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80
280화
산서상회의 외성문 위에 만들어진 감시 누각.
외곽 경계를 맡은 우노대는 희한한 모습을 발견했다. 외성벽의 정문으로 다가오는 두 명의…… 젊은 놈?
“웬 놈들이냐!”
“…….”
우노대의 물음에 진무가 가만히 올려보았다.
수문장이란 새끼가 다짜고짜 반말이라니.
당가에서도 그렇고…… 문지기 놈들이랑은 영 상성이 좋지 않은 걸까?
“야, 문 열어.”
“……뭐?”
안 그래도 분위기가 흉흉한 와중에 잡스러운 놈들이 기웃거리자 우노대가 짜증스럽게 외친다.
“이런 핏덩이 놈들이 여기가 어딘 줄 알고.”
“산서상회 아니냐?”
“……어?”
“그것도 모르고 찾아왔을까 봐. 돈 준다고 해서 받으러 왔다고 니네 주인한테 말하면 알 거야.”
“…….”
우노대는 순간 할 말을 잃어버렸다.
뭐지? 이 산뜻하게 미친놈들은?
세상이 어찌 돌아가려고 젊은 놈들이 대낮부터 미쳐 날뛴단 말인가?
“이런 썩을 놈들. 당장 꺼지지 못해! 미치려면 곱게 미쳐야지, 여기가 니놈들 놀이터인 줄 알아?”
“…….”
우노대가 눈을 부라리며 쏘아보자 진무가 눈을 찌푸렸다.
안 그래도 올려다보느라 고개 아픈데 성질을 긁네, 저 새끼가.
“그래서, 문 안 열어 줄 거야?”
젊은 놈이 끝까지 반말을 하자 빈정이 확 상해 버린 우노대가 수하들에게 명을 내렸다.
“누가 가서 저 미친 새끼들 좀 잡아 와라. 다신 얼씬도 못 하게 사지를 부러뜨려 놓을라니까.”
“알겠습니다.”
명을 받은 성문 위사들이 단숨에 계단을 향해 뛰는 소리가 들렸다.
“어쩌죠?”
어쩌긴, 들어가야지.
내가 전에 한 세 시진쯤 참고 기다려 봐서 아는데, 너무 오래 기다리는 건 안 좋아.
갑자기 웬 미친년이 나타나서 싸우자고 지랄할지도 모르거든.
“제가 성벽을 넘어가서 열까요?”
“뭐 하러? 귀찮게시리.”
“예?”
낮지도 않은 성벽을 뭐 하러 힘들게 기어 올라갈 생각을 한단 말인가?
진무가 천천히 굳게 닫힌 성문 옆의 벽 쪽으로 다가갔다.
톡톡.
어린아이 꿀밤 때리듯 성벽을 두들기는 진무의 모습을 소동보가 의아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뭘 하시려고?”
“돌 튄다. 뒤로 물러나 있어.”
“……예?”
소동보가 반문하건 말건 진무는 크게 숨을 들이쉬며 성벽 아래 자리를 잡는다.
문? 그까짓 거 하나 더 만들지 뭐.
다 같이 한 번에 들어갈 수 있게, 아주 활짝 열린 놈으로.
우웅!
진무의 몸에서 검고 거친 사기가 훅 뿜어져 나오는 것과 동시에, 성문 옆의 작은 통문이 열리고 성문 위사들이 진무와 소동보를 잡기 위해 흉흉한 기세를 품고 다가온다.
소동보가 품에서 비수를 꺼내 단숨에 그들을 베어 버릴 준비를 했다.
“네놈들 당장 이리…… 너 지금 뭐 하는?”
성문 위사들이 손을 까딱거리며 다가오다 말고 이어지는 진무의 행동에 멈춰 섰다.
가볍게 펼쳐 성벽에 슬며시 올려 둔 왼손.
그와 함께 앞으로 내밀었던 왼 무릎이 굽혀지고 몸의 무게 중심이 쏠리자 왼발이 지면을 무겁게 짓누른다.
꾸우…….
동시에 뒤로 뻗어 지지하고 있던 오른 무릎이 곧게 펼쳐지며 몸을 더욱 앞으로 밀어붙인다.
후아악!
움켜쥐었던 오른손이 직선으로 뻗어 나가다 안쪽으로 비틀리며 성벽을 향해 달려들었다.
꾸아아앙!
진무의 주먹이 거대한 떨림을 만들고, 눈앞의 성벽이 태풍에 휩쓸린 거목처럼 앞뒤로 크게 뒤흔들렸다.
잔떨림이 멈추고 난 다음에 찾아온 고요.
“지금…… 무슨?”
성문 위사 중 하나가 멍하니 묻자 진무가 히죽 웃었다.
“문.”
“……?”
그 순간 기괴한 소음이 성벽을 통해 흘러나온다.
트득, 트드득. 투툭.
모두의 시선이 성벽을 향한다.
선명하게 새겨진 주먹 자국을 중심으로 성벽이 거미줄 같은 균열을 일으키며 갈라지더니…….
콰아아앙!
