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01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01화
101
새로운 인재(1)
수정이의 학교로 가는 길.
영종도에 있는 초등학교는 그냥 걸어가도 될 정도로 가깝다. 아파트에서 2분 정도만 걸어가면 초등학교였고 인도도 잘 되어 있어 위험하지도 않았다.
애초에 아내가 이곳에 아파트를 구입한 이유도 수정이의 학교 문제 때문이었다.
간만에 수정이의 손을 잡고 등교한다.
역시 지금의 내 관심사는 6서클이다.
“아빠, 그렇게 막 질러도 돼?”
“안드로이드 말이냐?”
“응. 대량 생산을 하려면 아빠가 6서클에 올라야 하잖아.”
“그래서 요즘 고심을 많이 하고 있지. 과연 어떻게 하면 6서클에 오를 수 있을 것인지.”
“단서는 있어?”
“모르겠다.”
아직 단서조차 잡지 못한 막연한 꿈이었다.
6서클에 오르게 되면 더 큰 사업들을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아직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수정이가 주해본의 일부분을 내밀었다. 물론 복사본이다.
“수정이가 추론을 좀 해 봤어.”
“추론을?”
“주해본의 깨달음은 추상적이잖아? 나름대로 해석을 해서 이런 내용이 아닐까 주해본에 주석을 달았어.”
“오호.”
내가 불철주야 사업 확장을 위하여 열을 올리고 있을 때, 수정이도 놀고만 있지 않았다.
이제 초등학교에 올라가는 애가 법학 지식을 쌓고 있었으며 틈틈이 주해본을 해석하는 데 주력하고 있었다.
역시 수정이라고 할까.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상식을 뒤집는 것.]“상식을 뒤집는다?”
“사람들은 상식을 사실이라고 믿고 살지만, 전혀 그렇지 않잖아.”
“그렇지?”
“주해본을 뒤적이면서 연구를 한 결과야.”
“이 정도면.”
깨달음이란 어느 날 불현듯이 찾아온다.
나와 수정이는 지금도 밤마다 공동묘지를 찾아 수련을 하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래도 내가 5서클에 오르면서 좀 더 고급 마법을 사용할 수 있었고 효율적으로 수련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뭔가 부족했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들은 내가 해석하기가 어려웠고 무엇보다 일 때문에 주해본에 매달릴 수가 없었다.
그런데 수정이가 적절한 때에 해석을 내놓은 거다.
“더 이상은 수정이도 무리야. 좀 더 인생을 살았다면 모르겠는데 간접경험으로는 한계가 있으니까.”
“네 말이 맞다.”
“수정이가 어른이 되면 모르겠지만 아빠에게는 당장 필요한 것 같아서.”
“고맙다.”
수정이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초등학생이 되었더니 좀 더 키가 자란 느낌이었다. 여기에 더해 분위기가 더 차분해졌다고 해야 하나?
3서클에 이미 올랐고 4서클에 이를 수 있는 깨달음을 얻은 수정이었다.
수정이가 어른이었다면 이미 나와 같은 경지에 머물고 있을 것이다. 그 때문인지 분위기 자체가 상당히 달라졌다.
물론 내 딸임은 변함이 없었지만.
학교 앞에 도착하자 수정이는 나에게 폴짝 뛰어올라 이마에 뽀뽀를 했다.
“다녀오겠습니다!”
“오냐.”
교문 앞에는 웬 어린애들이 모여 있었는데 지금 보니 모두 수정이를 기다리고 있는 거였다.
남자애들이고, 여자애들이고 전부 수정이가 오자 친위대처럼 둘러싼다.
“허어.”
유치원에서도 느꼈지만, 초등학교에서는 아예 여왕으로 군림을 하는 모양이었다. 하기야, 어른도 감당하지 못하는 수정이를 어린아이들이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나저나 벌써 학부모인가. 기분이 오묘한데.”
나도 나이가 들었다는 걸까.
지금까지는 여유가 없어서 그런 생각을 하지 못하고 살았다.
나이가 들어가고 나도 늙고 있다는 것. 수정이가 커 간다는 것은 나와 리사도 어느덧 나이가 들어가고 있다는 의미였다.
