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79)
“시중에 루블화가 마르고 있다고?”
러시아 재무부.
열악한 제정러시아의 행정체계 탓에 루블화의 소식이 세르게이 비테 재무장관의 귀에 들어간 것은 일주일이나 지난 시점이었다.
영국 로스차일드의 입김을 받은 브라노벨사와 돈바스 석탄광 지역의 석탄트러스트들이 비축해준 물량을 풀어버리고 루블화를 빨아들인 탓에 시중의 루블화가 빠르게 말라가고 있었다.
“예 하지만 원인이 불명입니다.”
“쯧, 기대도 안했네. 귀족들과 부르주아들이 농민들의 등을 쳐먹어도 알아내지도 못한 행정체계 아닌가. 어쩔 수 없는 일이지.”
비테 재무장관은 탄식했다.
제정러시아는 넓어도 너무 넓다. 유럽러시아라고 불리는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모스크바를 제외하면 행정체계가 올바르게 선 곳을 찾아보기도 힘들 정도다.
그의 귀에 이번 루블화 소식이 들어온 것은 바쿠유전이나 돈바스 석탄지대는 크림반도의 세바스토폴과 함께 제정러시아가 신경쓰고 있는 핵심지역이었기 때문이다.
그나마 제정러시아의 지역 중에서 산업화가 되어 소식이 빠른 것도 있었고.
“일단 루블화가 부족하다면, 금리를 내리거나 루블화를 더 발행해야겠군.”
사실 비테는 시중에서 루블화가 마른 것에 대해 꽤 경각심을 가지고 있었다. 루블화가 말랐다는 소리는 루블화가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어딘가에 고여버렸다는 것.
‘시중에서 활발하게 거래되야할 루블화가 말랐단 소리는 누군가 축적하거나 고이고 있다는 증거다.’
가뜩이나 무역화폐로 쓰이길 바라면서 개고생하며 금본위제까지 정립했는데 루블화가 고여서 시중에 유통되지 않으면 다 무슨 소용인가.
비테의 다음행동은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중에 통화량을 늘려야한다.
“루블화가 마르고 있단 소리는 부르주아나 귀족계층에서 축적하고 있다는 증거. 루블화가 고였으니 루블화를 끄집어내야겠지.”
“그럼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우선 금리부터 내리게. 루블화가 마르면 디플레이션이 발생할 우려가 있네. 미리 잡아둬야겠지.”
디플레이션(물가하락)
사실 이건 금본위제를 채택한 국가의 숙명이나 마찬가지였다. 금의 총량을 넘어서는 경제성장은 물가하락으로 반동이 오기 때문이다.
그래도 마냥 울 수만은 없는게 벌써부터 디플레이션이 왔다는 얘기는 반대로 제정러시아의 경제성장이 빠른 속도로 이뤄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미국을 보라. 과도한 경제성장이 금보유고를 넘어가는 순간, 20년 주기로 공황을 맞이하고 있지 않은가. 제정러시아도 공황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다.‘
비테는 긴장했다.
디플레이션은 인플레이션보다 위험하다. 디플레이션은 실물값의 하락을 의미하는만큼 진짜로 자산의 축소가 일어난다.
과장해서 부동산 100루블짜리가 다음날 50루블이 되는데 이 얼마나 충격적인 일이란 말인가.
“이거 외국투자들이 빠져나갈지도 모르겠군. 실물값이 하락한다면 경제성장률도 장담할 수 없게 되네. 그렇다면 외국인들이 투자할 매력이 떨어진다는 의미 아닌가?“
“비테 재무장관님 그건 꽤 큰일 아닙니까. 프랑스로부터 계속 들어오는 차관에 브레이크가 걸릴 수 있습니다.“
“그래, 현재 시공중인 시베리아횡단철도의 바이칼 구간은 그 어떤 구간보다도 돈을 잡아먹는 악마의 코스. 휘팅어 금융가문과 프랑스 차관이 멈췄다간 시베리아횡단철도의 허리가 끊기게 되네.“
물론 우회로는 있다.
