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그게 지금 중요하오! 분타주라는 자가 뭣이 중한지도 모르고! 갑무반의 무인들이 관에 잡혀갔거늘!”
“…….”
“아무리 감시만 하라고 했기로서니, 갑무반이라면 이제 고작 이대제자의 태를 벗은 아이들인데! 많이 먹어 봐야 약관밖에 안 되는 어린 무인들인데! 어찌 잡혀가도록 구경만 했단 말이오!”
“아, 그, 그것이…….”
저도 약관밖에 안 되었으면서 약관 운운하며 길길이 화를 내는 진무의 모습에 호현개가 당황한 표정으로 말을 더듬었다.
“듣기 싫소!”
“…….”
진무는 다시는 물어 오지 못하게 불같이 화를 이어 가며 황각수가 남긴 치부책을 주워 호현개에게 던졌다.
“이건?”
“동림전장의 총관 황각수가 은밀히 기록한 치부책이오.”
“치부책!”
“이곳에 동림전장의 자금 흐름이 낱낱이 적혀 있으니 양소방 어른께 전하시오.”
“……!”
진무의 말은 놀랍기 그지없었다.
호현개는 급히 발 앞에 던져진 장부를 집어 들고 빠르게 읽어 내려갔다.
“이, 이럴 수가!”
너무 놀란 것인지 눈에 이어 입까지 크게 벌어진다.
설마? 무당지검이 동림전장을 찾은 것은?
총관 황각수를 두들겨 패고 관과의 마찰까지 감수했던 것은?
호현개는 머리를 번쩍 스치는 사실에 미안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설마 이 모든 것을 아시고?”
“…….”
진무는 말없이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누가 그랬던가, 침묵이 금이라고.
화두는 던졌으니 생각은 자율에 맡긴다.
그리고 상황상 분타주쯤 되는 놈이라면 알아서 더 그럴싸하게 오해하게 되어 있지.
“죄송합니다. 어리석은 놈이 무당지검의 깊은 뜻을 알지 못하고 의심을 하였습니다.”
호현개가 사죄하듯이 머리를 조아렸다.
“됐소!”
“…….”
“그보다 지금 동림전장 근처에 있는 자들은 이들이 전부요?”
“아닙니다. 밖에서 감시망을 이루고 있습니다.”
“지금 즉시 전부 이곳으로 부르시오.”
“예?”
“듣지 못하였소?”
“아, 예!”
이젠 굳이 이유를 설명해 주지 않아도 된다.
“이런 아둔한 사람들 같으니! 정무맹의 눈과 귀라는 자들이 어찌 이리 행동이 굼뜬가!”
자신을 향한 의심을 감탄과 존경으로 바꾸어 버린 진무가 꾸짖듯이 쐐기를 박아 넣자 호현개가 서둘러 품에서 호각을 꺼내 불었다.
삐이익!
이걸로 됐다.
유장은 무사히 서안을 빠져나가 황금 사십 관을 습격할 것이다.
“쯧쯧, 내 공동파에 들르며 천웅방에게 쫓기는 개방도들을 구하였거늘, 정작 개방도들은 어린 갑무반의 무인들을 외면하다니……. 정파의 의기가 어찌 이리도 타락하였단 말인가.”
한탄하는 듯한 진무의 말에 호현개는 물론 호각성에 모여든 개방도들의 얼굴이 시커멓게 변했다.
공동의 일은 이미 개방 전체에 퍼진 뒤였다.
무당지검 진무가 천웅방의 손에 잡혀 있는 공동파의 제자와 개방도들의 목숨을 구했다고.
무림 전역에서 이미 칭송의 목소리가 하늘을 찌를 듯하니 어찌 모를까.
더욱이 그가 이렇듯 동림전장의 비밀을 파헤치기 위해 불철주야로 애쓰고 있었는데 자신은 의심이나 하고 앉았으니.
