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77)
“아 참.”
포츠머스의 제2차 롱-리처드 밀약이 체결되려던 찰라, 나는 슬쩍 손을 들어올렸다.
리처드 경의 시선이 내게로 집중되었다.
“한 가지 더 논의하고 싶은 안건이 있습니다.”
“한 가지 더?”
“예, 사실 ‘한 가지 더’보단 기존 조항의 확장이라고 봐야겠군요.”
나는 펜대로 밀약서의 한 줄을 툭툭 건드렸다.
– 제 4조 특허조항.
“이 부분을 확장하고 싶습니다.”
“특허조항을?”
“예.”
특허조항.
포츠머스 회사를 통해 왕립해군과 미국 측은 서로 특허를 공유한다. 하지만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순 없다.
‘하지만 이 기회에 아예 영국과 미국을 연대시켜 양국에게 특허의 보호를 받을 수 있으면 어떨까?’
대영제국에게도 다소 특허수수료는 조금 더 떼이겠지만, 그들을 등에 업고 타국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어지니 거스름돈이 남는다.
아니, 돈이 쏟아진다.
‘이 방식은 21세기 거대 다국적기업들 간에도 자주 써먹는 방식이었지.’
미국과 대영제국의 대외투사력이 합쳐진다?
미치지 않은 이상.
절대로 거부할 수 없다.
독일이나 삼국동맹은 또 모르겠지만.
드레드노트 특허인만큼 대영제국도 눈이 혈안이 되어 지키려 들 것이다.
“이왕 특수관계를 맺었습니다. 귀국과 미국. 특허로도 맺는 건 어떻습니까? 서로의 드레드노트 관련 특허들을 양국이 같이 보호하는 겁니다.”
하물며.
베들레헴 철강 ‘따위’는 절대 거스를 수 없다.
***
“그럼 제4조를 확장해 양국의 특허공유조항을 강화하겠습니다.”
얼굴이 환해진 리처드경은 내 말을 덥썩 물었다.
사실상 드레드노트의 특허 대부분이 내 수중에 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실제로 영국측은 웬 떡이냐는 얼굴을 하고 있었고.
이건 루스벨트 전쟁장관과 존 롱 해군장관과도 얘기된 건이라 다들 덤덤했다.
“그럼 다시 확인하겠습니다만 이대로 최종 조약서를 픽스하시겠습니까?”
“이대로 가시죠.”
사삭사사삭-
영국과 미국 양측의 서명이 끝나고 제2차 롱-리처드 밀약이 성사되었다.
“도련님, 포츠머스 회사의 미국지분이 더 적습니다만. 이래도 되는겁니까?”
조약의 서명이 끝나고 잡담 시간이 시작되자, 제임스가 내게 다가와 속삭였다.
그의 심각한 얼굴에 나는 피식 웃었다.
“아. 그거 그렇게 보이는 착시네. 제임스.”
“착시입니까?”
“그래, 잘 봐봐. 겉보기엔 미국 49.9%에 영국 50.1%지만 주주구성이 어떻게 되어있는지.”
제임스는 거기까진 확인하지 못했는지, 조약서를 꼼꼼히 읽어내렸다.
그리고는 점점 눈이 커졌다.
“…..파슨스터빈회사와 리노타입이 영국법인으로 분류되었군요?”
“사실, 당연한 결과네. 실제로 그 둘은 아직 영국국적의 법인으로 남겨둔 상태니까. 사실상 내 지분이 60%를 넘어가.”
그리고 영국측 주주구성은 이렇다.
파슨스터빈회사, 리노타입, 비커스, 휘트워스, 로스차일드, 바클레이스, 그리고 로이드 신디게이트다.
어쩐지 익숙하지 않은가?
나머지 영국지분도 전부 친모건, 아니 친디트로이트성향이다.
“사실상 의결권 100%……”
“그래도 일단 비토권은 살아있네.”
비토권까지 빼앗으면 영국측을 납득시킬 수 없었으니.
그리고 영국을 끌어들여 합작회사를 만든 건 이유가 또 있었다.
반독점법으로부터의 안전.
‘일단 겉보기엔 제임스 말대로 영국측 지분이 50.1%나 된다. 이것만으로도 미국측은 긴장하게 되겠지.’
포츠머스 회사.
