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76)
“솔즈베리 경. 프랑스로부터 전보입니다.”
“고맙네.”
다우닝가 10번지.
1899년, 대영제국의 총리실은 한창 바쁘게 돌아가고 있었다.
작년 파쇼다에서 일어난 프랑스와의 외교문제 탓에 프랑스의 델카세 식민장관과 전보를 보내고 협상을 시작한지 벌써 반년을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키치너 경이 잘해주고 있군.”
수단 마흐디 신국의 그 열등한 인종들을 맥심기관총으로 1만 명이나 지워버린 덕에 파쇼다에 프랑스보다 우월한 군사력을 투사할 여력이 생겼다.
마흐디 신국은 멸망.
파쇼다사건도 친영파인 델카세 식민장관이 맡고 있는 덕에 수월하게 해결될 조짐이 보였다.
하지만 전보의 내용에 솔즈베리 총리는 눈살을 찌푸렸다.
“문제는 모로코인가.”
모로코.
프랑스가 그 큼지막한 엉덩이로 스페인을 치워버리고 대신 앉아버린 북아프리카의 왕국.
그리고 디트로이트 모건과 대영제국이 면밀히 설계하고 있는 미래의 식민지.
그래서 프랑스와 또 충돌했다.
이 모로코 탓에 프랑스의 델카세 식민장관과 좀처럼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하고 있었다.
“이 모로코의 북부를 어떻게든 스페인의 것으로 인정받아야하는데. 흐음.”
아직 보호령으로 선포하긴 이른 상태나, 프랑스와 스페인 둘 다 모로코를 갈라먹기 위해 혈안이 되어있었다.
하지만 스페인에 추심을 해야하는 대영제국의 입장에서는 모로코의 세우타항과 탕헤르항이 스페인의 관할로 있는 편이 유리하다.
찌익-
솔즈베리는 자를 들고 지도에 줄을 그어가며 보호령의 국경을 고민했다.
“어떻게든 모로코 북부 스페인령을 크게 떼어오고 싶은데, 너무 욕심을 부려도 프랑스가 용납할 리 없지.”
솔즈베리는 아쉬움에 쩝 자를 거뒀다.
카시블랑카를 포함된 주요도시들을 포기하는 대신 세우타와 탕헤르를 포함한 헤라클레스의 기둥을 보장 받는게 최선이다.
하지만 대영제국이 맞이한 문제는 이뿐이 아니었다.
“게다가 세실로즈의 남아프리카 회사령까지 삐걱이는군. 전운이 돌고 있어.”
솔즈베리는 전날의 보어전쟁이 아른거리자 지끈거리는 미간을 주물렀다.
제임슨 사건으로 세실로즈가 축출되었고, 남아프리카에서 다시 한번 전쟁의 기운이 팽팽하게 당겨오고 있었다.
이대로 가면 2번째 보어전쟁이 터진다.
“젠장.”
똑똑-
총리실의 문으로 노크소리가 들렸다.
“…..뭔가?
“미국으로부터 전보입니다.”
“미국?”
미국이란 단어에 솔즈베리는 급히 상체를 당겼다.
“예, 전쟁부 명의로 날아왔습니다. 그리고 디트로이트 이사에게서도 친서가 한부 날아왔습니다.”
“…!!!”
솔즈베리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타이밍 한번 예술이다. 방금 프랑스와 모로코 건에 대해 고민했거늘.
물고 있던 시가를 껐다.
“당장 들어오게.”
***
“제임스, 뉴포트뉴스 드라이독은 멈췄나?”
“예, 전면중지 시켰습니다.”
“정보를 유출시킨 이사진들은?”
“일단 유보중입니다. 하지만 명단확보는 완료했고, 블라치포드 로펌으로 보낼 자료들은 핑커톤을 통해 계속해서 조사중입니다.”
“좋아.”
