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32
32화
“크, 큰일 났습니다!”
우가장의 대사부 조방이 정문을 밀치고 뛰어들자 여유롭게 차를 마시던 우문흠이 눈살을 찌푸렸다.
“웬 소란인…….”
“지금 현청에 난리가 났습니다.”
“……?”
“공사척 패거리와 청양상단이 모조리 현청에 압송되었습니다.”
우문흠은 순간 자신이 잘못 들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다.
“그, 그게 무슨 소린가? 차근차근 설명해 보게!”
“관군이 청양상단과 사척파의 본거지를 지키고 있어서 정확한 내용은 확인하지 못했습니다. 다만 지난밤에 밀거래가 있었던 모양입니다.”
“미, 밀거래?”
“예.”
골이 아파 오는지 우문흠이 이마를 짚었다.
청양상단이 밀거래에 손을 대고 있음은 진즉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리 그래도 하필이면 지금이란 말인가?
가만, 그런데.
“공사척 패거리까지 잡혔다고?”
“예. 듣기로 일망타진되었다고 합니다.”
“그게 뭔…….”
“밀거래 현장에서 함께 잡혔다고 합니다.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나 청양상단과 싸우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 무슨 뜬금없는 개소리란 말인가?
진무 일행을 뒤쫓고 있어야 할 공사척이 어찌 청양상단의 밀거래에 끼어들었단 말인가?
더구나 진무 일행을 죽이기 위해 함정을 판 것이 이틀 전 밤이었다.
밤, 낮과 다시 밤을 지났다.
고작 만 하루 반밖에 지나지 않았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천지개벽이라도 일어났단 말인가?
도통 이해가 되지 않았으나 조방 역시 자세히는 모르는 눈치였다.
‘이런 젠장. 놈들이 입을 다문다면 모르겠으나 우리가 의뢰한 내용이 알려지기라도 하면…….’
더럭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만약 진무 일행이 도망쳐 습격을 받았다는 사실을 무당에 알리고, 무당에서 본격적으로 조사를 시작하기라도 한다면?
무당에서 자신들이 청부의 뒷배라는 것을 알면 우가장은 물론 진혜에게까지 화가 미치게 될 것이다.
사형제의 목숨을 노리는 것.
중원의 모든 문파가 가장 엄격하게 금하고 있는 일이었다.
파문을 당하는 것은 물론 사지근맥이 잘려 폐인이 될 것이 틀림없었다.
진혜는 우가장의 역사를 이끌어 갈 꿈과 희망이었다.
우가장이 무당에 추궁을 당하는 한이 있어도 그것만은 막아야 했다.
‘이, 일단 증거를, 어떻게든 증거를 인멸해야 한다. 그리고 진혜는 몰랐던 것으로 해야 해. 우리가 몰래 일을 꾸민 것으로 만들어야 한다.’
우문흠의 눈에 시퍼런 불길이 치솟았다.
‘금적산, 공사척. 서둘러 그 두 놈을 죽여야 한다. 그놈들의 입만 막으면 되는 일이야.’
결심을 굳힌 우문흠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급히 지현대인을 만나야겠다. 자네는 이 길로 진혜에게 연락을 보내고, 무당의 동태를 살피게. 또한 청양상단과 공사척과 관련된 모든 증거를 소각해야 하네.”
“알겠습니다.”
조방에게 명령을 내린 우문흠은 서둘러 채비를 갖추고 무인 다섯을 대동해 현청으로 달려갔다.
* * *
쩔거럭.
묵직한 전낭의 느낌에 진무는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조사를 해 보니 수배 중인 놈들이 꽤 있더군요. 이팔룡이도 있고.”
“이십 냥!”
“예?”
“흠흠, 아닙니다.”
이팔룡이 끼어 있었다니. 현상금 이십 냥이 추가되었다.
“어쨌든 다 해서 모두 이백 냥이 조금 못 되지만 제가 도장의 노고에 조금 더 넣었습니다.”
판관 오맹달의 말에 진무의 입이 귀밑까지 찢어졌다.
관인 중에도 좋은 사람이 있구나.
“하면 밀거래 포상금은…….”
“아, 그건 큰 공을 세우신 지현대인께서 도장을 직접 만나 뵙고 드린다고.”
“그렇습니까.”
“예. 지금 기다리고 계실 겝니다. 함께 가시죠.”
“예.”
이미 포목점에 들러 번쩍번쩍한 새 도포로 갈아입은 참이었다.
포목점 주인의 배려로 발에 꼭 맞는 새 신까지 신으니 머리가 하늘까지 닿겠…… 발걸음이 가볍다.
막 그들이 현청의 본관으로 갈 때쯤, 우문흠과 우가장의 무인들이 들어서고 있었다.
