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30
230화
서안부에서 감숙을 잇는 단봉역로를 따라 삼백여 리 떨어진 마을, 미현.
그다지 크지 않은 마을이다.
하지만 단봉역로를 지나는 상인들이 쉬어 가는 객점과 유사시 운용하는 파발들의 휴식처인 역참이 발달해 있는 곳이었다.
크지 않은 마을이라 큰 건물들은 길게 뻗은 중심 관도 양쪽으로 늘어선 대여섯이 전부였고, 그 뒤로 민가와 크고 작은 상가가 자리 잡고 있었다.
하지만 마을의 중심 관도는 단봉역로의 한 부분이기도 했고, 상시로 오갈 수 있게 만들어 두었기 때문인지 마차 서너 대가 한꺼번에 지나가도 여유로울 정도로 넓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평소와 달리 너무도 조용했다. 행인은 물론 좌판을 깔고 장사를 하던 이들의 모습조차 보이질 않았다.
하루에도 수십 대의 마차가 이동하는 곳인데 개미 새끼 한 마리조차 보이질 않으니, 대낮임에도 왠지 모를 적막감이 감돌았다.
어느 순간 멀리 감숙 방향에서 먼지구름이 인다.
두두두두.
그 형상이 가까워 오자 말발굽 소리가 지축을 뒤흔들었다.
고요하던 터였기에 그 소음은 원래보다 더욱 크게 느껴졌다.
히이잉!
먼지구름과 함께 달려온 열한 필의 말들이 선두의 여인이 잡아당긴 고삐에 급히 걸음을 멈춘다.
푸륵, 푸르륵.
지친 말들의 투레질.
말 위에 앉은 이들의 날카로운 눈이 마을의 전경을 살핀다.
내궁주 종려군과 분봉대의 무인.
마을을 채운 적막감이 그들의 신경을 거슬러 왔다. 마치 사람들이 증발한 것처럼 비워진 마을.
어찌 된 일일까? 무영의 정보가 잘못되었단 말인가? 하지만 그럴 리가?
“비화!”
“예. 궁주님.”
“확인해라.”
종려군의 명에 능비화가 분봉대의 무인들을 향해 손짓했다.
탁, 쐐애액!
아홉의 무인들이 내리지도 않고 말 등을 차며 날아오른다.
대지를 걷듯 허공을 짚어 밟으며 순식간에 건물의 지붕에 오르고, 세세하게 주변을 살피는가 싶더니 각기 하나씩 건물 안으로 스며든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생각보다 기다림이 길어지고 있었다. 지금쯤이면 확인을 끝낸 분봉대의 무인들이 모습을 드러낼 만도 한데 좀처럼 밖으로 나오질 않았다.
종려군의 눈동자가 차갑게 가라앉자 능비화가 직접 움직이려 했다.
그 순간.
와장창!
객점으로 들어갔던 분봉대의 무인 연리가 벽면을 부수며 밖으로 튕겨 나왔다.
“크으윽.”
땅바닥에 거칠게 떨어진 그녀는 몸에 어딘가 이상이 생긴 듯 제대로 몸을 일으키지 못하고 버둥거렸다.
“기다리느라 지루해 죽는 줄 알았네. 뭐야? 고작 니들이 다야?”
부서진 창 옆으로 난 객점의 문으로 걸어 나오던 흑의인, 진무가 종려군과 능비화를 부러 힐끗거리고는 연리를 향해 다가갔다.
“저놈?”
능비화가 노려보는 가운데 찬찬히 걸어간 진무가 버둥거리는 연리를 가만히 내려본다.
콰지직.
“끄아악!”
살짝 들려 올랐다가 거칠게 밑으로 찍어 눌러 비비적거리는 발.
고통을 참지 못한 날카로운 비명이 터져 나온다.
연리의 무릎뼈를 순식간에 으스러트린 진무는 감정 한 올 실리지 않은 표정으로 쪼그려 앉아 그녀의 팔을 잡았다.
그러곤 종려군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웃는다. 마치 보란 듯이.
뿌득.
“끄으으…….”
양손으로 움켜쥐고 반대로 비틀어 내는 힘에 연리의 얼굴이 하얗게 질린다.
뿌드드득.
“끄아아…….”
연리는 비명을 끝까지 다 지를 수 없었다. 눈을 까뒤집으며 혼절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진무는 그런 것 따윈 아랑곳하지 않고 종려군을 주시하며 정신을 잃은 연리의 남은 팔과 다리를 으깨고, 마지막으로 수도를 세워 단전까지 알차게 꿰뚫었다.
푸학!
핏물이 분수처럼 솟구쳐 진무의 얼굴을 적신다.
“이런 악독한 놈이!”
능비화가 거치적거리는 면사를 뜯어내고 악귀 같은 얼굴을 드러내자 진무가 고개를 돌려 웃는다.
