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62)
“디트로이트.”
모건회장은 식사를 다 마치자 목에 건 넵킨을 풀어 입을 닦았다. 나는 그의 부름에 조용히 칼과 포크를 내려놓고는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예.”
“신용법은 어차피 미국경제시스템에 필요한 조치였다. 그러니 네가 말한 페더럴철강의 지분도 넘겨주마. 내가 가진 지분을 전부 말이다.”
“…!!!”
씨익.
갑작스러운 그의 발언에 내가 번개에 감전되기라도 한 표정으로 전율하자, 모건회장은 크리스마스에 서프라이즈를 성공한 부모님마냥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마치. 진짜 아들을 보는 눈빛으로 말이다.
“늦었지만, 생일선물이다.”
***
“일은 잘 끝나셨습니까?”
덜컹-
내가 코르세어호에서 발을 내리자, 선착장에서 기다리던 제임스가 내게로 걸어왔다.
나는 갑작스러운 생일선물에 얼떨떨한 얼굴로 제임스를 바라보았다.
“어, 어, 모건회장님이 의외로 태연하시던데. 오히려 잭 트레이시가 내게 한 짓거리를 들은 내가 심란했지.”
“아…..”
아, 이런. 필터링없이 대답했다.
나는 재빨리 정신을 차리고 수습했다.
“아니. 제임스. 절대 네 탓은 하지 않아. 내가 잊어주길 바래서 말해주지 않았겠지.”
“죄송합니다.”
“진짜로 괜찮네. 그보다 제임스에게 부탁할 거리가 몇몇 있어.”
내가 부탁이라는 단어를 꺼내기 무섭게 제임스는 주머니에서 수첩을 꺼내들었다. 만년필의 심은 날카롭게 벼려져 내 발언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말씀하시죠.”
제임스는 한 글자도 놓치지 않겠다는 듯 펜대를 꽉 쥐었다.
“우선 헤지펀드의 비서실에서 한 명 뽑아서 독일제국의 바이엘 제약회사를 주시해주었으면 해. 그들의 재정상태나 내부사정도 조사해오고.”
“이번에 인수할 대상입니까?”
바이엘(BAYER).
독일의 제약회사로 헤로인을 출시했다. 모건회장이 잭 트레이시건으로 화가 단단히 난 모양이었으니 바이엘사가 모건회장의 철퇴를 맞을 건 명명백백.
파산 혹은 그에 준하는 상태가 되겠지.
잭 트레이시의 건강도 바이엘사에서 책임지게 될 것 같았고.
대규모 소송전이 벌어질 것이다.
“당장은 아닌데, 아무래도 파산할 것 같아서.”
헤로인 피해자가 한둘이 아닐텐데, 그걸 다 감당하려면 파산도 부족하다.
차라리 나한테 인수되는 편이 낫지.
‘바이엘사는 아직 황금알을 품은 거위다. 남에게는 헤로인 피해보상금으로 똘똘 뭉친 폭탄으로밖에 안보이겠지만.’
19세기말.
레버쿠젠의 바이엘사는 두 가지 얼굴을 가진 제약회사였다. 어둠은 당연히 마약인 헤로인이었지만. 빛의 면도 유명했다.
아스피린(Aspirin)
1899년. 세상을 뒤흔들 진통제다.
“이참에 제약회사도 하나 가지면 좋지 않을까해서 말이지.”
“예, 저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나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완전 계타는 거지만 조용히 속으로 웃었다.
바이엘사의 아스피린 특허가 내 손에 들어온다면, 제약계의 슈퍼파워가 될 수 있다.
실제로 바이엘사도 한동안 아스피린 원툴이었고.
‘아, 그러고보니 프란츠 하버의 질소고정법도 곧 나오겠네.’
DWM도 그렇고, 바이엘사를 인수하러 독일에 찾아갈 때 한번 확인해봐야겠다. 질소고정법은 맬서스 트랩을 깨고 인류의 식량문제를 해결한 인류사의 위업.
하지만 지금은 더 급한 용건이 있었다.
“그리고 사람도 몇 명 연락처를 알아봐주었으면 하네.”
“사람입니까?”
“어.”
캐피톨힐의 국회에서 신용법이 통과되어도 신용평가회사가 있어야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를 선정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 시대엔 S&P의 창립자도, 무디스의 창립자도 피치의 창립자도 살아있었다.