처음엔 다 잘라버리려고 했지만 헌팅턴이 뜯어말렸다. 가뜩이나 돌릴 인재도 없는데 그들을 빼가면 운영을 할 수가 없다고 막 고성을 내뱉는데, 내가 봐도 그들까지 빠지면 좀 문제가 있을 것 같아보이긴 했다.
그래서 일단 보류.
핑커톤 탐정사무소에 의뢰해 그들을 집중감시대상으로 올렸다.
“이제 루스벨트 전쟁장관과 조율하면 되겠군.”
나는 워싱턴 D.C.로 내려와있었다.
전쟁부 청사의 복도를 걷자 루스벨트 전쟁장관실이 눈에 보였다.
나는 문앞에 서서 노크했다.
똑똑-
“들어오게.”
“실례하겠습니다.”
전쟁장관실은 꽤 한산했다.
미국이 선전하고 있는 탓이었다. 쿠바의 상륙작전이 성공하고 포병대의 포탄으로 무한하게 스페인의 참호선을 두들기니 버틸 리가 없지. 스페인의 참호선은 증발해버렸고, 미군이 참호를 점거해 쓰고 있다는 소식까진 들었다.
‘나도 월스트리트저널(WSJ)을 통해 들었지.’
아직은 엠바고(Embargo).
언론통제를 하고 있는 탓에 타국의 전쟁성들이나 미국인들은 아직 내부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몰랐다.
‘그럴 만하긴 해.’
1차 원정대가 털리고 왔을 때, 언론에게 얼마나 십자포화를 맞았던가. 전쟁부가 언론에 노이로제가 걸려도 이상하지 않았다.
루스벨트 전쟁장관은 다소 시무룩한 얼굴로 의자에 앉아있었다.
“편지는 받았네. 자네는 늘 내게서 장난감을 뺏어가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어.”
“아…하하.”
“망할 놈.”
그러고보니 내가 테디를 러프라이더에서 빼왔지 참. 순간, 테디가 내 디트로이트급…이라고 중얼거린 것 같았지만 내 착각일 것이다.
나는 멋쩍게 뒷목을 쓸었다.
“하지만 기술력이 안된다는데 어쩌겠습니까. 이대로면 드레드노트를 만들어도 아무런 이득도 의미도 없습니다.”
“하. 알고있네. 자네가 말한대로 미국의 이권에도 부합하는 내용이기도 하고. 사실 자존심의 문제지, 이권 자체는 잉글랜드에게 공개를 하는 쪽이 안하는 쪽보다 거스름돈이 남네.”
“맞습니다.”
루스벨트는 진지한 얼굴로 상체를 당겼다.
그는 전보를 하나 들고 있었다.
“다우닝가 10번지로부터 돌아온 전보일세. 그것도 총리실 직할로 말이야. 자네의 친서가 도착하기 무섭게 바로 전보를 날렸지.”
“….!!!!”
“이건 그 답신일세.”
“뭐라고 적혀있습니까?”
씨익.
루스벨트 전쟁장관은 살벌한 미소를 지었다.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는군.”
“하하. 그거 다행이군요.”
“하지만 리처드 제1해군경이 포츠머스로 방미할 예정이라고도 적혀있네.”
“그렇겠죠. 협상을 해야하니까요.”
뭐, 영국입장에서도 나쁘지 않은 소식일거다. 건함경쟁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현시점에서 드레드노트같은 비대칭전력은 21세기에서 핵을 보유하는 것과 같은 의미를 지니니까.
사실 대영제국 입장에서는 쳐먹고 입싹 닦아도 되긴 했다.
‘대영제국이 그러지 않은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
프랑스와의 파쇼다 사건.
그리고 세실로즈가 축출된 지금 보어전쟁의 전운까지 감돌고 있는 상황이다.
‘내 친서에 루스벨트 전쟁장관과 존 롱 해군장관의 서명이 박혀있는 상황에서 이걸 쳐먹고 입을 싹 닫는다? 이건 미국에게 엿먹으라는 소리다.’
