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ll Street of the Third Empire RAW novel - Chapter (93)
도쿄.
일본경제의 적신호를 알아챈건 민간 자이바츠가 먼저였다.
“……부채비율 40% 정도가 벌써 일본결제은행으로 넘어갔다는 소린가? 미치겠군.”
미쓰이 다카히로.
미쓰이재벌의 트로이카 중 하나인 미쓰이물산의 사장실. 미쓰이 번두 중 한명인 다카히로 사장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굳은 입가를 주무르며 풀었다.
방금 미국계 이사가 닫고 나간 문은 아직도 서늘한 한기가 흐르고 있는 것 같았다.
미국의 헤지펀드에서 나온 매니저가 항목 하나하나를 조목조목 따져가며 신용도를 따질때마다 심장이 칼로 째지는 것 같았다.
“돈귀신들.”
하지만 안도의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그나마 미쓰이물산이라 이정도에서 멈췄다.
신용등급은 BBB.
비록 A급 이상의 초우량기업은 아니었지만 일본산업계에선 최상을 달리는 신용도였으니, 이정도 선에서 멈춘 것이다.
“일본결제은행놈들. 부채율을 40%까지 끌어올리다니. 심지어 그놈들의 부채만 40%다. 젠장.”
하지만 미쓰이은행이 제2금융권으로 일시적이나마 떨어졌고, 대출계약은 갱신되어 이자율은 20%까지 올랐다.
재무상태가 엉망진창이 될게 눈에 선했다.
“국제해운사들과 협상을 잘해야되는데…..”
칙-
다카히로 사장이 외국산 시가에 불을 붙이던 그때, 문이 다급하게 열렸다.
벌컥-
“다카히로 사장!!! 뭔가 이상합니다.”
사장실로 임원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한두명이 아니라 십수명이 쏟아져 들어오자 다카히로 사장은 불길한 예감이 엄습했다.
“왜 이렇게 우르르 몰려왔나. 무슨 일이라도 벌어졌어?”
“도쿄만의 모든 항만이 비워지고 있습니다. 사장.”
“항만이 비워지다니?”
다카히로 사장은 천천히 상체를 앞으로 당겼다.
도쿄만의 항만은 매이지유신 이후부터 일본최대의 해운거래가 성립되던 거대한 항구시설이다.
나가사키나 오사카를 찍어누르는 항만이 비워진다니, 다카히로 사장은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창백해진 임원들은 초조했다.
“국제해운사들의 상선들이 빠져나가기만 하고 들어오지 않고 있습니다!!! 게다가 해외로 운송을 나간 미쓰이물산의 상선들이 화물을 채우지 않은 상태로 복귀하고 있습니다!!!”
“뭐라고?”
벌떡-
다카히로 사장의 머릿속에 비상등이 켜졌다.
“국제해운사들은 재계약이나 계약갱신 안했어? 파기했으면 다시 맺었을 거 아닌가. 계약들 다 갱신하면 항만이 빌 수가 없을텐데 대체 무슨 말을….”
“재계약 된 건이 하나도 없단 말입니다!!!”
“…!!!!”
휘청.
다카히로 사장은 현기증이 올라왔다.
“사장!!!”
“아니, 잠깐. 대체 왜….대체 왜 계약을 맺지 않은 거지? 말이 안되잖아.”
“그게 미국에서-”
“미국? 미국이 왜.”
똑똑.
한창 사장실이 북적이기 시작할 무렵. 방문이 다시한번 두들겨졌다.
모두의 시선이 집중되었다.
“다카히로 사장. 바쁜데 죄송합니다. 영국 큐나드 해운의 이사님이 사장님을 뵙고 싶어하십니다.”
달그락.
“……해상봉쇄요?”
큐나드 해운의 이사가 찻잔을 내려놓자, 충격에 얼굴이 새파래진 다카히로 사장이 되물었다.
그는 다시 덤덤한 음성으로 답했다.