하지만 피치의 창립자는 나와 거의 동년배라 제외.
“루터 리 블레이크. 헨리 윌리엄 푸어, 존 무디, 이 세 사람일세.”
루터 리 블레이크는 비철도회사들의 재무 및 경영정보를 공시하는 스탠더드의 창립자.
헨리 윌리엄 푸어는 아버지와 함께 철도회사의 재무 및 경영정보를 공시하는 푸어스의 창립자.
그리고 존 무디는 21세기 채권계의 절대자 무디스(Moody‘s)의 창립자다.
“특히 존 무디는 반드시 영입해야하네.”
21세기 채권계의 절대자인 무디스(Moody’s)는 존 무디의 ‘무디스 매뉴얼’의 토대위에 세워진 신용평가사다.
아직 존 무디는 무디스를 창립하기 이전인데다 철도 및 산업 증권에 대한 ‘무디스 매뉴얼’을 한창 집필하고 있을 시점이었으니, 선점하기 딱 좋은 시점이었다.
아직 그는 출판사조차 창업하지 않은 상태였으니까.
‘뭐, 무디스와 달리 신용등급은 알아보기 쉽도록 AAA부터 D까지 메기는 방식으로 채택할거지만.’
이걸로 미국채권들의 신용등급은 내 감독 아래에 놓이게 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엄격한 신용평가의 잣대를 내세워 CDO의 재앙을 막아낼 것이다.
미국 한정이지만.
“그보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계획대로 기사를 찍어내고 있나?”
“예. 착착 준비되고 있었습니다.”
내가 지킬섬에 오기 전 뿌려놓은 안배.
월스트리트와 워싱턴도 곧 시끄러워질 예정이었다.
“기대되는군.”
그리고.
‘저쪽도 곧 시끄러워지겠어.’
– 예, 예상하신대로 전 로스차일드의 이사입니다. 그리고 오늘은 다우닝가의 대리인으로서도 당신을 찾아왔습니다.
대영제국의 그림자도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
[미 재무부 전시채권 발행. 월도프-아스토리아의 은밀한 밀담.] [월가의 대형은행들이 독점한 전시채권, 민간에 풀리는 물량은 없나.] [애국의 권리를 빼앗은 월가. 전시채권은 그들만의 리그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이게 무슨 소리지?”
평소처럼 뉴욕증권거래소의 개장을 기다리던 월스트리트의 투자자들은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전쟁채권에 대한 기사를 읽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채권을 발행했다는 소리군. 전시채권이면 평시 국채보다 좋은 조건으로 풀린 채권일텐데.”
채권에 좀 지식이 있는 투자자들이 하나둘 신문 주위로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채권 그거. 수익률 코딱지만하지 않았나? 이자율도 은행이자만큼만 나오더만. 연 2%를 누구 코에 붙인다고.”
“자네, 뭘 모르는 소리를 하는군. 10년 채권이면 10년 동안 2%의 안정적인 수입이 생긴다는 의미인데다 할인되는 만큼 수익을 뽑아낼 수 있지. 게다가 전쟁채권이면 이자가 더 붙을 걸?”
“안정적인 수입…..”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수익률을 떠올려봤다.
대부분은 이번 쿠바의 패전으로 뉴욕증시가 나락을 가 마이너스 손실을 보고 있었다. 그것도 2%, 3% 단위가 아닌 10%, 20% 단위로 말이다. 아마 전쟁이 지속되는 한 뉴욕증시는 전쟁리스크를 계속 짊어지게 되겠지.
‘안전하게 연이자율 2%인가.’
생각해보니 딱히 나쁘지 않은데?
“손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매년 돈이 꽁으로 생기는건 구미가 땡기는군. 그런데 채권이 안전하긴 한가?”
“별 미친 소리를 다 듣는군. 미국이 망하지 않는 이상 채권은 안전하다네.”
“그런데 좀 이상한 걸? 보통 전시채권은 민간에 판매하는걸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엔 월가의 투자은행들에게만 판매했다니.”
그들의 시선은 기사로 향했다.
하지만 기사의 마지막줄을 읽은 투자자들은 눈을 부릅뜰 수밖에 없었다.