이 회사는 결국 나라는 구심점을 통해 돌아가는 회사다. 영국측도 친디트로이트 성향이라 일단 내게 의결권을 위임하기로 했으니 사실상 내 지분율은 100%.
하지만 이건 나니까 그렇게 되는거지.
다른 인물이 헤드를 먹는순간 반으로 쪼개진다.
파슨스터빈회사나 리노타입도 말 그대로 영국법인이 되어 미국측과 손절할 것이고.
그러면 영국지분은 액면그대로 50.1%가 된다.
즉, 내가 아니면 이 포츠머스 회사는 영국 것이 되어버린다는 것이다.
‘오직 나만이 이 조약을 미국에 유리하게 만들어줄 수 있다.’
그런데 만약 반독점법의 철퇴로 이 트러스트를 부수려고 한다?
미국측 지분이 분쇄되는 순간 포츠머스 회사는 영국이 꿀꺽해서 입 싹 닦을 것이다.
사실상 특허 얼라이언스를 맺었으니 내 특허까지 영국이 감사합니다! 하고 꿀꺽하는 셈.
‘그러니 이 회사는 영국이란 존재를 방패로 반독점법으로부터 안전해진다는 계산이다.’
어떤 정치인이 미국의 안보를 영국에 넘겨버리는 미친 짓을 할 수 있을까.
즉, 이건 탄핵소추까지 의결될 수 있는 사안인 것이다.
“…..허.”
내 설명을 들은 제임스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이건 잉글랜드에게 유리한 협상 같지만, 사실은 반대로 잉글랜드가 저희의 방패가 되어주는 조약이군요.”
“정확하네.”
“……이런 미친.”
그들의 이익과 내 이익이 일치하는 관계.
우리는 그걸 동맹이라 부르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이건 아직 루스벨트에겐 말하지 않았다.
톡톡.
그때 누군가 내 어깨를 두들겼다.
“디트로이트 씨. 혹시 잠시 시간 되십니까?”
“아, 당신은 로스차일드의…..”
“예, 전에는 다우닝가의 대리인으로 만났지만, 로스차일드 북미지사장입니다.”
“그런데 그 북미지사장이 제게 무슨 일이십니까?”
로스차일드.
작은 건으로 불렀을 것 같진 않다. 그러자 북미지사장은 내 귀에 소곤소곤 속삭였다.
“환투기 건입니다.”
“……”
그의 기습적인 발언에 순간적으로 머리를 한 대 망치로 얻어맞은 것 같았지만, 바로 납득할 수 있었다.
‘하긴. 쿤롭사는 로스차일드의 대리인이었으니 모르는 편이 더 이상하긴 하지.’
하지만 북미지사장의 말은 끝나지 않았다.
“그리고 저희 환투기에 합류하고 싶다고 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합류?”
“저쪽.”
북미지사장이 식 웃더니 회담장의 문쪽을 가르켰다. 그곳엔 비서처럼 보이는 이가 서있었다.
“저분은…..”
“저희 잉글랜드의 대장경. 미국으로 치면 재무장관의 대리인입니다.”
“…!!!”
아무래도.
판이 좀 커질 것 같았다.
***
그레이트게임.
전세계의 지도를 펼치고 하는 대영제국과 제정러시아의 치열한 땅따먹기를 말한다.
이로인해 양국의 관계는 점점 악화되어 가고 있었지만, 더더욱 문제는 아직 러일전쟁도 터지지 않아 절정을 맞이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뤼순과 다롄.
부동항을 얻은 러시아는 개걸스럽게 요동반도를 먹어치우고 있었고, 영국은 이 상황이 심히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래서 대영제국은 러시아로부터 흑해와 발칸의 제어권을 뺏어오기 위해 내가 제안한 모로코 건을 받아들인 것이지만…..
그들은 만족하지 못했다.
“이번 환투기에 대영제국의 정부를 끼워달라는 말씀이십니까?”
나는 눈을 부릅떴다.
대영제국의 정부가 직접나서서 제정러시아의 경제를 긁어내린다면 문답무용으로 그 즉시 개전이다.
그런데 이 재무장관의 대리인은 결연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직접적으로 나설 생각은 없습니다. 다만 영란은행이나 국립은행들을 이용해 제정러시아의 경제를 무너뜨리고 싶을 뿐입니다.”