“일본제국 측에서 며칠전 피습당한 ‘민간인’이라는 사람이 있지 않았습니까.”
“예, 예. 있었죠. 육군장교에게 암살당할 뻔했다고.”
“그 사건 탓에 미국 연방정부 측에서 해상봉쇄 행정명령이라는 카드를 꺼내들었습니다. 유예기간은 1달. 봉쇄기간은 이후부터 총 3달입니다.”
“예?”
다카히로는 눈썹을 찌푸렸다.
고작 민간인 하나 때문에.
일본이란 제국 하나를 해상봉쇄하겠다는 결론이 어떻게 나오지?
보통의 형사사건이지 않나.
“고작 민간인 때문에 국가 하나를 해상봉쇄를 하겠다고요? 아니 그게 지금 말이….”
“되죠. 보통의 민간인이 아니니까요.”
“….!!!”
20대 언저리의 청년이라고 들었다.
국무부와 재무부의 인사치고는 너무 젊다. 그래서 다들 월스트리트에 근무하는 금융인이라고 점치고 있었고 단순 비서라고 예측했었다.
그런데 뭐?
민간인이 아니라고?
“미국은 이번 해상봉쇄를 위해 파견한 함대나 자세한 군사활동의 일절을 공개하지 않고 있습니다. 애초에 태평양함대 자체가 전쟁중이라 오리무중이 가깝습니다. 누구도 모르죠.”
“…….”
“해상봉쇄 탓에 국제해운사들이 유예기간 1달동안 퇴거하고 있는겁니다. 3달간 거래를 할 수 없으니 계약갱신도 안되는거고. 그때까지 미쓰이물산이 남아있을 것 같지도 않으니 3개월 이후 계약도 없는거고요.”
“그렇다면 오사카의 스미토모도…..”
“예, 관서지방의 스미토모 자이바츠도 비슷한 상황일 겁니다.”
탁.
큐나드해운의 이사가 보고서 한부를 내려놓았다.
“그래서 한가지 거래를 요청하려고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미국 대통령의 행정명령으로 해상봉쇄가 하달되었지만 아직 의회를 통과한건 아니라서요. 여러분들께 그 정보를 대가로 거래하려고 합니다.”
“거래?”
“이 보고서는 미국의회에서 곧 통과될 대일본 봉쇄안의 초안입니다. 큐나드의 인맥으로 확보한 법안인데 아마 일주일내로 통과가 되겠죠.”
“….!!!”
“저희 큐나드 해운은 미쓰이측이 가진 미쓰비시기선과 미쓰비시상사의 정보들의 전체를 원합니다.”
큐나드해운의 이사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일본결제은행의 디트로이트 이사가 말했다. 지금이 아마 일본해운사들에게서 정보를 뽑아내기엔 최적의 상황일 것이라고. 그의 말을 신용하고 거액의 대가를 치뤄 일본 봉쇄안 초안을 얻어냈다.
“…..”
다카히로 사장은 침음성을 흘렸다.
하지만 거절은 안한다.
‘디트로이트 이사의 말이 맞았군. 흔들리고 있어.’
미츠이 자이바츠가 흔들리고 있었다.
그말은 미쓰비시에 대한 충분한 정보를 미츠이가문이 보유하고 있다는 소리. 미쓰비시에 대한 정보는 충분히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카히로 사장의 등을 조금 떠밀어 주기로 했다.
“아마도. 이게 당신들의 마지막 목숨줄일 겁니다. 봉쇄안은 일주일안에 통과될 것입니다. 선택 잘하시길.”
Time is money.
시간은 금일지어니.
그리고 이런 거래들은 오사카의 스미토모를 포함해 일본열도 전지역의 재벌들과 국제해운사들의 이사진들끼리 맺어지고 있었다.
외무성.
외무대신 아오키 슈조는 3일 뒤 이 소식을 전해들었다. 자이바츠들보다 3일이나 늦게 들었단 소식에 충격을 받은 외무성은 곧바로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고무라 전권공사로부터 응답은 없나!!!”