뚝뚝 흘러내리는 연리의 피에 예의 그 미소가 더해지니 흡사 막 지옥에서 기어오른 야차처럼 보였다.
“악독? 뭘 잘 모르네. 내가 원래 여자랑은 안 싸우는 편인데, 덤비면 안 봐주거든. 적들한테는 새삼 더 악독할 것도 없고. 그동안은 그냥 참고 있었던 것뿐이야. 망할 도동 놈이 방해해서.”
“이 개 같은…….”
종려군이 담담히 있었기에 능비화가 차마 나서지 못하고 검의 손잡이를 움켜쥔 채 부들부들 떨었다.
일부러 그랬다. 어찌 모를까?
그냥 죽일 수 있음에도 일부러 자신들에게 보여 준 것이다.
“비화.”
“……예.”
이를 갈며 간신히 대답하는 능비화를 향해 종려군이 침착하게 묻는다.
“이 소란에도 나머지 아이들의 반응이 없구나.”
“……!”
그러고 보니.
능비화가 분노에 차 씰룩거리는 눈으로 주변을 훑었다.
종려군의 말이 옳았다. 연리가 질러 댄 비명이 마을 곳곳을 울렸는데 어찌하여 아무도 밖으로 나오질 않는단 말인가? 만약 적들이 숨어 있었다면 싸우는 소음이라도 들려왔어야 했는데.
“뭐 찾냐?”
“…….”
“아, 나머지? 아홉? 아니지, 여덟?”
히죽거리며 일어난 진무가 크게 외쳤다.
“황시-인!”
콰앙!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박살 나는 나무 벽. 진무가 걸어 나왔던 객점의 반대편에 위치한 기루다.
그리고 그 안에서 곱상한 외모의 황신이 비수에 묻은 피를 핥으며 걸어 나왔다.
“예, 예령?”
능비화는 황신의 손에 들린 채 질질 끌려 나오는 무인을 확인하고 눈을 부릅떴다.
함께 온 분봉대의 예령이었다. 이제는 목젖이 뚫려 죽어 버린.
“아오, 피 좀 먹지 마! 니가 무슨 모기 새끼냐? 왜 사람 죽이고 피를 핥아 처먹어?”
“…….”
진무의 핀잔에 황신이 불퉁한 표정으로 입을 삐죽거린다.
나 참, 어떻게 이런 잔학무도한 놈이 고작 서안지부장 밑에 있었지? 은신술로 보나 무공으로 보나 허삼수보다 한참 윗줄인데.
진무는 예령을 아무렇게나 던지고 옆으로 다가온 황신을 향해 물었다.
“다 죽였냐?”
고개를 끄덕인 황신이 두 손을 펼쳐 손가락 두 개를 접는다.
여덟, 전부 죽였구나. 잘했다, 기특한 놈.
진무가 흐뭇하게 황신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자 금세 해맑게 웃는다.
아니야, 그건 안 돼. 사람 죽이고 그렇게 웃는 거 아니야.
“이, 이런 간악한 놈들…….”
능비화의 눈두덩이가 쉴 새 없이 씰룩거린다.
“하아, 그 말 좀 안 할 수 없냐? 여자든 남자든 칼 들고 설칠 때부터 목숨을 걸어야 하는 게 무인인데, 뭐가 그리 간악하다고들 하는지.”
그놈의 간악하다는 말, 이젠 귀에 딱지도 앉겠다.
그 대부분이 사패천주 혁련무강 시절을 욕하는 말이었지만, 듣는 진무는 매우 기분이 나빴다.
“그리고 니들한테는 듣고 싶지 않아. 수하들에게 고독이나 처먹이는 것들이 누굴 보고 간악하대?”
팔짱을 끼며 툴툴대는 진무의 모습을 종려군이 지그시 바라본다.
제법이다. 애송이인 줄만 알았더니, 적의 화를 돋우고 두려움을 주는 방법을 무척이나 잘 알고 있다.
“네놈이 무당지검이라는 진무더냐?”
“어, 나야.”
“함정을 파 둔 것이냐? 살수를 이용해서?”
“쓸 만했어? 니들 온다는 소리에 친히 무대까지 준비해 봤는데. 어때, 죽기 딱 좋은 장소지?”
관광이라도 온 듯 주변을 휘휘 돌아보는 진무의 행동은 종려군의 마음속에 불씨를 던져 놓기 시작했다.
“제법이구나. 무당 도사라기에 꽉 막힌 놈인 줄 알았더니.”
“응? 누가 그래?”
“뭐라?”
“내가 무당 도사라고 누가 그러더냐고?”
“…….”
이 자식이 지금 자신을 놀리는 것일까? 무당 도사인 놈이 어찌 스스로를 부정한단 말인가?
