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89
189화
“복리?”
“예.”
복리.
더한다는 복(復) 자와 이자를 뜻하는 이(利), 그러니까 즉 이자를 더한다는 말이렷다.
“저희 동림전장에는 고객님들의 돈을 불려 드리기 위해 다양한 예치 상품을 마련해 두고 있습니다.”
“…….”
“고객님은 참으로 운이 좋으십니다. 어찌나 시기적절하게 찾아오셨는지. 때마침! 다섯 분 한정으로 기획된 복리 상품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고객님께서 딱 마지막이 아니겠습니까?”
한정? 다섯 명?
호오, 이거 어째 솔깃한데.
“고객님, 이번 상품은 꼭 잡으셔야 합니다. 그동한 저희 전장이 판매해 온 상품과는 완벽하게 궤를 달리하지요. 다른 곳에는 없는 파격적인 조건입니다. 어떻게 상품 소개를 좀 올려도 될지요?”
황각수가 그리 말하고 진무의 눈치를 살핀다.
서당 개도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다고 하지 않는가.
그가 전장에서 구른 짬만 어림잡아도 이십 년이다.
산판(算板: 주판) 소리만 들어도 대충 얼마인지 감이 오고, 고객의 표정만 봐도 뭘 원하는지 딱딱 각이 잡힌다.
상품에 대해 운을 띄움과 동시에 제 눈 앞에 있는 어린 재신의 눈빛에 떠오른 것은 탐욕이 확실하다.
자, 말해라. 어디 들어나 보겠다고 해, 어서.
“조, 좀 들어 볼까?”
옳지. 진무의 말에 황각수가 속으로 음흉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래, 너 같은 세상 경험 일천한 어린놈이야말로 내 밥이니라.
“역시! 탁월한 선택이십니다. 이번 복리 상품은 월 이율이 자그마치 일 푼입니다.”
“…….”
진무의 눈에 실망감이 감돈다.
고작 일 푼?
백 냥 넣어 두면 한 달에 고작 한 냥 준다는 말 아닌가.
좋은 상품이라더니 생각보다 짜잖아.
“실망하셨지요?”
“뭐, 조금.”
“당연합니다. 하지만 잘 모르셔서 그렇습니다. 일 푼이라고만 하면 무척이나 적은 금액이지요. 기준 이율보다도 낮습니다. 하지만 이게 복리다 보니 첫 달에는 원금에 이자가 붙지만 둘째 달부터는 전달에 붙은 이자가 합쳐진 금액이 원금이 됩니다. 거기서 일 푼의 이자가 다시 붙는 것이지요.”
응? 뭐?
이자 붙은 돈이 원금이 된다고?
“이해가 가십니까?”
진무가 황각수의 말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이며 머릿속으로 열심히 계산을 돌렸다.
화, 황금이 열 관이면 이자가 첫 달에……, 둘째 달엔…….
하지만…… 잘될 리가 있나.
원래 계산 능력이 떨어져서 수하가 몇이 죽고 살았는지도 잘 헤아리지 못했는데.
모을 줄은 알아도 불릴 줄 모르는 남자, 그게 진무다.
“적은 돈일 때는 몰라도 고객님처럼 황금 열 관이면…… 매달 금이 열 냥 이상씩 이자로 느는 겁니다.”
“여, 열 냥!”
“그뿐입니까? 몇 년 묵혀 두신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금이 계속 금을 낳으니…… 자세한 설명은 고객님의 상상에 맡겨 두겠습니다.”
꿀꺽.
마른침이 연신 넘어간다.
이런 좋은 상품이 있다니.
마음 같아서는 품속에 있는 야명주도 맡아 달라 하고 싶었다.
“흑구좌를 가진 고객님께는 제가 특별히 우대를 해 드려서 월 이 푼! 복리를 쳐 드리겠습니다.”
“이, 이 푼이나!”
진무는 손이 벌벌 떨려 올 것만 같았다.
와중에 이자를 배로 쳐 준단다.
흑구좌 우대 사항으로…….
“단, 조건이 있습니다.”
조건? 그게 뭐냐? 어서 말해 다오, 어서!
진무가 몸이 단 듯이 채근하자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되어 간다는 듯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은 황각수가 쐐기를 박아 넣는다.
“거치식입니다.”
응? 뭐? 거치? 둔다고?
“최소 십 년.”
십 년?
미친 듯이 뛰어 대던 진무의 심장 박동이 대번에 현저하게 느려졌다.
그가 실망감을 역력히 드러내자 황각수가 재빨리 덧붙였다.
“복리 이자가…….”
두근, 두근, 두근.
“십 년 거치로…….”
“…….”
“단리로만 쳐도 한 달에 스무 냥인데, 복리로 쳐서 십 년이면…… 이건 뭐.”
두근, 두근, 두근.
