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andering Warrior of Wudang RAW novel - Chapter 586
56화
휘둘러졌다.
거대한 호선을 그리며 날아든 여의가 황급히 몸을 틀며 교차한 교마의 팔뚝 위를 강타했다.
휘이익! 콰아앙!
“큭!”
거악이 통째로 들이받는 듯한 충격에 몸이 뒤로 쭉 밀려 버린 교마의 얼굴이 와락 일그러졌다.
달라진 것은 넝마처럼 처참하게 변해 버린 진무의 외형도, 분위기도 아니었다.
맨몸에 부딪힌 듯 순수한 충격.
그리고 무엇보다, 진무의 공격에서 느껴지는 기이한 힘.
신력이나 마력 따위가 아니었다. 그 어디에서도 기원을 찾을 수 없는 기운이었다.
빠각, 빠가각.
“……!?”
와중에 교마의 몸을 외피처럼 둘러 보호하고 있던 마력의 보호막이 깨졌다.
“뭘, 싸우는데 고민을 하고 지랄이야? 이거나 처 잡숴라!”
슈아악!
쭉 뻗어 낸 여의가 길이를 늘이며 곧게 쏘아져 왔다.
빠악!
그리고 아직 풀지 못한 교차한 교마의 팔뚝 위에 명중했다.
“큭!”
팔이 뚫리는 것 같은 충격에 교마가 억눌린 신음을 토했다.
“이, 빌어먹을 천계 놈이!”
연거푸 충격을 입은 교마가 곧장 솟구쳐 올랐다가 진무를 향해 양손을 십자로 그어 교차시켰다.
이내 손끝에서 발현된 검이 마기가 날아가는 모습조차 생략한 듯 대지를 찢어 놓았다.
콰아아앙!
네 갈래로 찢어진 땅바닥이 솟구쳐 폭발하고, 자욱하게 솟구치는 먼지구름이 박피옥을 집어삼켰다.
퓻!
하지만 진무의 신형이 곧바로 먼지를 뚫고 솟구쳐 교마를 향해 창처럼 곧게 쇄도했다.
후우우웅!
하지만 봉신을 해한 교마도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쩌어어엉!
주먹을 말아 쥐고 강맹하게 날아온 여의를 쳐 냄과 동시에 진무를 향해 힘껏 일격을 뻗어 낸다.
빠박!
주먹과 손바닥이 부딪히는 것을 시작으로 여의를 내던진 진무와 교마의 난투가 시작됐다.
빡! 빠바박!
“…….”
바닥에서 올려다보는 청상 등은 내내 입을 다물 수가 없었다.
우열을 판가름할 수가 없다.
뭐가 보여야 누가 이기고 있는지 알지.
“신!”
청상이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불렀지만, 황신 또한 찡그린 표정으로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들리긴 했을 터이나 판단할 수 없는 것이다. 맞부딪치는 소리가 너무 빨라 하나인 것처럼 느껴졌으니.
“그런데, 대체 어찌 된 거냐?”
“……?”
멍하니 바라보던 백표가 의아하단 듯 중얼거렸다.
“분명 차이가 극명했는데…… 저리 비등하다니? 은공께 무슨 일이 일어났길래.”
그의 의문에 모두가 고개를 주억거렸다.
분명 진무는 교마의 공격에 당했었다. 소멸했을지도 모른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다행히 그 폭발에서 살아남기는 했으나, 당장 소멸해도 이상하지 않을 만큼 처참한 모습이었다.
그런데 어떻게?
어찌 교마와 저렇게 대등하게 싸울 수가 있는 거지?
“……백표.”
“으응?”
“지금 우리가 천주님을 도울 방법은 하나뿐이다.”
귀를 쫑긋 세우고 하늘을 노려보던 황신이 눈에 힘을 잔뜩 주고 비장하게 말했다.
우리가 도울 수 있는 게 있다고? 저런 괴물들의 싸움을 무슨 수로?
하지만, 과거 오랫동안 진무를 따라다닌 황신이 아니던가?