‘아, 무당의 검이 언제나 중원을 떠들썩하게 울린다 하더니 그 말이 꼭 맞구나. 당대의 무당지검은 아직 나이가 어림에도 그 누구보다 의기롭도다.’
호현개는 자신이 옹졸했음을 마음 깊이 탄식하며 죄를 청했다.
“죄송합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낯이 부끄러워 차마 들 수가 없습니다.”
호현개뿐 아니라 전장으로 들어온 개방도 모두가 고개를 숙여 회개했다.
“쯧쯧. 됐소. 지금은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오. 서둘러 관으로 가서 갑무반의 무인들을 구해야겠소.”
“예? 하지만 관과의 마찰을 어찌? 갑무반의 일도 그렇지만 무당지검께서 진회루에서 하신 행동 때문에 분위기가 좋지 않을 것입니다. 너무 위험합니다. 차라리 저희에게 맡겨 주십시오. 서안은 저희의 영역이니 저희가 책임지고 해결하겠습니다.”
어느새 진무에게 감화되어 버린 호현개가 결연한 표정으로 일어나 말했다.
하지만 그럴 순 없지.
태양명에게 받아야 할 것이 너무나 많은데 미쳤다고 거지 떼를 끼워 주냐. 저 빌어먹는 새끼들한테 콩고물 적선할 일 있어, 내가?
“아니, 개방은 따로 할 일이 있소.”
“……?”
호현개가 의아하게 바라본다.
그리고 진무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황각수에게 물어본 결과 동림전장이 낙양의 원화정으로 향했다고 하오.”
“원화정? 설마 황실의 사당을 말씀하시는 겁니까?”
“그렇소.”
“아니 그곳이 어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오. 지금 즉시 개방도들은 동림전장 본점에서 물러나 양소방 어른께 원화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시오. 그들이 ‘궁’이라는 곳과 관련이 있을지 모른다고. 놈들이 다른 수작을 부리기 전에 정무맹의 무력으로 반드시 제압해야 한다고.”
이 정도로 충분하다.
운을 띄워 주었으니 나머진 제 놈들이 알아서 하겠지.
황실과 문제가 생겨도 정무맹 놈들이 알아서 해결할 일이다.
이른바 정파의 힘으로 원화정, 아니 궁의 놈들을 제거하니 실로 손색없는 이이제이(以夷制夷)요, 차도살인지계(借刀殺人之計)로구나.
캬, 취한다. 내 대가리에 취해.
진무는 속으로 자신을 향해 양 엄지를 치켜들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순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한 자신이 놀랍기 그지없었다.
이게 다 사문에서 배운 거다.
재주는 곰이 부리고 돈은 전부 진무가 챙긴다.
어서 가렴.
놈들이 도망치기 전에.
알았지? 나는 여기서 빠질게. 수고해.
“그리 전하겠습니다. 무당지검께선?”
“이제 갑무반의 무인들을 구하러 가야지요.”
“예? 하지만 그것은 너무 위험한…….”
호현개의 만류를 뒤로하고 바닥에 놓여 있던 협전을 자연스러울 정도로 몰래 주워 든 진무가 전장 문을 나서며 나지막이 중얼거렸다.
“어려움에 처한 이를 보았으니 가시밭길이라 한들 내 걷지 않으면 또 누가 걸으리…….”
“아아…….”
진무의 뒷모습을 응시하던 호현개의 눈가에 습막이 어렸다.
저런 영웅과 동시대를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도 감격스러웠기에.
“아, 저분은 진정으로 정의를 위하는 도사시로구나.”
* * *
진무는 전장을 벗어나 의젓하게 걸어 골목을 돌아서자마자 가슴을 쓸어내렸다.
휴, 의심 많은 놈 같으니.
정말 큰일 날 뻔했다.
“받아서 챙기는 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호현개가 진무의 연기력에 깜박 속아 넘어간 탓에 다행히 눈치채지 못하고 넘어간 것.
진무가 제 손에 들린 협전을 바라보며 흐뭇하게 웃었다.