우회로는 있지만 우회로를 만드려면 청나라를 통과해야하는데 국외 철도의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 바이칼구간은 반드시 뚫어놔야한다는 의미다.
“제기랄. 생각할수록 큰일이군. 당장 금리부터 내리도록 하게. 화폐추가발행은 추후 상황을 봐서 하도록 하자고.“
“예!“
비테 재무장관은 꿈에도 몰랐다.
이 모든 것이 사전에 면밀히 짜여진 영국과 디트로이트의 시나리오라는 사실을 말이다. 디플레이션이 아닌 그저 단순히 영국법인들이 루블화를 빨아들이고 있을 뿐인 문제였다.
그렇게 다시 일주일이 지나고 한달이 지났다. 하지만 비테에게 들려온 소식은 청천벽력같은 소식들 뿐이었다.
“크, 큰일입니다! 바쿠유전산 석유들의 값이 계속해서 하락하고 있다고 합니다!”
“돈바스, 돈바스는. 석탄채굴지인 돈바스의 석탄들의 값은?”
“석탄도 석유와 함께 가격이 폭락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디플레이션이 맞는 것 같습니다.”
실물경제의 물가가 하락하고 있다.
석유와 석탄은 이 시대에 물가를 측정하는데 가장 유력한 측정기준들이다. 이들의 가격률 변동 여부에 따라 러시아 재무성은 물가상승률을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
즉, 우려했던대로 디플레이션의 전조가 보이고 있었다.
‘안된다….’
비테 재무장관은 속으로 더욱 다급해졌다. 지금 제정러시아의 경제호황은 외국자본들의 투자들로 이뤄지고 있는 일종의 모래성과 같은 상황.
디플레이션이 벌어져 자산가격이 하락하고 공황까지 벌어진다면 그들이 과연 제정러시아에 남아있을 것인가?
금본위제부터 흔들릴텐데?
“절대 안된다. 루블화를 더 발행해! 금리도 더 내리고! 시중에 루블화가 돌게 만들어야한다. 초장에 잡지 않으면 일이 일파만파로 퍼지게 될걸세!!!”
아니다.
디플레이션이 아니라 브라노벨과 영국법인들이 대량으로 물량을 풀어 루블화를 빨아들인 탓이다.
그들이 루블화를 빨아먹은 탓에 시중에 일시적으로 루블화가 마른 것이고. 그들이 석유와 석탄 비축분을 한번에 풀어버린 탓에 가격이 폭락했을 뿐이다.
하지만 제정러시아의 행정체계로는 이 사실을 알아챌 수 없었다.
“제기랄!”
챙그랑-!
물컵이 바닥에 내던져지고 유리파편이 비산한다.
“눈뜬 장님이라도 된 기분이군! 어떻게 제정러시아의 재무장관이라는 내가 재무상태조차도 제대로 알 수 없단 말인가!”
제정러시아는 기승을 부리고 있는 독점트러스트, 신디게이트, 카르텔들을 안막은게 아니다. 못막은 것이지.
그들이 정확히 어떤 독점을 저지르고 있는지, 어떤 횡포를 부리고 있는지, 뇌물을 받고 그들을 보호하는 제정러시아의 관료제 귀족들이 눈과 귀를 막는 순간 러시아 재무성은 눈뜬 장님이 된다.
“당장 중앙은행에 루블화의 추가발행을 명령하겠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또 지났다.
“……왜지?”
비테 재무장관은 반쯤 정신나간 듯한 목소리로 신음을 흘렸다.
“왜 점점 석유와 석탄값이 추락하고 있단 말인가. 외국에서 들여오는 석유와 석탄물량이 지나치게 많은 탓인가?”
“아닙니다. 외국에서 들여오는 석유와 석탄물량은 재무장관님이 우려하시는 정도의 수준보다 낮습니다.”
“아니, 내말은 공식집계로 잡히지 않는 밀수물량들을 말하는걸세. 그런것들까지 잡을 수 있나?”
“…..절대 못잡죠.”
“젠장.”