자칭은 논외로 치더라도 무려 진무에게 인정씩이나 받은 개인 호위였다. 필경 그만이 아는 방법이 있을 것이라 여겨졌다.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진무를 돕고 싶었던 백표가 다급히 물었다.
“말해라! 그게 무엇이냐!?”
“…….”
그의 물음에 황신이 결의에 찬 표정으로 주먹을 슬그머니 들어 올렸다.
“이, 이겨라.”
“…….”
“이겨라! 이겨라! 우! 리! 천! 주! 이겨라!”
“…….”
백표는 진심 어린 표정으로 진심 어린 몸짓을 하기 시작하는 황신을 넋을 잃고 쳐다봤다.
아, 저런 병신이…….
개인 호위는 무슨? 널 믿은 내가 잘못이다.
한숨이 절로 푹푹 나오던 그때.
“이, 이겨라. 우리 사숙 이겨라!”
“…….”
이승에서 쌓은 수양과 공덕으로 등선까지 한 도사 청상마저도 저 귀 밝은 머저리에게 감화되었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다른 수가 없긴 했다. 진심을 담은 응원 외에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어쩌면, 작은 도움조차 되지 못하는 안타까움 속에서 쪽팔림까지 감수한 그들의 지극한 마음의 발현일지도 몰랐다.
“제, 젠장…….”
홀로 갈등하기를 잠시.
마침내 백표도 그들과 똑같이 외치기 시작했다.
아주 작고 소박한 목소리로…….
“백표! 천주님을 대하는 마음이 고작 그 정도란 말이냐! 더 힘차게 외쳐라! 손 번쩍 들고! 이렇게! 이렇게!”
“…….”
더할 나위 없이 진지한 황신의 질책에 백표가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뒤질 순 없었다.
청상이 사숙을 생각하는 마음, 황신이 천주를 생각하는 마음만큼이나 자신 또한 은공을 생각하고 있었기에.
“이겨라! 우리 은공 이겨라!”
그리고.
“미끼! 넌 뭐 하냐! 이 괴 쉐끼야! 빨리 안 해! 우리 목소리가 천주님께 들릴 정도로 피를 토해! 모가지 뚫어서 대사충 뱃속에 처넣어 버리기 전에!”
그 모든 과정을 지켜본 이생이 한심하다는 듯 작게 혀를 차자, 황신이 벼락같이 호통쳤다.
“이, 이겨라! 우리 진무 이겨라!”
“님!”
“우리 진무 님! 이겨라!”
그렇게 청상, 백표, 이생은 경쟁이라도 하듯 황신의 지휘 아래 목 놓아 진무를 응원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응원의 목소리는 무사히 교마와의 싸움에 집중하던 진무의 귓가에 닿았다.
“저런 등신들이…….”
진무는 미간을 팍팍 구기며 고개를 내저었다.
나이도 먹을 만큼 먹은 놈들이 단체로 모여서 잘들 하는 짓이다.
하지만 뭐, 힘은 나네.
휘이익! 쩌어엉!
힘차게 뻗은 주먹과 함께 일격을 주고받으며 물러난 진무와 교마는 잠시 호흡을 고르듯 물러났다.
“꼴사나운 놈들이군.”
“…….”
교마가 아래를 힐끗 쳐다보며 조롱 섞인 웃음을 터트리자 진무가 픽 웃으며 받아쳤다.
“그래, 꼴사납지. 그런데 넌 있냐?”
“뭐?”
“저렇게라도 너를 진심으로 응원해 주는 놈들이 있어?”
“…….”
교마의 한쪽 눈이 살짝 일그러졌다.
“없지? 이 불쌍한 마왕 새끼야.”
까득.
진무의 빈정거림에 교마가 이를 신경질적으로 갈았다.
자신의 안위가 최우선인 박피옥의 생명체들에게 남을 위한 마음 따위 있을 리가 없다. 충성의 대상인 교마라 할지라도.
“자, 그럼 머저리 녀석들의 응원도 힘차게 받은 김에 본격적으로 시작해 볼까?”
“본격적? 미친놈이군. 그럼 지금껏 나를 상대한 것은 무어란 말이냐?”
“뭐긴? 당연히 몸풀기였지.”
“뭐라?”
