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80
180화
땅! 파파팍!
쳐내고 구르고 접은 다리를 펴며 개구리처럼 뛰어올랐다.
망할 기관 장치가 쉴 틈은커녕 호흡을 가다듬을 틈조차 주지 않았고, 벽면에서 시작되었던 비침은 이젠 천장에서까지 쏘아져 내렸다.
그 와중에.
덜컹!
“헉!”
바닥이 꺼지듯이 가라앉은 곳에는 예리하게 날을 세운 창들이 수도 없이 박혀 있다.
이런 씨발 쌍!
도대체 뭔 이딴 기관이 다 있단 말인가?
경공술이 허공을 밟고 차 오르는 경지에 이르지 않았다면 진즉에 뒈졌을 것이다.
“망할 무령 놈의 새끼!”
애초에 도사라는 새끼들이 광산이나 캐서 살아간다는 자체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도인이 산중에 터를 잡았으면 도나 닦을 일이지, 광산을 캐서 돈을 버는 것이 웬 말인가.
그렇게 돈이 차고 넘치니까 쓸 데가 없어서 이토록 위험천만하고 정교한 기관 동굴을 만드는 것이 아닌가.
진무는 쉴 새 없이 복마동을 만든 백 년 전의 공동 장문인 무령을 욕하며 열심히 달리고 또 달렸다.
후웅! 쩌엉!
그 와중에 천장이 반호를 그리며 떨어져 내린다.
그것도 복도의 크기에 딱 맞춰 빠져나갈 구멍도 없었고, 창날을 빼곡하게 꽂아 놓은 채였다.
“으아아! 이런 빌어먹을 개자식들아!”
욕설과 함께 진무의 눈동자에 푸른 신광이 어리고, 울분 가득한 두 주먹에 강기가 솟구쳐 응축되었다.
꾸웅!
거칠게 내리찍은 진각과 함께 뻗어진 주먹이 대기를 비틀고 시푸른 권강을 쏘아 낸다.
칠성권, 창룡출두(蒼龍出頭).
극의에 이르면 집채만 한 바위를 깨트린다는 용의 대가리가 떨어지는 창날의 벽을 강타했다.
쩌어엉!
* * *
갑작스레 공동산이 떠나갈 듯 뒤흔들리자 한가로이 나무에 앉아 있던 새들이 일제히 하늘 위로 날아올랐다.
“아, 아니, 이게 무슨 소립니까?”
전각 안에 있던 공동의 장로들과 제자들이 일제히 밖으로 뛰어나왔다.
물론 제 거처에서 잠을 청하고 있던 당세령과 운암이 뛰쳐나온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마치 인근에서 거대한 포탄이 터진 정도의 충격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충격파는 한 번에 불과했고, 그마저도 어느새 멈춘 터였기에 어디서 발원한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진이라도 난 것인가?”
장로들 중 가장 나이가 많은 정환이 의아해하는 순간.
쿠우웅!
또다시 지축이 뒤흔들렸다.
“대체 이건?”
도무지 영문을 알 수가 없어 답답하던 중 정환의 머리에 퍼뜩 든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장로들도 모두 같은 생각을 한 듯, 서로의 시선을 맞추며 한목소리로 외쳤다.
“광산!”
산 전체가 뒤흔들릴 충격이라면 광구가 위험했다.
“종한!”
정환이 일대제자 종한을 불렀다.
“예!”
“혹 아직 광산에 남은 자들이 있더냐?”
“아마 아직 해가 지지 않았으니…….”
“제길, 일대제자들은 듣거라!”
“예!”
정환의 다급한 음성에 일대제자들이 한목소리로 대답했다.
“지금 즉시 각 광구로 가서 인부들을 대피시키거라. 자칫 광구가 무너지면 큰 인명 피해가 발생할 것이다.”
“예!”
갑작스러운 지진에 공동의 분위기가 다급해지기 시작했다.
정환이 쉬지 않고 명령을 쏟아 내었다.
“정선은 지금 즉시 이대제자들을 데리고 각 전각에 보관 중인 귀중품을 빼내고, 정효는 의실에 있는 환자들을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켜라.”
“예!”
“나머지 장로들은 지금 즉시 충격의 근원을 찾도록 하세.”
“알겠습니다. 사형.”
정환의 말에 장로들이 미세하게 남은 진동을 쫓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것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꾸우웅!
세 번째 진동.
“대연무장입니다. 대연무장 쪽에서 소음이 들립니다.”
“가세!”
정환을 필두로 공동의 장로들이 다급히 신형을 날리고 자다 깨서 나온 당세령과 운암이 의아한 표정으로 덩달아 그 뒤를 따랐다.
“아니, 저곳이 어찌 열려 있단 말인가?”
