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까가강!
거친 쇳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 앞을 막은 진무의 등을 바라보던 당세령이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이건?
취리릭!
어느새 진무가 검을 수직으로 세워 칼의 공격을 받아 내고.
우우웅!
푸른 선기가 불붙듯 피어오르는 순간.
촤자자작!
검에 닿아 있던 칼끝을 밀어 떨친 진무가 난잡할 정도로 많은 검격으로 전방을 가득 채웠다.
파사사삭!
부서진 문이 있던 객점의 벽이 수백의 조각으로 잘려 부서지고 진무를 공격했던 복면인들이 훌쩍 뒤로 물러났다.
“…….”
눈매가 가늘어진 진무가 각자의 자리를 잡고 자세를 취하고 있는 복면인들을 매섭게 바라보았다.
느끼지 못했다.
그들이 객점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음에도 그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다.
양의심공의 실마리를 찾았다는 기쁨에 잠시 넋을 놓았던 모양이다.
진무가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는 순간 수십 배나 확장된 기세와 함께 공격이 날아들었다.
살수?
아니다.
살수의 기운을 어찌 모를까?
살수였다면 좀 더 계획적으로 공격을 해 왔을 것이다. 이런 식으로 정면 공격을 해 오지는 않는다.
진무가 잠시 생각하는 사이 복면인들이 객점의 포위망을 좁히며 진형을 만들었다.
복면인들의 정체는 악료가 이끄는 청랑대의 이 조였다.
청성에 잠입한 상우는 백운각의 일 이후로 진무를 위험 인물로 판단했고, 그를 죽이기 위해 악료에게 연락을 보냈다.
그들의 일에 조금의 불안 요소도 있어서는 안 되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들을 감시하던 차에 운이 좋게도 그들이 청성을 내려가기에 곧장 이 사실을 알렸다.
절호의 기회.
악료는 곧장 청랑대 이 조를 이끌고 진무를 제거하기 위해 객점을 찾아온 것이다.
“니들 뭐냐?”
진무가 신경질적으로 이죽거리곤 기운을 끌어 올리며 물러났다.
그들의 몸에서 느껴지는 기도가 만만치 않았기에 당세령을 보호하고자 함이었다.
“너, 지금 나를?”
진무가 자신을 보호하듯 앞을 가로막고 선 모습에 당세령이 무언가 말하려다가 입을 다물었다. 진무에게서 전에 없던 긴장감이 느껴져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는 건 공격해 온 적들이 강하다는 뜻이다. 저 진무가 긴장할 만큼.
하지만 보호받고 싶지 않았다.
당세령은 여전히 그녀의 앞을 점한 채 물러나는 진무에게서 슬쩍 비켜나 복면인들을 마주 보았다.
“야. 무슨 생각인지는 알겠는데 쟤들 생각보다 강하다?”
“알아.”
“뭐?”
“그치만 지키다 보면 제대로 못 싸울 거 아냐?”
“……?”
“제대로 조져. 난 내가 알아서 싸울 테니까.”
“너…….”
자존심이 상한 듯 퉁명스레 내뱉는 당세령의 말에 진무가 무언가를 말하려다가 피식 웃었다.
역시나 당가의 무인이라는 건가?
진무가 아무리 강하다고 해도 그의 뒤에 숨어 보호나 받는 토끼 새끼는 되고 싶지 않은 모양이었다.
“좋아. 그럼 일단 이런 시야가 차단된 곳에서 싸우기보다는 밖으로 나가는 게 좋겠지?”
“뭐?”
벽 뒤에 있어도 기척을 느낄 수 있는 진무는 객점 안에 있어도 상관없지만, 상대를 눈으로 봐야만 하는 당세령에게는 불리한 장소였다.
싸움의 기본 원칙.
무조건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는 것.
“위다. 곧바로 뛰어! 깔리지 말고.”
진무가 커다란 외침과 함께 발을 높이 들었다.
그러곤 거세게 바닥을 향해 내리찍었다.
슈아악! 콰앙!
막대한 기운을 머금은 진각이 바닥을 짓밟으며 거칠게 폭발했다.
콰콰콰!
단번에 개방된 기운의 여파에 객점의 마룻바닥이 터져 나가고, 기세가 사방으로 해일처럼 퍼져 나갔다.
쿠구구구.
객점이 진무의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힘없이 무너져 내렸다.
나무 기둥이 쓰러지고, 지붕이 와르르 내려앉으며 사방이 먼지로 가득 찼다.
객점을 포위한 청랑대 이 조장 악료는 그가 객점을 무너뜨릴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기에 조금 당황한 눈빛으로 먼지 안쪽을 살폈다.
그 순간.
피윳!
무언가 자욱한 먼지를 뚫고 폐허의 잔해에서 솟구쳐 올랐다.
복면인들의 고개가 허공으로 쳐들렸다.