하지만 괜한 말장난에 휘말리고 싶지 않았다.
“그나저나 너희 둘이 고작이더냐? 간이 부었구나. 나를 상대로 말이지.”
“둘이나 되는 거지. 고작 너희 따위를 상대해 주려고.”
“…….”
쉴 새 없이 이죽거리는 진무의 모습에도 종려군은 차분함을 유지했다. 수하들이 눈앞에서 죽었음에도 동요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다.
“어쨌든 놀랍군. 인정하마. 함정을 파 두고 우리를 유인할 줄은 몰랐다.”
“…….”
종려군의 비웃음에 진무가 귓구멍을 파더니 피식 웃는다.
“뭔 착각을 니 멋대로 하고 있어?”
“무어라?”
“유인한 건 맞는데. 누가 함정을 팠다고 그래? 그냥 안에서 술이나 한잔하면서 기다리고 있는데 저것들이 건물에 뛰어 들어온 거야.”
물론 허세였다.
하오문의 소규모 지부가 있었던 미현.
적들을 유인할 생각으로 미현에 도착한 진무는 황신이 이쪽저쪽에 전서구를 띄워 연락을 보내자마자 곧바로 관인들을 매수해 마을 사람들을 대피시켰다.
하지만 좀처럼 말을 듣지 않아서 지니고 있던 금원보를 전부 사용해야만 했다.
마을이 쑥대밭이 되어도 절대 떠나지 않겠다고 버티던 놈들이 돈을 주니 자신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날름 받아 챙기고 썰물처럼 도망쳤다.
하아, 금원보 서른 개.
뭐, 어쩌겠나. 무림인도 아닌 사람들이 괜히 싸움에 휘말려 죽는 것보다야 금원보 몇…… 개 쓰는 게 낫다.
돈이야 또 벌면 되니까. 마침 돈 받을 대상도 나타났고.
다행히 관인들이 관도 먼 곳까지 나가서 사람들을 통제하겠다고 했으니 싸움이 끝날 때까지 찾아오는 사람은 없으리라.
이젠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싸움에만 집중할 수 있다.
진무는 처음부터 기척을 감추고 그들이 방문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모두 열하나.
종려군의 무위는 파악이 불가능했고, 능비화의 경지는 대충이나마 느껴졌다.
후속한 병력이 있는지 살폈으나 더는 없었다.
그 와중에 숫자 줄이기 쉽도록 그녀의 수하들이 내부를 살피기 위해 안으로 들어와 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적의 숫자를 줄이는 것은 대단히 중요하다. 아무리 허접한 실력이라 해도 전투 중에는 항상 돌발 상황이라는 것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싸움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것이기에 진무는 황신에게 자신이 시선을 빼앗는 동안 나머지를 죽이라 명했다.
물론 황신이 해맑은 표정으로 여덟을 모두 죽여 버릴 것이라고는 기대하지 않았지만.
대단한 녀석.
하오문에 있기에는 확실히 아까운 놈이다. 살막에 있었다면 당장 특급 살수 감인데.
나중에 살막을 다시 얻으면 대결 한번 시켜 봐야겠다.
“무당지검. 진무.”
“…….”
진무가 황신을 쳐다보며 기특함을 감추지 못하는 가운데 종려군이 말을 걸어 온다.
“참으로 하룻강아지 같은 녀석이로구나.”
“……?”
하룻강아지? 얻다 대고 개 취급이야, 저게?
하지만 진무는 가만히 듣기만 했다.
“수하들을 잔인하게 죽이는 것으로 내 평정심을 잃게 할 작정이라면 틀렸다. 내가 그리 만만해 보이더냐?”
“…….”
“꽤나 감성적이구나. 과연 도사라 할 만하다. 정무맹의 젊은 영웅이라 칭할 만해. 하지만 아느냐?”
“…….”
“고작 이런 일로 궁은 무너지지 않는다. 여태 네놈이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며 운 좋게 우리를 방해한 모양이다만 이것으로 끝이다. 네놈은 절대로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했어.”
듣고 있자니 짜증이 스민다. 칼을 들고 와서 주저리주저리 뭔 말이 저리도 많은지.
“동림전장의 일은…….”
“어이, 아줌마!”
아, 아줌마?
가만히 듣고 있던 진무가 짜증스럽게 그녀를 불렀다.
“뭔 말이 그렇게 많아? 수다 떨러 왔어? 과일이라도 깎아 줘?”
“…….”
어깨에 일휘를 걸치고 짝다리를 짚은 채 귓구멍을 후비던 진무의 눈동자에 매서운 빛이 어린다.
“우린 일반 민초가 아니라 무림인이야. 그리고 적이지. 목적이 다르니 서로가 죽고 죽여서 빼앗아야 하는. 싸우러 왔으면 잡소리하지 말고 칼이나 들어.”