“하하, 경제를 무너뜨리다니요. 말씀이 좀 험하시군요. 저희는 그런 험한 일은 안합니다.”
“아, 실례. 제정러시아의 경제에 ‘적절한 조치’를 하고 싶을 뿐입니다. 듣자하니 일본계에도 상당한 조치를 취해놓으셨더군요.”
아, 안된다.
혐성이 이 판에 끼어들면 러시아의 경제를 어떻게든 망가뜨리고 쳐부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 눈에 훤하다. 제정러시아에 인세의 디스토피아를 선사해주겠다는 재무장관 대리인의 말에 나는 눈을 감았다.
그런 일….
그런 일은….
‘……꽤 괜찮을지도.’
사실, 제정러시아의 경제상황을 리포트로 확인한 나는 제정러시아의 취급에 대해 좀 많이 고민하고 있었다.
왜냐하면 제정러시아의 재무장관.
세르게이 비테가 생각보다 너무 유능했기 때문이다.
‘1897년 루블화는 이미 금본위제에 들어간 상태.’
일본과 상당히 비슷한 시간대에 들어간 루블화지만 일본 엔화와는 상황이 다르다.
일본제국은 자국의 기업을 육성하기 위해 외국투자를 제한했지만, 제정러시아는 자국의 경제를 살리기 위해 외국투자를 무제한으로 풀어버렸다.
당연히 루블화가 더 국제무역이나 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질수밖에 없었고. 제정러시아 투자자본의 무려 30~40%가 외국투자자본일 정도로 거대했다.
‘루블화가 엔화보다 강세라는 의미지. 게다가 외국투자를 무제한으로 받아들인 탓에 러시아 경제의 체급 자체가 거대해졌다.’
환투기로 공격하려고 해도 어림도 없다.
저 외국자본이란 갑주를 온몸에 훌훌 두른 괴물을 찌를 날카로운 창이 없었다.
‘그래서 페소화의 통화스와프나 공매도로 소소하게 수익 좀 긁고 후퇴할 생각이었는데, 영국이 끼어든다면 얘기가 다르지.’
계획은 금방 떠올랐다.
그 거대한 외국자본은 도리어 러시아의 목을 죌 것이다.
“…..까놓고 말하죠. 공격 강도는 어느정도로 생각하고 계십니까? 막 상대방 국가에 위조 루블이라도 뿌리자는 정도의 계획만 아니라면 일단 고려는 해보겠습니다.”
내 말이 재무장관의 대리인의 입은 거의 반사적으로 말을 내뱉었다.
“균형.”
“예?”
“균형입니다. 디트로이트 이사님.”
슌간 재무장관의 눈에 제국주의가 넘실거렸다.
“저희 대영제국은 청나라, 일본, 러시아가 동아시아에서 ‘균형’을 이루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아.
한번에 알아들었다.
그러니까 지금 이놈들은.
제정러시아를 일본수준으로 파괴해달라고 청부살인을 넣은 것이다.
‘지금 내가 계획하고 있는 일본 수준으로 말인가…..?’
순간 내 머릿속에 떠오른 인물은 딱 한 명이었다.
조지 소로스.
환투기의 초인을 말이다.
“그래서 거절당했나?”
대영제국 대장성.
로버트 재무장관은 장관실 의자에 앉은 채로 삐걱 등을 기댔다. 그의 대리인으로 포츠머스에 파견되었던 비서관은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하지만 부분적으로 수용하셨습니다.”
“부분수용이라……”
하긴 제정러시아를 다이너마이트로 폭발시키겠다는데 그걸 그대로 예하고 납득하고 받아들이는 쪽이 더 이상하긴 하다.
부담스럽겠지.
“부분수용도 감지덕지로군. 그래서 어떻게 한다고 하는가?”
“그건…..”
대리인의 입에서 디트로이트가 제안한 환투기 전략이 흘러나왔고, 로버트 재무장관은 피식 웃었다.
“허, 부분수용은 무슨. 아예 러시아를 작살내려고 작정했군. 단순해서 마음에 들어. 하지만 단순하기에 더더욱 두려운 무기다.”
“그럼?”
삐걱-
로버트 재무장관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제안을 채택한다. 수위는 우리가 조절해야겠군. 당장 작업을 시작하지.”