[이자율 5%, 할인율 10%. 국채의 2배 좋은 조건으로 풀린 전시채권, 재무부와 월가의 불합리한 야합.]2%라며?
뿌득-
투자자들의 머리에 피가 쏠렸다. 지금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자기들끼리만 좋은 걸 나눠가지겠다는 게 아닌가.
이런 개자식들.
“이건 사기다!!! 용납할 수 없는 폭거다!!! 월가의 대형은행들은 우리가 모르는 뒷면에서 이런 꿀을 쪽쪽 빨아먹고 있었던 건가!!!”
“연 5%에다 복리잖아?! 이건 국민들의 권리를 박탈하는 비열한 행위다!!!”
“재무부 이 자식들!!! 월가의 개들이 따로 없구만!!! 그렇게도 월가가 주는 뒷돈이 맛있더냐!!!”
“우리들은 네놈들 전쟁부의 패전으로 패가망신을 당하고 있는데!!! 연방정부와 재무부는 해명해라!!!”
월가의 투자자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월스트리트저널의 폭로기사에 뉴욕의 투자자들의 원성이 개때처럼 일어났고, 애국심에 고취된 청장년층까지 합세하자 미국 전역에 불같은 시위의 파도가 일어났다.
투자자들은 자신들의 이권이 빼앗겼다는 사실에 눈이 돌아갔고, 애국심에 고취된 청장년층은 전쟁에 직간접적으로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에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애초에 전시채권은 이당시 민간에게 푸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으니 시민들의 눈이 돌아갈 법도 했다.
당연하게 누려왔고 채권에 관심도 없었지만.
누군가 그 권리를 회수가자, 갑자기 그 권리가 귀하게 느껴졌다.
손해본 것 같고.
“재무부는 시민들의 권리를 보장하라!!!”
그들은 하나씩 대문짝만한 피켓을 든 채 워싱턴 D.C.의 재무부로 몰려들었다.
[연방정부는 국민의 권리를 보장하라!] [애국할 권리도 없는 나라.] [재무부와 월가의 야합을 멈춰라!]하지만 정작 재무부 청사는 웅성거리는 밖과는 달리 평화로운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었다. 공무원들은 평소처럼 잡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장관실도 평소와 다름없이 도장을 찍는 소리만이 쾅쾅 울리고 있었다.
홀짝-
미리 디트로이트 이사에게 언질을 받은 게이지 장관은 평화롭게 장관실 의자에 누워 찻잔을 들고 있었다.
오히려 그의 비서관이 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자, 장관님. 지금 청사 앞에.”
“그냥 두게. 우리는 우리 할 일이나 하자고. 3일이면 잠잠해질테니.”
“예…..”
사실 재무부장관은 속으로 만세삼창이라도 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본래같으면 재무부에서 홍보비에 예산을 쏟아가며 국민들에게 애걸복걸 사정하며 채권을 팔아치워야 하는 것이 보통이건만.
시민들이 ‘Please take my money!’를 외치며 재무부 청사 앞에서 시위를 하는게 아닌가.
‘좋다. 좋아.’
디트로이트 이사의 예상이 정확했다.
자신들의 권리가 침해당했다고 생각한 미국인들은 발작버튼이 눌러 개때처럼 일어났고, 제발 채권을 팔아달라며 재무부까지 찾아왔다.
지금이야 시위대가 거세서 저들이 갑처럼 보이지만 글쎄.
“앞으로 몇 년간 전쟁채권으로 머리싸맬 일은 없어지겠군.”
기조가 바뀌었다.
재무부의 전쟁채권에 대한 수요가 폭증했는데 공급이 증발했으니 사실상 재무부가 갑이었다. 앞으로 국민들은 채권을 사는 것을 ‘권리’라고 느끼게 되지 않을까.
적어도 채권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는 것만으로도 위안이었다.
“인간은 이익보다 손해에 더 민감하네. 특히 우리 미합중국의 시민들은 권리를 목숨처럼 여기지 않나. 언론이 도움이 되는 일도 다 있군.”
턱-
게이지 장관은 책상에 발을 올린 채, 워싱턴포스트를 펼쳤다.
쨍그랑-!