무풍개의 협전.
안 썼다.
한 번의 기회는 여전히 남아 있다.
또한 이제 개방과 정무맹의 관심은 원화정에 집중될 것이 틀림없었고, 그 덕에 유장은 황금 사십 관을 수월하게 털어 갈 수 있을 것이다.
궁이라는 곳이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일단은 개방에 맡겨 둔다. 뭔가 걸리면 정무맹이 알아서 개입할 것이다.
일단 진무는 화산으로 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그 전에.
“태양명, 이놈 자식. 탐관오리 주제에 나의 충성스러운 수하들을 잡아 가두었단 말이지? 인상부터 마음에 안 들더라니. 오냐, 내 오늘 네놈 껍데기를 홀랑 벗겨 주마.”
진무는 곧장 서안부의 관청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 멀지 않았다.
서안 중앙 관도의 끝이 그곳을 향해 일직선으로 뻗어 있었으니까.
진무가 다가서자 성문을 지키는 군병들이 창극을 세워 가로막는다.
“멈춰라! 어찌 이 시간에 서안부에 접근하는가!”
군졸들의 외침에 진무가 가슴이 크게 부풀어 오르도록 숨을 마시고 당당하게 외쳤다.
“태양명 지부 대인을 뵈러 온 무당의 도사 진무라고 하오. 내 선약이 있으니 성문을 열어 주시오! 동림전장 본점의 일을 해명하러 왔다 하면 아실 것이오!”
진무가 내공을 실어 사자후처럼 외치자 성벽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딱히 그럴 필요는 없었지만 이런 경우에는 힘을 보여 주는 편이 훨씬 더 좋다.
딱 봐도 군졸들이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하지 않은가?
“자, 잠시 기다리시오. 내 안에 여쭙겠소.”
목소리의 효과 때문인지 군졸이 급히 안쪽으로 뛰어갔다.
그리고 꽤 오랜 시간이 지루하게 지나가고 나서야 성문이 굉음을 내며 열렸다.
쿠쿵. 쿠구궁.
하나의 문이 열리고, 성벽 통로 너머의 성문이 다시 열려 내부의 풍경을 완전히 드러낸다.
그리고 그 안쪽으로 갑주에 창검을 번뜩이는 서안부의 군졸들이 열을 지어 서서, 마치 출전을 앞둔 듯한 긴장한 표정으로 진무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태양명 자식.
자라 보고 얼마나 놀랐으면 솥뚜껑 대비에 아주 만전을 기했구만.
진무는 담담한 표정으로 천천히 그 중심을 걸었다.
저벅, 저벅, 저벅.
일부러 천천히 걷는다.
급할 필요 하나-도 없다.
발걸음 소리 하나하나에 음공을 담아 퍼트리니 군졸들의 얼굴에 두려움이 가득히 떠올라 감히 다가설 생각조차 하지 못한다.
“멈추시오!”
제법 빛깔 고운 은빛 갑주를 걸친 것이 서안부 군권을 지휘하는 장수인 듯한 자가 진무의 걸음을 멈추게 했다.
“나는 서안부의 천호소(千戶所)를 지휘하는 정천호(正千戶) 갈천벽이오.”
정천호의 직급이라면 천 명 이상의 병력을 지휘하는 장수였다.
이 탐관오리 자식이 서안부의 관병들만으로는 어렵다 생각한 것인지 인근의 치안을 담당하고 있는 위소에까지 도움을 청한 모양이다.
하지만 진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인사를 건네었다.
“무당의 진무라 하오.”
“무당?”
진무가 신분을 밝히자 갈천벽이 얼굴을 찌푸렸다.
분명 태양명에게 듣기로 사파의 악적이라 했는데…… 하지만 그것을 따지기에는 이미 늦지 않았는가.
“내 듣기로 그대가 지부 대인께 무례를 범했다던데.”
그렇게 말했겠지.
하지만 조금만 기다려라. 네놈이 깜짝 놀라 자빠질만한 물건을 가지고 왔으니까.
