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84
184화
실로 뿌듯하다.
양의심공의 후반부 세 조각째를 얻은 것도 좋은데 덤으로…….
진무가 허리춤에 매달려 달랑거리는 일휘검을 바라보았다.
윤이 자르르 흐르는 검은 옻칠하며 금박 장식까지 어찌 이리도 고운가?
어두운 빛깔임에도 볕을 받아 반짝이는 너의 광택에 절로 눈이 시려 오는구나.
더욱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계집아이 종종대는 발걸음에 흔들리는 노리개인 양 찰랑거리는 모습이 어찌 이리도 귀엽단 말이냐.
시선을 뗄 수가 없는 것이, 참으로 흐뭇하다.
그래, 번듯한 무기 하나 얻을 때도 되었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무당지‘검’인데.
쓰지 않아도 상관없다.
공동 놈들의 허세인지는 몰라도 검으로 산을 통째로 날리셨다는 청무 조사님과 동급……까지는 아니고 약간, 아니 꽤 아래 정도겠지만, 어쨌든 그런 놈이 쓰던 무기다.
남이 쓰던 무기를 가지고 다니는 것이 좀 흠이지만, 원래 이름난 무인에게는 이름난 무기가 있는 법이 아니던가?
손으로 검의 손잡이를 슬쩍 움켜쥐자 이제는 자신의 주인에게 충성을 맹세한 듯 고요히 제 기운을 내맡기니 가슴까지 찌르르했다.
기분이 참 좋은 녀석이다.
진무가 슬쩍 공동의 도관을 바라본다.
일휘소탕혈염산하.
어디 시험 삼아 공동을 피로 물들여 볼까 하는 충동이 들게 한다.
이 녀석, 기물이 아니라 요물이로구나.
도사에게 살심(殺心)이 일도록 충동질하다니.
그래도 그쯤은 되어야지.
앞으로 잘해 보자꾸나.
진무가 흐뭇하게 웃고 있는 가운데 당태진이 다가왔다.
“진무 도장.”
“아, 독혈각주님. 지금 출발하십니까?”
“예.”
“괜히 저 때문에 먼 길 오신 것은 아닌지.”
“당치도 않습니다. 우리 당가는 귀공을 은인이라 여기는 바, 불원천리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것입니다. 마음 쓰지 마십시오.”
그리 생각해 주니 참 고맙다.
당가, 의리 있는 독한 녀석들.
진무가 흐뭇해하며 슬쩍 고개를 돌리는데 당세령이 포승줄에 묶여 패악을 부려 대는 모습이 보인다.
“놔! 놓으라고! 이 새끼들아! 내가 죄인이냐? 죄인이야?”
당세령이 팔을 하나씩 잡고 있는 독혈각의 무인들을 향해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지만, 꼼짝도 하지 않는다.
아, 불쌍해야 하는데 왜 고소하다는 느낌이 드는 걸까?
미운 정도 정이라고 참 많이도 쌓여 있을 터인데.
하지만 절대로 약해져서는 안 된다. 저만한 쥐잡이를 또 어디서 구하나 싶어 아까운 마음도 있었지만 어쩌겠는가? 갈 사람은 가야지.
당세령은 집을 떠나왔다.
정확히 말하면 가주의 허락도 없이 가문의 귀보를 바리바리 훔쳐서 가출한 상태다.
당태진의 말을 보니 당위의 출타 중에 도망친 그녀를 찾아다니느라 독혈각의 무인들이 곤륜에도 갔었다고 했다.
하여간 망나니 하나 때문에 온 가문이 고생이다.
“동생 때문에 고초가 많으셨지요?”
“아닙니다. 고초라니요.”
“원치 않으신다면 데려가지 않겠습니다. 아버님께서도 그러라 하셨구요.”
“…….”
당태진의 말에 진무가 당세령 쪽으로 눈길을 준다.
둘의 시선이 허공에서 마주쳤다.
구해 줘, 제발. 함께 다니겠다고 말해.
그렇게 외치고 있는 것 같은, 처절하기까지 한 저 눈빛.
불쌍한 녀석, 그동안 쏠쏠하게 도움이 되었다마는…….
“안타깝긴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당가의 뜻인 것을요. 데려가십시오.”
제발, 제발 데려가라. 부탁이다.
진무가 최대한 예의를 갖추어 말하자 당태진이 고개를 끄덕이고.
“고개를 끄덕여? 이 자식아! 내가 너한테 그동안 어떻게 했는데!”
얼굴이 시뻘게진 당세령의 욕설이 벼락같이 터져 나온다.
쯧쯧, 지치지도 않냐.
그리고 도움이 된 거랑은 별개지.
니가 날 좀 귀찮게 했냐. 너도 양심이라는 게 있으면 갈 때 됐다, 이제.