갑자기 어디선가 날아온 짱돌이 창문을 깨부수고 들어와 서재의 책장을 부쉈다. 비서관은 겁에 질린 채 벌벌 떨었지만, 게이지 장관은 만면에 웃음을 띄고, 옷에 튄 찻물을 태연하게 탁탁 털었다.
“회계장부만 보다 돌맹이를 보니 귀여워 보이는군.”
게이지장관은 반들거리는 머리를 손으로 매만졌다. 차라리 피가 나는 것이 더 나으면 나았지 머리카락을 앗아가는 사악한 회계장부보다야 훨씬 귀여웠다.
채권판매야 말할 것도 없이 최악이었고.
“하하. 요즘은 좀 살 맛이 나.”
게이지장관은 함박웃음을 머금었고, 재무부 청사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주륵-
“장관님 머리에서 피가!!!”
***
촥-
[월가의 영웅, 헤지펀드. JP모건은행을 통한 새로운 펀드 출시.] [채권펀드, 전쟁채권을 포함한 우량채권들로 이루어진 신개념 펀드.] [배당성향 최소 10%. 펀드에 가입만 해도 매년 10% 수익률이 보장.]-월스트리트저널(WSJ)
한창 시위로 험악해지던 뉴욕증권거래소 앞.
페더럴홀의 투자자들은 오늘자 조간의 월스트리트저널을 읽고는 두 눈을 의심했다.
“이봐!!! 다들 모여봐! 헤지펀드에서 새로운 펀드를 출시했다는데?”
“아니, 배당성향이 10%라고? 전쟁채권이 30%나 섞여있는데 가능한 수치인가?”
“봐봐, 30%가 전쟁채권이고 60%가 우량채권, 그리고 나머지 10%가 부실채권으로 이루어졌다고 되어있네.”
“부실채권? 그럼 부실채권이 파산하면 채권펀드도 나락으로 떨어지는 거 아닌가.”
부실채권.
그 부정적인 워딩에 일순 거부감이 든 투자자들이었지만, 이내 1분도 되지 않아 10%의 큰 수익률이 머릿속을 휘젓기 시작했다.
전쟁채권을 살 권리를 잃어버려서 분노했던 그들의 혈압도 10%라는 수익률이란 금융치료에 평온하게 가라앉기 시작했다.
“그, 그래도 10%의 비율밖에 안되니까 부실채권이 파산해도 채권펀드가 파산할 일은 없지 않을까?”
“그 말도 맞지. 나머지 채권펀드의 구성목록을 보면 철도트러스트들이나 국영기업같은 우량채권들이네! 부실채권 10%가 파산해도 채권펀드가 파산할 일은 없네.”
“어이! 이 기사를 좀 봐!!!”
[헤지펀드, ‘만약 채권펀드의 채무불이행 채권이 발생할 시, 헤지펀드에서 전적으로 책임지고 펀드의 유지 혹은 환급이 이뤄질 것. 단, 수수료는 높을 수밖에 없다.’ 말해.]“채권이 채무불이행이 나도 전적으로 책임진다고? 그래도 수익이 나나?”
“나겠지! 수수료를 높게 책정한다고 되어 있잖은가. 그 거대한 철도펀드와 공매도펀드를 운영하는데 변제도 못하고 망하겠는가?”
“그, 그렇다면.”
“당연히 가입해야지!!!”
‘최소’ 10% 수익이라는 말에 투자자들의 눈이 돌아갔다. 한번 10%라는 숫자를 본 군중들은 전쟁채권의 수익률이 ‘고작’ 5%라는 생각에 점점 채권펀드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그들은 하나둘씩 페더럴홀을 빠져나가 월스트리트 23번지를 향해 몰려들었다.
“고객님,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예? 1만 달러요?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잠시만요!! 거기!! 새치기 하지 마세요!!! 펀드에 자리는 넉넉합니다!!!”
“예, 전쟁채권이 떨어져도 미국 국채로 대체될 예정입니다. 그래도 수익률은 최소 10%를 보장하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JP모건은행엔 월가의 투자자들이 몰려들었고, 전국 각지의 지점에서 애국심에 고취된 청년들도 월가의 투자자들을 따라 나도 질세라 저금통을 깨고 펀드에 가입하기 위해 동전과 종이뭉치를 바리바리 싸들고 몰려들었다.
