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29
29화
“와아! 죽여라!”
“부숴 버려!”
습격.
그들은 모두가 잠든 한밤중을 틈타 공격을 해 왔다.
그것도 정문을 부수고, 달려드는 호위 무인들을 모조리 때려눕히며,
그런데?
‘어째서 사척파가?’
청양상단의 총관 이치성은 도무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전날 진무를 죽이러 갔던 놈들이다.
제갈세가의 방해로 놓쳤다는 소리를 들었고, 밤새 수하들을 풀어 진무 일행의 행적을 좇고 있다고 했다.
그런데,
왜 공사척과 함께 그들이 서 있단 말인가?
진무, 청상, 청우.
눈을 아무리 비벼 보아도 그들이 확실했다.
어째서 공사척은 저리도 굽신거리며 앞잡이 행세를 하고 있는 걸까?
도대체 하루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그리고, 사척파의 무뢰배들은 뭐가 저리도 열심이란 말인가?
상단 호위와 싸우며 팔다리가 부러지고 칼날에 상처를 입으면서도 사력을 다해 싸우고 있다.
“청양상단의 악도들을 처단해라!”
미친 건가?
“무당파의 의기를 보여 주자!”
미쳤네.
뒷골목 무뢰배인 놈들이 무당의 제자라도 된 것처럼 행동한다.
“막아! 막으란 말이다!”
이치성이 목에 핏대를 세워 소리치며 몸을 천천히 뒤로 뺐다.
연유야 어찌 되었건 지금의 상단 호위로는 그들을 막을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비록 상단 총관인 그라 해도 공사척의 무위는 귀에 딱지가 앉을 정도로 들어 왔다.
그의 수하들은 몰라도 그는 강하다.
적어도 단강구 상단에 있는 호위 무인들 중 어느 누구도 상대가 되지 못할 만큼.
이치성은 모두가 싸우는 틈을 타서 몰래 도망칠 생각이었다.
서둘러 지금의 상황을 금적산에게 알려야만 했다.
공사척의 배신을 알리고 금적산으로 하여금 우가장을 움직이게 해야만 했다.
켕기는 것이 있으니 우가장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분명 우가장주인 우문흠이 직접 움직일…….
퍼억!
막 자리를 피하던 이치성의 눈에 큼지막한 발 하나가 날아오는 모습이 보였다.
“크엑!”
수없이 쓰러진 사내들.
길게 늘어선 줄.
하나같이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부어 무릎을 꿇고 있었고 사척파의 무뢰배들이 그들의 주위를 포위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중앙에서 치욕스럽다는 표정을 짓고 있는 청양상단의 총관 이치성.
“크흐흑.”
참담한 마음에 눈물이 절로 흘러나왔다.
공사척 이 치사한 새끼.
아무리 배신을 밥 먹듯이 하는 사파라고는 해도 무당파에 붙어먹을 줄은 몰랐다.
그리고,
하필이면 금적산과 상단의 주력 무인들이 밀수 건으로 모조리 빠져나간 다음에 그들이 찾아올 줄은 몰랐다.
“네놈이 어찌 이럴 수 있단 말이냐! 청부를 받고 죽이러 간 놈이 도리어 앞잡이가 돼?”
이치성이 공사척을 향해 호통을 치며 노려보았다.
얼굴이 시퍼렇게 멍들고 무릎이 꿇려 있음에도 당당함을 잃지 않았다.
“어이, 거기 총관. 눈 깔아.”
“…….”
진무의 말에 이치성이 발끈하며 눈을 치켜떴다.
자신보다 한참이나 어린 도사다.
아무리 힘이 좀 있다기로서니 어른한테 싸가지 없이.
하지만 진무보다 공사척이 먼저 움직여 이치성의 복부를 마구잡이로 걷어차 버렸다.
“이언 쐉노므애끼! 어디 대혀께 누까리르(이런 쌍놈의 새끼! 어디 대협께 눈까리를!)”
공사척이 멱살을 잡고 눈을 부라렸지만, 이빨이 빠져 우물거리는 그의 말을 알아들을 수는 없었다.
그러나 이치성은 곧바로 눈을 깔았다.
매가 사람을 만든다.
그건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는 불문율이었다.
그 아픔에 뼛속까지 시릴 정도라면 더더욱 효과적이었고.