“말이 십 년이지 그깟 세월…….”
“…….”
진무의 얼굴에 희망과 실망이 연속적으로 떠오른다.
엄청난 부의 증식이긴 하지만…….
천웅방에는 당장 돈이 필요하다.
십 년은커녕 한 달도 아쉬운 판국인 것이다.
아깝지만……. 진짜로 피눈물이 쏟아질 것 같지만…….
“하아…….”
진무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고객님?”
“정말…… 좋은 조건인데.”
“맞습니다. 절대로 놓치시면 안 되지요.”
“미안하네. 당장에 돈이 필요해서 말이야. 일단은 전부 출금해 주게.”
“…….”
쌍, 이런 미친놈을 봤나!
그만큼 알아듣게 설명을 해 줬건만.
황각수는 이제 진짜로 다급해졌다.
거의 다 설득했는데!
아니, 대관절 뭔 짓을 하길래 황금 열 관이 한꺼번에 필요하단 말이냐! 어디 사막에 성이라도 짓는 거냐?
하지만 마냥 분통을 터트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어떻게든 저 재신 새끼의 마음을 돌려야 했다.
“정히 급하시면 일 년 치 이자금을 먼저 내어 드릴 수도 있습니다. 십 년 거치하신다는 수결서만 작성하시면 당장에 이자를 먼저…….”
“…….”
진무가 의아한 표정으로 황각수를 바라본다.
“그, 그럼 삼 푼?”
“…….”
이 새끼 봐라? 금세 이자율이 늘었네?
말은 상품 설명이긴 한데, 어째 좀 껄쩍지근하다.
어째서 이렇게까지 찰거머리처럼 달라붙지?
잠깐만 생각해 보면 누가 봐도 전장이 손해가 되는 상품인데…….
그리고 자세히 보니 이놈, 상판대기 생겨 먹은 게 어째 청양 뭐시기 하는 상단의 주인과 비슷하다.
그리고 미약하게 느껴져 오는 기운. 무공을 익히고 있네?
그것도 얼추 탄기에 근접할 정도……라고?
“고객님?”
“야.”
“……예?”
갑자기 진무의 표정이 차갑게 식어 버리자 황각수가 당황한 표정을 짓는다.
“그럼 너한테 얼마 떨어지냐?”
“예? 그게 무슨?”
“내가 그 상품에 가입하면 너한테 얼마 정도 떨어지냐고.”
“얼마 떨어지다니요. 허헛, 고객님께서 뭔가 오해를 하시나 본데, 이것은 지극히 고객님을 위한.”
“…….”
진무의 얼굴이 싸늘하게 변한다.
고객님을 위해? 얻는 것도 없이?
거짓말이다.
어떤 장사꾼이 한 푼의 이문도 남기지 않고 무료 봉사를 한단 말인가?
이유 없는 과도한 친절에는 언제나 노림수가 깔려 있는 법이다.
황각수는 지금 진무에게 그런 호의를 베풀고 있는 것이다.
비록 계산 능력이 조금 떨어지고 돈을 불릴 줄은 몰라도 평생을 생과 사의 경계에서 비열하게 살아왔던 진무는 한 가지만큼은 누구보다 뛰어나다 자부했다.
진무가 황각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지극히 호의적이지만 약간씩 떨리는 눈빛.
작위적인 미소.
겹쳐 비비고 있는 손에 송골송골 맺힌 땀.
이 새끼…… 지금 자신을 상대로 사기를 치고 있다.
“그냥 돈 가져와. 황금 열 관. 전부.”
“고객님? 제 설명을…….”
“필요 없고. 가져와. 지금 당장.”
“…….”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미소에 균열이 생긴다.
꼽추처럼 허리를 휘어 숙이고 연신 헤실거리던 황각수가 갑자기 표정을 바꾸더니,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진무를 짜증스러운 눈빛으로 쳐다본다.
“하아, 그만큼 알아듣게 설명을 했구만.”
“…….”
“어린놈 비위 좀 맞춰서 잘 해결해 보려 했더니…….”
돌변한 황각수의 모습에 진무가 피식 웃었다.
살기를 품어?
역시 생각이 맞았다.
복리? 거치? 흑구좌 우대?
개소리하고 있네.
노리는 게 뭔진 모르겠지만 너는 오늘 사람 잘못 봤다.
그딴 사기에 속을 거였으면 사패천 비고를 온갖 재화로 가득 채워 놓지도 못했어, 내가.
세상에서 그 무엇보다 남의 것을 공짜로 얻는 걸 좋아하는 이 몸 앞에서 감히.
“이봐, 어린 친구.”
황각수가 양손을 탁자에 올리고 이전과는 다른 도발적인 눈빛으로 진무를 향해 고개를 들이밀었다.
“거, 좋게 말했을 때 맡겨 놓으면 좋잖아?”
황각수는 모르고 있었다.