“우가장주님 아니십니까?”
우가장주?
오 판관이 그의 얼굴을 알아보고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순간 진무의 눈에 매서운 빛이 스쳤다 사라졌다.
“아, 오 판……관.”
고개를 돌렸던 우문흠이 진무 일행을 보고 순간적으로 표정이 경직되었다.
무당의 복장을 한 세 명의 도사.
지금 단강구에 있는 도사들이 진무 일행이라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이놈들이 어찌 현청에?’
처음은 놀람이고, 뒤이은 것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내색하지 않으려 모른 척 오 판관에게 물었다.
“이분들께서는?”
“아직 소문을 듣지 못하셨나 보군요.”
“소문이요?”
“예. 지난밤에 밀거래가 있었습니다. 드디어 청양상단의 꼬리를 잡은 게지요. 그런데 이 미친놈들이 글쎄 화약까지 거래했지 뭡니까. 어쨌든 무당의 도장들 덕에 일망타진했고, 지금 정 판관이 관군을 이끌고 구매하려던 놈들을 쫓고 있는 중입니다.”
진무 일행이 밀거래 현장을 덮쳤다고? 그들이 어찌 알고?
설마 금적산, 그 멍청한 놈이 밀거래를 하는 사실을 이 어린놈들에게 들켰단 말인가?
“그리고, 밀거래뿐 아니라 공사척 패거리까지 일망타진할 수 있게 되었지 뭡니까. 지역 상인들의 칭찬이 자자합니다. 그놈들이 나쁜 짓을 좀 많이 했습니까? 다들 무당의 이름을 칭송하느라 바쁘더군요. 어찌 되었든, 이참에 그놈에게 뇌물을 받아먹은 비리 관료들까지 쳐 낼 수 있게 되어 지현대인께서 크게 기뻐하고 계십니다.”
쉬지 않고 나불거리는 오 판관의 모습에 우문흠은 눈가가 찡그려지려는 것을 애써 참아 내며 미소를 머금었다.
“대, 대단합니다. 관에서 수년째 하지 못한 일을…… 역시 무당의 도장입니다.”
우문흠은 겉으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진무 일행의 표정을 살폈다.
자신들이 배후임을 알고 있는 것은 아닐까?
공사척과 금적산은 어디까지 말했을까?
“예. 대단하지요. 저도 놀랐습니다. 근래에 무당파가 대외 활동을 전혀 하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말이지요.”
그사이 진무도 우문흠을 바라보고 있었다.
우가장, 안 그래도 반드시 한번 만날 생각이었다.
공사척에게 자신을 죽이라고 청부한 곳. 그곳의 주인이라는 놈. 이놈이 모든 일의 원흉이다.
하지만 들어 본 적도, 본 적도 없는 얼굴이었다.
도대체 자신과 무슨 원한이 있어서 자신들을 죽이려 청부를 했을까?
“아, 그러고 보니 아드님이 무당의 제자라 하지 않았습니까?”
오 판관의 말에 진무의 눈매가 가늘어졌다.
아들이 무당에 있다고?
“그, 그렇습니다.”
표정을 감추고 있던 우문흠이 눈에 띄게 당황하고 있었다.
“도명이 뭐랬지요?”
우문흠은 눈치 없는 오 판관으로 인해 등줄기에 식은땀이 나는 것 같았다.
“아 참! 내 정신 좀 보게. 지현대인께서는 어디 계시오? 내 급히 만나야 할 일이 있는데.”
우문흠이 다급히 화두를 돌렸지만,
“아! 진혜! 진혜 도장이라고 했지요?”
“…….”
“진자 배의 항렬이니 진무 도장의 사형이겠군요.”
우문흠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지고, 진무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맺혔다.
진혜.
그렇군.
진무는 머리가 확 하고 맑아지는 것 같았다.
하긴, 생각해 보면 정말 쉽게 눈치챌 수 있는 일이었다.
대제자를 꿈꾸는 진혜.
애초에 청양상단과 진혜의 결탁을 알고 있었던 그였다.
그의 가문인 우가장에 대해서는 모르는 일이었으나, 자신을 죽이려는 음모가 있었다면 응당 진혜를 먼저 떠올렸어야 했다.
‘이 새끼가 대제자가 되려고 사형제를 죽이려고 해? 제 집안까지 동원해서?’
이런 비열한 새끼들.
하마터면 진짜로 죽을 뻔했지 않은가?
확 이 자리에서 그냥.
하지만 가만.
죽이는 건 너무나 쉽다.
죽이고 나면 크게 쓸모가 없지 않은가?
이미 약점을 잡은 것이나 다름없었다. 차라리 이런 비열한 놈들은 자고로 옆에 두고 쓰는 게 좋다.