대영제국은 미국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 그들은 점점 동맹이 절실해지고 있었고, 일본제국만으론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제정러시아와의 그레이트게임.
다롄과 뤼순이란 부동항을 얻은 제정러시아는 시베리아횡단철도로 실시간으로 드넓은 시베리아의 동서를 잇고 있었고.
독일제국의 부상.
빌헬름 카이저는 세계정책을 외치며 확장정책을 천명해 전유럽을 자극하고 있었다.
그리고 식민지 경영.
거대해진 왕립해군의 규모와 식민지들도 대영제국을 갉아먹고 있는 주요인이었다.
괜히 영국동인도회사(EIC)가 감당못하고 동인도 주식배당금 상환법으로 해산당한게 아니지.
“아마 대영제국도 태평양함대까지 꾸릴 여력은 없을 겁니다.”
“그렇겠지.”
점점 식민지들에서 잡음이 터지고 있는 대영제국이다. 태평양함대를 빼서 지중해와 홍해, 인도양 등에 추가로 투사할 수 있게 된다면 숨통이 좀 트이겠지.
‘미국도 좀 든든해졌고.’
힐 라인.
이번 태평양전선의 반은 그레이트노던철도의 활약이었다. 덕분에 힐 이사가 운영한 선박들의 태평양 항해자료들과 측량자료는 실시간으로 무수히 쌓여가고 있었고. 미해군은 그 자료들을 바탕으로 가상보급선을 구축했다.
그래서 보급선에 붙여진 이름이 힐 이사의 이름을 따서 ‘힐 라인’이다.
‘영국령 홍콩에 빌붙던 미해군은 어디갔는지, 가슴이 웅장해지네.’
덕분에 미국은 75억이나 배정받은 예산으로 필리핀과 하와이, 태평양의 군도들에 해군기지를 짓고 있었고, 노퍽해군조선소같은 본토의 해군기지들도 증축하고 있었다.
태평양을 향한 미국의 투사력은 기하급수적으로 올라가고 있었다.
치익-
루스벨트는 시가를 태웠다.
“후, 이거 자네가 잉글랜드 기술회사들을 소유하고 있어서 살았군. 아마도 그 탓에 다우닝가도 이 제안을 받아들였겠지.”
“뭐…..”
아닐걸.
내가 아는 그들의 혐성이라면 회사를 인수했어도 정부에서 취소하는 등 훼방이란 훼방을 다 놓았을 인종들이다.
그들이 그러지 않은 이유는 딱 한가지.
금.
현재 파슨스 명의로 은행에 예치된 금의 규모가 무려 7톤이나 되기 때문이다. 켈빈경이나 아서 폴렌 명의로도 1톤 추가.
현 영란은행의 금보유고는 200톤에 조금 못미치는 수준.
8톤이면 4%나 되는 규모다.
‘시티오브런던에서 영란은행 금보유고의 4%가 한 번에 빠져나간다고?’
웬만한 작은 식민지 하나 잃는 것보다 훨씬 더 치명적일걸.
‘간담이 서늘하겠지.’
그래서 저들은 절대 무를 수 없다.
게다가 어차피 내가 제안한 특허 얼라이언스를 받아들인다면 대영제국의 입장에서도 싸게 먹힌다.
“일단 메킨리 대통령의 승인도 있었으니, 계속 진행해보자고.”
나는 루스벨트 전쟁장관을 향해 환한 미소를 지었다.
“예, 일단 만나보시죠.”
뉴헴프셔 주.
포츠머스 해군조선소.
제1해군경인 리처드 경은 비밀리에 미국 포츠머스 군항으로 입항했다.
회의실.
테이블을 중심으로 한쪽엔 리처드경을 포함해 주미영국대사 등 영국인사들이 앉아있었고,
반대편엔 전쟁장관과 해군장관대리 등 미국인사들이 앉아있었다.