***
그 시각.
대한제국.
“…..”
고종, 이형은 자신의 눈앞에 놓인 조약서를 묵묵히 내려다보았다. 궁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일본인 수십명이 빼곡하게 들어서 고종만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들의 맨 앞.
이토 히로부미는 고종을 싸늘한 눈빛으로 내려다보고 있었다.
“이것은 대한제국의 원화가치를 높일 수 있는 환거래(통화스와프)조약입니다. 제일은행의 중개로 원화와 엔화가 환거래될 것이고, 일본제국과 대한제국의 무역이 활발해져 양국의 관계가 일보 전진하게 될 것입니다.”
“폐하, 이것은 광무개혁을 진전시킬 수 있는 획기적인 정책이옵니다! 대한제국의 원화가 국제사회로 인정받을 수 있다면, 개혁 또한 성공적으로 이뤄낼 수 있을 것입니다!”
“……”
이형을 둘러싼 독립협회 출신 개화파 인사들은 이토 히로부미의 안건에 대해 적극옹호하기 시작했다. 그중에서도 상재에 밝은 이들은 더욱 밀어붙였다.
사실 원-엔 스와프 자체는 원화의 절상과 함께 무역화폐로의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는 수단이다.
게다가 일본은행의 외환보유고에 원화가 쌓이게 된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것이었다.
이들은 일본의 정책에 호의적인 이들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많았다.
“폐하!! 절대 아니되옵니다!! 일본의 화폐와 환거래는 얼핏들으면 대한제국 원화의 위신을 세우고 화폐개혁을 성공적으로 마칠 수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건 일본제국의 엔화에 종속된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광무개혁을 이끌고 있던 보수파들은 입에 거품을 물고 반대를 외치기 시작했다. 아직 은본위제도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대한제국이다. 환거래로 일본 엔화와 결합되어버리면 대한제국은 일본제국의 경제적 속국으로 전락되지 아니할 수 없었다.
최악으로 치닫으면 원화를 폐지하고 새로운 화폐를 찍어내 환거래를 맺게 되면 원화는 종이쪼가리가 되어버리지 않나.
그럴 순 없었다.
“차라리 노서아와 한러은행을 설립해 금본위제를 채택하는 것이 대한제국의 경제적 안정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것이오!!! 지금 노서아에 나라를 팔아먹자고 얘기하고 있는게요? 폐하 노서아와의 한러은행은 절대 아니되옵니다!!”
“그만.”
이형은 신경질적으로 나직한 목소리를 흘렸다. 멈칫한 궁내 신하들의 시선이 그의 입으로 향했다.
이형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내 일본 특사와 긴히 할 얘기가 있으니 다들 퇴청하시오.”
“…!!! 하지만!!!”
“내 두번 말하지 않겠소.”
이형은 눈을 부릅떴다.
“퇴청하시오.”
“….!!!”
“다시 말해야되겠소?”
“……아, 아닙니다. 퇴청하겠습니다. 폐하.”
“고맙소.”
이형의 일갈과 일본계 내각관료들의 따가운 시선에 신하들은 어쩔 수 없이 궁에서 퇴청하였다. 하지만 이형은 일본의 내각관료들에게로도 시선을 돌렸다.
“그대들도 마찬가지요.”
“….물러라.”
“예.”
이토 히로부미는 이형과의 독대가 자신에게 유리하게 돌아갈 것임을 눈치챘고, 내각관료들을 물러나게 했다.
쾅-
그렇게 궁에는 이형과 이토히로부미만이 남게 되었다.
“저와 독대를 요청하시다니, 어떤 연유에서…..”
“그대들의 환거래 요청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이 있소.”
“…!!!”
이토 히로부미는 저도모르게 손을 꽉 쥐었다 폈다. 생각보다 일이 수월하게 풀린다. 설사 광무개혁이니 뭐니 훼방을 놓을 줄 알고 뒤집어 엎을 각오까지 불사르고 왔더니만.
흐름이 좋았다.
“단.”
“단?”
“짐이 그대에게 한가지 물어볼 것이 있네.”
이형의 눈이 번들거리며 빛나기 시작했다.
“환거래에는 수수료라는 세가 붙는 것으로 알고 있네만 내 기억이 정확한가?”