자신이 지옥의 문턱을 넘고 있다는 사실을.
오늘의 재신(財神)이 재신(災神)이 되었음을.
“어른이 말하면 알아들어야지. 어린 것들은 꼭 이렇게 매를 번다니까? 혈기를 주체하지 못하고 말이야.”
황각수는 진무를 설득하는 것이 얼마나 비효율적인지 깨달았다.
설득이 통하지 않으니 남은 것은 한 가지 방법뿐이다.
살인멸구.
사실 그편이 제일 빠른 방법이기도 했다.
개방이 동림전장을 살피고 있었고, 일시적으로 관에 잡혀갔다곤 해도 정무맹의 인물들이 조사단까지 편성해 이곳을 조사할 기회를 노리고 있는 터라 조용히 해결하고 넘어가려 했던 것뿐이었다.
어느샌가 팔짱을 끼고 황각수의 행동을 가만히 바라보고 있던 진무가 실실 웃으며 입을 열었다.
“야.”
“…….”
“내가 지금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너 지금 위협하냐? 나를?”
“눈치는 좀 있나 보네.”
황각수가 웃는다.
아, 위협이었네. 맞네.
그리고 눈치?
나 참, 이렇게 대놓고 위협하는데 눈치 따위 없어도 알겠다.
단지, 신기할 따름이었다.
당랑거철(螳螂拒轍)이라는 말이 있다.
장자(莊子)에도 나오고 회남자(淮南子)에도 나오는 유명한 말이다.
제 분수를 모르고 수레에 대적하는 사마귀.
황각수의 모습이 딱 그 짝이었다.
“하, 나 이런 사마귀 같은 새끼를 봤나.”
눈치 운운해서 하는 말인데, 너는 그렇게 눈치가 없어서 세상 어떻게 살려고 그러냐.
진무가 어이가 없어 웃는데 황각수는 그저 어린놈이 허세를 부리는 것이라 착각을 했다.
비록 이제는 총관이 되어서 무공을 쓸 일이 없었지만 황각수는 본래 동림전장의 호위 총괄을 맡고 있었을 만큼 뛰어난 무인이었다.
이룬 경지도 현기와 탄기 사이쯤으로 제법 높은지라 낮에 찾아왔던 정무맹의 무인들과도 한판 붙어 볼 용의가 있었다.
어린것들 따위야.
그런데 신분도 명확하지 않은 어린 재신 따위가 찾아와서는…….
“황각수라고 했나?”
“…….”
“하나만 묻자.”
죽은 사람 소원도 들어준다는데 아직 살아 있는 꼬맹이의 질문 정도야.
황각수가 거만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말해 봐.”
“너 처음부터 내 돈 홀랑 털어먹을 생각이었냐?”
“알아도 이제는 늦었구나.”
황각수가 슬며시 품에 손을 가져가 작은 단도 하나를 꺼낸다.
아, 그런 거구나.
잡설이 엄청 길다고 했더니.
진무의 눈동자에 짙은 살기가 떠오른다.
어떤 놈이든 자신에게 해를 끼친 놈을 봐줘 본 적이 없다.
전생에 무당을 공격했던 이유조차 지극히 단순하지 않았는가.
욕해서.
그것 하나로 진무는 무당 팔궁 중 셋을 불태우고 해검지를 피로 채웠으며, 당시의 장문인 이하 장로들의 모가지를 죄 뽑았다.
그런데 이 망할 놈이 내 돈을 털어먹는단다.
아무런 노력도 없이.
감히 내 돈을.
고작 욕 좀 했다고 무당을 짓밟은 내 돈을…….
요새 안 어울리게 한껏 착해져 있었던 진무의 마음속에서 서서히 불길이 피어오르고, 마음 깊숙이 숨겨 놓았던 잔인한 살심이 그 불길을 타고 전신으로 번지기 시작했다.
진무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슬쩍 몸을 일으킨다.
얼굴이 가까워졌지만 황각수는 비웃기만 할 뿐 움직이지 않았다.
“너, 지금 설득이 안 되면 나를 죽일 생각이었지?”
잔혹함을 머금은 진무의 미소에 황각수가 비웃음을 지우고 의아해한다.
“이거 참, 돈도 모자라서 나를 죽이려고 하다니.”
화가 치민 진무의 입가에 미소가 더욱더 짙어진다.
마교가 민초를 죽였을 때와는 다르다.
황각수. 녀석은 지금 내가 지켜 온 또 하나의 선을 넘어왔다.
남의 것을 뺏어 본 적은 있어도 뺏겨 본 적이 없는 자신에게.
그나마 유일하게 뺏겨 본 것이 무당인데.
고작 니까짓 게.
내 돈을 털어먹으려고 사기를 치고 죽이겠다고 협박까지 하다니.
“감히 니까짓 게 말야.”
