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00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00화
100
안드로이드의 성능(2)
회사 뒷산.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한 등산로에는 사람들이 별로 지나다니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서 언데드를 소환했다가 누군가가 발견하게 되면 소문이 나는 것은 순식간이었으므로 우리는 등산로를 잠시 이탈한다.
“어어? 어디 가세요?”
“안 잡아먹으니 따라오세요.”
“이런 야산으로 가야 하는 건가요?”
“누가 보면 어쩌게요?”
“그건…….”
이슬기조차 지금 내 말이 허무맹랑하다고 생각을 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누군가가 언데드를 소환하는 장면을 보게 된다면 놀라서 까무러칠 것이 뻔했다.
만약에라도 그 사실이 언론에 흘러 들어가게 된다면. 재수가 정말 없어서 누군가의 휴대폰으로 촬영이 된다면?
그때에는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진다.
그렇기에 가능하다면 몰래 소환을 해야 한다.
이슬기도 그런 사실을 바로 이해했다.
“하긴……. 사장님 말씀대로라면 세상이 격변할 일이기는 해요.”
“그래서 안 된다는 겁니다.”
“아, 그리고 사장님. 저와 각별한 사이가 되셨는데 말은 놓아도 되지 않을까요?”
“음……. 그럴까?”
이슬기는 내 사람이 되었다.
비록 나이는 동갑이었지만, 내가 개인적으로 깊은 친분을 맺고 휘하로 부리는 측근이 되었으니 굳이 존대할 필요는 없었다.
그게 편하기도 했고 말이다.
어둠이 내린 야산.
조금씩 음침한 기운이 돌기 시작하였고 이슬기는 괜스레 몸을 떨었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았기 때문이다.
‘설마 이 비서도 마기를 느끼나?’
그럴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흑마법에 재능이 있는 사람은 극히 드물었지만, 일반인 중에도 없다고는 볼 수 없었다. 다만 생소한 분야라 접할 기회가 없는 것뿐이었다.
나는 흑마기를 방출해 보았다.
“으으으!”
“왜 그래?”
“날도 따듯한데 추운 느낌이 들어요. 몸이 추운 것이 아니라 이건…….”
“내가 사용하는 힘의 원천이지.”
“힘의 원천이요?”
“그래.”
나는 허공에 수인을 그리고 흑마기를 퍼뜨렸다.
지금 뽑으려는 건 안드로이드가 아니라 언데드다. 그저 이런 방식도 있다는 것을 그녀에게 알려 주려는 의도였다.
더미는 흑마석이 있어야 한다.
흑마석은 이곳이 아니라 무인도에 잔뜩 있었으니 이 자리에서 더미를 만들어 낼 수는 없는 노릇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바닥에서 한 여자가 기어 올라오기 시작했다.
“허억!”
이슬기는 놀라서 뒤로 자빠지고 말았다.
엉덩방아를 찧은 채로 입을 벌리고 아무런 말도 못 했다.
완전히 기가 막혔다고 해야 할까?
“으으. 끄으. 어어.”
말문이 완전히 막힌 이슬기는 입만 뻥긋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인사해라. 내가 이번에 수하로 거두었다.”
“안녕하세요, 작은 주인님.”
“으아! 말까지!”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언데드였다.
그런 주제에 인간과 완전히 같은 모습에 말까지 하였고 움직임은 아주 자연스럽다.
메이지를 뽑았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해야 하나?
아니, 내가 직접 뽑은 언데드는 전부 이런 식으로 움직인다.
“어때?”
“저, 정말로 아무것도 없는 무에서 유를 창조한 거죠?”
“그럼?”
“이곳에 심어 두셨다거나.”
“하하하! 의심이 많구나? 내가 설마 거짓말을 할까.”
“사장님이 거짓말을 한다는 뜻은 아니고…….”
여기에 더하여 이슬기는 횡설수설하기까지 했다.
하기야 누구라도 이런 모습을 본다면 기절하기 직전까지 놀라는 것이 당연한 일일 거다.
“들어가라.”
“네, 주인님.”
스스스슷!
방금 소환된 언데드는 그대로 땅속으로 들어갔다.
인간이 땅속에서 나오고 들어가는 건 말도 되지 않는 일이다. 다만 이슬기는 지금의 상황을 받아들일 시간이 필요한 것이었다.
“와아.”
그녀는 한참이 지나서야 정신을 차렸다.
“제가 지금 뭘 본 거죠?”
“안드로이드.”
