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79
279화
으드득! 쾅!
손으로 움켜쥐었던 의자의 팔걸이가 산산이 부서져 터져나갔다.
“다시 말해 보라!”
대전을 가득 채운 분노와 사방을 짓누르는 어마어마한 살기의 주인공, 송여방의 서슬 퍼런 호통에 엎드린 유굉은 고개조차 들지 못하고 부들거리며 떨었다.
유굉이 그를 모신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송여방이 자신의 기세를 온전히 뿜어낸 것은.
그 숨 막히는 위압감에 유굉은 빠르게 재차 답을 해 올렸다.
“예, 예하 상단과의 연락이 모조리 끊어졌습니다.”
“…….”
“물길과 산길, 관도를 포함한 모든 이동로가 막혀 상행이 길게는 열흘, 짧게는 닷새 이상 지체되어 거래처들의 항의가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모조리 위약금을 물어야 할 판입니다.”
“허!”
송여방은 온몸이 떨려 올 정도로 치미는 분노를 가라앉히려 애썼다.
산서에 자리 잡은 지 수십 년이다.
과거에는 혁련무강 그 망할 놈으로 인해 대놓고 활동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각고의 노력 끝에 산서를 모조리 자신들의 통제 안으로 끌어들였다.
각 도시의 상단들이 대를 이어 가며 충성하게 했고, 관이며 민가의 사람들까지 손안에서 움직이게 만들었다.
혁련무강 사후에 사패천주가 된 유월청은 구워삶기가 너무도 편했다.
더욱이 번천계를 통해 주요 직위자를 암영대의 무인들로 교체하고 난 이후로 사패천은 자신들의 충실한 노예로 전락했고, 산서상회는 이전의 세월보다 훨씬 빠르게 성장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자신의 뜻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다.
그런데 이 무슨 개떡 같은 소리란 말인가?
이동로가 막힌 것은 둘째 치고, 상행이 멈춘 지 열흘이나 되었음에도 파악조차 하지 못했다니.
“대체 다들 정신을 어디에 팔고 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각 도시에 배치된 감시자들도 별다른 보고를 해 오지 않았기에.”
“……연락이 없었다고?”
송여방의 의문처럼 유굉도 의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터지기 전까지 그 어떤 징후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자기 산서상회와 거래하고 있는 곳에서 거래 물목이 도착하지 않는다며 항의를 해 왔기에 급히 상단에 전서구를 보내 확인을 하였으나, 돌아온 답변은 거래가 정상적으로 진행되었다는 내용이었다.
서로 다른 두 가지 말.
유굉은 무엇을 믿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래서 일단 급한 대로 예하의 전령들을 각 상단으로 파견해 초조하게 소식을 기다리던 와중이었는데, 이번에는 갑자기 이동로가 한꺼번에 막혔다는 연락이 온 것이다.
이 모든 것이 눈 깜짝할 새에 벌어진 일이었다.
“사패천에는 확인을 했느냐?”
“이미 확인을 해 보았으나 그들도 모르는 눈치였습니다.”
“…….”
송여방의 눈매가 가늘어진다.
관이 통제하는 관로뿐 아니라 산로와 수로까지 막혔다면 녹림과 수적패가 모를 리가 없었다.
뭔가 있었다면 사패천 본성에 숨어있는 암영대가 먼저 보고를 해 왔어야 했는데.
일이 무언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
“범정은? 범정은 어찌 되었느냐?”
“……여기.”
유굉이 소반에 담은 서찰을 건네었다.
전궁대가 사용하는 붉은 봉투에 담긴 서신. 안에는 칠음은맥의 아이를 확보하였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그나마 다행이군. 유굉! 본장에 가용한 모든 자산을 동원해 현 사태에 대해 파악하고 신속하게 해결책을 만들어라.”
“알겠습니다.”
유굉이 물러나려는 찰나, 전령 하나가 대전의 문을 박차고 뛰어들었다.
“이게 무슨 짓이냐!”
유굉이 날카롭게 외쳤지만, 전령은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다급히 보고를 뱉어 내었다.
“궁주께 아룁니다!”
“……?”
“태원상단이 의문의 세력에 의해 공격을 받았습니다.”
“뭣이!”
조금 전 느낀 분노를 단숨에 사라지게 할 정도로 충격적인 소식이었다. 송여방은 아예 뛰어 내려와 전령이 가져온 전서구를 빼앗듯이 받아들었다.
피로 얼룩진 서신. 진중의 바로 옆에 붙어 있는 태원의 상단에서 날아온 것이다.