“이 녀석! 무당지검께 그 무슨 돼먹지 못한 언사더냐!”
“작은 오라버니! 그게 아니라!”
“시끄럽다. 내가 너 때문에 속이 다 문드러질 지경이다. 네 녀석이 독을 뿌리고 도망가는 바람에 몇이나 앓아누웠는지 아느냐! 약방이며 만독전의 의원들이 며칠을 고생한 줄 알아? 네 녀석을 제대로 지키지 못해 아버님의 노기를 받은 녹둔대 무인 전원이 좌천되었다. 이 사달을 내 놓고도 아직까지 정신을 못 차려? 거기다 아버님의 귀물인 암황비포까지 훔쳐서 나와? 너는 이번에 돌아가면 다시는 밖으로 못 나올 줄 알아라!”
“오라버니!”
“뭣들 하느냐! 이 녀석의 입에 당장 재갈을 물려라!”
“오……읍, 읍읍읍!”
당태진의 명령에 독혈각의 무인들이 많이 해 본 것처럼 당세령의 입에 재갈을 물린다.
무서운 녀석. 제 동생이라고 해도 가차 없는 게, 과연 당가에서 각주 자리 하나 꿰차고 있는 놈답구나.
잘한다. 속이 시원-하다, 아주.
“읍! 읍읍!”
광기 어린 눈을 부릅뜨며 발광을 해 대는 그녀였지만, 독혈각이 달리 독혈각이던가?
그들은 그 이름도 당당한 사천당가의 최정예다.
그녀가 아무리 발악을 해 봐야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럼 진무 도장. 우리는 이만 가 보겠소.”
“예, 독혈각주님.”
독하지만 예의를 차릴 줄 아는 의젓한 녀석.
나를 걱정해 이리 찾아온 것도 고마운데 짐 덩어리까지 데려가 준다 하니 어찌 기쁘지 않을손가.
“다시 말씀드리지만, 아버님께오선 언제나 그대의 편에 설 것이라 하셨습니다. 또한, 그대로 인해 당가는 무당을 남으로 여기지 않을 것이오.”
“그리 말해 주니 감사합니다.”
“그럼 이만.”
인사를 마친 당태진이 공동의 장문인과 장로들에게 인사를 하기 위해 몸을 돌린 사이, 진무가 당세령을 향해 다가갔다.
세령아, 이 녀석…….
진무가 아련한 눈빛으로 당세령의 손목을 잡는다.
옷 속에 가려진 그녀의 팔에 남아 있는 흉측한 상처.
대랑과의 싸움에서 생긴.
이 상처 때문에 미안해서 그동안 참기도 많이 참았다.
하지만 함부로 과한 동정심을 품어서는 안 되는 법.
모름지기 사람은 맺고 끊음을 알아야 하는 것이다.
너와 나의 인연은 여기까지.
상처를 바라보는 것인 줄도 모르고 자신을 구해 주려는 것일지도 모른다 생각하며 당세령이 진무를 마주 아련히 바라본다.
진무는 흐뭇하게 웃으며.
“그래, 네 마음 다 안다. 헤어지기 싫은 거겠지. 하지만 나를 따라다니면 위험한 일이 너무 많아.”
“……!”
진무의 애틋한 말투에 잠시 눈가를 촉촉이 적시던 당세령이 별안간 눈을 살벌하게 치뜨고 진무를 노려봤다.
그녀의 맥문을 타고 밀려 들어온 거친 열기 때문이었다.
“자업자득이라 생각하고 조금만 참아라, 알겠지?”
손목을 쥔 손에 힘을 더하며 진무가 씨익 웃었다.
흐흐흐, 추향고 이 녀석, 어디에 있느냐! 내 아주 그냥 모조리 불태워 주리라!
“읍! 읍읍읍!”
놀란 당세령이 발광해 댔지만, 독혈각 무인들 눈에는 헤어짐을 아쉬워하는 모습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치이이…….
오직 당세령과 진무만 아는 소리. 추향고가 열기에 타서 녹아내리는 소리. 아무도 모르는 그 소리. 즐거운 소리. 신나는 소리.
“세령과 인사를 나누고 계셨군요.”
“예.”
공동의 수뇌들과 인사를 마친 당태진이 돌아왔을 때 이미 모든 것은 끝나 있었다.
깔끔하게 손을 놓고 물러난 진무를 향해 당태진은 다시 한번 인사를 하고 공동산을 내려갔다.
무림에 잘 알려진 독혈각답게 그저 물러나는 뒷모습일 뿐인데도 기세가 사뭇 대단하다 할 만했다.
“읍! 읍읍읍!”
묶이다 못해 팔다리마저 꼼짝할 수 없게 포승줄을 둘둘 감은 당세령은 당태진의 어깨에 얹혀 돌아가고 있었다. 원독에 찬 눈으로 진무를 죽일 듯 째려보며.