“저런 식으로 나온다는 건가요!?”
“음. 저건 내가 사용하는 인부인데 안드로이드도 비슷하지. 저것과 달리 안드로이드는 양도가 가능하고.”
“그렇다면 설마…….”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어마어마한 속도로 철거를 했던 거라든지 저번에 시리아에서도 그렇고 이 힘과 관련이 있다고 봐야지.”
“엄청나군요. 그건 과학인가요, 초자연적인 힘인가요?”
“그 중간 어디쯤.”
“성공할 수밖에 없는 운명이셨네요!”
이슬기는 엄지를 치켜세웠다.
다소 놀라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상황을 받아들인 모양이었다.
이 정도면 이슬기도 완전히 마음을 굳히지 않았을까?
내 곁에 있게 된다면 실로 어마어마한 발전을 거듭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어디 가서 술이라도 한잔할까?”
“좋죠! 오늘은 제가 살게요.”
“그럴 수야 있나? 수하에게 한잔 사는 거니 보스가 사야지.”
“네, 보스.”
우리는 근처 술집으로 향한다.
집에는 잠시 전화를 해서 회식이라고 말해 두었다.
회식이라고 해서 거창한 건 아니다.
술집을 찾다가 배가 고파지고 있었고 마침 초벌구이 삼겹살집에서 냄새가 새어 나와 홀리듯이 그곳으로 향했다.
“고기는 제가 잘 구워요.”
“그래?”
치이익!
참숯으로 초벌한 삼겹살이 불판 위에 올려진다.
두툼한 삼겹살을 보고 있자니 예전 생각이 나기도 한다.
한창 어려웠던 시절에 고깃집을 지나갈 때마다 입맛을 다셨던 가족들이 눈에 선하다. 이제는 그럴 필요가 없어졌지만.
“사장님은 어렵게 사셨다고 들었어요.”
“정확하게 말하면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사업을 하다가 실패를 맛봤지. 딱 결혼하고 얼마 지나지 않았던 때부터야.”
“달동네에서 사셨다고요.”
“아, 그랬지.”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일이다.
하지만 돌이켜 보면 많은 일들이 있었다. 어떻게 그 세월들을 견뎌 왔을까.
“아내가 없었다면 못 견뎠을 거야.”
“많이 사랑하시나 보네요.”
“내게 여자는 아내밖에 없어.”
“후후. 수하로 거둔 제가 같은 또래의 여성인데 사모님께서 걱정하시지 않을까요?”
“걱정?”
나는 고개를 먹다 말고 그녀를 바라봤다.
이슬기의 얼굴이 살짝 어벙해졌다.
“왜 그렇게 보시는데요?”
“미안한 일이지만 객관적으로 평가를 해도 외모는…….”
“쳇. 알고 있어요.”
아내는 도저히 애를 둘이나 나은 아줌마로는 볼 수 없을 정도였다.
이슬기도 준수한 편이었지만 아내의 옆에 두면 오크와 미녀에 비견할 수 있을 정도였다.
그녀가 여자이기에, 그리고 준수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기에 수하로 삼고자 하는 건 아니었다.
“나는 순수한 능력만으로 사람으로 평가한다. 성별은 중요하지 않아.”
“정말 그런가요?”
“쯧. 내가 계집질을 하려고 했다면 좀 더 어린 여자와 하지 않았을까?”
“이햐, 이거 은근히 상처인데요?”
“네 성별은 중요하지 않다는 뜻이야. 그렇게 치면 측근이라고 할 수 있는 린 역시 여자잖아? 그것도 서구적인 외모에 아주 이상적인 몸매를 가지고 있지.”
“아, 린 씨요.”
린을 생각하면 골치가 아파진다.
그야말로 죽음을 부르는 여자가 아닐 수 없었다.
그녀의 아름다움에 홀려 다가왔다가 실험 재료가 된 남자가 한둘이 아니었을 거다. 지금도 내가 막고 있었기에 살인을 하지 않는 거지, 막지 않았다면 닥치는 대로 재료를 수급하러 다녔을 것이다.
“린 씨는 어떤 사람인가요?”
“린? 그냥 미친 여자라고 보면 돼.”
“미친 것 치고는 능력이 있는 것 아닌가요? 무인도 개발을 혼자 다 하시는 것 같던데.”
“능력은 있지. 능력과 성격은 별개야.”
그렇지 않아도 슬슬 이슬기에 대한 개조 작업에 들어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간만에 이렇게 사람 사는 이야기를 하는 것도 나쁘지는 않았다.