“어떤 놈들이냐? 어떤 미친놈들이 감히?”
“아직 그것까지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관은? 상단이 공격을 받았는데 관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단 말이냐!”
“날아온 소식은 그 서신 한 장이 전부입니다.”
“이런 젠장할!”
붉으락푸르락해진 얼굴로 연신 이를 갈던 송여방의 뇌리에 문득 의문이 스쳤다.
“감시자, 감시자들의 보고는 없었느냐?”
“예. 아직.”
“…….”
말이 안 된다.
상단이 습격당했다면 당사자 이전에 감시자들의 보고가 먼저 있었어야 했다.
이미 급박한 상황을 알리기 위해 전서구가 무수하게 날아왔어야 하는데…… 설마?
한 가지 가능성에 생각이 미친 송여방이 크게 뜬 눈으로 유굉을 바라본다.
상단은 감시자들의 정체를 알지 못한다.
그들이 각 지역의 모든 동향 정보를 종합해 보내면 유굉이 추려 송여방에게 보고한다.
그것이 오랫동안 그들이 산서를 지배해 온 체계였다.
상단들과의 연락이 끊긴 것뿐 아니라 상행까지 중단된 것이 열흘 전이다.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이쪽에 반기를 들 리는 없었고, 일이 생겼다면 감시자들이 진작에 보고를 했었어야 했다.
만약, 누군가 감시자들을 모조리 제압하고 상단을 차지한 뒤 정보를 조작했다면?
쉬운 일은 아니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산서성 전역의 정보를 틀어쥐고 자신들의 눈과 귀를 가릴 정도로 방대한 조직.
정무맹 산하의 개방, 그리고…….
“하오문.”
왜 지금까지 그들을 배제하고 있었을까?
분명하다. 사패천의 반란 세력들이 움직인 것이다.
그렇다면 그들은 어째서 상계에 소속된 자신들을 공격하는 것인가?
사패천의 본성과 전쟁을 벌이려는 상황에서 관이 개입하게 되면 난처해지는 것은 그들일 것인데.
혹, 살막을 공격하러 갔던 마군과 광도가 실패했단 말인가? 해서 놈들이 그들과 산서상회의 연결점을 찾았다고?
그럴 리가 없다. 그들은 비밀을 발설할 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택했을 테니까.
그렇다면 이유가 무엇인가?
머리가 복잡해져 온다. 마치 거대한 장막이 가리고 있는 것처럼 답답하고 어두웠다. 무언가 자신이 놓친 것이 있는 게 분명한데, 도무지 명확하게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망할…….”
갑자기 계속 신경 쓰였던 사패천 반란 세력의 군사 놈이 떠오른다.
놈이 하오문을 움직여 정보를 통제하며 시간을 벌고 있었던 것이 분명하다.
자신이 접견을 요청했을 때는 직접 찾아온다며 거절하고는, 이유가 뭐건 간에 이런 식으로 찾아오다니.
으드득!
송여방이 부러질 듯한 소리가 날 정도로 거세게 이를 갈았다.
“맹랑한 놈. 모든 게 네놈의 생각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은 태원상단을 공격한 놈들을 잡아 놈들을 수면 위로 드러내야 한다.
간악한 사파가 전쟁 자금을 확보하기 위해 상계를 공격한 것으로 몰아가야 했다.
산서의 관리들은 어떻게든 구워삶을 수 있었다. 하지만 중앙부의 관리들까지 어찌할 수는 없다.
내궁이 전장을 손대고 정무맹에서 비리를 밝혀내는 바람에 섬서 지역의 관리들에 대한 도찰원의 조사가 이루어졌고, 그 결과 혐의가 밝혀진 대부분의 관리가 귀양을 가거나 참수되었다.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하오문이 상단의 불법적인 정황을 찾아내어 중앙부와 접촉하게 되면 곧바로 조사가 시작될 것이다.
오랜 세월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던 관이 자신의 자리를 보존하기 위해 산서상회를 잘라 낼 것이고, 관과의 끈을 잃은 상태에서 조사가 시작된다면 산서상회는 무너진다.
일궁의 기반이 와해되는 것이다.
어떻게 해서든 관의 조사가 시작되기 전에 역으로 놈들을 옭아매야 했다.
“유굉!”
“예!”
“지금 즉시 일궁 산하 무인대 전부를 이끌고 태원상단을 구하라.”
“……전부를 말입니까? 하지만 그리되면 본장의 경계가.”
