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74)
-워싱턴포스트(WP)
촥-
나는 신문지를 내려놨다.
“하하. 일주일만에 10만명이라.”
저 10만명. 절반은 러프라이더(의용군)들이다.
텍사스에서 러프라이더에 자원입대한 청년들은 징병이 시작됨과 동시에 징병국으로 달려갔고, 미육군은 반년이상 훈련받은 재원들로 꽉꽉 채워져갔다.
이번 징병법은 성인의 자원입대를 열어놓았기에 25세 이상의 러프라이더들까지 다 자원입대했다.
“애초에 러프라이더들을 징병하기 위한 길을 열어놨으니 당연한 결과군.”
“육군 전역자들도 다 복귀했다고 합니다.”
“그렇겠지.”
아니 그럴수밖에 없다.
오히려 한계급 특진한 인물들은 쏟아질 정도. 저번 1차 원정대가 작살이 났으니 계급에 공백이 생겨버렸으니 어쩔 수 없는 결과였다.
그래도 반년이상을 훈련한 인재들이니 적어도 신병들보단 나으리라.
‘미육군의 신병은…..악명높지.’
의무교육 따위 없는 미국의 사정상 칫솔질까지 가르쳐야하는 미국인들이 널렸다.
“제임스. 골드만삭스, 리먼브라더스, 쿤롭사는 어떻다고 하던가?”
“일단 골드만삭스로부터 전보가 왔습니다. 일본제국의 국립은행들이 페소화를 빨아들이기 시작했답니다.”
“자회사는? 스위스 바젤에 세운 페이퍼컴퍼니와 골드만삭스가 합작해서 세운 일본결제은행은 잘 돌아가나?”
“예, 일본 본토의 인재들을 추가로 등용할 예정입니다. 아무래도 국립은행에 다니던 이들인만큼 인맥엔 빠삭하겠죠.”
“좋아. 그대로 진행하게.”
“예!”
제임스는 수첩에 미모를 적었다.
“그보다 도련님, 뉴포트뉴스조선소건입니다.”
제임스는 빠르게 겨드랑이에 낀 서류철을 꺼냈다.
“저번 파산으로 해임된 이사들은 속속들이 복귀시키고 있는데, 이들을 지휘할 구심점이 필요합니다. 하지만 도련님이나 저나 조선소에는……”
“어, 그렇지. 우리가 경영자는 아니니까.”
우리는 투자자다.
그러니 알맞는 사람을 그 자리에 앉혀야한다. 하지만 우리에겐 증명된 인사가 있지 않은가?
뉴포트뉴스를 훗날 항공모함까지 뽑아낼 정도로 성장시킨 인물을.
“분식회계로 끌려들어간 콜리스 헌팅턴은 무리수고. 그 조카인 헨리 헌팅턴을 데려오게. 헌팅턴 가문의 경영능력은 증명되어있으니까.”
“예. 바로 모셔오겠습니다.”
“아, 그리고 하나 추가.”
“예?”
제임스가 나를 돌아보았다.
뭐, 헌팅턴 가문에 맡겨놔도 운영은 잘할 것이다. 스톡옵션은 기본에 성과급에는 짜지 않은 사람이니까. 그러나 일하기 싫다고 하면 굳이 데려올 생각은 없었다.
“하기 싫다고 하면 그냥 돌아오게. 굳이 ‘모셔’올 필요는 없으니까.”
“하하. 넵 알겠습니다.”
쾅-
한결 편해진 얼굴의 제임스가 문을 닫고 나갔다.
나는 신문지를 내려다보았다.
“새롭게 20개 군단을 조직하고 주요군항으로 밀어넣는다.”
군단별로 2.5만명.
저번 군단들보다 1.5만명이 늘어난 구성원이다. 각 주요군항들을 틀어막을 선봉부대와 후속부대, 지원부대 그리고 예비부대까지.
20개 군단은 각각의 쓸모에 따라 배치되었다.
“우리의 ‘적’인가. 하하.”
적.
참 애매한 단어다. 내가 생각하기에 루스벨트는 쿠바와 필리핀을 반드시 미국에 합병시키려 들 것이 분명했다.
가쓰라-태프트 밀약이 그가 대통령일때 벌어진 일인만큼 우리 테디는 식민지에 진심이었다.
“아군을 쏘는 모든 행위는 다 적대행위라고 군법에선 규정하지. 민간인이나 군인이나.”
현 군법인 리버코드(Lieber Code).
순간적으로 군법재판받은 잭 트레이시를 떠올렸다.
