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폭발의 여파가 복면인들을 집어삼키며 당세령의 모습을 가려 버렸다.
취리릿!
“크악!”
시야가 가려진 복면인들이 당황하는 순간 어디선가 나타난 새하얀 섬광이 뱀처럼 휘어 감는다.
깡! 까강!
“젠장!”
폭발에서 벗어나지도 못하고 상처를 입게 된 복면인들이 하얀 섬광에 찢기며 다급하게 물러났다.
비도에 하나, 폭발에 이은 검격에 하나.
한 번의 공격으로 희생된 복면인들의 수였다.
당세령의 공격을 피해 물러난 복면인 셋의 상태도 좋지 않았다.
폭발의 여파에 찢어진 의복 사이로 화상의 흔적이 가득히 남아 있었다.
“망할 년이…….”
얼굴이 드러나 버린 복면인들이 당세령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어때? 마음에 들었어?”
싸늘하게 웃고 있는 당세령.
그리고 그녀의 발밑에 채찍처럼 늘어뜨린 백색 물체.
귀검 은유.
당세령이 진무를 따라나서며 챙겨 온 당가의 귀보로, 연검이었다.
그것도 지극히 긴.
“사람들이 오해하더라고. 내가 귀한 집 자식이라 가문의 위세만 등에 업었을 뿐 실력은 없다고.”
취릿!
그녀가 기를 주입하는 순간 은유가 뱀처럼 살아 움직이며 그녀의 전신을 감쌌다.
“저기 저 괴물 식객까진 아니어도, 나도 당가 녹둔대의 대주라 이 말이지!”
“……!”
“똑똑하고, 세고, 거기다 예쁘기까지! 고로 니들은 죽었어!”
촤악!
당세령이 황안을 빛내며 손을 휘젓자 은유검의 끝이 뱀처럼 뻗어 나갔다.
깡!
복면인이 칼끝을 휘젓자 은유가 튕겨 비틀어졌다.
“고작 이따위 기물로…….”
“흥!”
은유를 튕겨 낸 복면인이 공격을 시작하려는 순간 당세령이 은유의 손잡이를 내려치듯이 당겼다.
쨍! 취리릭!
은유가 나선을 그리며 복면인의 몸에 포개졌다.
“고작 기물? 우리 집 귀보다, 이 멍청이들아. 다른 건 몰라도 이 은유를 쥔 나는 의기에 필적한다는 말씀. 그리고 나 니들 생각보다 천재거든?”
스거걱!
당겨진 나선이 조여들며 복면인을 층층이 썰어 놓았다.
“이, 이런!”
마지막 남은 복면인이 썰려 버린 동료의 모습에 두 눈을 크게 떴다.
그들이 모르는 것 첫 번째.
당가의 인물들은 다른 정파와는 달랐다.
그들은 적을 상대할 때 여유를 부리지 않는다.
또한, 약해서 독과 암기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다. 가장 빠르고 효율적으로 적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기에 그랬다.
당세령은 당가의 교육을 받고 당가에서 자라 온 당가의 딸이다.
그리고 두 번째.
당세령이 진무에게 힘도 못 쓰고 맞은 것은 진무가 워낙 강하기 때문이지 결코 그녀가 약해서가 아니었다.
“이제 너 하나 남았다.”
당세령의 눈이 차갑게 빛났다.
“……!”
* * *
진무와 당세령이 청랑대 이 조와의 싸움을 시작한 그때.
당세령의 안전을 위해 뒤따르고 있던 당위의 호법, 구척이 사방을 진동하는 폭음에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분명…… 아가씨께서 계신 객점?”
생각이 든 순간 그의 마음이 급해졌다.
청성의 산자락.
근래 사천에 들어온 놈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되는 곳이었다.
당세령이 생짜를 부린 바람에 당가의 무인들이 물러난 이때 만약 객점의 소요가 그들로 인한 것이라면?
당세령이 위험하다.
당위에 맞설 정도로 강한 진무였으나 당가의 일원으로서 그녀가 걱정이 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만약 당세령의 몸에 작은 생채기라도 생겼다가는 청성산 인근이 쑥대밭이 될 터였다.
사천의 제왕이자 자신이 아는 최강의 괴물, 당위에 의해서.
“젠장!”
구척은 생각할 것도 없이 품속에서 꺼낸 신호탄을 하늘을 향해 쏘아 올렸다.
피융- 퍼엉!
그리고 곧장 객점을 향해 몸을 날렸다.
그들과의 거리는 약 칠십 장. 멀지 않다.
경공을 최대로 펼치면 촌각 안에 당도할 수 있었다.
구척은 다급히 숲을 지남과 동시에 검을 뽑으며 전투 현장으로 뛰어들었다.
* * *
쾅! 콰쾅!
닿는 모든 것이 썰리고 있었다.