“예, 그렇습니다.”
“그 수수료라는 것을 말이네. 대한제국의 원화를 엔화로 거래한다면 대한제국에서도 소정의 수수료를 지불해야하는게 원칙 아닌가?”
“…….그렇습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마지못해 끄덕였다.
하지만 조선의 경제적 복속이라는 과제 앞에서 그깟 수수료 따위 지불할 의사도 있었다. 이걸로 환거래에 대한제국 황제의 옥새만 찍을 수 있다면 훨씬 남는 장사다.
“사실, 현재 탁지부의 예산이 부족해 개혁은 짐의 개인적인 내탕금에서 지불하고 있는 상황이네. 탁지부는 거의 유명무실해졌지. 그렇다면 그 수수료란 것도 짐의 내탕금으로 수납해야 하지 않겠나?”
“….!!!”
“그리고 그 환거래에 있어 조선상인들에겐 반드시 내 재가가 있어야한다고 명시해주면, 긍정적으로 검토해줄 수도 있네만. 어떤가?”
이토 히로부미는 소름을 돋는 것을 느꼈다.
내탕금이란 황실의 재산. 그 재산에 수수료가 들어간다는 것은 환거래와 무역거래의 수수료의 극히 일부긴 하지만 넣어달라는 것. 즉 개인재산의 축재다.
더불어 요청하는 환거래에 있어 황제의 인가가 있어야한다는 것은 조선 금융과 무역의 권력을 자신이 독점하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예, 하지만 다소 조율이 필요해보입니다.”
“상관없네. 조율정도야 당연히 필요하겠지. 당장 내탕금을 관리하는 내장원에 일러 조율하도록 언질을 넣어주겠네.”
“예……”
“감사합니다.”
이토 히로부미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인간……’
나라보다 자신이 먼저다.
***
쾅-
이토 히로부미가 퇴청하고 떠난 뒤.
거대한 궁에는 이형밖에 남지 않았다. 아니, 그렇게 보였다.
이형은 한차례 푹 한숨을 쉬고 뒤편을 바라보았다.
“…..이러면 되는 것이오?”
끼익-
궁의 뒷편에서 문이 열리며 색목인 하나가 걸어나왔다.
“예, 폐하. 연기에 소질이 있으신 것 같사옵니다.”
“하하, 얼굴에 금칠을 해주는군. 내 알렌 공사가 없었으면 이 난관을 어찌해쳐나갈 수 있었을까. 심히 걱정했네. 고맙군.”
“황송하옵니다.”
주조미국공사.
호러스 뉴턴 알렌과 고종 이형은 서로를 마주보며 만족스럽기 미소를 흘렸다.
하지만 알렌의 손아귀에선 식은땀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그는 머릿속으로 며칠전 자신을 찾아온 한 거물을 떠올리고 있었다.
‘알렌 공사. 저는 월스트리트의 골드만삭스에서 사장을 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월스트리트? 월스트리트에서 제게 무슨 일로.’
‘공사께서 해주셔야할 일이 있습니다.’
텁-
알렌 공사는 저도모르게 조용히 품에 손을 올렸다. 식은땀이 정장을 타고 주륵 흘러내렸다.
‘미국 재무부와 영국 재무성 장관의 서명이 적힌 밀서입니다. 일단 본문을 당신에게 드릴 순 없으니 서명이 없는 사본으로 드리죠. 당신은 여기에 적힌대로. 그대로 해주시면 됩니다.’
알렌은 공포했다.
사무엘 삭스의 그 서늘한 한기가 뿜어지는 눈빛에 질식할 뻔했다.
그리고 그의 마지막 말.
그 마지막 말에 알렌은 악몽을 꾸는 것 같았다.
‘죄송합니다. 너무 큰일이라 거절하겠….’
‘민씨일가, 대한제국의 황실, 그리고 당신의 HSBC은행 비자금.’
그 한마디에 알렌은 감전된것처럼 굳어버렸다.
사무엘 삭스의 서늘한 어조는 비수가 되어 그의 심장을 후벼팠다.
‘저희는 당신의 만행을 다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미국과 영국이 당신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고로……’
꽈악-
알렌은 손에 피가나도록 틀어쥐었다.
‘당신에게 거절이란 선택지는 없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