현 미군의 군법은 남북전쟁에서 조금 개선된 정도였고, 아직 남북전쟁의 장군들은 현역으로 뛰고 있었다.
게다가 인디언들을 학살하던 장군들까지 그 속에 섞여있었다.
쿠바와 필리핀.
루스벨트와 합쳐진 그들이 일으킬 화학반응은 충분히 예측할 수 있지 않나.
“필리핀반군이나 쿠바반군 따위 싹 쓸어버리겠지. 3차 텔러 수정안에는 미국의 적을 섬멸할 뿐이라고 박아놨을 뿐이니 거리낄 것도 없고.”
반군들 중에 과연 미군에 호의적인 반군만 있을까? 미군이 한명이라도 그들에게 피살당하면 그걸 명분으로 쓸어버릴게 눈이 훤하다.
‘이거 미국에 51번째, 52번째 주가 생기는건 아닐까 모르겠군.’
루스벨트의 의지는 추가징병까지 갈 수도 있는 인물이었다.
만약, 진짜로 미국에 합병시킨다면. 그가 내년 대통령 선거에 미칠 영향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다.
나는 빠르게 얼굴을 굳혔다.
“대비는 해놔야겠네.”
시어도어 루스벨트.
트러스트를 해체시킬 곰돌이를 말이다. 나는 아직 그의 반트러스트 성향을 잊지 않았다.
***
“퍼싱 중령. 잘 부탁하네.”
“예, 감사합니다.”
민간복을 벗고 육군정복을 다시 입은 장교들은 견장을 새로 붙였다. 그렇게 러프라이더들은 빠르게 육군 내부를 장악해갔다.
루스벨트가 러프라이더 출신인만큼, 반년간 기관총 훈련을 받은 인원들인 만큼 웬만한 부대들보다 뛰어났다.
존 조지프 퍼싱은 어느새 중령으로 진급해 있었다.
“넬슨 사령관께서 지켜보고 계신다네.”
“…!!! 넵.”
“하하, 그렇게 얼어붙어있지 말게. 다 자네의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일이니 말이야.”
그 살과 피가 발겨질지도 모르겠지만.
고참장교가 삼킨 말을 퍼싱은 찰떡같이 알아듣고는 표정을 굳혔다.
이번 전쟁.
기관총이 전면에 등장한 이번 미서전쟁은 그 이전의 어떤 잔쟁보다도 참혹했으니까.
“자네도 1차 원정대 출신이라 잘 알겠지만, 기관총 앞에선 인간이나 말 따위 한줌의 고깃덩어리의 가치조차 부여받을 수 없네.”
“……예.”
“적어도 자네가 지휘하는 장병들과 장교들의 목숨을 무의미하게 삭제하지나 말게. 그게 애국일세.”
“명심하겠습니다.”
“좋아.”
탁탁-
고참장교는 퍼싱의 어깨를 털어주었다.
“혹시 아는가? 이번 전쟁으로 자네 어깨에 별이 달릴 수 있을지. 임시 중령도 아니고 그냥 중령일세. 넬슨 사령관께서 자네를 높이 사고 계시지. 참모부에 넣고 싶어하셨지만……”
꿀꺽.
퍼싱은 침을 삼켰다.
“아무래도 자네의 야전실력을 보고 싶으신 모양이야. 하지만 그렇다고 기대에 부흥하지 말게나. 그저 살아서만 돌아오면 되네. 그게 이번 전쟁의 핵심이다.”
“…..예.”
“몇번 하면 바로 참모본부로 호출될테니 그리 알고.”
기관총에 갈려나갈 살육전.
살아남으면 승리.
양측 중 생존자가 먼저 사라지는 쪽이 패배다. 완전한 물량전. 사람이 숫자로 변해가는 전장.
척-
퍼싱은 경례했다.
“실망시키지 않겠습니다.”
***
미합중국 전쟁부.
“작전사령부로부터 입전. 쿠바 하바나항, 관타나모항, 산티아고항, 등 주요항구들의 상륙작전이 완료되었답니다.”
“성공적으로 항구탈환. 군함의 사격지원에 금방 항구는 확보했다고 합니다. 다만 스페인군의 참호가 기다리고 있을 것으로 예측됩니다.”
“군수물자는 아직인가!!! 보급선이 왜 아직도 도착을 안해!!!”
“병기들부터 우선 선적했습니다!!! 일주일분만 같이 보냈고 나머지 병참은 후속부대로 합류할 예정입니다!!!”