“예, 묵묵부답입니다. 전보로 몇시간째 신호를 보내고 있는데 공사관 뿐 아니라 정보원 그 누구도 받지 않고 있습니다.”
“뭐라고?”
아오키 외무대신은 머리칼을 쥐어뜯었다.
기본적으로 일본제국의 정보와 보안업무는 해외는 외무성이 국내는 내무성이 맡고 있었다. 고무라 전권공사뿐 아니라 미국내 정보원들의 그 누구도 답을 받지 않는다는 건 대체 무슨 일인가.
미국에게 전부 색출당하기라도 한건가?
“계속 연결해보게. 아무래도 고무라 전권공사의 신변에 일이 생긴 것 같으니. 정보원들에게도 계속 연결해보고!!!”
“하이!!!”
아오키 외무대신은 입술을 뜯었다.
정보원들이 연결되지 않는단 소리는 단 하나로 귀결된다. 미국의 정보원들에게 색출당했단 소린데. 이게 말이 되는가?
“……해상봉쇄.”
문득 떠올랐다.
미국의 현 태평양함대는 왕립해군도 정확한 편제를 알 수 없을 정도로 미해군측에서 비밀에 붙이고 있다는 소리가 있다.
일본해군과 연대는 깨진지 오래였고. 미국태평양함대엔 계속해서 공장에서 찍어낸 군함들이 보충되고 있는 상황.
틀림없다.
이건 미국이 일본에게 해상봉쇄에 대한 정보를 일체 흘리고 싶지 않은 것이다.
그래서 공사관의 전보를 잠궜고, 정보원들을 다 잡아갔다면?
말이 된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본이 언제 그정도로 잘못했는가?
며칠전에 일이 있긴 했다. 고작 민간인 하나 베어버린 것가지고 이렇게까지 심각하게 나온다고 보기도 힘들다.
보통 형사사건으로 상대국을 해상봉쇄하고 정보선들을 다 끊지는 않을 것 아닌가.
쾅-!
“대신!!! 대신!!! 큰일났습니다!!! 미쓰이물산에게서 정보가 올라왔는데 심상치 않습니다!!!!”
헉헉.
숨을 가쁘게 몰아쉰 외무성 관료 하나가 황급히 달려왔다. 그의 손에는 땀에 젖은 종이 하나가 들려있었다.
아오키 외무대신은 실마리를 발견했다는 기대감이 얼굴이 살짝 환하게 펴졌다.
“뭔데 그러나. 미국측 해군봉쇄의 원인을 찾았는가?”
“예, 미쓰이물산의 정보원에게서 올라왔습니다. 이겁니다!!!”
촥.
외무대신은 그 종이를 낚아챘다. 아오키 외무대신은 그 쪽지를 읽어내렸다.
미쓰이물산으로부터 내용이라면 신빙성이 가장 높다. 그 무엇보다도 일본제국 재계서열 1위의 절대부동의 패자였으니.
“…..디트로이트 도 모건?”
쪽지는 한 청년의 이름부터 시작했다.
의아했지만 아오키는 계속해서 읽어내렸다. 해상봉쇄의 원인이라고 미쓰이에서 전해준 정보다. 잘못된 정보일리가 없었으니까.
그런 기대감에 읽어내렸다.
하지만 쪽지의 내용을 읽으면 읽을수록 아오키 외무대신의 얼굴이 순차적으로 새파래졌다.
“….!!!”
새하얘졌다가 샛노래졌다가.
새파래졌다가 시커멓게 죽기를 반복하던 아오키 외무대신의 얼굴은 창백하게 질렸다.
마치 종이에 써있으면 안되는 인물의 이름이 써있던 것 마냥.
보면 안될 판도라의 상자를 연 판도라마냥.
아오키는 떠듬떠듬 입을 뻐끔거렸다.
“…..모….모….모.”
삐이이익-
아오키 외무대신의 귀에 이명이 울렸다.
“…..모.”
벌벌벌.