이래서야 허공에 대고 주먹질을 하는 격이다. 도대체 왜 물가가 내려앉고 있는 것인가.
그 원인조차 분석할 수가 없다.
제정러시아의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는데 재무성은 손가락만 빨고 있었다.
“아무래도 디플레이션이 맞는 것 같지?”
“하지만 재무장관님, 농민들의 생활물가는 오히려 오르고 있습니다.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정짓기는 조금 시기가 이르지 않겠습니까.”
“자네, 신참인가?”
“예, 예. 그렇습니다.”
“그럼 모를수도 있겠군.”
비테는 자조적으로 중얼거렸다.
“독점기업들이 서로 손을 잡고 담합을 하는데 농민들의 물가가 내리는 것이 더 이상한 일 아닌가. 디플레이션이 벌어져도 농민들의 생활물가만큼은 극적으로 내릴 일은 없을 걸세.”
“하지만 석유와 석탄의 물가는 계속해서 내리고 있는데요?”
“그래, 그게 의문이라고.”
비테는 머리털을 쥐어뜯었다.
그리고 다음날, 러시아 재무성으로 달려온 재무성 관료의 말에 비테의 머리털은 뭉텅이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외국투자자들이 빠져나가고 있다고?”
“예, 몇 주일 된 얘기입니다만, 주로 영국과 미국계 자본들을 위주로 빠져나가고 있다고 합니다. 더불어 벨기에의 자본들까지 흔들리고 있습니다.”
“미치겠군.”
디플레이션이다.
실물경제가 박살나고 있는 것이다. 금본위제의 업보가 이제야 해일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하고 있었다.
중앙은행이 아무리 금리를 내리고 루블화를 뽑아내도 디플레이션이 잡히지 않는다.
더 이상 공황의 전조라는 확신을 가지고 봐도 전혀 이상하지 않았다.
“근본적인 원인은 금이다. 금이 더 필요하네. 지금 당장 전 세계 열강들의 시장에서 금을 수입해오게. 러시아의 위성국들이나 약소국을 후려치고 강탈해와도 상관없네. 어떻게든 금보유고에 금을 쌓아야하니까!!!”
“예!!! 당장 전달하겠습니다.”
재무성에 불호령이 떨어졌고, 제정러시아는 본격적으로 금을 빨아들이려고 했지만 그동안 안되던게 하루아침에 풀릴 리가 없었다.
비테에게 적대적이던 관료제의 귀족들은 시큰둥했고, 부르주아들도 비테에게 적대적인지라 쌩깠다.
비테 재무장관은 머리털만 더더욱 빠져나갈 뿐이었다.
“재무장관님, 이 사실을 폐하께 진정하심이 어떻하신지.”
“자네는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겐가? 폐하의 칙령으로 제정러시아의 금보유고가 부족하다고 전세계가 알아채는 순간 외국투자자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갈걸세!!!”
절대 황실이 알아선 안된다.
비테 재무장관은 어떻게든 자신의 선에서 해결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 시작했다.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루블화를 빨아들이고 있던 주체는 영국법인과 영국자본이 투자된 법인들이었고, 석탄과 석유값이 폭락한 것은 그들이 루블화를 흡수하기 위해 시중에 풀어버린 막대한 물량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하지만 인위적이긴 해도, 디플레이션의 위기는 현실이었다.
그리고 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어쩔 수 없이 계속된 금리인하에 통화량 팽창밖엔 답이 없었다.
그렇게 제정러시아엔 루블화가 쌓여가기 시작했다.
비테 재무장관은 한탄했다.
“젠장. 곧 있으면 페하의 주재로 헤이그에서 만국평화회의가 개최되거늘. 이 시국에 폐하의 심중을 어지럽힐 수는 없다.”
그의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
한편 그시각.
칭(Qing)에 파견되었던 베드로 이사는 이게 꿈인가 생시인가 눈을 비비며 눈앞에서 일어나는 외화 거래현장을 목격하고 있었다.
“페, 페소화로 거래되는 건이 생각보다 많군요.”