푸른 강기를 머금은 진무는 마치 세상을 파괴하는 신 같았다.
그가 날린 다섯 개의 검환은 복면인 셋을 단숨에 터트려 버렸고, 뒤이어 공격한 한 개조는 변변한 공격조차 해 보지 못했다.
그들의 무공인 무촌경.
한 박자 빠르게 상대의 흐름을 끊어 내는 절묘한 공격법.
쓸 수 있을 때의 이야기였다.
진무에 의해 튕겨 나 있던 악료는 눈앞에 벌어진 상황에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망할 귀영 놈.
분명 무당 도사의 경지가 의기라고 전해 오지 않았던가?
지금의 청랑대 이 조는 의기인 자신 이하 탄기와 현기급의 무인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수는 모두 스물둘.
의기급 무당 도사 하나와 갓 스물을 넘은 당가의 딸 정도는 순식간에 찜 쪄 먹을 수 있는 전력이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시퍼런 검강을 줄기줄기 뿜어내며 청랑대를 도륙하는 무당 도사는 거의 자신들의 주인인 대랑의 수준에 근접해 있었다.
절대지경을 걷고 있는 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고작 한 개조만으로 공격을 감행할 생각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청성산 인근에 도착한 세 개 조를 모두 동원해도 모자랄 판이었다.
이미 스물이던 조원이 반도 남지 않았다.
더욱이 함께 있던 당가의 여식은 도대체 뭐란 말인가?
폭약 달린 암기와 검인지 채찍인지도 모를 정도로 긴 연검을 휘두르더니 수하 셋을 썰어 버렸다.
‘제길…….’
하지만 물러날 수는 없었다.
다른 조를 부르기에도 이미 늦었다. 그들이 달려오기 전에 모두가 썰려 나갈 판이었고 이 조가 당했으니 이미 전력의 삼 분의 일은 날아가 버린 상황이었다.
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해서는?
악료는 빠르게 결론을 내렸다.
당세령. 그녀를 노려야 했다.
생각했던 것보다 놀라운 무위를 보이고는 있지만, 기물을 이용해 강해진 것뿐이다.
비슷한 실력을 가진 복면인들은 몰라도 자신에게는 어림도 없는 일이었다.
그녀를 사로잡아 저 무지막지한 무당 제자 놈을 저지할 수밖에 없었다.
“이충!”
“예. 조장!”
“무당 도사에게 공격을 집중해라! 나는 당가의 여식을 사로잡는다.”
파앙!
남은 복면인들을 모조리 진무에게 집중시킨 악료는 곧장 당세령을 향해 움직였다.
그런데.
파학!
무언가 숲을 헤치고 나타났다.
“아가씨!”
악료의 시선이 그를 향했다.
당가의 무사.
하필이면……!
막 숲을 뚫고 나타난 당가의 무사, 구척은 곧장 복면인 둘과 싸우고 있는 당세령을 향해 날아갔다.
“어?”
당세령이 그를 바라보는 순간.
“이런 개자식들이! 감히 아가씨를 공격해?”
노성과 함께 구척의 검에 실처럼 피어난 기운.
검사다.
다른 이도 아니고 암황 당위의 개인 호위였다. 당가에서도 최고수에 속하는 무인 중 하나가 구척인 것이다.
매우 당연한 일이지만 악료에게는 재수가 없다 못해 땅을 치며 통곡을 할 일이었다.
어째서, 또 하필이면 검사의 무인이란 말인가?
그것도 극한에 가까운 순도 높은 검사라니.
쫘자자작!
수십 가닥으로 나누어진 검사가 당세령과 싸우던 복면인을 저미듯 찢어 놓았다.
“크에엑!”
비명과 함께 쓰러지는 복면인들의 모습에 악료는 당세령을 향해 달려들던 걸음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괜찮으십니까?”
지면으로 내려선 구척은 곧바로 그녀의 안위를 물었다.
“어? 구척 아저씨가 왜?”
“죄송합니다. 대가주님의 명으로 몰래 뒤를 따르고 있었습니다.”
“아빠가? 쳇.”
당세령이 미간을 잔뜩 찌푸렸다.
“그나저나 이놈들은 누구입니까?”
“몰라. 갑자기 공격해 왔어.”
“일단 알겠습니다. 적들을 모두 처리하고 이야기하시죠.”
구척이 어중간하게 멈춰 버린 악료를 노려보며 검을 비틀어 잡았다.
‘망할…….’
상황이 점점 꼬여만 가자 악료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이건 좋지 않다.
막 나타난 자는 자신과 비슷한 경지에 있는 무인. 더욱이 기물로 무장한 당가의 여식까지 보태진다면 승률이 반도 되지 않을 것이다.
남은 수하들이 모두 무당의 도사와 싸우고 있으니 자신을 도울 수 있는 전력이 없었다.