그의 육신은 진동하는 것처럼 떨리더니 간질환자라도 된 것 마냥 경련하기 시작했다. 손은 수전증마냥 떨리며 식은땀이 베어나오기 시작했다.
도대체…..
도대체….
육군 이 미친놈들은……
대체 뭘 건드린 거지?
“존 피어폰트 모건……”
털썩-
결국 아오키 외무대신의 신형이 무너졌다. 그는 입에서 거품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갑자기 쓰러진 외무대신의 모습에 외무성 관료들은 황급히 그에게로 달려왔다.
“아오키 대신!!!!”
***
대장성.
찰싹-
채찍소리가 작렬하고 말발굽소리가 울렸다.
대장성 청사 앞.
중앙은행 앞에 일렬로 나란히 선 육중한 장갑마차들이 도열하자, 심상치 않은 모습에 거리의 행인들의 시선들을 끌었다.
검은색 군마들이 푸르릉 투레질을 하며 말발굽으로 바닥을 푹푹 패자, 대장성의 창문들이 하나씩 열리기 시작했다.
“…..저건 뭐지?”
대장성의 관료들이 창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구경하기 시작했다. 대략 10분만에 대장성의 창문들이 전부 열렸다.
최상층의 마쓰가타 대장대신도 그 기이한 모습에 창문을 열었다.
드르륵-
“웬 마차열인지 알아보고 오게.”
“예, 각하.”
비서들이 나가자 다시 창문밖을 내다보았다.
미쓰가타 대장대신은 육중한 마차들의 모습에서 불길한 기운이 엄습하는 것을 느꼈다.
해군정복을 빼입은 일단의 호위병력들이 철통같이 지키는 마차열. 군함에나 쓸법한 두꺼운 장갑들을 덕지덕지 붙인 방호차량.
대체 뭘 실은 차량이지?
“국빈이라도 되는건가?”
이 시국에?
미국의 압박에 의해 도쿄조약까지 체결한 이 시점에서 국빈이 방문할 일은 미국측의 인사들밖에 없었지만, 누굴까.
“대신!!!”
벌컥!
그때 내려갔던 비서관이 다급하게 문을 열었다. 마쓰가타는 그 다급함에 눈썹을 찌푸렸다.
도대체 뭐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거냐.
“뭔가?”
“그…..내려와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내가?”
“예.”
비서관은 이마의 땀을 훔쳤다.
“미국측에서 대량의 엔화를 싣고 왔습니다.”
“…..!!!”
“일본결제은행입니다.”
대량의 엔화.
미국측.
대장성.
중앙은행.
일본결제은행.
마쓰가타 대장대신의 머리는 빠르게 굴러갔다. 엔화가 대량으로 대장성에 유입될 필요가 어떤 것들이 있지?
체권?
그래. 일본결제은행이라면 채권을 구매할 수도 있겠지. 대장성의 목을 틀어쥐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대체 무어냐. 이 불안감은.”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서늘해진 간담을 손가락을 꾹꾹 지압하며 걸어둔 모자와 외투를 집어들었다.
그는 비서에게 손짓했다.
“나가지.”
덜컹.
마차문이 열리고 한 청년이 걸어나왔다. 마차열의 최후미에서 청년과 함께 사무엘 삭스도 걸어나오자,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속으로 긴장했다.
다행히 사무엘 삭스는 뒤로 빠져있었다.
‘이 청년에게 힘을 실어주려고 온 것 뿐인가.’
“디트로이트라고 합니다.”
“어, 마쓰가타 대장대신이네. 자네는 저번 도쿄조약에서 본 기억이 나는군.”
“예, 저희 삭스 이사님이 잘해주셨었죠. 반갑습니다.”
저희 사무엘 삭스 이사?
대사에서 묘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하지만 이질감은 그것뿐이 아니었다.
겨울이라 눈치채지 못했지만.
목도리를 두른 목에는 붕대가 칭칭 감겨있었고, 앞뒤로 챙이 달린 헌팅캡은 귀를 감싼 붕대를 가려주고 있었다.