하나?
둘이 아니다.
어째서?
찰나의 순간에 든 고민에 잠시 머뭇거리는 사이, 허공으로 솟구친 신형과 그 속도를 이기지 못하고 딸려 올라온 먼지 꼬리가 나누어졌다.
파라락!
극점에 다다라 회전하는 신형을 따라 풀려 버린 긴 머리카락이 넓게 퍼져 원을 그린다.
아래를 내려다보는 이는 다름 아닌 당세령.
“캬악! 퉤! 이런 쌍! 부수면 부순다고 말을 해야지.”
투덜거리며 아래를 내려다본 당세령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그려진다.
멀찍하게 떨어져서 부채꼴 모양으로 객점을 둘러싸고 고개를 쳐든 복면인들.
세 보지 않아 정확하진 않지만 스물은 족히 넘어 보였다.
“이 새끼들! 죽여 주마!”
당세령의 눈동자가 황색으로 물들고, 극점에서 낙하를 시작한다.
치맛자락이 넓게 펼쳐지며 거대한 원을 만드는 모습이 복면인들의 눈동자에 그려졌다.
그리고 싸늘하게 등줄기를 파고드는 섬뜩함.
“제길! 암기다! 피해!”
복면인들 사이에서 터져 나온 악료의 외침과 함께, 회전을 시작한 당세령의 몸을 따라 안광이 황금빛 나선을 만든다.
동시에 뿌려진 섬전 같은 빛줄기.
당가의 암기술, 폭우침(暴雨針).
슈아악! 캉!
첫 번째 빛줄기를 시작으로 보이는 모든 곳에 비침이 거칠게 내려꽂혔다. 아니, 여름날 폭우처럼 쏟아지기 시작했다.
슈우우우! 콰콰콰!
“청랑진! 뭉쳐라!”
악료는 적절한 판단을 내렸다.
산발적으로 쏟아지는 암기는 특정한 목표를 가지지 않는다.
범위를 두고 광범위하게 펼쳐지는 암기의 비를 막을 때는 차라리 한 자루의 칼보다 여러 자루의 칼을 넓게 겹쳐 막는 편이 좋았다.
깡! 까가가강!
악료의 명에 청랑대의 무인들이 다섯 덩어리로 뭉침으로써 수월하게 암기를 쳐 내기 시작했다.
암기의 단점. 빠르고 위험하지만 수량에 제한이 있다. 사람의 몸에 지닐 수 있는 양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쏟아지는 양이 너무도 많아 방어하기에도 급급했지만 당세령의 낙하가 끝나는 순간 암기의 비도 멈출 것이다.
“모산! 당가의 여식이 바닥에 떨어지는 순간 참살하라!”
악료의 명에 당세령의 낙하지점에서 가장 가까이 있던 모산이 비침을 튕겨 내며 천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충! 객점의 잔해를 경계……!”
암기를 막아 내던 악료의 목소리가 멈췄다.
그의 시선이 향한 곳.
우두둑!
객점의 잔해 속에서 무언가가 모습을 드러낸다.
잔해를 떨치고 일어나 막대한 기운을 품고 횡으로 그어지는 검.
“저, 저건?”
검의 범위를 벗어난 반월형의 푸른 기운이 공기를 거칠게 가르며 악료를 향해 날아들었다.
슈가가각!
“이, 이런! 탄강이다! 피해!”
악료의 다급한 외침에 그와 함께 뭉친 이들이 재빨리 몸을 날렸다.
하지만 강기의 속도가 너무 빠르다. 피하기도 전에 썰려 나갈 판이었다.
“제길!”
악료는 다급히 칼에 기운을 주입해 검사를 만들어 내고 강기를 향해 칼을 후려쳤다.
콰아앙!
위강(僞罡: 거짓 강기)이라 불리는 검사와 강기의 충돌.
그러나 그 힘의 격차는 절대로 메워지지 않는다.
진정한 강(罡)은 세상의 그 무엇보다 강하고 예리해 베지 못할 것이 없는 바.
반월형의 강기가 겹겹이 포개진 악료의 검사를 흔적도 없이 소멸시키며 폭발했다.
콰쾅!
강의 예리함은 버텼으나 그에 실린 힘과 폭발력을 막지 못한 악료가 숲 한구석으로 튕겨 나가 처박혔다.
“우웩!”
악료가 폭발의 여파에 휩쓸려 내상을 입고 핏물을 토해 내는 사이.
강기를 날린 진무가 당세령을 향해 공격하던 모산의 조원들을 향해 검을 그었다.
“빌어먹을!”
강의 경지를 깨달은 이들에게 초식이라는 것은 동등한 위치에 있는 자들에게나 사용되는 것이다.
하수들은 그저 그 강대한 위력 앞에 낙엽처럼 쓸려 나갈 수밖에 없었다.