“…….”
진무의 이죽거림에 종려군의 얼굴이 거칠게 일그러진다.
“이, 감히!”
근래 자신을 이토록 열 받게 하는 놈이 있었던가? 그것도 약관밖에 되지 않은 핏덩이가.
종려군의 얼굴에 싸늘한 미소가 떠오름과 동시에 그녀의 몸 주위로 붉은 기운이 나선처럼 휘돌아 솟구친다.
짜자작!
기세가 유형화되어 뻗어짐과 동시에, 타고 있던 말이 갈가리 찢겨 나가며 사방에 핏물이 튀었다.
그런 종려군의 모습에 진무의 눈동자에 이채가 스쳐 지나간다.
적강(赤罡)?
특이하다. 지금의 무림에서 적색의 강기를 뿜는 무공은 단 하나다. 화산의 자하강기.
하지만 종려군의 그것은 화산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자줏빛이 아닌 핏빛.
더욱이 강기에서 느껴지는 살기와 투기가 마치 소용돌이처럼 휘돌아 주위에 거친 상처를 만들고 있다.
자신의 무위를 자랑스러워하는 듯한 표정으로 진무를 바라보는 종려군.
하지만, 진무는 안타깝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쯧, 말 한 마리에 가격이 얼만데. 그냥 내려서 하면 될 걸 굳이 그렇게 죽이냐? 아깝게.”
“……!”
빈정거리는 진무의 말에 종려군이 쌍심지를 세우고 노려본다.
핏발이 돋아 올라 눈동자가 붉게 물드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황신.”
“……?”
“못 도와준다.”
그는 지금 황신에게 능비화를 상대하라 말하고 있는 것이다.
“가능하겠어?”
진무의 물음에 황신이 해맑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강해. 생각보다.”
스윽.
말하지 않아도 이미 알고 있는 것처럼 황신이 비수를 역으로 잡고 자세를 취한다.
웃는 얼굴 너머, 잔뜩 긴장하고 있는 기색이 역력했지만, 맡길 수밖에 없다.
잔뜩 허세를 부렸지만 종려군이 만들어 낸 붉은 강기는 감히 경시할 만큼 녹록해 보이지 않았다.
강하다, 말도 못 하게. 괜히 건드린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황신, 힘에 부치면 도망쳐라. 뒈지지 말고.”
끄덕.
짧은 고갯짓과 함께 황신이 쏘아져 나가고, 목표가 자신임을 알고 있는 능비화가 곧바로 튀어 나오며 응수해 왔다.
까아앙!
쏘아져 나온 두 인영의 부딪힘에 쇳소리가 쉴 새 없이 터져 나온다.
순식간에 교환되는 공방.
능비화의 무공은 최소로 잡아도 의기 이상. 경지로만 따지면 황신이 절대로 이길 수 없는 상대다.
하지만 싸움의 결과는 꼭 그것만으로 결정되진 않는다.
아무리 뛰어난 상대라고 해도 한순간의 틈에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것이다.
까아앙!
거칠게 울려 퍼지는 쇳소리. 황신이 밀렸다.
하지만 잘 막았고, 잘 흘렸다.
대기를 할퀴어 찢어 놓는 검격이 당장이라도 황신을 조각내려는 와중에도 초감각에 가까운 청력을 이용해 버티고 있다.
모든 움직임은 대기와 마찰을 만든다. 황신은 그 소리를 듣고 미리 반응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불리해질 것이다. 아무리 시기적절하게 대응을 한다고 해도 그들이 가진 힘의 격차는 메울 수가 없으니까.
특히나 살수나 은신자는 정면승부에서 약하다. 분명 서서히 밀리다가 내력의 한계가 오는 순간 죽는다.
하지만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황신에게 맡기는 수밖에 없었다.
진무가 바라보는 곳.
종려군, 그녀의 몸에 아지랑이처럼 피어오른 기운이 점점 더 강해졌고, 멀리 떨어져 있음에도 찌릿함이 느껴져 올 정도였다.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
진무는 모든 신경을 종려군을 향해 집중하며 육양진기를 극한까지 끌어 올렸다.
“자, 그럼 우리도 시작해 볼까? 어린 것들에게 뒤처지면 안 되니까 말이지!”
자세를 낮추며 뒤로 물린 몸. 투창(投槍)을 하듯이 뒤로 넘겼던 팔의 근육이 앞으로 쏠리는 몸과 함께 급속도로 수축하며 당겨진다.
쐐애액!
일휘가 허공을 꿰뚫어 놓으며 쏘아지고.
파아앙!
발에 채여 튀어 오른 흙더미가 바닥에 떨어지기도 전에 진무가 온 힘을 다해 그 뒤를 쫓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