영국의 대작가.
아서도일의 셜록홈즈에라도 심취해있던걸까.
‘잠깐만.’
마쓰가타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그러고보니 최근 정신나간 육군장교가 일본결제은행의 비서 하나를 해쳤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어쩌면 이 청년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길함이 엄습했다.
만약 진짜로 그렇다면 이 청년을 방패삼아 무엇을 요구하려고 하는 것일까.
“자네는…..”
“예, 맞습니다. 귀국의 육군장교에게 암살당할 뻔한 그 청년을 말씀하시는거라면 제가 맞다고 말씀드리고 싶군요.”
“……”
젠장.
일본결제은행 이 사악한 놈들.
우리측 잘못으로 상처입은 청년을 내세워 무엇을 요구하려는 거지?
‘화제를 돌려야한다.’
이 화재는 돌리는 편이 내게 이롭다.
마쓰가타의 시선이 마차로 향했다.
“대량의 엔화를 싣고 오셨다고 들었습니다. 혹시 대장성에서 채권을 구매하고 싶어서 오셨다면, 극진히 대접하겠습니다.”
“채권?”
갸웃.
청년은 무슨 말을 하냐는 듯이 고개를 기울였다.
“채권이라니, 무슨 말씀이십니까?”
순간.
마쓰가타의 머리가 차갑게 얼어붙었다. 아까부터 촉을 건드리던 불길함이 불쑥 커졌다.
설마….
“채권을 구매하시려고 오신게 아닙니까?”
“제가 일본의 채권을 사서 뭐합니까? 신용도도 낮은 채권은 언제 파산할지 모르는데요.”
“예? 파산이라니 그게 무슨…..”
설마…..
“외무대신에게 듣지 못하셨습니까? 곧 미국정부로부터 대일본 제재가 있을 예정입니다. 그런 국가의 채권을 사서 뭐하겠습니까. 제가 온 것은 다른 이유입니다.”
설마……
꿀꺽.
마쓰가타는 침을 삼켰다. 미국의 대일본제재니 뭐니 흉흉한 단어들이 들렸지만 그 따위 이미 귓가에 들리지도 않았다.
대량의 엔화로 채권말고 살 수 있는 것?
대장성엔 하나밖에 없었다.
“다른 이유라면……어떤 연유에서…..”
“금.”
쿵.
마쓰가타의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다.
하지만 철면피처럼 굳고 두꺼운 미소를 지은 청년은 덤덤하게 대사를 읊어냈다.
마치 너를 죽이겠다는 것도 아니고. 건조하게 ‘거래’라도 간단히 하는 것처럼 가볍게.
“금과 태환하려고요. 이거 전부랑 말입니다.”
일본제국의 경제에 사형선고를 내렸다.
벌컥-
대장성 장관실의 문이 거칠게 열렸다.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떨리는 주먹을 부들부들 떨며 탁 문을 닫았다.
이나 그의 눈에 핏불이 터져 충혈되었다.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아악!!!! 으아아아악!!!!”
쾅! 쾅! 쾅!!!
집기를 집어던지고 물건이 허공을 날아다녔다. 유리잔과 도자기가 깨져 파편으로 비산했으며 식물들은 잎사귀가 갈기갈기 찢겨 형체로 알아볼 수 없어졌다.
“끄으아아아아악!!!”
쾅! 콰직! 쾅!!! 쾅!!!
그의 난동이 계속되자, 밖에 관료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웅성웅성 그의 문앞에 몰려든 관료들을 헤치며 대장대신의 비서가 장관실의 문으로 다가갔다.
비서의 손에는 외무성으로부터 날아온 쪽지가 들려있었다.
똑똑.
“마쓰가타 대신, 들어가겠습니다.”
그의 비서가 들어가자, 폐허로 변모한 장관실의 전경이 펄쳐졌다. 대장대신이 아끼며 매일 닦아주던 식물은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졌고, 그가 애지중지하던 고급 도자기는 가루로 산화했다.