세월 무상이라고 했던가.
“조금 더 빨리. 모든 것을 내려놓을 수 있을 정도로 말이야.”
사업은 이제 시작이었다.
앞으로 10년 정도 일을 하다 보면 대기업을 일굴 수 있지 않을까.
그때가 된다면.
“아내와 함께 실컷 여행을 할 수 있겠지.”
여행이라면 지금도 다닐 수 있었다. 모든 것을 내려놓아도 될 만큼 돈도 벌었고 말이다.
하지만 나 역시 남자인지라 미래에 대한 욕심이 났다.
딱 10년만 일을 한 후에 평생 어떻게 인생을 즐기며 살아야 할지 계획할 것이다.
출근을 하여 바로 자리에 앉는다.
무인도는 이제 내가 신경 쓰지 않아도 공사가 진행된다.
자금이 투입되니 확실히 개발 속도에 탄력이 붙었다.
이제 돈을 아낄 필요가 없어졌다. 중장비들을 더 투입하여 빠르게 공사를 끝내려 했다.
“다음 달 정도인가.”
이 정도의 속도면 다음 달 정도에 무인도를 가동할 수 있을 것 같다.
김치와 젓갈, 소금을 먼저 생산한다. 여기에 몇 가지 반찬들을 더 만들면 어떨까.
원재료를 수급하는 것이 문제이기는 하지만 직수입을 하면 된다.
기왕이면 더 큰 항구를 지어야 하나?
생각이 꼬리를 문다.
어떻게 하는 것이 지금의 상황에 가장 맞는 건지 계획을 잡고 있었다.
똑똑!
“들어와.”
“사장님! 어제 말했던 입사 동기가 왔어요.”
“오호, 그래?”
어제 이슬기와 새로운 인재 영입에 관해 이야기를 했다.
그리고 오늘 이슬기가 데려오기로 약속이 되어 있었다. 총무 팀에 배속이 되어 있다고 하던가.
문이 열리고 상당히 싹싹한 인상의 미인이 들어왔다.
내심 든든한 남성이었으면 했는데 미인도 나쁘지 않다. 아내의 말대로 사업을 하는 데 필요할 테니까.
나이는 30대 초반 정도로 보인다.
저렇게 보여도 실질적으로는 30대 중반이겠지. 나와 동갑이거나 한 살 정도 많거나 어릴 것으로 보였다.
그녀는 허리를 90도로 접으며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사장님! 회사를 일으켜 세우실 사장님을 뵙게 되어 영광이에요!”
“반갑습니다. 앉으시죠.”
웃는 인상에 이목구비가 뚜렷했다.
서구형의 미인이지만 동양인의 탈을 쓰고 있다고 해야 할까.
이 정도면 엄청나게 관리를 한 거다. 몸에 군살 하나가 없는 걸 보니 자기 관리에 힘을 많이 쏟는 모양이었다.
“미용과 헬스에도 관심이 많으신 것 같군요.”
“어머나, 어떻게 아셨어요?”
“자기 관리를 하지 않는 인재는 빵점짜리라고 할 수 있죠.”
“헤헤, 그럼 일단 면접은 합격인가요?”
“면접은 지금부터죠.”
“무엇이든 물어보세요.”
비서 한 명이 커피를 내왔다.
식사 후에 이미 커피를 마셨지만 그래도 진한 커피를 한 잔 더 마셔야 머리가 좀 깨는 기분이었다.
촤륵!
서류를 넘긴다.
“S대를 나오셨고 카이스트에서 박사 과정을 밟으셨군요?”
“네.”
“그런데 왜 CL리테일에 입사를 하셨는지? 이 정도 스펙이면 다른 회사에 지원해도 됐을 겁니다만.”
“정확하게는 CL그룹 공채로 들어왔어요. 그리고 이쪽으로 발령을 받았죠. 얼마 전까지는 CL리테일도 대기업이었으니까요.”
“본인 의사는 아니었군요?”
“지금 와서는 잘 됐다고 생각해요.”
“어째서요?”
“사장님을 만나게 됐으니까요!”
“…….”
나는 이슬기를 바라본다.
그녀는 슬며시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나는 아부를 별로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었지만, 보편적으로는 입에 발린 말을 좋아하는 사람이 많았다.