청나라에서 거래되는 외화들 중 과반수 이상이 스페인 달러, 즉 페소화였던 것.
월스트리트에서 근무하던 베드로의 눈에는 이 광경이 생경했다.
“당연하지. 애초에 우리 청나라의 위안 은화는 서반아(스페인)의 페소화를 모델로 만든 화폐니 말일세.”
“예?”
“몰랐나? 왜 과거 서반아 은광에서 은이 쏟아져나오던 시절이 있지 않았나. 청나라는 그때부터 외국과의 교역엔 서반아 페소화가 쓰였었네. 그때는 외화거래의 대부분이 페소화였지만, 아편전쟁 이후로는 페소화의 영향력이 시들시들해지고 있네.”
“아, 아니. 이게…..말입니까?”
베드로는 입을 쩍 벌렸다.
스페인 페소화의 영향력이야 역사책에서 눈빠지도록 본 탓에 머릿속으론 알고 있었지만 설마 이정도일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거의 청나라 제2의 화폐라고 봐도 될 정도로 아직까지도 페소화가 활발하게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교통은행의 성선회도 페소화부터 스와프를 시작하다고 했던거군.’
이제야 이해가 된다.
서양열강입장에서야 스페인제국은 이빨빠진 호랑이였지만, 남미대륙이나 동아시아, 동남아시아 계열에선 아직도 스페인 페소화가 주무역화폐로 쓰이고 있었다.
“그래서. 환거래 계약을 맺고 싶다고?”
“예, 예.”
“음, 환거래도 좋기는 한데. 아마 자네들이 생각한 것과 청나라의 시장은 좀 다를걸세.”
“다르다니요?”
“당연히 다르지. 우리는 내수경제만으로도 거대한 시장이 돌아가고 있으니 말일세. 아, 자네의 미리견(미국)과 비슷하겠군.”
“허….”
즉, 청나라 내수만으로도 경제가 돌아가니 청나라 화폐도 외화만큼이나 필요했던 것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외화가 필요없는 것은 아니었다.
‘디트로이트 이사가 첨에 말해줬을 때는 반신반의했는데 설마 진짜일 줄이야.’
베드로는 속으로 감탄을 삼키며 검지를 들었다.
“이렇게 하도록 하죠.”
베드로는 미소를 지었다.
오히려 이런 판도가 중개업무를 하는 중국결제은행에 더 알맞았다.
골드만삭스.
그들이 일본결제은행으로 일본국립은행들과 맺은 계약과 비슷해진 셈이다.
청나라에서 중개업무만 하려고 했는데, 오히려 꿩먹고 알먹게 된 베드로는 만면에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저희 중국결제은행을 잘 부탁드립니다. 대인.”
“허허, 자네 청나라 사람 다 되었구만! 도의가 있고 협이 있어! 성선회 회장님의 연줄이라고 했을 때부터 내 알아봤네. 앞으로 외화거래 중개도 다 자네들에게 맡기지.”
“정말입니까?!”
“중국의 상인들은 본래 통이 크네. 어른이 뭘 주면 ‘예, 감사합니다.’ 하고 받는거야. 여기 술도 받게.”
“예, 감사합니다!!!”
산시성의 표호.
청나라의 금융인들은 만족스럽게 고개를 끄덕이며 술잔에 술을 따라주었다.
유대계의 베드로는 제발 과음만은 봐줘달라면서도 내심 신나게 술을 받아마셨다.
“허허허. 한잔 더.”
“흐하하하!!! 한잔 더!”
청나라의 꽌시는 오늘도 평화로웠다.
저들이 지금 스스로의 발로 절벽 벼랑 끝에 선줄도 모른채 말이다.
그렇게 디트로이트의 안배는 톱니바퀴처럼 맞아떨어지며 돌아가고 있었다.
***
대영제국 재무성.
“수월하게 진행되는 것 같군요.”
로버트 재무장관의 말에 나는 홍차를 음미하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청나라와 일본제국, 그리고 러시아에서 속속들이 소식들이 날아오고 있었다.