소주가 술술 넘어가고 술자리가 깊어져 간다.
내가 석 잔을 마시는 동안 이슬기는 한 잔을 마셨다.
테이블에는 다섯 병이나 소주가 쌓여 있었는데 취하지가 않았다. 예전에는 한 병만 먹어도 얼큰하게 취기가 올라왔던 것을 생각하면 그만큼 몸이 좋아졌다고 봐야 했다.
흑마법을 익히면서 몸이 좋아진다. 말만 들어서는 몸을 갉아 먹을 것 같이 보이는데 말이다.
술이 들어가니 자연스럽게 일 이야기가 나왔다.
“사장님. 그럼 내일부터는 도시락 회사 인수부터 해요?”
“이 비서는 능력자잖아? 동시에 일을 처리해야지.”
“그럼, 사람을 붙여 주세요. 제 몸은 두 개가 아니잖아요.”
“사람이라.”
린과 이슬기 이외에 믿을 수 있는 사람이 있었나?
안타까운 일이었지만, 나는 인맥이 넓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저 중요한 인맥 몇 정도를 관리하고 있을 뿐이지.
예전에 식당을 할 때는 수도 없이 많은 사람들을 알고 있었지만, 그중 인재를 찾으라고 하면? ‘글쎄올시다’였다.
그렇게 많은 인맥은 곧 수박 겉핥기식이라는 말과 다름없었고 그중 뛰어난 사람은 만나 보지 못했다.
결국, 그 당시에는 내 인맥도 실패한 거라는 뜻이다.
“내가 인맥이 좀 부실해.”
“하. 그렇게 사람이 없으신가요?”
“그래. 네가 추천을 해 주든지.”
“그럼 제 입사 동기를 추천해도 되나요?”
“입사 동기?”
“지금은 총무 팀에 있어요. 직위가 과장이었나? 3개 국어에 능통하고 학위를 두 개나 가지고 있는 인재죠.”
“음. 그래?”
3개 국어라든지 학위가 두 개라든지 하는 건 내게 별 감흥이 없었다.
일단 수정이가 5개 국어에 능통하였다. 여기에 더하여 능통하지 않은 외국어는 몇 개인지 셀 수가 없을 지경이다.
아직 나이가 어려서 학위는 없었지만, 수많은 분야에 능통했다.
차라리 나이만 아니라면 수정이를 개입시키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
하지만 어쩔 수가 없지.
“못 믿으세요?”
“인재 보는 눈을 어떻게 믿어. 그래도 일단 데리고 와 봐. 몇 가지 일을 시켜 보면 알 수 있겠지.”
“약속이에요?”
“약속하지.”
별로 기대는 하지 않지만 그래도 내 수하가 처음 추천을 하는 인재였는데 만나지 않을 도리는 없다.
어쨌거나 지금 믿을 수 있는 유능한 사람이 부재인 것은 확실했으니까.
다음 날 오전.
기분 좋게 출근을 준비한다.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사업 준비가 시작될 것이다. 자금이 돌기 시작하였으니 사업을 확장하고 넓히는 데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 같다.
“여보. 기분 좋아 보이시네요.”
“아, 오늘 인재를 추천받기로 했거든.”
“인재요?”
“비서실장을 인재로 기용하고는 있는데 손이 너무 모자라서 말이야. 그래서 그녀의 입사 동기를 추천받기로 했지. 기왕이면 남자다운 인재였으면 좋겠는데.”
“어째서요?”
“어쩐지 내 주변에 여자들만 있다는 그런 생각 때문에?”
맞는 말이다.
처자식들은 물론이고 비서실장과 린 역시 여자다. 이쯤에서 마음을 좀 터놓을 수 있는 친구 같은 인재가 생겼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제가 볼 때는 아름다운 여성일 것 같은 느낌이에요.”
“어째서 그렇게 생각해?”
“예전에 어머님이 하셨던 말씀이 있어요. 당신은 미인들이 주변에 넘쳐 날 상이라고요.”
“엄마가 그랬었나?”
“네. 기왕이면 예쁘고 젊으면 좋지 않아요? 사업을 하는 데 유리하려면 같은 조건에서 예쁜 것이 훨씬 낫죠.”
아내가 그런 말을 할 줄이야.
하지만 아내의 말에는 틀린 것이 하나도 없었다. 나는 사업가였으니 그에 유리한 사람을 곁에 두는 편이 나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