“뉴욕병기국으로부터 소총 4/5 이상 생산완료. 기관총도 의뢰분 전부 구매완료했습니다. 구식이 아닌 전부 신식입니다.”
후-
혼란스러운 소음 속에서 루스벨트는 시가를 뻑뻑 피웠다. 군대를 지휘하는건 작전사령부지만 그 이상의 병참, 병기, 징병, 관리 등의 행정업무들은 전쟁부의 일이었으니.
하지만 루스벨트의 눈은 날이 갈수록 빛나고 있었다.
“하하. 책상머리는 지루할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박진감 넘치는군.”
“상륙작전이라서 그렇습니다. 장관님. 작전사령부의 일정에 맞춰 행정지원을 총동원해야 하니까요.”
“그 말이 옳다.”
촥-
루스벨트는 비서가 건네준 편지를 낚아챘다.
“이건?”
“디트로이트 전쟁자문께서 보내신 편지입니다. 기밀을 요한다고 장관님께만 보여드리라고.”
“…아 그건가.”
씨익.
루스벨트는 장난감을 쥔 어린아이마냥 신난 얼굴로 편지를 뜯어 전문을 읽어내렸다.
읽어내릴수록 루스벨트의 얼굴이 풀렸다.
“좋아.”
꽉 주먹을 틀어쥐었다.
디트로이트가 말한 드레드노트의 건조가 본격적으로 속도가 붙기 시작되었다. 해상보안법에 따라 편성된 예산을 뉴포트뉴스조선소에 쏟아붙자 점점 빠르게 그리고 힘차게 돌아가고 있었다.
모든 조선소의 인력을 총동원해 갈아넣은 한 척의 전함.
세계의 해군을 리셋시킬 절대적인 비대칭전력.
‘드라이독의 사진까지 첨부했군.’
루스벨트는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증축된 저 거대한 드라이독만 봐도 심장을 쿵쿵 뛰는게 자신은 군대체질이 맞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아보이십니다.”
“그래 보이나? 정답이군. 난 지금 기분이 매우 좋네.”
‘만약 전함의 급을 이름붙인다면 디트로이트급이라고 해야되나. 어차피 일반인들은 일반 도시이름이라 생각할 거 아닌가.’
디트로이트가 기겁할 소리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루스벨트였다.
“참호선을 뚫는데 어느정도로 예상되나?”
루스벨트의 물음에 비서가 미소를 머금었다.
“아시잖습니까. 이번에 병참보다도 먼저 병기들부터 잔뜩 실어나른 이유를.”
“하하. 그렇지.”
“아마 일주일안에 미군의 포탄 세례에 쑥대밭이 될 것입니다.”
뉴욕병기국에서 쏟아져나오는 포탄들.
단 하나의 남김없이 싹 다 소비할 예정이었다.
“그거 참 기대되는군.”
푹-
루스벨트는 의자에 몸을 파묻었다.
“아, 혹시 쿠바 반군에 대한 소식은 없나?”
불곰.
루스벨트의 눈에 제국주의의 물이 넘실거리기 시작했다.
***
그 시각.
독일제국 에센시.
[크루프 회장의 충격적인 이상성욕. 미성년자들과 동성애 애정행각을 벌여.] [성적학대와 이상성욕. 과연 크루프사의 복지는 안전한가.] [쏟아지는 의혹. 칩거에 들어간 회장. 그리고 불안에 떠는 에센시의 제국민들.] [흔들리기 시작한 크루프.]-포워트(Vorwärts)
이탈리아 카프리섬에서 시작된 의혹.
카프리섬에서 해양관측중이던 크루프 회장은 이탈리아 신문의 폭로에 충격울 받았고 그대로 집안에 칩거했다.
먹이만을 노리고 살기등등하게 크루프를 겨냥하던 사민당(SPD)은 이때다 싶어 크루프를 물어뜯었다.
포워트(Vorwärts).
사민당계의 대표언론은 크루프회장을 매도하는 언론기사들을 십자포화로 쏟아내고 있었다.
“사민당 놈들도 지독하군.”
칼리크 W. 베이론.
뉴욕병기국 담당자인 그는 헤지펀드 비서실에서 독일로 파견나왔다. 독일계 미국인이란 이유와 독일어가 유창한 이유로 차출되었다.
그는 크루프사의 응접실 의자에 앉아 포워트 신문을 접었다.
벌컥-
그때 응접실 문을 열고 한 남자가 들어왔다.
“많이 기다리셨습니다.”
“아닙니다.”
“예, 저희 회사가 요즘 정신없이 돌아가는 바람에 그렇습니다. 크루프회장님께서 스캔들에 칩거하셔서요. 결재가 다 막혔습니다.”
