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08
208화
“이런 어린놈!”
화청이 쩔룩거리며 일어났다.
하지만 발목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기에 선 자세가 무척이나 부자연스러웠다.
“죽여 버리겠다.”
살기 어린 눈빛으로 석장을 움켜쥔 화청이 절뚝거리며 다가오자 청상이 힘겹게 몸을 세운다.
“사형!”
제가 상대하던 적들을 후려쳐 밀어 버린 청우가 청상의 앞을 가로막았다.
“청우!”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사형께서는 몸을 추스르십시오.”
“안 돼! 저자는 강하다.”
“흥! 강해 봐야 사숙만 하겠습니까!”
청우가 두툼한 주먹을 힘껏 움켜쥐며 세차게 콧김을 뿜어내고.
“하압!”
짧은 기합성과 함께 힘껏 일 보를 밟은 청우가 화청을 향해 달려들었다.
쿠악! 쩌엉!
청우의 칠성권이 유성처럼 날아가 석장을 때린다.
후아악!
석장이 강맹한 기운을 머금고 휘둘러지는 순간 청우의 특기가 발휘되었다.
원래의 칠성권은 그 당당함으로 정면에서 맞서지만 청우의 그것은 달랐다.
진무가 청우에 맞게 변형시켜 놓은 칠성권.
우스꽝스러운 구르기로 보일지 모르나 그 속도는 웬만한 보법의 변화보다 빨랐고, 적의 사각을 집요하게 노려 후방을 점한다.
박투술 하나만 놓고 보자면 용봉관 갑무반의 누구도 청우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낮게 구르는 그의 회피기는 상대의 공격을 피해 허점을 파고들고, 한순간이라도 움직임을 놓치면 청우의 주먹이 거칠게 파고든다.
쩌어엉!
“크윽!”
청상에 의해 발목이 베어져 버린 화청은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청우의 괴이한 움직임을 따라잡을 수가 없었다.
“이, 이 자식이!”
번번이 청우의 움직임을 놓쳐 버린 화청의 눈에 불길이 토해진다.
쿵!
지면을 밟고 솟구쳐 청우의 주먹을 피한 화청의 석장이 다섯 굽이의 기류를 만들어 내며 겹쳐져 그물처럼 청우를 덮어 왔다.
백마사의 오라경연(五羅輕烟).
불가에서 시작한 무공이라 응당 선한 불기를 머금어야 함인데, 그의 석장에서는 당장이라도 상대를 휘감아 찢을 듯한 살기가 풍겼다.
“청우!”
허공에서 날아오는 공격에 취약한 청우의 위기에 청상이 솟구치는 핏물을 삼키며 곧장 검을 휘저어 뿜는다.
취리리릭.
흐르는 구름처럼 부드럽게 펼쳐진 검격이 화청이 만들어 낸 다섯 겹 그물을 날카롭게 찢어 낸다.
촤아악! 따당!
하지만 상대는 의기의 고수.
유운검법이 머금은 검기가 할 수 있는 것은 그 속도를 늦추는 것뿐이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그 늦추어진 틈을 타 청우가 재빨리 몸을 굴려 공격권에서 벗어난 것이다.
파하학! 쫘자자작!
오라경연의 기운이 바닥을 거칠게 찢어 놓으며 흙더미를 피워 올린다.
아마 그대로 맞았다면 무사하지 못했을 만큼의 위력이었다.
“사형!”
“청우, 정신 바짝 차려라! 상대는 의기의 고수다. 함께 상대한다.”
“예!”
청상이 검을 뻗어 화청이 휘두르는 석장의 공격 흐름을 교묘히 끊어 내고 청우가 그 사이를 공격한다.
“이런 개자식들!”
불자임에도 참지 못한 화청의 욕설이 거세게 터져 나오고, 석장의 살기는 점점 짙어졌다.
깡! 까깡! 퍼억!
물러나지 않는 싸움.
그들의 싸움은 순식간에 백마사 전역에 깔린 이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퍼억!
둘이 합공을 함에도 화청의 기세를 쉽사리 막을 수가 없었다.