“내 잘못은 인정하나 그것은 사건의 정황을 잘못 알고 계셔 그런 것이오. 만나 뵙고 오해를 풀게 해 주시오.”
진무의 태도가 너무도 당당하자 정천호 갈천벽이 고개를 끄덕였다.
“좋소. 하지만 검은 풀어 주시오. 내 잠시 맡아 둘 터이니.”
갈천벽의 말에 진무가 잠시 허리춤에 매달린 소중한 일휘검을 바라보았다.
하여간 관리라는 놈들은 검이 있으면 당장에 살인이라도 날까 부산을 떤다.
사실 진무 정도의 무인이면 검 따위가 없어도 이깟 나부랭이들 모조리 도륙하고도 남을 것인데.
하지만 뭐 어떠랴.
남의 손때를 묻히기는 싫지만 잠시 맡겨 두는 것뿐이다.
진무는 대수롭지 않게 검을 끌러 정천호에게 다가가 건넸다.
“소중한 녀석이니 잘 맡아 주오.”
“그리하리다.”
갈천벽이 검을 소중히 갈무리한다.
예의를 아는 녀석이다.
군문에서 썩기는 아까울 정도로 기도가 잘 잡혀 있었다.
사실 진무의 생각과 달리 군문에서 검을 맡긴다는 것은 싸우러 온 것이 아니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해검지에 검을 풀고 무당에 오르는 것과 비슷한 의미인 것이다.
“자, 따라오시오.”
갈천벽이 길을 안내하자 진무의 옆으로 칼처럼 잘 벼려진 기도를 가진 무장 여덟이 두 줄로 따라왔다.
“귀하의 무공이 대단하다 들어 본관의 수하들로 하여금 부득불 호위하게 되었음을 언짢아 마시오.”
“괜찮소.”
호위는.
여차하면 칼부터 뽑을 거면서.
하지만 상관없다.
고작 여덟? 피떡 만드는 건 순식간이니까.
딱히 싸우러 온 것은 아니지만, 싸운다고 해도 몇 호흡도 걸리지 않을 것이다.
갈천벽을 따라 내성문을 다시 지나자 관청의 중심 건물이 나왔다.
“자, 들어가시오. 지부 대인께서 기다리시니.”
“예.”
상대가 예의를 갖추자 진무 또한 예를 갖춰 답하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진무가 안으로 들어오자 내전의 가장 안쪽 태사의에 앉아 있던 태양명이 매섭게 눈을 뜨고 노려보았다.
아까는 기도 못 펴더니 무장들이 있다고 제법 기세가 오른 모양이다.
“네놈이 왔구나. 하찮은 무뢰배 놈. 감히 나를 핍박하고 관청과 밀접한 연관을 가진 전장에 소란을 일으켜? 어디 또 한 번 해 보거라. 내…….”
태양명이 악을 쓰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진무가 피식 웃는다.
[거참 말귀 더럽게 못 알아 처먹네. 내가 분명히 입꼬리를 귀에다가 걸어 버린다고 했지?]“……응? 뭐라고?”
[동천의 전답 만 평에 황금 한 관. 거기다가 진회루의 접대까지. 그 외에도…….]“…….”
진무의 전음에 태양명이 숨을 집어삼키며 입을 다물었다.
그걸 어떻게?
[어떻게, 다들 듣는 곳에서 까발려 줄까? 성벽에 방문이라도 붙여 줘?]태양명의 눈알이 좌우로 열심히 굴러다닌다. 딱 봐도 죽여서 입을 막아 보려는 속셈 같았다.
진무가 아무도 모르게 태양명의 눈을 쳐다보았다.
진회루 앞에서 보았던 흉포한 눈빛이었다.
태양명은 입에 고인 침을 물 마시듯이 넘겼다.
“지부 대인, 오해를 풀고자 합니다. 제 말을 들어 주시겠습니까?”