그들에겐 애국심이란 이유도 있었지만, 안정성이 보장된 이상 저금통에 묵혀놓기도 아깝다는 심정도 동시에 작동했다.
그렇게 전국의 저금통 속에 잠들어있던 티끌들이 모여 점점 산을 이루기 시작했다.
그리고 결국 태산이 되었다.
+
펀드가입 1억 달러 돌파!!!
+
-와아아아!!!
JP모건은행의 직원들은 하늘로 서류를 흩뿌리며 환호했다.
그렇게 일주일만에 미국 JP모건은행의 전국지점 합계 1억 달러를 돌파하며 펀드계의 초신성이 새롭게 떠올랐다. 헤지펀드의 비서실에선 샴페인이 빵 터졌고, 월가엔 알록달록한 티커테이프들이 하늘에서 쏟아지기 시작했다.
“부실채권으로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수단이라고?”
“채권펀드? 자세히 좀 알아와봐.”
그리고.
월가 대형은행들의 매니저들도 하나둘씩 채권펀드, 정확히는 부채 담보부 채권(CDO)에 흥미를 가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채권펀드는 월가에 또다른 광풍을 몰고 왔다.
촥-
그리고 며칠 뒤.
월스트리트저널(WSJ) 한 구석에 작은 기사가 실려나왔다.
[친 트러스트 성향의 엘드리치 공화당 상원의원, 의회에 신용법(Credit Act) 발의.]디트로이트의 안배는 하나씩 맞물리며 작동하고 있었다.
***
“엘드리치 의원이 발의한 신용법이 상원과 하원을 수월하게 통과했다고 합니다. 이제 연방통화위원회에서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을 선정할 수 있습니다.”
“우선 연방통화위원회를 통해 헤지펀드를 신용평가사 중 하나로 등록해놓게. 채권펀드를 출시했으니, 자격요건으론 충분하겠지.”
며칠 뒤, 친트러스트(친모건) 계열의 국회의원들과 롯지의원의 지원사격으로 캐피톨힐의 국회의사당에서 신용법이 무난하게 통과되었고.
나는 연방통화위원회 임시의장의 자격으로 헤지펀드를 1호 국가공인신용평가기관(NRSRO)로 등록시켰다.
물론 다른 위원들의 만장일치로 말이다.
이로서 미국 채권의 새로운 질서(Order)가 내 손아귀로 들어왔다.
“그리고 롯지의원께서 한가지 부탁을 하셨습니다.”
“부탁?”
롯지의원이 내게 부탁할 일이 있을까?
공화당의 최고위 중진 중 한명이 내게 무슨 볼일일까. 나는 귀를 쫑긋 세웠다.
“아, 부탁이라기보단 의견을 여쭙는다고 말씀드리는게 더 정확하겠군요.”
“무슨 의견?”
“이번에 새로 구성될 전쟁부의 장관으로 누가 좋을지 추천해달라고 부탁하셨습니다.”
“아.”
그러고보니 저번 달 상원청문회에서 전쟁부 인사들이 죄다 갈려나가는 바람에 전쟁부를 새로 조직해야하긴 했었다.
공화당도 누구를 앉히면 좋을까 고민이 많이 되겠지. 그들로선 상징성 있으면서도 미국에 대승을 가져다줄. 소위 ‘국뽕’을 선사해줄 인물을 물색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미국의 패권을 당당하게 주장할 수 있으며.
전쟁관련해서 안목이 출중하고.
검증된 인재이며.
공화당에.
이권에 있어선 한 치의 양보도 용서하지 않을법한 불곰 같은 인물.
내 머릿속엔 한명 밖에 떠오르지 않는데?
“시어도어 루스벨트. 그를 추천한다고 전해드리게.”
미안 테디.
러프라이더로 군마를 달리며 전쟁영웅이 되고 싶었겠지만 포기해줘.
‘대신 전쟁영웅은 시켜줄게.’
나만 믿어봐.
성공적으로 영웅이 되면 대통령도 될 수 있다니까?
꿀이라고.
나도 내 연줄이 전쟁부의 꼭대기면 편하고.
그리고 며칠 뒤.
텍사스에서 신나게 군마를 몰던 루스벨트가 워싱턴으로 납치돼 질질 끌려갔다는 소식이 내게로 도착했다.
……진짜 미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