이번에는 모자란 정교함을 맷집으로 때우는 청우가 석장의 공격을 투실한 살로 막아 내고, 화청이 주춤한 사이 청상이 검을 휘둘러 화청의 목을 노린다.
그리고 싸우는 와중에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는 제갈산산이 급히 머리를 굴린다.
청상과 청우가 치열하게 막고 있는 자.
백마사의 주지 화청.
그가 핵심이다.
백마사의 다른 중들은 필요 없다. 그만 잡으면 이 싸움은 끝나는 것이다.
“갑무반! 모두 청상과 청우 도장을 돕습니다. 원방진을 이루어 그들을 보호하세요!”
빠르게 상황 판단을 끝낸 제갈산산이 검을 세차게 원으로 휘둘러 둘러싼 적들을 떨치고 화청을 향해 날아갔다.
“저 씨발!”
무려 셋과 싸우고 있던 남궁창위가 그 모습에 욕설을 내뱉는다.
청상이고 청우고 차라리 뒈졌으면 싶었는데.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이미 다른 갑무반의 무인들이 청상과 청우를 보호하듯이 둘러싸고 백마사의 중들이 끼어들지 못하도록 막고 있었기 때문이다.
“젠장! 망할 연놈들 같으니!”
남궁창위가 매섭게 검을 떨쳐 주변의 적들을 죽이며 원방진에 합류했다.
백마사의 싸움.
두 개의 원이 만들어진다.
청상과 청우를 돕는 갑무반의 원방진.
그리고 화청을 구하려는 백마사 중들의 포위망.
하지만 시간이 갈수록 갑무반 무인들의 원방진에 구멍이 뚫리기 시작했다.
애초에 여덟은 무리였고, 청상과 청우는 갑무반 중에서도 가장 뛰어났으나 화청에게는 아직 무리였다.
“크윽!”
“이백의!”
둔기에 맞고 뒤로 주욱 밀려나는 모습에 제갈산산이 급히 검을 휘둘러 이백의를 구한다.
하지만 뚫려 버린 구멍을 메우기에는 그들의 힘이 부족했다.
“아…….”
제갈산산이 안타까움에 고개를 들어 올리는 순간, 황색의 인영이 백마사의 담벽을 넘는 모습이 시야에 들어왔다.
우우우!
뒤이어 수십의 장소성이 백마사를 쩌렁쩌렁하게 울리고, 사방에서 황색 무복을 입은 이들이 난전 속으로 난입한다.
“아!”
절망을 느끼려던 찰나의 도움.
거대한 불기(佛氣)가 사방에 퍼져 나가고, 백마사 중들의 포위망에 균열이 생긴다.
그리고 처음 담을 넘어왔던 황색 인영은 담벼락을 눌러 밟음과 동시에 그 먼 거리를 단번에 날아 갑무반의 원방진으로 떨어져 내렸다.
쿠우웅!
착지하는 순간 그의 발을 타고 터져 나온 기운이 사방을 휘몰아치고.
휘리릭!
유연하게 뻗어 낸 손이 청상을 공격해 온 석장을 휘감아 떨친다.
쩌어엉!
단번에 튕겨 나간 석장을 일별하며 꼿꼿하게 선 노승.
소림 나한전의 주인 각료.
그가 소림의 나한들을 이끌고 갑무반을 돕기 위해 나타났다.
“늦어서 미안하네.”
급한 상황에 어울리지 않게 온화한 눈빛이 청상과 청우를 향한다.
“아닙니다.”
“그만 쉬게. 고생하였어. 이제부터는 우리 소림이 맡도록 하겠네.”
“그럴 순 없습니다. 다른 적들이 있을지 모르니 속히 백마사를 제압해야 합니다.”
“음, 알겠네. 하면 이곳은 내게 맡기시고 다른 이들을 돕게.”
“예! 대사님!”
청상과 청우가 서둘러 난전 속으로 합류했다.
각료는 고개를 돌려 석장을 움켜쥐고 살기를 뿜어내고 있는 화청을 바라봤다.
“못난 사람 같으니…….”
“…….”