공사척은 제 놈이 살기 위해 더욱 악랄하게 상단 무사들과 이치성을 두들겨 패며 진무에게 충성을 보였다.
전날 새벽, 진무는 공사척에게 한 가지 제안과 함께 무당 제자를 노린 것을 불문에 부치겠다고 했다.
한 가지만 도와주면.
정파와 사파는 상극이었다.
특히나 그 상대가 도가의 맥을 이은 무당이라면 더욱 그러했다.
그런데 불문에 부치겠다니.
자신의 목숨을 노린 상대의 죄를 묻지 않겠다니.
이렇게도 자비로울 수가.
더는 전전긍긍하지 않아도 되었다.
혹시나 무당과 척을 지고 평생을 도망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이 단번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 순간 진무가 수십의 수하를 죽인 것도, 자신을 개 패듯이 팬 것도, 이빨이 몽땅 빠져서 발음이 새는 것도 모조리 기억에서 날아갔다.
연이 닿은 흑사방의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고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현기의 경지를 얻은 공사척이었다.
그 때문에 무뢰배치고는 실력이 좋았다.
하지만 그럴듯한 약소 문파를 만들어도 충분한 실력으로 단강구 무뢰배들의 두목이 되었다.
더 좋은 자리도 있었겠지만, 그는 본래 소인배였고, 그래서 용 꼬리보다 뱀 대가리를 택한 것이다.
거대 문파에서 무인대 중 하나로 사느니 단강구 무뢰배의 두목으로 떵떵거리며 사는 게 훨씬 좋았다.
제갈세가의 심기를 거스르지만 않는다면 충분히 뒷세계의 왕으로 군림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진무가 이번 일을 용서해 준다면 그 생활을 계속해서 영위할 수 있었다.
도대체 이 은혜를 어찌 다 갚아야 한단 말인가?
그렇기에 더욱 열심히, 사력을 다해 청양상단을 조졌다.
조금이라도 진무의 은혜에 보답하기 위해.
“금적산 어디 있냐?”
공사척을 물린 진무가 이치성을 향해 물었다.
“그, 그게.”
“대답 안 할 거야?”
진무의 채근에 이치성이 열심히 머리를 굴렸다.
그의 대답이 늦어지자 옆에 있던 충성스러운(?) 공사척이 구멍 난 박도를 들고 이치성의 목 어림을 위협했다.
어떻게 대답을 해야 할까?
공사척이 잡혔으니 이미 우가장이 연관되어 있음은 드러난 것이나 다름없었다.
물론 그 과정에 청양상단이 끼어 있음도 알 것이다.
잘못하다가는 모조리 털려 나간다.
스윽.
목에 대어진 서늘한 검날이 그의 피부를 짓눌렀다.
“흡!”
지금 남을 생각해 의리를 지킬 처지가 아니었다.
일단 살고 봐야지.
“상단주께서는 거래를…….”
“거래? 거짓말하지 마! 무슨 상단 거래가 오밤중에 이루어진다고!”
이치성의 대답에 청상이 버럭 화를 내었다.
“그게, 밀거래…….”
“이놈이 그래도?”
잠깐만, 청상아.
진무가 이치성을 향해 화를 내며 다가서는 청상을 붙잡았다.
무당파에서 이미 그들의 대화를 들었기에 청양상단이 밀거래를 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진무였다.
밀거래는 불법적이고 은밀하다.
주로 관에서 금지하고 있는 품목을 거래하는 경우가 많고, 과도한 세액이 매겨진 품목이 대부분이며, 결정적으로 고가의 품목들이다.
잘만하면 팔자를 고칠 수도 있었다.
‘호오? 밀거래가 있었어? 어쩐지 어제 본 것보다 호위 무인 수가 턱없이 적다고 했더니.’
진무가 턱 언저리를 쓸었다.
밀거래. 위험이 따르는 만큼 정상적인 거래보다 훨씬 많은 이익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지금 거래 중이라면?
흐흐, 복수를 하러 왔더니 생각지도 못한 수확이었다.
이거 잘하면 도랑 치고 가재 잡겠다.
그래, 이건 복수다.
그저 복수하는 과정에서 몸을 움직인 데 대한 수고료를 조금 받아 가는 것뿐이다.
어차피 청양상단을 자금을 뽑아 먹으려 했던 진무가 아니었던가.