물론 나는 전쟁자문 및 해군자문이란 먼치킨 같은 지위로 당당하게 앉아있었다.
‘뭐, 다 아는 얼굴들이군.’
피식 웃었다.
결국 끼리끼리 뭉쳤다.
“롱-리처드 밀약의 연장선상이군요.”
“예, 미국 측에서 제안한 ‘드레드노트급’이란 전함은 한번쯤 시험건조해볼 가치가 충분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협상해보죠.”
회의는 드라이하게 진행되었다. 어차피 다 전보를 주고받으며 서로의 의견을 확인했기 때문에 큰 이견은 없었다.
“드레드노트급의 초도함은 미해군에서 의뢰하겠습니다. ”
“예, 그렇게 하시죠.”
대영제국의 입장은 명확했다.
초도함의 투자는 미국이 할 것.
아직 검증되지 않았으니 그 테스트배드를 미해군의 예산으로 해달라는 것. 드레드노트가 실패해도 왕립해군이 예산상 받을 리스크를 없앴다. 당연히 데이터도 넘겨달라는 거고.
원래 미해군에서 건조할 예정이었으니 우리측도 받아들였다.
씨익.
하지만 나는 영국이 오판하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비대칭전력에 대한 환상에 절었어.’
원래 대영제국이 드레드노트를 건조하게 된 이유와 같다. 왕립해군은 한 척의 드레드노트를 건조하면 타국의 전드레드노트급들을 다 지워버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만든 것인데.
‘가끔은 그들이 똑똑한건지 햇갈려.’
예상하지 못한 점은 그거다.
타국은 아주 목숨을 걸고 드레드노트를 뽑아내기 시작했다는 것. 그렇게 자국의 기존전력들도 함께 쓰레기통에 쳐박힐 운명이 되어버렸고, 그렇게 무한한 군비경쟁이 시작되었다.
‘뭐, 덕분에 수월하게 진행되니 나야 좋지.’
나는 속으로 미소를 지었다.
휴게시간.
별실에서 루스벨트 전쟁장관과 존롱 해군장관과 모였다.
“드레드노트를 우리가 선제시한게 신의 한수였군. 영국 측에서 생각보다 훨씬 호의적으로 다가오고 있네.”
“그뿐만이 아닙니다. 이번 협상으로 왕립해군의 조선기술을 얻어올 수 있다면 미국에 훨씬 이득이지요. 왕립해군의 건조기술은 수백년의 경험이 축적된 유산이니까요.”
“디트로이트의 말이 옳군.”
두 장관은 끄덕였다.
영국놈들이 아니꼽긴 하지만, 확실히 왕립해군의 조선기술은 미국이 1,2년으로 따라잡을 수 있는 성격의 것이 절대 아니다.
어쩌면 1세기가 걸릴 수도 있는 거대한 유산인 만큼. 이번 기회에 싹 다 긁어와야했다.
“하지만 미국과 잉글랜드는 공식적으로 고립주의 노선을 걷는 국가들이네. 연방정부의 행정관료들이나 공화당, 민주당 의원들이 영국과의 명시적 동맹을 받아들일 리가 없네.”
“그렇지. 루스벨트의 말이 맞네. 왕립해군과 미해군이 직접적으로 합작할 수는 없는 노릇이네.”
“음, 이러면 어떻습니까?”
내가 운을 띄우자, 두 장관은 나를 바라봤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양측의 민간에서 합작하면 되는거 아닙니까? 양측 조선소들의 출자를 받은 다국적기업 하나 만들어보죠.”
“…!!!”
포츠머스 회사.
내가 고안한 이 회사의 성격은 동인도회사와 비슷하다.
국영인 듯 국영 아닌 유사국영회사.
다만 영역이 식민지 경영이 아닌 해군조선소 경영일 뿐.