눈으로 연무장을 빠르게 훑던 정환이 복마동으로 가는 문이 열려 있는 것을 발견하고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복마동의 열쇠는 장문인만 가지고 있지 않습니까?”
“옳네. 하면 장문인께서?”
정문의 말에 정환이 고개를 끄덕인다.
문이 부서진 것이 아니라 열렸다면 필시 장문인 정심이 복마동을 직접 열고 들어가 있는 것이다.
하지만 복마동을 찾지 않은 것이 언제던가?
하물며 정환이 기억하기로 정심은 그간 복마동에 관심을 가진 적조차 없었다.
그런데 왜 이제 와서?
“그러고 보니 아까 진무 도장을 찾으셨는데. 안 보이시는 것을 보면 두 분이 함께 들어가신 것이 아닐지요?”
진무를 광성전으로 불렀던 종오가 퍼뜩 기억이 난 듯이 고했다.
“진무 도장을?”
“예.”
“어째서?”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따로 말씀이 없으셨기에.”
종오의 말에 정환이 미간을 깊이 찡그렸다.
설마?
무당지검의 이름을 시험하기 위해 복마동을 열었단 말인가?
만들어진 이후 누구도 통과하지 못한 그 위험천만한 기관을?
“일단 내려가 보시지요.”
“그러세.”
홰를 밝힌 정환을 필두로 장로들이 복마동으로 향하는 계단을 내려갔다.
산이 뒤흔들리든 복마동인지 뭔지가 열리든 아무 관심 없었던 당세령과 운암 또한 진무의 이름이 거론되고 나서는 그 뒤를 따르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사이 또 한 번의 진동이 공동산을 울려 놓는다.
쿠우웅!
계단을 타고 내려간 그들은 이내 복마동이 시작되는 철문 앞에 도착했다.
“장문인!”
정심을 발견한 정환이 급히 다가서자 정심이 담담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왔는가.”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진무 도장이 복마동에 들어갔네.”
“예? 어찌 그가?”
“무당지검으로서의 시험을 치르겠다 하더군.”
“시험이요?”
“그래. 그가 스스로 공동의 시험 장소로 이곳을 선택하였네.”
정심과는 달리 장로들이 아연실색을 금치 못하자 불안감을 느낀 운암이 물었다.
“장로님, 복마동이 무엇이기에?”
“기관이라네.”
“기관이요?”
운암의 물음에 정환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그저 기관일 뿐이라면 어째서 장로들이 저리도 불안해한단 말인가?
“도대체…….”
의아해하는 운암을 향해 정환이 복마동에 대해 설명했다.
“그게…… 무슨…….”
이야기가 끝나는 순간, 당세령의 눈동자가 걷잡을 수 없이 떨리기 시작했다.
만들어진 이래 공동의 누구도 끝까지 도달해 본 적이 없는 강력한 기관.
물론 그것 자체가 문제는 되지 않는다.
하지만 오십 년 이상이나 관리 없이 방치되었던 곳이라지 않는가?
무슨 문제가 있을지 아무도 모르는 일이었다.
진무가 그런 곳에 들어갔다고?
“장로들은 제를 준비하게. 진무 도장이 무사히 복마동 관문을 통과하기를 기원하며 기다리세. 실무 제자들에게는 혹시 모를 일에 대비해 한동안 제자들과 인부들의 광산 출입을 금지하라 하고.”
“……알겠습니다.”
정심과 장로들의 대화에 당세령의 얼굴이 있는 대로 구겨졌다.
기다려?
이 무슨 개 같은 소리란 말인가?
아무리 시험이라고 해도 이건 문제가 있다.
기관이 어떻게 생겼는지도 모른다고 했다. 하물며 도해도 없다.
들어간 사람이 안에 들어가서 죽을지 살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사안일이나 기원하며 기다린다고?
당가에서도 독혈각 무인들의 훈련 때 기관을 사용한다.
그 안에서 열에 여덟은 죽는다.
기관의 목적은 들어온 자의 능력을 극한까지 시험하는 것이다.
진무가 강하다는 것은 인정하고 있었지만, 아차 하는 순간에 생명이 오고 가는 곳이 그곳이었다.
“장문인!”
참지 못한 당세령이 높아진 목소리로 나섰다.
“그리 위험한 곳이면 말렸어야 하는 것이 아닙니까.”
“……?”
“어찌 공동을 구한 은인을 뻔한 사지로 내모셨단 말입니까?”
그녀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지고 눈빛이 매서워졌다.
“다, 당 소저. 말씀이 지나치십니다.”
운암이 다급히 나섰다.
지금 그녀의 행동은 무척이나 예의에 어긋나는 것이며 월권에 해당하는 내용이었다.