“…..그건 큰일이겠군요.”
생각보다 크루프사의 내부상황이 더 심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남자는 미소를 지었다.
“아뇨. 저야 당신께 특허만 건네고 퇴직하면 그만 아니겠습니까. 신분세탁이나 이민절차는 그쪽에서 다 밟아주시는 것 아니었습니까?”
“하하, 걱정 접어두시죠. 자녀분들까지 영어가 유창하시니 미국에서의 생활도 잘 적응하실 겁니다. 저희만 믿고 따라오시면 됩니다.”
특허를 구입하는데 건당 500만 달러.
그리고 눈앞에 팀장을 매수하는데 10만 달러. 그가 소속된 법무팀을 매수하는데 100만 달러.
이제 크루프사의 법무 1팀은 미국에서 이 100만달러로 호의호식하고 살아갈 것이다.
“네, 아무쪼록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는 이걸 이렇게 부르기로 약속했다.
산업스파이라고.
그리고 며칠 뒤.
[크루프 회장, 자택에서 급사.] [정확한 사인은 불명. 빌헬름 2세의 독대에 불참. 정신병원에 입원한 부인. 그리고 15세 미만의 후계자.] [크루프사의 보호를 명분으로 움직이는 군부와 황실, 그리고 프로이센 상원.] [신께선 크루프를 버렸다.]-포워트(Vorwärts)
크루프를 이을 후계자는 너무 어렸고.
그녀의 보호자는 사라졌으며.
독일의 황제는 유감을 표하고 크루프사를 후계자체로 자신의 품으로 넣었다.
“후계자가 다 자랄때까지 황실에서 크루프를 보호한다인가. 명분은 좋네.”
“예, 확실히 이 명분이면 크루프사도 안전하고 황실도 크루프와의 친분을 공고하게 굳힐 수 있습니다. 동시에 에센시의 민심까지 얻을 수 있죠.”
“하여간 정치하는 놈들이란.”
행동 하나하나가 계산이다.
어떻게 그렇게 살지? 라고 묻기엔 나도 묻은 때가 많긴 하지.
크루프사에서 쓸모있는 정보란 정보는 다 우리 쪽으로 가져왔으니까. 크루프사의 어린 후계자는 황실의 보호 아래 안전하게 자랄 것이다.
나는 뉴욕으로 입국한 베이론은 내 맞은편에 앉아있었다.
“독일은 어땠나. 자네도 독일계 미국인 아닌가. 감상이 좀 궁금한데.”
“…..저는 여기에 뼈를 묻겠습니다.”
“하하하!!! 아니 뼈를 묻진 않아도 되지만 그건 좀 고맙군. 나도 자네같은 인재가 있으면 편하지.”
베이론의 일처리는 깔끔했다.
최소한의 예산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뽑아내는데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설마 혼란을 틈타 기술진이 아니라 법무팀을 건드릴 줄이야. 법 기술자들이니만큼 자신들의 흔적을 남길 걱정은 없었다.
“그래서. 그들은 어떻게 했나.”
“신분을 세탁해서 뉴욕에 입국시켰습니다. 아일랜드를 경유해 밀입국시켰습니다.”
“좋아.”
나는 책상에서 서류철을 집어들었다.
“이게 그 크루프 장갑이군.”
“예, 니켈강 특허와 시멘트장갑의 자료들입니다. 이사님께서 말씀하신 시멘트 장갑은 아직 개발된 기술이 아니라고 하더군요.”
“그건 뉴욕병기국에 맡기게. 엔지니어들은 넘쳐나지 않나. 뉴포트뉴스조선소와 페더럴철강에서 전문가들 좀 데려오고. 혹시 모자르면 비커스사나 휘트워스에서 몇명 뜯어와도 되고.”
씨익.
나는 미소를 지었다.
이걸로.
베들레헴을 쳐부술 도끼와 드레드노트를 건조할 피스는 전부 모았다.
“아, 도련님.”
베이론이 서류철 하나를 더 꺼내들었다.
“예산이 좀 많이 남길래 크루프사에서 하나를 더 가져왔습니다.”
“음?”
나는 서류철을 받아들었다.
하지만 내용을 읽어내릴수록 내 표정은 심각해졌고, 순간 눈을 크게 부릅떴다.
‘이런 미친…….’
제 1차 세계대전.
독일제국 해군의 대전략. 무제함 잠수함 작전의 악명높은 잠수함.
유보트(U-Boat).
그것이 보고서에 적힌 제목이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