질책성이 다분한 한탄에 화청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는다.
소림이 나타난 이상 이쪽에는 더 이상 승산이 없다.
그런데 어째서 내궁주는 나타나지 않는가?
그녀의 도움이 있다면 능히 이들을 뚫고 도주할 수 있을 것인데.
그러고 보니 그녀와 함께 다니던 수하들의 모습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다.
“누굴 찾는 게요. 화청.”
“…….”
자신을 노려보면서도 주위를 연신 힐끗거리는 화청의 모습에 각료가 눈살을 찌푸렸다.
“화청, 그만하고 기운을 거두시오. 다 끝났소. 이미 많은 제자가 명을 달리하였소. 이 업보를 어찌 감당하려 한단 말이오.”
안타까운 어조로 그를 책하는 각료의 말에 고개를 돌린 화청의 눈동자에 나한들과 갑무반의 무인들에 의해 쓰러지는 백마사의 제자들이 보였다.
그들의 죽음.
그리고 이제 확실하게 알게 되었다.
버림받은 것이다.
그동안 새로운 세상을 열기 위해 충성을 바친 대상으로부터.
하지만 투항할 수는 없었다.
“크크, 각료. 이젠 늦었다. 멈춘다 하여 내게 남겨진 것이 무엇이겠는가?”
“무엇이 남다니. 응당 죄를 뉘우치고 부처님 앞에 속죄를 해야 마땅한 것인데.”
“크흐흐.”
화청이 기괴하게 웃었다.
“이리된 마당에 속죄가 다 뭐란 말이냐? 나는 내가 옳다고 생각한 길을 택했을 뿐이다. 지금의 세상은 한없이 혼란하고 혼탁하여 무뢰배들이 어지럽히고 있음이다. 나는 살계의 죄를 범할지언정 스스로 나찰이 되어 그들을 파멸에 이르게 하고, 어지러운 민생을 바로잡고자 했을 뿐이다.”
“화청! 파멸이라니! 나찰이라니! 불자가 감히 어찌 그런 생각을 한단 말인가? 설득하고 계도하여 바로잡을 생각을 품어야 하거늘!”
각료가 눈을 부릅뜨고 꾸짖자 화청의 얼굴은 더욱 괴기스럽게 변해 갔다.
“각료, 개소리 말고 덤벼라! 너와 나의 뜻이 다른 것을 어찌 설득하려 하는가!”
화청이 석장을 움켜쥔다.
이를 악물며 거칠게 끌어 올린 기운이 선명한 빛을 발하며 그의 손에 들린 석장을 감싸자, 그 끝에 매달린 고리들이 짜르르 소리를 내며 울렸다.
“화청…… 그대…….”
각료의 눈매가 매섭게 변했다.
화청이 뿜어낸 기운에서는 불기가 더 이상 느껴지지 않았으며, 현현했던 눈빛은 죽음을 각오한 듯이 짙은 살기로 가득 차 번들거렸다.
그를 지그시 바라보던 각료가 숨을 크게 들이키고 불문의 사자후를 뱉어 내었다.
“소림은 들어라! 이곳에 더 이상 불자는 없구나! 살계를 범함을 허락하니, 전력을 다해 적을 상대하라!”
웅웅거리는 외침이 백마사를 울리고 적을 상대하던 나한들의 기세가 흉흉히 변한다.
그리고 주먹을 움켜쥐어 자세를 취한 각료의 붉은 가사가 터질 듯이 부풀어 올랐다.
“오시오!”
“하압!”
각료의 외침과 함께 죽음을 각오한 화청의 석장이 휘둘러지고.
우웅!
흉포하기까지 한 선기가 마보를 취하며 허리춤으로 당긴 각료의 주먹에 회오리처럼 몰려든다.
쿵!
가볍게 밟은 일보.
내질러지는 주먹이 비틀려 쏘아져 공간을 비튼다.
중원에 이름난 권공이 무수히 존재하나 그중 언제나 최고로 꼽히는 것이 있으니 곧 소림의 그것이라.