진무의 눈동자에 차디찬 한기를 머금은 살기가 뿜어져 나온다.
텁.
“……!”
콰지직!
진무는 웃음을 머금은 표정 그대로 황각수의 뒷머리를 움켜쥐고 탁자에 찍어 버렸다.
“크윽!”
탁자와 함께 바닥에 처박혀 버린 황각수가 얼굴을 양손으로 부여잡고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었다.
그리고 그의 모습을 진무가 싸늘하게 내려다보며 웃는다.
“난 말이지. 가지가지 싫어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야. 내가 생각해도 좀 피곤할 정도로. 근데, 제일 싫어하는 게 뭔 줄 알아?”
“으…….”
“내 걸 남이 뺏어 가는 거.”
진무의 말에 황각수가 비틀거리며 일어나 독기 서린 눈빛을 쏘아 댄다.
“이런 개자식이 감히 내 코를…….”
“풉! 코?”
진무가 미간을 찡그려 올리며 눈썹을 역팔자로 휘어 놓았다.
“휴, 내가 진짜 원래 이런 사람이 아닌데 요새 부쩍 착해져서……. 야, 기회 딱 한 번만 더 준다.”
“…….”
“돈 가져와.”
진무는 참고 있다.
부글거리며 솟구치는 화가 정수리를 뚫고 나올 것 같았지만 최선을 다해서 억누르고 있었다.
“닥쳐라! 어린놈의 자식. 기습 한번 성공한 것으로 기고만장하구나. 네놈 따위가 감히 나 황각수에게 상대가 될 것 같으냐! ”
살기 어린 기세를 피워 낸 황각수의 고함에 별실이 시끌시끌해지기 시작했다.
전장의 호위 무인들이 소란을 듣고 와 순식간에 문밖을 가득히 채운다.
“이 새끼들…… 그래, 늘 하는 생각이지만 말로 해서는 안 되는 새끼들이 있지. 또 그런 새끼들은 대부분 눈썰미가 없더라고.”
진무의 입꼬리가 슬쩍 들려 오르고, 새하얀 송곳니가 모처럼 잔인하게 모습을 드러내었다.
“죽어라!”
황각수가 고성과 함께 번개처럼 주먹을 뻗었다.
참으로 한심하다.
진무의 눈에는 너무 느려서 하품이 다 나올 지경이었다.
취릿!
주먹이 한 치 앞으로 다가서자, 격중당할 듯했던 진무의 양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텁.
한 손은 손목, 다른 한 손은 팔꿈치.
진무의 손에 팔이 잡혀 버린 황각수의 표정이 득의양양함에서 놀람으로, 다시 경악으로 바뀐다.
뿌드득!
힘을 주는 순간 빨래 짜이듯 비틀리는 황각수의 팔.
“크아악!”
고통에 찬 비명이 별실을 떠나갈 듯이 울리고, 전장 호위 무인들이 칼을 들고 들이닥친다.
“좁네.”
나지막한 진무의 한마디.
높게 쳐 올려진 발.
슈아악! 쿠우웅!
거칠게 떨어져 바닥을 찧어 놓는다.
우지끈. 콰쾅!
“피, 피해라!”
어우, 피해. 안 말려.
근데 니까짓 것들이?
진무의 일 보와 함께 뻗어 나간 기파가 문이 있던 벽면과 함께 달려든 전장의 호위 무인들을 사방으로 튕겨 버렸다.
마음 같아서는 전장 건물을 통째로 부숴 버리고 싶었지만, 그럼 사람들이 다친다.
아무리 화가 났어도 죄 없는 사람까지 다치게 할 수는 없지.
“크으윽.”
진무의 공격에서 용케 도망쳐 일 층으로 뛰어내린 황각수가 생전 처음 보는 모습으로 박살 나 덜렁거리는 자신의 팔을 잡고 고통스러워하는데.
“어이.”
지옥의 악귀가 그를 웃으며 내려다보고 있었다.
흑구좌 삼사이오의 주인, 진무.
그의 입가에 맺힌 미소를 보는 순간 황각수는 자신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을 건드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너무도 늦게.
그리고 지옥의 악귀가 이 층에서 표홀하게 떨어져 내려와 그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며 말했다.
“이름이 황각수랬지. 너 혹시 복리라고 들어 봤냐?”
황각수는 온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지금만큼은 저 괴물이 무슨 짓을 하려는지 너무나도 잘 알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이번 상품은 이율이 아-주 파격적인데 말야. 넌 이거 어디서 들어 본 적도 없을 거다. 무려 십 할이거든. 어때, 죽이지?”
어디 보자, 그러니까 처음에는 한 대.
두 번째는 이자로 한 대 얻어서 두 대, 네 대, 여덟 대…….
이야, 계산 좋고.
넌 오늘 뒈졌다, 이 십 할짜리 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