뉴욕병기국과도 일맥이 상통한다.
“……그 수가 있었군.”
“예.”
“자네는 정말 이런 생각 어떻게 하나? 비공식적 자리에서 하는 말이지만, 자네와 척을 지지 않은 건 다행스러운 일인 것 같네.”
“하하. 아닙니다.”
뒤이어 루스벨트 전쟁장관과 존 롱 해군장관이 질문을 쏟아냈고, 나는 그들과 하나하나 조율해가며 포츠머스 회사의 구상을 했다. 점점 루스벨트의 안색이 나빠졌지만 꾸역꾸역 납득했다. 나중에 달래주자.
일단 그렇게 대략적인 구도가 완성되었다.
후-
“그럼 협상장으로 돌아가 볼까요?”
***
“포츠머스….회사입니까.”
“사실상 다국적 민간법인의 형태를 한 양국의 ‘특수관계’ 정립입니다.”
동맹.
이 협상장의 그 누구도 동맹이란 단어는 쓰지 않는다. 그저 특수관계일 뿐. 고립주의 노선을 고집한다.
이 포츠머스 회사도 겉으로는 민간의 형태를 띈 비공개 회사로 운영될 예정이다.
“흠.”
리처드 경은 흥미롭다는 듯 턱수염을 쓸었다.
“양측이 얻을 이권은 뭐가 있습니까?”
“제일 큰 건 드레드노트의 존재와 특허의 공유입니다. 저희가 가진 파슨스와 리노타입, 등의 특허들을 공유하게 되니 특허료 부담없이 드레드노트를 찍어낼 수 있습니다. 독일제국과 제정러시아는 ‘소정의’ 수수료를 부담해야겠지만요.”
“그렇군요.”
“더불어 드레드노트를 먼저 뽑아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타국의 해군력보다 한걸음 앞서갈 수 있습니다.”
“호오. 그건 구미가 좀 당기는군요. 그럼 귀국은 어떤 이득을 얻습니까?”
리처드경은 눈을 가늘게 떴다.
나는 어께를 으쓱했다.
“왕립해군과 영국 조선소의 ‘선진적인’ 건조기술입니다. 저희도 건조하려면 건조할 수 있지만, 드레드노트를 완벽하게 찍어낼 수는 없으니까요.”
“허. 솔직하군요.”
“예, 특수관계를 제안한 저희 측이 의도를 숨겨서야 제대로 된 신뢰관계가 구축되겠습니까? 신사답게 갑시다.”
내 발언을 들은 리처드 경의 눈에 이채가 서렸다. 왕립해군의 명예를 치켜세우고 신뢰를 보여주고 신사를 강조한다.
신뢰, 신사, 명예.
대영제국의 영국인들이 환장하는 어휘들인 만큼, 왕립해군의 일원인 만큼, 그들의 심금을 울리는 단어였다.
‘호의를 얻어서 나쁠건 없겠지.’
리처드경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받아들이죠. 그럼 귀국 측의 투자는 어느 기업이 출자할 예정입니까?”
리처드경이 미국 측 해군인사들을 둘러보았다. 루스벨트 전쟁장관은 크흠 헛기침을 했고, 존 롱 해군장관의 눈은 창밖으로 초점이 사라졌다.
“…..?”
리처드경은 의아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검지로 볼을 살살 긁었다.
“미국 측에선 페더럴철강, 뉴포트뉴스조선소, 파슨스 터빈회사, 리노타입, 디트로이트 투자은행, 필리핀회사 등에서 출자할 예정입니다.”
그러자 미국측 인사들 사이로 침묵이 내려앉았다. 루스벨트는 턱 이마를 짚었고, 존 롱 해군장관은 덤덤하게 시가를 태웠다.
하지만 나는 당당했다.
‘왜. 뭐. 내가 만든 거에 내가 투자한다는데.’
응.
아무한테도 안 줄거야.
다 내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