우물에 펼치면 주먹에 실린 힘이 그 바닥을 부수고, 백 보 밖에서도 그 권력이 줄지 않고 바위를 부수니 이를 백보신권(百步神拳)이라 한다.
쩌어엉!
권기와 석장의 충돌이 대기를 뒤흔든다.
쿠아아아!
권기에 실린 회오리가 석장의 방향을 바꾸고도 그 속도를 줄이지 않고 쏘아져 나간다.
퍼억!
“크윽!”
주먹이 닿지도 않았음에도 화청의 가슴팍이 움푹 파이고, 입에서는 피가 왈칵 솟았다.
청상과 청우를 상대하며 힘이 빠져 버린 화청은 각료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퍼억! 퍽! 퍽!
연이은 주먹에 가슴이 푹푹 들어갈 때마다 화청은 비틀거리며 뒷걸음질 쳤고, 그때마다 참지 못한 핏물이 허공을 물들였다.
털썩.
화청이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았을 때.
“후우…….”
호흡을 가다듬으며 주먹을 회수하는 각료를, 화청이 기력이 다해 흐려진 눈동자로 바라봤다.
싸움은 끝나 가고 있었다.
백마사의 중들은 갑무반의 무인들과 힘을 합친 나한들을 이기지 못하고 지리멸렬하고 있었다.
“화청…….”
“흐흐흐, 그따위 눈으로 바라보지 마라. 각료.”
“…….”
화청이 턱 아래를 적실 정도로 많은 피를 흘리며 비릿하게 웃었다.
“이것이 끝일 것 같은가?”
“뭐라?”
“이 무림. 제 잇속을 챙기기 위해 정의라는 명분으로 포장해 온 너희는 절대 이기지 못할 것이다.”
“…….”
“그것은 정사마가 모두 마찬가지일 것이다.”
핏물을 끊임없이 게워 내면서도 화청은 끝까지 말을 이어갔다.
“정무맹의 어둠 속에서 자라난 씨앗들이 한둘일 것 같으냐? 크흐흐. 정무맹은 끝내 무너질 것이다. 비록 나와 백마사는 여기서 스러질…….”
“화청이여.”
한참의 말을 모두 듣던 각료가 그의 말을 끊어 내었다.
“이 어리석은 자여. 과신하였구나.”
“…….”
“너는 어찌하여 지금껏 정무맹이 조용히 침묵했다 생각하는가? 그 대단한 제갈 대군사가 어찌 행동하지 않았다 생각하는가?”
“뭐?”
“내가 어긴 것은 살계뿐이 아니다.”
각료의 말에 화청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
“서, 설마? 망어(妄語: 거짓말)?”
“어찌 이곳에 소림만 왔겠는가?”
“…….”
각료는 자신들과 합류했던 제갈산산에게 정무맹의 은밀한 움직임에 대해 들은 바를 나지막이 읊조렸다.
“제갈협진의 지혜가 우리와 같은 줄 아는가? 무풍개 시주의 시야가 그리 좁은 줄 아는가? 그들은 정무맹 예하의 세작을 의심하여 기다린 것뿐이다. 너희가 눈과 귀를 속였듯이 정무맹 역시 너희의 눈과 귀를 속여 가며 기다린 것이다. 끝내는 너희가 움직일 때까지.”
“…….”
“대군사는 개방을 통해 오랫동안 너희의 정보를 수집하였다. 이미 의심스러웠던 곳으로 용봉관의 젊은 무인들이 모두 출발했다.”
“그, 그런.”
“그뿐인 것 같은가?”
“…….”
“당위의 독혈각, 화산의 매화검수를 비롯해 수많은 문파의 정예들이 은밀하게 움직여 그동안 내밀히 조사해 온 곳으로 향했다.”
“말도 안 된다!”
“그리 믿고 싶으면 그리하라. 하지만 이제 시작될 것이다. 제갈협진이 그대들을 잡기 위해 오랫동안 준비해 온 공전계(攻戰計)를 시행하려 이미 맹주의 명령서가 모든 곳에 하달되었으니…….”
“…….”
공전계.
자신을 알고 적을 알고 나서야 시작되는.