또한, 고작 당가의 여식이 공동파의 장문인에게 이래라저래라 해서는 안 되는 문제였다.
이를 너무나도 잘 알고 있는 운암이 최선을 다해 당세령을 말렸지만, 그런 그의 만류에도 그녀는 요지부동이었다.
“다시 열어 주십시오. 저도 들어가야겠습니다.”
그녀의 말에 정심의 얼굴에 싸늘함이 감돌았다.
늘 호탕하게 짓고 있던 웃음으로 인해 사람 좋아 보이던 그의 얼굴에, 일파의 수장으로서의 위엄이 서린다.
“당 소저, 그만하십시오.”
“닥쳐!”
당세령이 거듭 막아서는 운암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
“당 소저!”
운암과 당세령의 눈빛이 허공에서 팽팽히 맞선다.
“뭐? 기다리자고? 무사안일을 기원하며 주문이나 외자고?”
운암은 그 말에 대답할 수 없었다.
“진무가 살아 돌아올 것이라고 기원하면서 기다리자고?”
당세령의 날 선 비웃음에 장로들의 굳은 얼굴에도 싸늘함이 감돈다.
“난 못 기다려. 열 거야. 그가 위험에 처해 있든 아니든! 이딴 기관, 열고 들어가서 내 눈으로 직접 그를 확인해야겠어.”
당세령이 이빨을 으드득 소리가 나게 갈아 내는데.
“당가의 여식은 언사와 행동에 주의를 다하라!”
돌아가는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정심의 목소리가 복마동 앞을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내 당가의 이름을 높이 사고 있으나 더 이상의 무례는 용서치 않겠다.”
“이것이 어찌 무례란 말입니까?”
정심의 눈빛에도 당세령이 지지 않고 매서운 눈빛을 했다.
“이것은 도문의 시험이다. 그가 선택한 이상 나는 그의 뜻을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장문인!”
“더는 용서치 않겠다 했을 터!”
쿠르릉!
정심의 눈빛에 시퍼렇게 안광이 서린다.
일파의 수장이 가진 위엄이 사방을 짓눌러 놓았다.
“감히 당가의 여식 따위가 도문의 오랜 전통에 대해 왈가왈부하다니!”
정심은 진심으로 분노하고 있었다.
몸에서 피어오른 은은한 노기와 매서운 눈빛이 당세령을 무겁게 짓눌렀다.
“…….”
당세령이 진무를 걱정하는 마음이야 이해하지만, 정심의 말은 옳았다.
장차 도문을 이끌어 갈 제자에 대한 시험은 오대도문이 오랫동안 지켜 온 전통이었다.
진무가 스스로 선택한 시험이고, 장문인이 허락한 시험이었다.
누구도 그 결정에 관여할 수 없었다.
당세령이 시험이 치러지는 복마동에 관여하려 하는 것은, 진무는 물론 공동을 욕보이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정환 장로는 당가의 여식을 당장 거처로 돌려보내라.”
“예. 장문인.”
추상같은 정심의 명령에 급히 대답한 정환이 당세령의 팔을 잡아채었다.
끓어오른 화를 감추지 못한 당세령이 씩씩거리다가 자신을 구속한 장로들의 팔을 뿌리치고 매몰차게 몸을 돌려 복마동을 빠져나갔다.
한참이나 침묵이 흐르는 사이.
쿠우우웅!
또다시 지하에서 진동이 느껴져 왔다.
“저어, 장문인…….”
운암이 눈치를 살피며 정심을 불렀다.
“말하게.”
“당 소저의 말이 과하기는 했으나 너무 노여워는 마십시오.”
“…….”
운암의 말에 정심이 굳은 얼굴로 노기를 누그러뜨리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해하네. 과연 당위, 그분의 여식이라 할 만하더군.”
“…….”
“그 모두가 진무 도장의 안위에 대한 걱정에서 비롯된 것임을 어찌 모르겠는가? 나 역시 몇 번이나 만류했으나, 그가 스스로 선택한 시험이라네.”
“…….”
“지금은 그저 기다릴 수밖에 없는 일이지.”
“예.”
정심이 그러하듯 운암이 무거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정휴.”
“예.”
“혹 모를 일이니 지금 즉시 제갈세가에 연락을 보내 기관진식에 밝은 이를 청하고, 일대제자들로 하여금 이곳을 지키고 있도록 하라. 진무 도장이 언제 저 문을 열고 나올지 모르니.”
“알겠습니다. 장문인.”
명을 내린 정심이 무거운 어조로 광성전으로 돌아가고.
“무량수불. 진무 도장께선 어찌하여 항상 위험에 뛰어드시는지…….”
나지막한 도호와 함께 자리를 떠나지 못하고 선 운암의 중얼거림이 울려 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