제 뒤가 구린 놈들은 이용 가치가 떨어지기 전까지는 말을 잘 듣는 편이다.
더구나 무당의 일대제자 중 한 명이 아닌가? 어쩌면 진무가 대제자가 되는 데 아주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크크크, 이 새끼들. 너희의 비열함을 제대로 이용해 주지.’
진무는 어떻게 하면 그들을 가장 고통스럽게 만들어 줄 수 있을까?
또 얼마나 효과적으로 이용해 먹을 수 있을까를 고민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마음과 달리 진무는 얼굴 가득히 미소를 머금고 우문흠을 향해 공손하게 인사했다.
“진혜 사형의 아버님인 줄 몰랐습니다. 무당의 진무가 인사를 여쭙니다.”
“아, 그…… 허허, 이리 만나게 되어 반갑네. 우가장을 맡고 있는 우문흠일세.”
설마 모르는 것일까?
우문흠의 머리가 복잡해지기 시작했다.
분명 조금 전까지 자신을 노려보는 눈빛인 것 같았는데 이리도 순박하게 웃는 것은 또 뭐란 말인가?
“함께 가시지요. 이번 일로 포상금을 주신다 하여 지현대인을 뵈러 가는 길입니다.”
“아, 그, 그러세.”
진무가 앞자리를 청하자 우문흠이 꺼림칙한 표정으로 오 판관의 뒤를 따라 걸음을 내디뎠다.
그 뒤로 진무의 음흉한 표정은 보지 못한 채.
‘젠장, 하필이면…….’
진무의 속을 알지 못한 우문흠은 답답하기만 했다.
지현을 만나는 동안에도 이미 가시방석에 앉아 있는 것 같았다.
두둑하게 포상금까지 챙기며 지현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우문흠은 웃기만 할 뿐, 자신이 할 말은 하나도 하지 못했다.
애초에 그가 알고 싶었던 것은 공사척과 금적산에 대한 조사 과정에서 우가장과 관련된 이야기가 나오지 않았는가였다.
그리고 만약 참형이 내려지지 않는다면 은밀하게 죽일 생각이었다.
“참, 공사척 그놈이 우가장에서 진무 도장을 죽이라 청부를 받았다고 하던데.”
“예에?”
지현의 말에 순간 우문흠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이미 불었다고? 전부? 다?
한발 늦었다.
우문흠은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저도 들었습니다만 아마 거짓말일 겁니다. 우가장은 동문 사형의 가문입니다. 그럴 리가 없지요.”
갑자기 진무가 우문흠의 편을 들어 주었다.
“하긴, 진무 도장께 이용당했다고도 하더군요. 금적산이 도장께서 자신의 돈을 가로챘다나 뭐라나.”
“그럴 리가요. 도사가 무슨 돈이 필요하다구요. 저로 인해 잡혔으니 나쁜 놈들이 어떻게든 복수를 해 보려 발악하는 것이지요.”
진무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싱글싱글 웃으며 대꾸했다.
“쯧쯧, 하긴. 그도 그럴 겝니다. 무당의 도사들이 청렴한 것이야 세인들이 다 아는 사실이거늘. 허헛.”
지현의 말에 진무가 음흉한 미소를 지으며 돌아봤고, 시선이 마주친 우문흠이 어색하게 웃으며 식은땀을 흘렸다.
“그보다, 이번 일로 지주(知州)대인께서 무당에 큰 감사를 표하셨습니다. 국법으로 엄히 금하고 있는 화약 밀거래인지라.”
지주는 지현의 상위 관직이었다.
“별말씀을…… 도움이 되었다니 다행입니다.”
“어떠십니까? 지주대인께서도 뵙고 싶어 하시니 현청에 잠시 기거를 하시는 것이.”
지현의 말에 진무가 잠시 고민을 하는가 싶더니 웃으며 말했다.
“아닙니다. 민생 안정에 도움을 드린 것뿐인데 관에 폐를 끼칠 수야 없지요. 때마침 동문 사형의 아버님을 뵈었으니 결례가 되지 않는다면 그곳에서 잠시 기거하다 돌아갈 생각입니다.”
“아, 우가장에요?”
“예.”
진무와 지현이 동시에 우문흠을 바라보았다.
“어, 허허. 저희야 다, 당연히.”
수락할 수밖에.
망할…….
우문흠으로서는 욕설이 절로 나오는 상황이었다.
이야기를 들어 보면 이미 공사척이 진무에게 모든 것을 분 뒤였다.
그럼에도 ‘거짓말이다.’라고 말하며 자신을 향해 모든 것을 다 알고 있다는 눈빛으로 음흉스럽게 웃는 진무였다.
‘이, 이놈. 무슨 생각인 게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