피하지 못하면 무엇으로도 막을 수가 없기 때문이다.
청랑대에서 강기를 조금이나마 막을 수 있는 것은 의기의 경지를 깨달은 조장들뿐이었다.
스거걱!
푸른 검강이 세상을 반으로 가르고 지나가자 모산을 비롯한 복면인 셋의 몸이 분리되었다.
후두둑! 푸하학!
조각난 시신들 위로 뿜어졌던 피가 비가 되어 쏟아졌다.
그리고 마침내 지면에 떨어진 당세령의 앞을 진무가 막아섰다.
“제법이었어.”
뒤돌아선 진무가 칭찬하자 당세령이 매서운 표정으로 품에서 꺼낸 암기를 열 손가락 사이에 가득 움켜쥐었다.
“나 당세령이거든?”
“…….”
끝내 자신의 뒤에서 벗어나는 당세령의 모습에 진무가 피식 웃었다.
여전히 보호받고 싶지 않은 것이다. 고집하고는.
진무는 천천히 얼굴에서 미소를 지우며 복면인들을 응시했다.
한 덩어리는 와해시켰고 한 덩어리는 모조리 죽였다.
남은 것은 모두 세 덩어리.
진무와 당세령을 중심으로 세 곳에 포진하고 있었다.
“둘은 내가 맡는다. 하나만 잘 버텨.”
“…….”
당세령은 대답 대신 좌측의 덩어리를 향해 몸을 틀었다.
그 모습에 검을 지면을 향해 늘어뜨린 진무가 다시금 호흡을 고르고 기운을 담아 넣었다.
우우웅!
단전을 떠난 막대한 기운이 혈맥을 따라 사지백해로 흘렀다.
육양의 선기가 몸 안을 청량감으로 가득 채우는 순간, 그의 기세가 폭풍처럼 뻗었다.
목표는 둘.
하나의 시선을 뺏고, 하나를 먼저 죽인다.
놈들의 무공을 봤을 때 당세령의 경지로는 오래 버틸 수 없다.
최대한 빨리 처리하고 돕는다.
“어떤 새끼들인지 몰라도 니들은 오늘 실수한 거야. 전부 모가지를 따 주마!”
진무가 앞발을 내밀며 발검할 듯이 검을 뒤로 당겼다가 빠르게 내뻗었다.
쿠우-
진무의 검 끝에 맺힌 강기가 이전과 달리 구슬 모양으로 뭉치기 시작했다.
“버티고 있어!”
당세령을 향해 짧게 외침과 동시에 진무가 빠르게 검을 휘둘렀다.
종과 횡을 오가는 두 개의 사선이 동시에 그려지는 순간.
파파파팡!
검 끝에 달렸던 다섯 개의 검환이 포탄처럼 쏘아져 나갔고, 진무는 그를 확인도 하지 않은 채 다른 목표를 향해 쭉 늘어나듯 뻗어져 나갔다.
쾅! 콰쾅!
거친 폭음과 푸른 강기가 참새 떼처럼 흩어지는 복면인을 뒤쫓았다.
* * *
그사이 진무의 목표에 포함되지 않은 복면인들이 곧바로 당세령을 향해 쏘아져 들어왔다.
“버티라고? 흥! 나를 너무 우습게 보는군.”
어느새 그녀의 오른손에 쥐어진 단도가 넷으로 나누어졌다.
당가안법, 황안.
비도술, 천뢰(天雷).
당세령의 눈동자에 황색 빛이 뿜어지고 주먹 안에 모인 기운이 떨친 손끝을 따라 비도에 담긴다.
핑! 피피핑!
다섯 방향으로 쏘아지는 비도.
당세령은 곧바로 그 뒤를 쫓아 달렸다.
슈아악! 쾅!
“크윽!”
이전의 비침과 달리 비도에는 엄청난 힘이 담겨 있었다.
당세령을 향해 달리며 날아온 비도를 향해 칼을 뻗었던 복면인은 예상치 못한 위력에 순간적으로 움직임이 둔화될 수밖에 없었다.
“제길!”
살짝 밀렸던 복면인의 다시 칼을 움켜쥐고 당세령을 쫓아 시선을 드는 순간.
푸욱!
그의 이마에 또 다른 비도가 박혔다.
“비도에 실린 힘이 강하다! 막지 말고 피……!”
동료가 쓰러지는 모습에 다급히 상황을 전파하던 복면인이 자신의 앞으로 날아온 비도에서 묘한 점을 발견했다.
꼬리처럼 달린 둥근 물체.
서, 설마?
복면인의 시선이 찰나의 순간에 당세령의 얼굴로 향했다.
싸늘하게 지어진 미소.
“천뢰가 그냥 비도인 줄 알아?”
퍼엉!
비도에 달린 구슬이 거칠게 폭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