무장들을 의식한 진무는 일부러 예를 갖추어 허리를 숙이며 짙게 웃었다.
겁먹은 태양명이 약삭빠른 머리를 쉬지도 않고 굴려 대었다.
오해를 푼단다.
죽이진 않겠다는 말이니 협상의 여지가 있단 말이다.
관리가 뇌물을 받아 챙기는 것은 국법으로 엄격하게 금하고 있다.
만약 그 사실이 알려지게 되면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뇌물을 먹고 모른 체해 준 그 윗선까지 털려 나갈 수도 있었다.
여기서 덮어야 한다.
무조건 그래야만 했다.
“……그, 그래, 오해……였지. 오해야, 암. 허허.”
태양명이 어색하게 웃으면서 인사를 받자 갈천벽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분명 조금 전까지 길길이 날뛰며 위소로 전령을 보내왔지 않는가?
사악한 무림인을 토벌해야 한다고 위소장에게 몇 번이나 전령을 보내 자신들을 청했으면서…….
“지부 대인, 둘이서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데…….”
“그, 그럴까? 허허, 그래야지.”
태양명이 진무의 사악한 표정에 눈치를 살피며 땀까지 흘리기 시작했다.
“자네들은 그만 나가 있게.”
“…….”
태양명이 서둘러서 손을 휘젓자 갈천벽이 눈을 씰룩거렸다.
망할 자식이 이랬다가 저랬다가.
위소의 군병을 움직이는 것이 장난인 줄 아나?
천생 무관인 갈천벽은 폭정을 일삼는 태양명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지금 이 자리에 위소를 지켜야 할 정예병들을 끌고 온 것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가 뒤로 엄청난 뇌물을 받아 챙긴다는 사실을 익히 알고 있었다.
그럼에도 그가 무사할 수 있는 것은 혼자만 먹지 않기 때문이다.
문관들뿐 아니라 군부의 높은 직위자까지도 그의 뇌물과 접대를 받아 처먹은 놈이 있으니 정확한 증거 없이 잘못 걸었다가는 공연히 제 무덤만 파는 꼴이었다.
말하자면 그는 똥이다. 그것도 아주 크고 구린 똥. 갈천벽은 그 안에 발을 들이고 싶지 않으니 피할 뿐이었다.
비겁하긴 해도.
“뭣들 하는가! 내 말이 안 들리는가! 어서 나가 보라지 않는가!”
태양명이 핏대까지 세우며 외치자.
“하면 저희는 이만…….”
“아니 아직 안 갔나? 어서 가게. 원 쓸데없이 군병들을 이끌고 와서는…….”
“…….”
이 새끼가…….
짜증이 치밀었지만 품계가 높은 상관이니 별수 없었다. 갈천벽은 군례를 올리며 물러나려 했다.
탁!
“……?”
진무가 나가는 갈천벽의 어깨를 잡고 눈을 부라리며 손을 내밀었다.
“……?”
뭘 꼬나봐?
내 검 내놔, 이 자식아.
그게 어떤 물건인데. 얼마나 개고생을 하고 얻은 건데.
“아!”
진무의 눈빛에 담긴 마음을 눈치채었음인지, 갈천벽이 손에 쥐고 있던 일휘를 내밀었다.
“좋은 검이더군.”
그 말을 끝으로 칼을 건넨 갈천벽이 문을 거칠게 닫으며 밖으로 나가 휘하 무관들에게 소리치는 것이 들려왔다.
“위소로 돌아간다!”
“예!”
척, 척, 척.
갑주가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소리가 멀어져 갈 무렵, 진무가 일휘를 어깨에 걸친 채 느긋한 표정으로 태양명을 향해 다가갔다.
겁을 집어먹은 태양명이 벌떡 일어나 피하자 그 자리에 앉은 진무가 새하얀 송곳니를 드러내며 웃었다.
“자, 그럼 지금부터 우리 둘이 건설적인 대화를 좀 나눠 볼까, 태양명 지부 대인 나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