“아까 니가 뿌린 마력구에 맞아서 몸이 찌뿌둥했었거든? 이제 겨우 몸 풀렸다.”
“다 죽어 가는 꼴을 하고서는. 좋다! 어디 한번 와 보거라!”
“안 그래도 벌써 시작했어.”
“……뭐?”
피를 철철 흘리는 와중에도 히죽 웃은 진무가 손가락을 들어 교마를 가리켰다.
“네놈, 대체 뭘 하는?”
“뭘 하긴? 공격이지.”
“그게 뭔?”
황당함에 눈을 크게 뜬 교마를 향해 진무가 씩 웃었다.
[꿰뚫어라, 여의.]“……!?”
짙어지는 웃음.
그리고 무언가 몸 안을 파고드는 느낌.
푹!
“컥!”
자신의 가슴팍을 뚫고 나온 봉의 끄트머리를 발견한 교마의 눈이 찢어질 듯 커졌다.
어, 언제?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았는데…….
“내가 여의를 쓸데없이 던져 놨겠냐?”
“……네놈,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이른바, 신마합일을 통해 구현한 이기어봉(以氣馭棒)이시다! 이 마왕 새끼야!”
“이놈이!”
부아가 치민 교마가 가슴팍으로 삐져나온 여의를 뽑아 당기려는 듯 꽉 움켜쥐었다.
멍청한 새끼.
설마하니 몸만 뚫으려 했을까?
너, 그 봉이 어떤 봉인지 모르지? 어디 봉 맛 제대로 보여 주마.
[늘어나 내 손에 잡혀라! 여의!]쉬아아악!
교마의 손에 잡혔던 여의가 쭉 늘어나 진무의 손에 잡혔다.
“자, 간다!”
“……!”
“후아아압!”
양손으로 힘껏 여의를 움켜쥔 진무가 혼신의 힘을 다해 여의를 후려쳤다.
후우우우웅!
여의가 교마를 꿴 그대로 힘차게 호선을 그리며 땅바닥에 처박혔다.
쿠아아앙!
“크하악!”
뒤통수가 터져 나가는 충격과 함께 비명을 내지른 교마가 곧바로 양손을 쭉 뻗었다.
쑤아아앙!
동시에 그의 손에서 응축된 마력구 수백 발이 진무를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진무는 웃었다.
또 마력구냐?
역량 빈곤한 새끼, 이젠 그딴 건 안 먹힌다.
왜냐구?
다 보이니까.
번쩍!
크게 뜬 진무의 눈동자가 황금색으로 빛났다.
아직 불완전한 합일이기는 했으나 얻은 것이 꽤 많았다.
혼돈이라 불러도 좋을 만큼 뒤섞여 버린 힘.
그리고 눈.
외형을 넘어, 모든 생명체와 사물의 안속, 그 흐름까지 고스란히 보이는…….
실로, 세상이 이전과는 완전히 달리 보였다.
지금 진무의 금빛 눈동자에는 교마의 몸 안에 흐르는 마기뿐만이 아닌, 그가 쏘아 낸 마력구의 근원까지 비쳤다.
픽! 픽픽!
가볍게 피하며 교마와 연결점을 끊어 버리자 마력구가 힘을 잃고 소멸했다.
그리고.
“꽤 아플 거다, 교마.”
“……?”
진무가 봉을 투창하듯 들어 지면을 겨눴다가 힘차게 던졌다.
쐐애애애액!
그리고 교마를 바라보며 히죽 웃으며 언령이 아닌 육성으로 또박또박 명했다.
“커져라, 그리고 한없이 무거워져라. 여의.”
벼락처럼 내리꽂힌 여의의 모습에 교마가 대경하며 황급히 몸을 피했다.
하지만 그는 지상을 통째로 뒤덮는 여의의 그림자를 완전히 피하지 못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그림자의 경계선까지 불과 한 걸음이었다.
그러나 결국 다리 한쪽을 빼내지 못했다.
교마는 허망한 눈으로 엄청나게 커진 여의가 지상에 때려 박히는 모습을 쳐다보았다.
씨발…….
콰드드드드득!
“크아아악!”