살기로 넘치던 화청의 눈동자가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설마? 여태 정무맹의 손아귀에서 놀아난 것인가?
자신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그리도 많은 것들을 준비하고 있었단 말인가?
“허!”
허망하고도 허망하다.
화청은 그 오랜 세월 동안 기다려 왔던 시간이 일거에 무너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렇군. 그런 것이었어.”
주저앉아 있던 화청이 고개를 떨궜다.
“이제 그만 포기하시게. 그대의 죄가…….”
푸욱!
“……!”
이어진 화청의 행동에 각료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곧게 세워져 스스로의 목을 찔러 들어간 화청의 손.
뿜어져 나오는 시뻘건 선혈.
“화, 화청!”
각료가 달려가 땅 위로 무너지는 화청의 몸을 받아 감쌌으나, 이미 때는 늦어 버렸다.
“이런…….”
각료의 얼굴에 짙은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를 살려 신문을 하려던 것이 아니었다.
그저 죄를 뉘우치고 다시 돌아오기를 바랐던 것인데.
각료가 멍하니 죽은 화청을 바라보는데 백마사의 승려들을 모두 제압한 갑무반의 무인들이 그 곁에 다가왔다.
“자결한 것입니까?”
청상의 물음에 각료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끝난 것인가?”
“예.”
“그렇군.”
각료의 목소리는 쓸쓸하고 무거웠다. 같은 불자의 처참한 죽음을 목도한 것이 못내 비통했던 모양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되겠군.”
“예. 아마 지금쯤 모두 움직이기 시작했을 것입니다.”
“음…… 대단하군. 제갈 대군사가 그 모든 것을 준비하고 있었다니.”
각료의 말에 청상이 고개를 끄덕였다.
“모두가 무당지검 덕분입니다.”
“……?”
어느새 곁으로 다가온 제갈산산의 말.
“그가 아니었다면 공전계는 완벽하지 못했을 것이라 했습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무당지검이 해결했던 단강구의 화약 밀거래가 시작이었다더군요.”
제갈산산이 설명하듯이 말했다.
“청성, 사천에서의 싸움으로 잡은 포로들을 통해 밝혀낸 사실에 더해 곤륜에서 당세령 소저가 알아낸 것들을 이용해 은밀하게 적을 추려 내었던 모양입니다.”
“그랬던가?”
“예. 그를 통해 대군사와 맹주께서 정무맹에 세작이 있음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눈과 귀를 속이며 일을 진행할 수 있게 되었지요. 저도 이번에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군. 그 모두가 무당지검 덕에 이루어 낸 쾌거라는 말이군.”
“예. 또한 이번에 서안부 관리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관과도 은밀하게 협조를 시작했습니다. 원화정에 대해 밝혀낸 것도 그분이시구요.”
“허, 대단하군. 한데 관이라니? 설마 관에도 궁의 세력들이 암약하고 있단 말인가?”
“아직 거기까진 듣지 못했습니다.”
“음.”
“어쨌든 백마사를 시작으로 정무맹 예하에 적들과 내통해 온 자들이 일제히 쓸려 나갈 것입니다.”
“한동안 피 냄새가 도처에 퍼져 가시질 않겠구먼.”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아미타불…….”
각료가 불호를 외며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 청상을 바라봤다.
“자네가 그의 사질이라 했던가?”
“예.”
각료의 부름에 청상이 공손히 대답했다.
“대단한 사숙을 두었네.”
“감사합니다. 제겐 은인 같은 분입니다.”
각료의 칭찬에 청상은 물론 옆의 청우마저 한껏 뿌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렇군. 하면 그도 이번 전투에 참여한 것인가?”
“아닙니다. 화산을 떠나셨다는 연락을 받았는데…… 그 이후로는 행적이 알려지신 것이 없어서…….”
“그런가?”
각료가 고개를 주억거리자 제갈산산이 옆에서 말을 받는다.
“아마, 그분이라면 또 어딘가에서 무림의 정의를 위해 무언가를 하고 계실 겁니다. 어쩌면 정무맹보다 먼저 궁의 인물들과 싸우고 계실지도 모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