕 대신 코카인이 들어간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광신도를 찍어내는 중독물질이었다.
나는 콜라로 목을 축이며, 혼란한 머릿속을 진정시켰다.
‘큭. 담배대신 콜라병나발을 불다니, 나도 콜라중독자 다 됐네.’
나는 그대로 유리잔을 들고 백악관의 정원을 걸었다.
21세기 백악관의 정원이라 하면 로즈가든이 가장 유명하겠지만, 애석하게도 윌슨 대통령 때 조성되는 로즈가든은 아직 흔적조차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한참 정원을 걷고 있는데, 묘하게 불쾌한 표정을 지은 한 사내가 인파를 헤치고 내게로 걸어왔다.
뭔가 나를 아는듯한 눈치인데.
‘누구지?’
아직 빙의전 모건의 기억이 아직 완전하지 않아 가물가물했다.
내게 다가온 사내는 다짜고짜 짜증섞인 목소리로 조곤조곤 속삭였다.
“디트로이트 모건, 당신이 왜 이 파티장에 있습니까?”
“……그야 초대장이 왔으니까요?”
백악관에 내가 모르는 다른 파티장이라도 있나? 황당해서 초대장을 흔들어보이자 사내의 얼굴은 더욱 일그러졌다.
“분명 뉴욕에서 눈에 띄지 말라고 경고했을텐데요. 당신은 제 경고를 귓등으로도 듣지 않는군요. 말로만 하니까 제가 우스워보이는 겁니까?”
“애초에 당신은 뭡니까?”
새파랗게 어린 놈이.
슬슬 짜증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이놈은 지금 수정헌법이 작동하는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감히 타인의 기본권을 침해하려는 건가?
하지만 일순 벼락처럼 제임스의 묘하게 불안했던 표정이 머릿속을 스쳐갔다.
‘잠깐. 빙의전 디트로이트 모건에게 뭔가 있는 건가?’
그런데 사내가 오히려 황당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몰아붙였다.
“토마스 W. 라몬트입니다. 그새 제 이름도 까먹으신 겁니까?”
“라몬트…..”
‘아. 이제야 기억나는군.’
훗날 파리강화회의에서 재무부대표로 참석해 주요한 활약을 한 거물이자, 연방준비제도의 초석을 닦은 경제인 중 한 명. 그리고 1929년 11월 타임지에 얼굴이 실릴 화제의 인물.
하지만 내게는 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눈을 가늘게 떴다.
‘잭 모건의 심복.’
훗날 JP모건사의 회장까지 오르는 사내.
차갑게 가라앉은 눈으로 그를 쳐다봤다.
입가를 비틀어 조소를 띄운 체.
“라몬트, 내가 못 올 곳을 왔습니까? 당신네 헤드(Head)가 나를 적대한다는 사실은 잘 알겠지만, 자유의 나라 미국에서 나를 막을 수는 없습니다. 혹시 당신은 수정헌법을 거부하는 빨갱이십니까?”
“…….뭐라고?”
“아니면 가암히 옐로몽키 따위가 앵글로색슨의 JP모건은행을 탐낼까봐 두려워하시는 겁니까? 미국 자본의 3할 이상을 차지한 JP모건은행을 말입니다.”
쾅.
나는 코카콜라의 빈 유리병을 신경질적으로 내려놓았다.
“고작 검은색 설탕물 파는 옐로몽키 따위를 두려워하다니, 모건하우스의 명성도 땅으로 추락한 모양입니다. 잭 모건 형님의 담이 쥐똥만해졌거나.”
“…….!”
“관심 없으니, 신경 끄고 갈길 가시죠. 저는 저만의 길을 개척해나갈 테니 괜히 방해 마시고요.”
“후회할거요.”
“후회는 당신이 하겠죠.”
라몬트는 입술을 깨물고 나를 노려보았다.
하지만 나는 코웃음으로 응수했다. 아직 JP모건이 건재한데 잭 모건 따위가 얼마나 날 뛸 수 있다고.
아직은 허깨비인 주제에 견제가 심했다.
그때 등 뒤에서 약간의 노기가 석인 중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봐, 누가 후회를 한다고?”
“……조지 듀이?”
“새파란 젊은이, 듀이는 반말이고. 듀이 제독’님’이라 불러주면 좋겠군. 혹시 볼일이 끝났으면 그 친구 좀 빌려줄 수 있겠나? 용건이 끝났으면 빨리 좀 꺼져주게.”
듀이 제독은 거친 해군답게 입담이 노빠꾸였다.
게다가 그의 뒤엔 검은색 정복의 해군 간부들이 우글우글 모여 있었다. 라몬트가 멍하게 나와 듀이제독을 번갈아 쳐다보자, 듀이 제독의 이마에 힘줄이 튀었다.
“설마 육군 땅개들처럼 해군 제독을 물개 나부랭이로 착각하는 건 아니겠지? 이게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나도 이제 참을성이 점점 사라지군 그래. 허허.”
“……다음에 보지.”
라몬트는 으르렁거리며 경고를 날린 채,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듀이 제독은 그런 라몬트의 뒷모습을 보며 끌끌 혀를 찼다.