거대한 기둥처럼 꿰뚫고 들어간 여의의 무게에 다리 한쪽이 깔린 교마가 고통스럽게 울부짖었다.
“끄으으, 네놈…… 이따위 짓을 하고도……. 무사할 것 같으냐?”
“병신.”
“…….”
“무사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고 한 행동이거든?”
“뭐라고?”
“뒈질 놈이 질문이 많네. 보아하니 다리 한쪽 잃은 거로는 그 대단하신 기개가 꺾이지 않는 모양이니까, 다시 시작할까? 다음엔 팔도 한쪽 뜯어 줄게. 모름지기 균형이 생명이거든.”
여의를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게 한 진무가 곤충 채집에 나선 장난꾸러기 아이처럼 웃으며 교마를 향해 천천히 걸었다.
쓰아아아.
“……?”
그 순간, 교마가 몸을 일으켰다.
그와 동시에 박피옥 곳곳에서 피어오른 마력이 그의 몸으로 흡수되고, 마력을 잃은 생명체들과 사물들이 말라 버린 모래성처럼 흩어졌다.
꾸득, 꾸드득.
이내 잘렸던 교마의 다리가 다시 생겨났다.
오, 거기다 마력까지 강해졌네?
진무는 신기하다는 눈길로 사지가 온전해진 교마를 응시했다.
“호오, 대단한데? 박피옥의 마력을 흡수해서 재생이 가능한 거였어?”
“그렇다.”
“흠, 뭐…… 상관없지. 그럼 계속해서 부숴 줄게. 박피옥이 붕괴되거나 말거나, 여차하면 네놈을 죽이고 튀면 그만이니까.”
“흥, 내가 호락호락하게 당할 것 같으냐? 나는 언제든 재생할 수 있다. 너와는 달리…….”
교마가 눈을 매섭게 빛내며 자세를 잡자 진무가 피식 웃었다.
금세 죽을 듯 괴성을 질러 대던 놈이 몸 좀 회복했다고 허세는.
“그래, 그런 자신감 좋지. 그래서 나도 좀 빨리 끝내 볼까 하고. 피를 너무 흘려서 어지럽거든.”
“……뭐?”
호언(豪言)했지만, 사실 아까부터 몸이 천근만근이었다.
발 떼는 것조차 겨우지만 그렇지 않은 척하는 것일 뿐, 교마의 말처럼 당장 쓰러져도 이상할 게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 순간만큼 최선을 다한다. 아니, 최선을 넘어 혼신(渾身)을 다한다.
모든 것을 쏟아 내고 쓰러진다 해도 그건 나중의 문제다.
어차피 지금 눈앞에 있는 교마를 쓰러뜨리지 못하면 뒤는 없으니까.
진무가 어금니를 꽉 물며 미소를 유지한 채 손을 들자, 땅에 박혀 있던 여의가 둥둥 떠올랐다.
“소개하마. 신마합일을 통해 다시 태어난 이기어봉 여의라는 친구야. 그 안에는 무려 신수라는 어마무시한 놈이 숨어 있지.”
“뭐?”
“이 대 일도 괜찮지? 명색이 마왕씩이나 되시니까.”
“……?!”
진무가 휙 손을 내젓자 여의가 세차가 날아올라 교마를 공격하기 시작했다.
“이, 이런!”
졸지에 여의의 공격을 받기 시작한 교마가 당황한 표정으로 응수해 나갔다.
그놈 참, 봉이랑 잘 싸우네.
하지만 이 대 일이라고 이미 말했는데 여의에게만 맡겨 둘 수야 없지.
그리고 원래 싸움의 끝맺음은 직접 하는 편이거든.
지치고 힘들지라도!
꾸우욱.
진무의 발이 가볍게 땅을 누른다. 그리고 굽혀졌던 무릎이 활짝 펼쳐진다.
그 움직임에 대기를 찢어발기는 매서움 따윈 없었다.
그저 산들바람과도 같은 살랑임뿐이었다.
그리고 어느새 내뻗은 손과 함께, 진무라는 바람이 교마의 옆구리에 닿았다.
쩌어어억!
가볍게, 그리고 아주 깊숙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