이것도 일종의 처세술이라고 봐야겠지.
“제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있으십니까?”
“가신을 찾으신다고 들었어요.”
“가신이라.”
“말을 하자면 그 정도 수준으로 친밀하고 일을 맡아서 할 인재를 구하신다고요.”
“그래서, 당신은 어떤가요? 어떻게 보면 파벌이 형성되는 것이고 그 핵심축이 되실 텐데 당신의 기준에는 제가 만족을 했습니까?”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계시고 앞으로 재계를 평정하실 거라고 봤어요. 과감성과 기술력, 그리고 사람 보는 안목을 두루 갖추셨잖아요.”
“참으로 달콤한 말씀을 하시는군요.”
“사실이니까요. 그러니까 H그룹에서도 뒷배가 되어 준 것이 아닐까요?”
살살 상대방을 띄워 주면서도 정확하게 사실을 파악하고 있었다.
과연 이슬기가 추천할 인재라고 할 만하다.
“좋습니다. 그럼 저와 함께하고 싶다는 뜻이군요.”
“물론이에요.”
“그렇다면 제가 시험을 해 봐도 되겠군요?”
“어떤 업무라도 척척 해낼 수 있어요!”
“좋아요. 그럼.”
서류를 하나 내밀었다.
[해진 도시락 M&A 프로젝트]“M&A를 염두에 두고 계시는군요. 보조를 하면 되나요?”
“아니요. 주관하세요.”
“……!”
“전권을 드릴 테니 회사를 분석하고 적절하게 협상을 하시기 바랍니다.”
“저, 전권을 말인가요?”
“네.”
“저를 처음 보셨는데…….”
“처음 보는 사람을 믿어서가 아닙니다. 제 가신이나 다름없는 이슬기 실장이 추천을 했기 때문입니다.”
한유람은 새삼스러운 눈으로 나를 바라봤다.
물론 그건 이슬기도 마찬가지였다.
어제 충성 맹세 비슷하게 내 휘하로 들어왔지만, 자신을 믿고 한유람에게 이 큰일을 덥석 내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거다.
“이 실장은 할 일이 많으니 수고해 주세요.”
“어…….”
“전권을 드리는 겁니다. 위임장도 있습니다. 여기에 유람 씨의 인적 사항만 적으시면 됩니다.”
“가, 감사해요.”
“별말씀을.”
한유람은 얼떨떨한 얼굴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놀람을 넘어서 경악을 하는 수준이었다.
하기야, M&A가 한두 푼 들어가는 것도 아니고 이슬기만 믿고 전권을 준다는 건 그녀의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었을 거다.
‘사람 경영을 강조하는 이강노 회장이니 한번 그 신념을 믿어 볼까. 구식이기는 하지만.’
달칵!
한유람과 이슬기는 얼떨떨한 얼굴로 사장실을 나왔다.
설마 이슬기조차 이렇게 일이 진행될 줄은 몰랐다.
“지금 이게……. 위임장 맞지?”
“응.”
“사장님은 도대체 나를 뭘 믿고.”
“아까 말씀 들었잖아. 나를 믿은 거라고.”
이슬기는 어깨를 쭉 폈다.
누군가에게 이 정도의 신뢰를 받아 본 적은 처음이라 감정이 형용할 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어깨에 힘이 들어갔다.
“너, 무지 신뢰받고 있었구나?”
“내가 말했었잖아.”
“이 정도일 줄은 몰랐지. 사장님과의 관계가 수상한데? 설마 내연녀라거나……?”
“사장님은 일편단심이야. 최소한 사모님만큼의 미인이 아니라면 도전조차 할 수 없지.”
“사모님?”
“나중에 놀랄 거야.”
“사모님이 그 정도로 미인이라는 거지?”
“애들도 예쁘고 천재야. 돌 갓 지난 애가 말을 할 정도니까.”
“……헤헤, 재밌겠는데?”
한유람은 알 수 없는 말을 남겼다.
이슬기는 그녀에게 무슨 말을 하려다가 관두었다. 어디 나사 하나 빠진 것같이 행동하지만 한유람은 일 처리 하나는 확실하게 하였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