‘일단 피할 수밖에.’
패배를 깨달은 악료는 서둘러 발을 빼려고 했다.
그런데 자신의 앞에 선 구척과 당세령이 기운을 가라앉히며 갑자기 검을 집어넣었다.
어? 왜?
그리고 찾아온 섬뜩한 기운.
악료가 재빨리 고개를 돌리는 순간.
턱!
그의 머리에 손 하나가 얹혔다.
“……!”
무당의 도사.
눈동자를 굴려 주위를 보니 이 조의 무인들 전원이 형체도 남기지 못하고 한 줌 핏물이 되어 있었다.
“너, 혼자네?”
진무의 입가에 잔인한 미소가 피어오른다.
뻐걱!
둔탁함이 그의 코뼈를 부수며 파고들었다.
뻑! 뻑뻑뻑!
악료는 어떠한 행동도 취할 수 없으리만치 강력한 충격에 칼을 떨어뜨리고 말았다.
그의 머리카락을 단단히 움켜쥔 진무의 주먹이 쉬지 않고 그의 안면에 작렬했다.
강한 충격이 그의 얼굴 뼈를 부수고 뇌까지 온통 뒤흔들어 놓았다.
그 잔혹한 모습을 바라보던 당세령과 구척이 멍한 표정을 지었다.
“무당……의 제자죠?”
“어, 그럴……걸?”
축 늘어진 악료는 이미 정신을 잃었지만, 진무는 여전히 주먹을 멈추지 않고 있었다.
기운을 담지 않은 주먹이 피로 물들고, 그 피가 튀어 옷이 흠뻑 젖을 때까지.
“혹시 몇 명이나?”
“제가 넷. 식객이 열대여섯 명 정도?”
“아…….”
당세령의 말에 구척이 주위를 둘러보며 손가락으로 세어 봤지만 온전한 시신은 기껏해야 두 구에서 세 구 정도.
그 외에는 사지육신이 분리되고 갈가리 찢어져 세는 것이 불가능했다.
“무서운 사람이군요. 당대의 무당지검은.”
구척의 말에 당세령이 고개를 끄덕이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이 물었다.
“혹시 나도 저렇게 맞았었어?”
“아니요. 아주 많이 봐준 모양인데요?”
“아…… 앞으론 조금 조심해야겠네.”
“좀 많이 그래야겠죠?”
구척과 당세령이 소름 끼치도록 잔인한 진무의 손속에 서로를 마주 보며 어색하게 웃었다.
털썩.
피떡이 되어 버린 악료가 바닥에 떨어지는 것으로 전투가 끝났다.
더 이상 이어지는 공격은 없었다.
살아남은 것이라곤 정신을 잃고 쓰러진 악료뿐이었으니까.
“오! 넷이나 잡았네?”
진무가 밝게 웃으며 다가오자 구척이 급히 포권을 했다.
“무당지검을 뵙습니다.”
“……아, 청성산을 내려올 때부터 뒤따라오신 분이군요?”
“아, 알고 계셨습니까?”
구척은 깜짝 놀란 표정이었다.
어찌?
“놀라실 것 없습니다. 거리가 가까워질 때마다 간간이 느낀 거니까.”
그리고 다음에 이어진 한마디.
“난 또 한패인 줄 알았네요. 다 처리하고 잡으러 갈 생각이었는데.”
“……!”
아니 무슨 그런 끔찍한 말을 그리 태연하게.
무심코 내뱉는 말이었지만 듣는 사람도 좀 생각을 해 줘야지.
구척은 순간적으로 심장이 쪼그라드는 것을 느꼈다.
조금 전 진무의 모습을 보고서는 자신뿐 아니라 누구라도 똑같이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진무는 그에 대해서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고 바닥에 던져 놓은 악료에게 다가갔다.
“젠장, 짜증 나서 너무 팼네. 설마 죽은 건 아니겠지?”
진무의 말에 당세령이 은유검을 거두다 말고 그 옆에 앉아 축 처진 악료의 맥을 쥐었다.
“다행히 안 죽었……습니다. 맥은 뛰어……요.”
“……?”
어설픈 당세령의 존대에 진무가 그녀를 의아하게 쳐다보았다.
“왜……요?”
“……약초를 잘못 처먹었냐?”
“…….”
“그냥 반말해라. 안 어울린다.”
“……그럴까?”
“그래.”
진무가 고개를 주억거리며 일어났다.
“그나저나 뭐 하는 새끼들인지 물어봐야 하는데 하나 살려 둔 게 이 모양이니.”
진무가 자신이 벌여 놓은 상황에 투덜거리자 구척이 급히 끼어들었다.
“그건 제게 맡겨 주십시오.”
“……?”
“오면서 신호탄을 쐈습니다.”
“아!”
그러고 보니 멀리서 소란이 밀려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