안쪽으로 터져 나갔다.
그와 함께 부서진 성벽의 돌들이 대포알처럼 날아가 내부의 전각을 꿰뚫고 부수며 틀어박혔다.
“문이 만들어졌네?”
장난스럽게 말하며 히죽 웃는 진무를 소동보가 멍하니 쳐다본다.
“천주님.”
“응?”
“성문도 있는데…… 그쪽이 부수기도 쉽고…….”
“모르는 소리 하고 있네. 넌 그래서 멀었다는 거야.”
“……?”
뭘? 자신이 모르는 뭔가 중요한 이유가 성벽에 숨어 있는 것일까?
혹시 뒤에 적이라도?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소동보가 의아하게 쳐다보자 진무가 허세 가득한 표정으로 턱을 치켜들며 말했다.
“당연히 이쪽이 훨씬 있어 보이잖아.”
아…… 그렇구나. 고작 그런 이유로.
미친 천주 같으니.
그러나 차마 대놓고 욕을 할 수는 없었기에, 소동보는 황망한 표정으로 진무를 쳐다보기만 했다.
“…….”
그리고 둘의 대화를 듣던 수문 위사들은 멍하니 생각했다.
잡아 오라고……? 뭔 수로? 주먹 한 방으로 이 거대한 성벽을 터트려 버리는 괴물을 자신들이 무슨 수로 잡는단 말인가?
우노대, 이 개새끼…….
수문 위사들은 무너진 감시탑 어딘가에 깔려 있을지 모를 우노대를 향해 속으로 욕설을 뱉었다. 마음 같아서는 멱살을 잡고 주둥이를 틀어막아 버리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이? 뭐 해? 직분에 충실하라고.”
“……?”
“경계 종 울려야지? 호각이라도 불든가.”
“…….”
진무의 웃음을 멍하니 바라보는 사이에 수많은 무인이 쾌속하게 부서진 성문 틈을 향해 쏘아져 들어간다.
“안 할 거면 말고.”
진무가 피식 웃고는 자신에게 다가온 천우명을 향해 말했다.
“우명!”
“예! 천주님!”
“상단이야. 그냥 일하는 사람들 많아.”
“알고 있습니다!”
“그래, 그럼 지금부터 확실하게 조져!”
“크흐흐, 맡겨 두십시오!”
천우명이 진무를 향해 급히 고개를 숙이고 떼를 지어 튀어나온 산서상회의 무인들을 향해 범처럼 뛰어 들어갔다.
“자, 그럼 우리도 들어가 볼까?”
무당지검이자 새로운 사패천의 주인 진무가 산서상회의 안쪽을 향해 걸음을 내디뎠다.
* * *
반복되는 일상으로 단조로웠던 산서상회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뀌었다.
그 내부를 긴장감 넘치는 전장으로 바꾸어 놓은 것은 천우명과 철검단의 무인들이었다.
땅! 스걱!
철검단 일 대주 양호유의 박도가 날아오는 무기를 쳐 냄과 동시에 공격해 온 무인의 목을 베어 낸다.
의기에 이른 그의 무위는 단연 압권이었고, 다가서는 적들을 쉴 새 없이 베어 내고 있었다.
“일꾼들은 죽이지 마라!”
양호유의 외침에 따라 철검단은 폭풍처럼 산서상회의 내부를 휩쓸고 다녔다.
슈아악!
잠시 한눈을 판 사이 양호유를 노리고 들어온 검.
하지만 검을 튕겨 내고 목을 베어 버리려던 그의 박도를 갑자기 들려온 파공성이 가로막는다.
피윳! 퍼억!
“켁!”
그를 공격하던 무인은 목적을 이루지 못하고 이마의 한 중앙에 화살이 박혀 쓰러졌다.
양호유의 시선이 뒤쪽으로 향했다.
무너진 성벽 상단에 거대한 철궁을 들고 선 무인들이 시위를 재고 있었다.
피융! 퍼억!
당겨졌던 시위가 제자리를 찾고, 다시 화살이 걸려 당겨지기를 반복할 때마다 위기에 처한 철검단의 무인들을 구한다.
은위단의 조장 대궁과 그 휘하의 궁사들.
한 번에 서너 대의 화살을 걸어 동시에 날리는 신기에 가까운 그의 궁술이 수적으로 불리한 전장의 분위기에 숨통을 틔웠다.
양호유가 가볍게 고개를 숙이자 대궁이 마주 인사를 하고 다시 시위를 건다.
“뭣들 해! 천주님께서 보고 계신 자리다! 놈들에게 철검단의 무서움을 알려 줘라!”
박도에 시퍼런 검기를 일으킨 양호유는 다시 전장으로 뛰어들었다.
무인들이 떼로 빠져나간 것을 보았는데도 산서상회에는 여전히 많은 수의 무인이 남아 있었다.
내부에서 일어나는 전투를 바라보고 있던 진무가 팔짱을 끼고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표정을 지었다.
“천주님, 어찌?”
옆에 있던 소동보와 어느새 전서구를 주워 돌아온 황신이 진무의 눈치를 살피며 물었다.