“요즘 뉴욕의 은행가들은 인성이 다 저모양 저 꼬라지인가? 아주 독사가 따로 없군.”
“빨갱이라 그럽니다. 빨갱이라.”
“아, 사회주의자였나?”
훗날 라몬트의 아들이 사회주의자가 되지만, 부전자전인 셈 치지 뭐. 빨갱이는 전염병이니까.
이시기 미국은 평등을 주장하는 사회주의자나 공산주의자나 싸잡아서 빨갱이로 취급했다.
“일단 이 친구들을 소개해줘야겠군.”
듀이 제독도 빨갱이라는 말에, 라몬트에게서 신경을 껐다.
대신 우르르 몰고 온 해군친구들을 소개시켜주었다.
“소개하지, 윌리엄 샘슨 대령이네.”
“샘슨입니다. 듀이 제독님께 코카콜라 컴퍼니의 대주주시라고 들었습니다.”
샘슨 대령도 듀이 못지않게 우람한 흰수염에 나이가 지긋해 보였지만, 매너 있게 존댓말로 대우해주었다.
나는 그와 악수했다.
“이쪽은 찰스 식스비 대령. 메인함을 이끌고 있는 든든한 인재지.”
“식스비입니다.”
……메인함.
미국-스페인 전쟁의 신호탄을 쏜 메인함 침몰사건의 주인공을 눈앞에서 볼 줄이야.
새삼 신기한 얼굴로 식스비 함장과 악수했다.
“코카콜라 컴퍼니의 디트로이트 도 모건입니다. 아무쪼록 저와 저희 회사를 잘 부탁드립니다.”
“모건?”
식스비와 샘슨은 휙 고개를 돌려, 듀이 제독을 쳐다봤다.
듀이 제독도 처음 듣는다는 표정으로 눈을 부릅떴다.
“……모르셨습니까?”
“……그러고 보니 코카콜라 컴퍼니의 대주주란 사실만 듣고 젊은이 이름을 안 물어봤구만. 하지만 이해해주게. 그만큼 코카콜라를 애정 한다는 뜻이니까. 하하하!!!”
듀이 제독은 ‘걸물이네. 걸물이야’ 라며 내 어깨를 팡팡 두들기며 폭소를 터뜨렸다.
샘슨 대령은 어이가 없다는 듯 듀이 제독을 바라보면서도 헛웃음을 흘렸다.
“이해해주게. 제독님이 근무하시는 영국령 홍콩에선 코카콜라를 구할 수 없어서 집착하시는 거니까.”
식스비 대령이 내게 넌지시 귓속말로 속삭였다.
나는 픽 웃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 맞아. 모건 젊은이. 자네에게 용건이 있어서 이렇게 친구들을 데리고 찾아왔네.”
“해군 납품입니까?”
“역시 자본가답게 돈냄새는 기가막히게 잘 맡는군. 혹시 해군에서 코카콜라를 보급 받는다고 하면 물량을 충분히 대줄 수 있는가?”
“코카콜라를 군수품으로 말입니까?”
순간 내 머릿속 계산기로 빠르게 숫자를 때려 넣었다.
사실 미군에서 코카콜라를 군수품으로 납품한다는 발상 자체는 그다지 놀랍진 않았다. 제 2차 세계대전 중 납품된 코카콜라만 50억병이 넘었으니까.
‘물론 미국-스페인 전쟁은 그렇게까지 소모하진 않겠지만.’
미래의 제1차 세계대전과 제2차 세계대전에 소비한다고 생각하면 전율이 일어난다.
미리 해군부와 연을 맺어두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자산이었다.
“흠.”
내가 머릿속으로 열심히 조판을 두들기고 있자, 듀이 제독은 오해를 했는지 다급해져 구구절절 납품받을 수 있는 이유를 늘여놓기 시작했다.
이것봐라?
“코카콜라는 설탕물이지 않나?”
“그렇죠.”
“설탕물은 열량이 풍부해, 훌륭한 군용식량이지. 일선에 나가있는 해군장병들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게야. 그러니 군수품으로 보급 받아도 아무런 문제도 없을 걸세.”
“그렇겠죠.”
“어때, 자네 사업가의 감이 이 기회는 잡아야 된다고 비명을 지르고 있지 않나? 내게는 돈다발이 허리케인처럼 휘몰아치는 제안으로 보인다만.”
“구질구질해 보입니다. 제독.”
샘슨이 딴지를 걸었지만.
듀이 제독은 더욱 초조해졌는지, 흥분해 말하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기 시작했다.
“에이! 샘슨 자네는 좀 다물고 있게. 아무튼 모건 젊은이, 우리 해군부에서 최대한 자네들의 편의를…..”
“제독님.”
“음?”
사실, 이걸 놓치면 사업가도 아니지.
나는 화사한 미소를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무조건 콜이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YES!!!”
해군부 연줄 GET.
듀이 제독과 난 속으로 만세삼창을 외치며 서로 악수를 나눴다.
‘이게 윈윈이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