‘잘하면 전장에 몇 구좌 더 개설해야겠는데?’
순식간에 거래 현장을 급습해 모든 것을 빼앗아 챙길 계획을 세운 진무가 청상을 진정시키고 이치성을 향해 은근히 물었다.
음흉한 미소는 덤이다.
“근데 왜 아랫것들 안 시키고 금적산이 직접 갔지?”
“그게.”
이치성이 말하기를 주저하자 공사척의 박도가 그의 목을 더욱 깊이 파고들었다.
“화, 화약입니다. 이번에 거래하는 물목이…….”
“뭐?”
이런 미친놈들이?
고작 소금이나 도자기, 용정차 같은 품목인 줄 알았는데.
화약이라는 말에 진무가 벌떡 일어났고 옆에 있던 청상은 물론 청우마저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화약을 거래하다니.
미쳐도 단단히 미친 게 틀림없었다.
춘절이나 중양절, 혹은 잔치 때 불꽃놀이를 위해 사용되기도 하지만 화약은 대포의 장약이다.
즉, 전쟁에서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물건이었다.
소량이라고 해도 관에 신고하지 않고는 절대로 거래해서는 안 된다.
관무불침(官武不侵).
지금의 시대를 이룩한 태조가 건국 당시 무림의 도움을 받았기에 칙령을 내렸고, 후대에 전해져 그대로 전통이 되었다.
하지만 관무불침이라 해도 그 전통이 깨어지지 않기 위해서는 무림인들이 지켜야 할 것이 있었다.
민가에 피해를 주어서는 안 된다.
역모에 가담해서는 안 된다.
그리고 절대로 군부에서 통제하는 화약에 손을 대서는 안 된다.
비록 그것이 엄청난 위력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정사마의 어느 세력도 함부로 화약을 탐내지 않는다.
그것이 무림 내에서의 암묵적인 규약이고, 매우 모자란 청우마저도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재수 없으면 백만 어림군에 의해 무림 자체가 쓸려 나갈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지역의 중소 상단이 화약을 거래한다고?
‘허, 금적산이 이 새끼. 아주 상또라이였구만? 아무리 돈이 좋다지만.’
하긴 그러니 상단 주제에 무당의 제자를 암살하는 계획에 동참했겠지.
진무가 어이없는 표정을 짓는데 청상이 조심스럽게 속삭였다.
“저어, 사숙. 화약이라면 관에 연락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음.”
진무는 잠시 고민을 했다.
복수와 더불어 덤으로 밀수품과 돈까지 챙겨 보려는 생각이었는데…… 젠장, 하필이면 화약이라니.
이건 덩치가 커도 너무 크다.
아깝긴 해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일단은 도사 신분이 아니던가?
괜히 쓸데없는 일에 목숨을 걸어서 좋을 게 없다.
“어이, 총관. 거래 장소가 어디야?”
“그…… 북쪽 수고(水庫: 저수지)의 갈대밭입니다.”
“갈대밭이라.”
진무가 고개를 끄덕였다.
화약이라면, 일단 관을 부르기는 해야 할 것 같았다.
“청상, 이 길로 곧장 단강구 현청으로 가라. 무당의 제자임을 밝히고 화약 밀거래에 대해 알려라.”
이런 일에는 눈치 빠른 청상이 청우보다 훨씬 나을 것이다.
“예! 한데 사숙께선?”
“나? 지금부터 조지러 가야지.”
“혼자 말입니까? 차라리 관과 함께 가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그럴 수는 없다.
반드시 관보다 먼저 가야 한다.
화약은 챙기지 못할지라도 수고비만큼은 무조건 챙겨야 했다.
“청상아.”
“예, 사숙!”
“시간이 없다. 만약 놈들이 먼저 거래를 끝내면 밀거래의 꼬리를 잡지 못할지도 모른다.”
“아!”
“허니 먼저 가서 놈들을 붙잡고 있겠다. 그리고 내 걱정은 말아라. 든든한 지원군이 있질 않느냐.”
진무가 자신을 향해 어떻게든 눈에 들어 보려 헤실거리는 공사척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그는…….”
“청상아.”
“예?”
“네 사숙을 믿어라.”
“알겠습니다. 하면 몸조심하십시오. 서둘러 관군과 함께 가겠습니다.”
“오냐. 거기서 보자꾸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