왜기는, 죄 잔챙이들이라서 그렇지.
자고로 낚시를 해도 펄떡펄떡 뛰는 힘 좋은 놈을 잡아야 보람을 느끼는 법. 손만 휘저어도 쓰러질 놈들을 잡아 봐야 입맛만 버릴 뿐이었다.
“흐음. 역시…….”
진무가 턱 언저리를 쓸다가 멀리서 무자비하게 적들을 때려눕히고 있는 천우명을 불렀다.
“우명!”
“예! 천주님!”
부름과 동시에 천우명이 섬전처럼 달려와 대답했다.
“대장 놈 좀 불러야겠다.”
“…….”
진무의 손가락이 당당하게 서서 그 큰 위용을 자랑하는 삼 층짜리 전각 하나를 가리켰다.
“부숴.”
파앙!
반문 따윈 필요치 않다.
진무의 명령이라면 지옥 불구덩이로 뛰어들어 염라대왕 멱살이라도 틀어쥘 천우명이었다.
명이 떨어짐과 동시에 달려 나간 천우명의 신형이 전각의 상단까지 솟구치고, 곧이어 움켜쥔 주먹에 묵직한 기운이 어리더니 거대한 권영(拳影)을 만들며 수직으로 떨어진다.
콰드드득!
그의 일권에 아주 잠시 싸움을 멈춘 무인들이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어?”
“저게…… 무슨…….”
눈으로 보고도 믿지 못할 상황에 산서상회의 무인들이 멍하니 눈을 끔벅거린다.
다 쓰러져 가는 초가삼간도 아니고 삼 층짜리 전각이었다.
그 전각을 주먹 하나로 단번에 전각의 지붕에서 그 바닥까지 직선으로 쪼개 놓은 것이다.
뒤이은 기파에 압살당한 전각이 짓눌린 듯 짜부라졌다가, 굉음과 함께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우지직, 콰아앙!
전각 하나를 부수는 일이야 의기의 경지만 되어도 가능하다.
열심히 칼질하고 손발을 움직이면 나무로 만든 그까짓 전각, 부수는 것이 뭐가 어려울까.
하지만 천우명이 전각을 부수는 방법은 달랐다. 산을 허물고 땅을 짓누르는 위력을 가졌다는 붕권. 그 명성대로 삼 층 전각 하나를 통째로 짓눌러 터트려 버린 것이다.
“쓸 만하네. 그래도 아직 부족해.”
무너진 전각의 잔해를 바라보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던 진무가 손가락을 다시 옮긴다.
천우명이 날아간다.
그리고 당연하다는 듯 건물이 또다시 통째로 무너지며 굉음을 만든다.
우드득, 쾅! 콰쾅!
손가락이 움직일 때마다 천우명이 힘 좋은 메뚜기처럼 펄쩍펄쩍 뛰어오르고, 그때마다 건물이 하나씩 하나씩 무너지며 주변이 초토화되고 있었다.
산서상회의 무인들은 상식을 넘어서 버린 상황에 그저 눈만 끔벅거리다가 철검단의 검에 속절없이 쓰러졌다.
산서상회의 내부를 지키는 무인으로서 침입자는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런데 막을 수 있을까?
“거참, 이래도 안 나와? 궁둥이가 대체 얼마나 무거운 거야?”
이만한 소란을 일으켰음에도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 산서상회의 주인 놈이 기특하기까지 했다.
“좋아. 그럼 아예 뒤흔들어 주지.”
“……?”
또 무슨 짓을 하려고?
황신과 소동보가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하고 진무를 쳐다보았다.
“물러서라. 옆에 있으면 위험해.”
“…….”
진무의 몸에 폭발적인 기운이 어리자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던 황신과 소동보가 약속이나 한 듯이 자신들이 낼 수 있는 최대의 속도로 그 옆을 벗어났다.
괴물이 괴물 짓을 할 게 뻔하다고 생각했으니까.
무릎을 굽히며 온몸의 힘을 끌어 올리는 진무의 기운에 대지가 잘게 떨린다.
시커먼 강기의 기운이 하늘을 향해 쭉 뻗어 올린 진무의 손안에 둥글게 응축되고…….
그 힘이 대기를 찢어발기는 소리를 만들어 내는 순간, 입가에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은 진무가 구체를 움켜쥐고 세차게 땅속으로 박아 넣었다.
쿠쿠쿠.
강제로 박아 넣은 검은 구체를 받아 삼켜 버린 대지가 거세게 울리나 싶더니, 이내 깊숙한 곳에서부터 폭발했다.
드드드드, 꾸우우웅!
묵룡혼원공.
충룡(衝龍) 대지창파.
지면이 방음 역할을 했기 때문인지 소리는 생각보다 크지 않았으나 폭발한 묵룡에 대지가 푸른 바다 물결처럼 너울거리며 폭발했다.
가공하리만큼 거대한 힘으로 산서상회 전체를 통째로 뒤흔들어 버린 진무가 입가에 비릿한 미소를 띄웠다.
“크크크, 나와, 이 개새끼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