대영제국이 해저케이블의 본좌였기 때문에, 그들을 통해서 듣는 편이 빨랐다. 어차피 로스차일드를 통해 다 알고 있을것이 뻔했고.
“로스차일드의 프랑스지부도 협력하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휘팅어 가문의 견제라고 생각합니다.”
“든든한 우군을 얻었군요.”
“예. 그보다 제정러시아의 재무부가 훌륭하게 함정에 빠졌군요. 디플레이션으로 착각할거라더니, 이사님의 예견이 정확했습니다.”
“그럴수밖에요. 당장 미국의 철도공황이 터진게 작년 1898년입니다. 금본위제주의자인 비테 재무장관의 신경이 곤두서는게 당연한 겁니다.”
역시 제정러시아는 함정에 빠졌다.
금본위제를 유지하는 것, 외자유치, 그리고 시베리아횡단철도 등 제정러시아의 재무부는 엮여있는 요소들이 많았고, 그들의 통제에서 벗어나있는 것들 투성이었다.
러불동맹이 맺어졌으니 프랑스 자본이 빠질거란 생각은 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독일, 영국 그리고 미국의 자본은?
“그들은 스스로의 착각에 빠져 점점 수렁에 빠지겠죠. 아직 쇼크는 시작도 안했는데 말입니다.”
허술한 행정체계가 불러온 참사라고 봐야했다.
영국법인들이 루블화를 빨아들이는걸 빨리 알아챘으면 또 얘기가 달랐겠지.
하지만 현실은 지독한 법이다.
“그런 의미에선 청나라도 수월하게 진행되는군요.”
청나라는 내부는 고사하고 외부에까지 귀가 어둡다.
아직도 동아시아에서, 그것도 스페인 페소화가 활발하게 이용되고 있는 것만 봐도 이들의 경제체계가 구식에서 거의 변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작업은 더 쉬웠다.
‘구조적으론 일본제국에 한 설계와 거의 변함은 없다. 규모와 체인의 숫자만 더 많아졌을 뿐.’
결국 청나라의 폭탄도 단순하다.
리먼브라더스와 월스트리트가 보유한 대량의 페소화. 이걸로 청나라 화폐와 스와프 계약을 맺는다. 그리고 다시 청나라 화폐와 루블화로 스와프 계약을 맺는다.
마지막으로 루블화와 달러의 스와프계약을 맺는다.
페소화 – 청나라 위안화 – 루블화 – 달러.
이 체인이 만들어진다.
‘그렇다면 페소화가 무너지기 시작하면 어떻게 될까?’
순차적으로.
페소가 무너지고.
위안이 무너지고.
루블이 무너지고.
3차례의 충격 후.
마지막에 달러가 버티는 순간.
…….나머지는 더 나락으로 추락한다.
‘여기 엔화까지 끼워넣을 수 있다면 금상첨화지.’
엔화는 아직 무역화폐로서의 위상이 약하다.
더욱이 러프독(러시아.프랑스.독일)의 삼국간섭으로 요동반도를 토해낸 이상, 청나라에 대한 대외투사력도 약해졌을 시점이다. 아쉽게도 일본 엔화까지 끼워넣진 못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상관없다.
이미 폭탄은 제조되었으니.
“로버트 재무장관님 혹시 이런 말 아십니까?”
“무슨 말이지요?”
로버트 재무장관은 흥미로운 표정으로 상체를 당겼다.
“그게 말이죠.”
청나라와 제정러시아. 그리고 일본제국에 각각 세개의 폭탄을 설치했다.
알아차린다면 폭탄의 위력을 죽일 순 있지만, 알아차리지 못한다면 지옥관광을 보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 간과한 점이 있다.
이 세가지 충격이 한번에 쓰나미처럼 밀려온다면 그 파급력은 얼만큼 펌핑될까?
공황.
그들이 못버티면 공황이다.
“추락에는 말입니다. 바닥이 없는 법입니다.”
당신들이 원한 동아시아의 균형.
다른 의미로 이뤄지지 않을까?
나는 입꼬리를 말아올렸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