“이런 병신 같은 놈! 일이 이 지경이 되고도 모르겠느냐!”
“……예?”
“태원의 세력까지 무너지면 우리는 완전히 고립되는 것이다. 아무런 손도 쓰지 못한 채 놈들에게 당한단 말이다!”
“……죄, 죄송합니다. 속하의 생각이 짧았습니다.”
“반드시 태원상단을 구하고 놈들의 정체를 알아내야 한다. 시간이 없다. 놈들이 각 도시의 상단 연합을 각개 격파했다면 필시 전력이 분산되어 있을 것이다. 그들이 모이기 전에 처리해야 한다.”
“예!”
유굉이 다급하게 밖으로 뛰어나갔다.
“제기랄…… 두 놈을 저울질하려던 내 생각이 틀렸단 말인가? 싹이 자라기 전에 미리 밟아 버렸어야 했는데…….”
송여방이 미간을 깊이 찡그린 채 부서진 의자에 털썩 소리가 나도록 주저앉았다.
“이색!”
“예.”
송여방의 부름에 항상 그의 곁에 은신해 머물던 이색이 모습을 드러낸다.
“사패천으로 전서구를 띄워 도움을 청해라. 반란 세력이 자금줄을 끊기 위해 산서의 상단을 공격했다고 전해.”
“알겠습니다.”
상황이 긴박하게 흐르기 시작했다.
어쩌면 산서상회, 아니 일궁의 명운을 걸어야 할지도 모를 상황이.
* * *
“천주님! 놈들이 움직입니다.”
황신이 가리킨 방향.
평요성 내부에 자리 잡은 산서상회의 거대한 외성 문이 열리고, 말을 탄 무인들이 쏟아져 나와 관도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총사께서 시작하신 모양입니다.”
“…….”
천우명의 말에 진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적생의 계략은 주효했다.
지난 한 달간 산서상회는 하오문에 의해 완전히 고립되었다.
명세찬이 맡은 운성, 소약벽이 맡은 임분, 천우명이 맡은 대동, 그리고 일전에 추가장을 구하고 난 뒤에 진무의 명령으로 박살 낸 삭주까지.
산서상회 예하 상단 연합이 자리 잡은 네 개의 도시가 모든 전력을 쏟아부은 하오문에 의해 완벽하게 통제되었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이 태원상단.
천우명이 철검단 한 개 대와 은위단을 이끌고 진무와 합류하는 사이 적생이 소약벽과 명세찬, 그리고 살막과 철검단의 무인들을 동원해 태원상단을 공격했다.
태원상단을 구하기 위해 산서상회가 어떤 무인들을 보낸다고 해도 그들이 있는 이상 몰살당할 것은 확실하다.
“이미 야묘들이 손을 써서 도찰원의 명령서를 위조해 보냈기에 소란이 생겨도 관병들은 움직이지 않을 것입니다.”
“…….”
은위단 부단주 외목의 보고에 진무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이미 산음표국과 각 도시의 상단에서 파악한 불법적인 거래 장부에 대한 내용이 도찰원으로 보내졌다.
하지만 증거가 명확하다 해도 황제의 승인이 떨어져 도찰원이 움직이려면 아마 한 달은 더 걸릴 게 분명하다.
아무리 그렇다고 공문서를 위조할 생각을 하다니, 미친놈들.
나중에 걸리면 어떻게 하려고.
하여간 제정신을 가진 놈이 없다.
진무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드는데 황신이 귀를 쫑긋거리며 한 곳을 향해 손가락질한다.
“천주님!”
“……!”
무인들이 빠져나가고 난 뒤, 산서상회의 본장에서 전서구가 푸드덕거리며 급하게 날아오른다.
“대궁.”
진무의 부름이 있자마자 은위단의 조장 대궁이 재빨리 철대를 휘어 화살을 시위에 걸었다.
찌이익! 팡!
팽팽하게 당겨졌던 활시위가 놓이고, 화살이 쾌속하게 허공을 가른다.
쐐애액!
일반적인 화살보다 배는 멀리 날아간 화살이 산서상회를 떠났던 전서구를 꿰뚫자 황신이 쾌속하게 달려 나갔다.
그 속도가 제법 빨라진 것을 보니 그동안 열심히 수련시킨 보람이 느껴진다.
“자, 그럼 우리도 시작할까?”
“예!”
“문 열어 줄 테니까 다들 기다리고 있으라고.”
무인들을 뒤로하고 산서상회를 향해 걸어가는 진무의 뒤를 천우명과 소동보가 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