“무슨 일이라도 있으셨습니까?”
헉…헉….
어깨를 들썩이며 거친 호흡을 내쉬는 마쓰가타 대장대신에게 다가갔다.
“……자네 마침 잘왔군. 말이 통하는 놈이 필요했는데 잘됐어. 오늘부로 일본경제는 사형선고가 내려졌네.”
“예? 그게 무슨.”
“대장성은 앞으로 고난의 행군을 이어가겠지. 앞으로 최소 20년동안 일본제국은 빛을 보지 못하게 되었고, 어둠속에서 퀴퀴한 세월을 보내게 되었네.”
“무슨 일이 있으셨습니까.”
슥.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30년은 늙은 얼굴로 걸레짝이 된 식물을 떨리는 손으로 집어들었다.
마치 일본의 미래가 이렇게 될 거라는 듯이 처참해진 얼굴로.
“내일부로 일본은행은 금태환은 중지할 예정이네.”
“….!!!”
“금보유고가 60%까지 떨어졌어. 이걸로 일본은행은 더이상의 금본위제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네. 억지로 유지하려고 했다간 금유출만 심해지겠지.”
“……금수출금지조치군요.”
“그래, 일본 엔화의 가치는 최소 1/2로 평가절하되겠지. 그렇게 되면 일본 기업들도 험난한 시기를 보낼 수 밖에 없네.”
“대장대신, 20년이 아닙니다.”
비서는 창백해진 얼굴로 대장대신을 불렀다. 마쓰가타 대장대신은 헬쑥해진 얼굴로 노인네가 되어 비서를 올려다보았다.
“20년이 아니라니 그게 무슨 소리인가?”
“…..아마 일본경제는 앞으로 20년이 아닌 200년을. 그것도 폐허에서 살아가야할지도 모릅니다.”
척-
비서관은 마쓰가타 대장대신에게 쪽지를 내밀었다.
“…..일본 해상봉쇄.”
쿵.
순식간에 마쓰가타 대장대신의 혼이 빠졌다. 그는 덜덜 떨리는 손으로 쪽지 내용을 읽어내렸다.
“육군장교 하나가 일본결제은행의 협상단 한 명을 피습. 그 사건으로 미국대통령은 일본해상봉쇄 행정명령을 내렸고, 의회에서 해상봉쇄안이 계류하는 중. 아니, 아니 잠깐.”
대장대신은 눈을 부릅떴다.
방금 대장성 앞에서 만나고 온 청년이 그 다친 청년이었다.
“민간인이라 하지 않았나?”
“……쪽지. 하나 더 있습니다.”
찍-
마쓰가타는 다급한 손길로 쪽지의 봉인을 손톱으로 찢어냈다. 거친단면으로 찢어진 쪽지를 펼쳐들어 다급하게 읽어내렸다.
점점 읽어내리는 속도가 느려졌다. 어느새 그의 시선은 문구 하나에 고정되었다.
동공이 사정없이 떨려왔다.
“……..”
대장대신은 침묵했다.
마치 선채로 죽은듯한 그의 모습에 비서관은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대장대신의 어투는 어느새 떨림이 멈춰있었고.
고저없는 목소리로 덤덤하게 말했다.
“…….존 피어폰트 모건 회장의 아들.”
“예.”
“전쟁부 전쟁자문과 해군부의 해군자문.”
“예.”
“연방통화위원회. 사실상의 미국 중앙은행의 임시의장.”
“예.”
“월도프-아스토리아 신용협정 대표위원.”
“예.”
“디트로이트 도 모건.”
“예.”
대장대신의 두 팔이 힘없이 내려앉았다. 마치 목이 졸려 죽은 사람처럼 두 팔은 힘을 잃고 진자처럼 흔들렸다.
비서관은 조용히 허리를 숙였다.
“마쓰가타 대장대신.”
“…..그래.”
“일본은 끝났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