눈빛으로 욕하든 말든…….
니네 오빠 내가 부른 거 아니다. 니가 불렀어.
이런 걸 어려운 말로 자승자박(自繩自縛)이라고 하지, 아마?
잘 가라.
다시는 보지 말자. 안녕!
진무가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 엄청 열심히 손을 흔들어 당가 일행을 배웅했다.
“진무 도장?”
멀어지는 뒷모습에 운암이 슬쩍 다가와 묻는다.
“……왜?”
“저리 보내도 괜찮을까요?”
“…….”
“당 소저는 진심으로 진무 도장과 혼약을 하고 싶어 하던데…….”
그건 어디까지나 저 정신 나간 허언증 환자의 주장이란다, 부하 삼 호야.
맹세컨대 진무는 단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자, 우리도 그만 떠날 준비를 하지.”
“예.”
진무의 말에 운암이 고개를 끄덕인다.
표주를 나온 부하 삼 호는 잘 챙겨 줘야 한다.
이것저것 많은 걸 가르치며 세뇌를 잘해 둬야 나중에 쉽게 써먹을 수 있을 것 아닌가.
흐뭇한 눈으로 운암을 바라보던 진무가 공동의 장문인 정심을 향해 몸을 돌렸다.
“장문인,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으핫핫핫! 그 무슨 소린가? 도움은 우리 공동이 받았지.”
오늘따라 저 망할 웃음소리도 마음에 든다.
세 번째 조각과 명검 일휘를 얻게 된 것은 모두 네 덕분이다.
기특한 부자 도문의 대장 녀석.
내 절대로 잊지 않으마.
나중에 공동의 재산을 빼앗으러 올 때 사 광구 절반쯤은 남겨 주겠노라.
“이제 떠나는 것인가?”
“예. 공동에서 많은 공부를 하였으니 가야겠지요.”
“알겠네. 부디 앞으로의 여정이 평안하길 빌겠네. 급급여울령.”
법주를 외는 소리가 어찌나 정겨운지.
“장문인!”
진무와 운암이 인사를 나누고 돌아서려는데, 정한 장로가 손에 작은 주머니 하나를 들고 급히 뛰어왔다.
“아, 이런. 내 정신 좀 보게. 깜박할 뻔하였구먼.”
정한이 들고 온 주머니를 받아 든 정심이 이마를 치며 웃는다.
“이보게. 진무 도장.”
“예?”
“내 자네의 무욕함을 익히 보아 알고는 있으나,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싶어 준비해 보았다네.”
뭘?
“받게.”
“…….”
정심이 내민 작은 주머니를 받아 든 진무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조금 가볍다.
의문이 가득한 표정으로 주머니의 입구를 연 진무의 얼굴이 순간적으로 굳었다.
“……!”
번쩍, 번쩍.
휘황찬란한 빛의 향연에 숨이 턱 막혀 온다.
“이, 이건?”
진무가 눈을 찢어질 듯이 부릅뜨고 정심과 주머니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장문인…….”
진무가 놀라서 주머니 입구를 닫아 움켜쥐자, 정심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이 사람, 싫어도 받아 주게. 내 실력이 모자라 자네에게 가르침을 줄 수도 없고 해서 궁여지책으로 마련한 것이라네.”
“장문인…….”
“어허, 거절치 말래도. 공동에서 줄 수 있는 게 그것뿐이네.”
“장문인…….”
“어허! 이 사람, 나를 무안하게 할 참인가? 거절치 말라지 않는가?”
정심이 화까지 내며 채근한다.
무슨 거절이야, 거절은.
고마워서 그러지, 내가. 백골이 난망해서 그러는 거야.
주머니 안에는 엄청난 광석들이 들어 있었다.
금? 얻다 비교한단 말인가? 그딴 건 주머니에 든 것에 비하면 개똥 취급도 못 받을 정도다.
주머니 안에 든 것은 손가락 한 마디만 한 야명주(夜明珠)들이었다.
“사실 공동에서도 그리 많이 나는 것은 아니네만, 간간이 채굴되는 물건일세. 부디 받아 주게.”
“장문인…….”
진무의 얼굴이 점차 일그러진다.
너무 좋아서.
어떻게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라서, 너무 좋아하면 안 될 것 같아서, 웃음이 나오는 것을 억지로 참고 있어서.
“무욕한 자네에게는 큰 결례인 줄은 아네만……. 너무 싫은 표정은 짓지 말게. 자고로 큰일을 하자면…… 금욕만으로는…… 해서…….”
정심이 길고 긴 일장연설을 시작했다.
도사로서 이래야 한다. 자네는 도문의 미래다. 다시 한번 도문이 정무맹의 정상에 서야 한다.
뭐 이딴 뜻을 가진 이야기였지만 하나도 들리지 않는다.
야명주다.
야명주야.
야명주라니까?
이미 머릿속이 야명주로 가득 차 있는데 뭔 소리가 들리겠는가?
조각도 주고, 일휘도 주고, 이제는 야명주까지.
공동파, 너희들은 정말 아낌없이 주는 나무로구나. 베풂으로써 도인 정신을 발휘하는 녀석들이었어. 칭찬한다. 아주 칭찬해.
웃음을 참으며 일그러진 얼굴로 눈가에 눈물을 그렁그렁하게 담는다.
“응? 자네 우나?”
안 울게 생겼니, 이렇게 기쁜데.
“내 말이 그리 감동적이었던가?”
아니, 뭐라고 하는지 못 들었어.
“허허, 다행일세. 내 자네에게 한 가닥 가르침을 내릴 수 있었으니.”
응, 고마워. 잘 쓸게.
진무는 소매로 눈물을 훔치며 품에 주머니를 받아 넣었다.
혹여나 잊어버리지 않게.
누가 절대로 볼 수 없게.
“허허, 과연 진무 도장은 나를 감탄하게 만드는구먼. 먼저 거절하는 예를 알고, 받았을 때는 소중히 다루어 선물한 이의 마음도 헤아릴 줄도 아니 말일세.”
정심이 흐뭇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오해해. 장문인 너 하고 싶은 거 다 해.
“자, 그럼 그만 가 보게.”
“예. 장문인.”
진무가 다시 한번 정심에게 예의를 다해 허리를 숙였다.
아마 무당의 장문인인 명현에게도 이 정도의 예를 다해 본 적은 없으리라.
당연한 일이다. 원래 돈 있는 놈이 갑이니까.
안 그래도 적생이 돈이 필요하다 해서 전장에 맡겨 둔 돈을 털어야 하던 참이었는데.
이렇게 많은 돈, 아니 비싼 야명주를 선뜻 내어 주다니.
궁하니 통한다는 말이 이런 뜻이구나 싶다.
떠나는 길 내내 진무는 몇 번이고 뒤를 돌아보며 배웅을 하는 정심과 공동의 제자들을 향해 손을 흔들어 주었다.
“과연 진무 도장이십니다. 스승님께서 어찌 무당의 어려움에 그리도 안타까워하셨는지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진무를 뒤따라 산문을 떠나던 운암이 연신 감탄했다.
“내 곤륜에서 민초를 생각하시는 마음에 너무도 감동을 받았는데 지금의 진무 도장은 정말, 뭐라 표현을 해야 할지 모르겠군요.”
눈빛 좋고.
“천웅방을 돕는 듯했을 때는 잠시 의아하였으나 그 또한 뜻이 있으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암, 마땅히 그리 생각해야지.
“공동의 제자들을 구하며 보여 주신 희생정신, 그리고 명검 일휘를 가차 없이 거절하시던 그 무욕함.”
그, 그렇지?
운암의 감탄에 속으로 조금 찔리기는 했으나, 진무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따라오기를 잘하였습니다. 진무 도장께서는 대단한 무인임과 동시에 도인의 표상 같은 분입니다. 앞으로도 많은 가르침을 부탁드립니다.”
그래, 잘 가르쳐 주마.
앞으로도 이렇게 충성을 다하거라. 의심하지 말고.
“이제 어디로 가십니까?”
“섬서성, 화산.”
“화산, 또다시 꽤 먼 길이군요. 이제 말도 없는데 바로 뛸까요?”
한없이 흐뭇해하며 걷는 진무를 향해 운암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묻는다.
뛰긴, 우리 충성스러운 부하 삼 호를 뛰게 할 수는 없지 않겠느냐?
공동 제자들을 구하는 연기를 하는 동안 그 비싼 한혈마도 천웅방에 놓고 온 마당에.
걱정 말거라.
자고로 지체 높은 사람은 삼 보(三步) 이상은 무조건 탑승이라 했다. 교자든 말이든.
저기 봐라.
벌써 우리를 태워 갈 마차가 대기 중이지 않더냐?
“진무 도장.”
산문을 빠져나온 진무와 운암을 기다리던 사내, 유장이 다가왔다.
“오르시지요.”
유장이 마차로 둘을 안내하자 운암이 진무의 귓가에 속삭여 물었다.
“이분은?”
“아는 사람.”
“아.”
진무의 대답에 운암이 한 점 의심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믿기로 한 것이다. 진무라는 도사를.
“자, 그럼 출발할까?”
“예!”
유장의 대답과 함께 마부가 거칠게 채찍을 때렸다.
두두두두.
네 필의 말이 합을 맞춰 힘차게 달리며 먼지 바람을 만들어 낸다.
이제 마지막 여정이다.
화산파.
기다려라, 마지막 조각이여. 내 지금 만나러 갈 것이다.
아, 잠시 서안에 들러 돈 좀 찾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