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02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02화
102
새로운 인재(2)
점심 무렵.
오전 내내 몇 가지 서류들을 처리했다.
회사의 서류 이외에 M&A 관련 서류와 도시락 공장 확장 공사, 그리고 무역 회사에 대한 서류들까지 섞여 있다.
역시나 이슬기는 일 처리 하나는 끝내주게 했다.
회사 일 이외에도 많은 일들을 처리하다 보니 몸이 두 개라도 부족했고 결국에는 새로운 인재를 천거하게 된 것이다.
이슬기가 점심이 다 돼서 들어왔다.
“사장님!”
“또 무슨 일인가요?”
“각국 대사들이 찾아왔어요.”
“각국이라면……?”
“영국, 프랑스, 중국, 독일, 일본에서 왔는데 어떻게 할까요?”
“오호.”
그렇지 않아도 그들과의 만남을 어제 거절했었다.
한국과 미국 정부와 협상을 했기 때문이다.
그런 식으로 협상이 되고 안드로이드를 넘겨받았다는 소식을 각국에서도 알게 됐을 것이다.
모든 국가에서는 정보국을 가지고 있었고 이 정도의 계약을 알아내지 못한다는 건 정보국으로 자격이 없는 거다.
예상대로 찾아왔다.
어차피 그들을 거절할 생각은 없었다.
“그럼 영국 대사부터 만나 보죠.”
“다른 대사들은요?”
“점심 끝나고 차례대로 만나겠습니다.”
“네. 그럼 점심 약속을 잡을게요.”
내가 영국 대사부터 만나는 건 아내 때문이었다.
아무리 인연이 끊겼어도 아내의 모국은 영국이었고 내가 굳이 영국에 나쁜 감정을 갖지 않는 이상은 예우를 해 주는 것이 맞았다.
대외적으로 보기에도 이상적으로 비칠 것이고 말이다.
이슬기와 함께 약속 장소로 향한다.
한적한 레스토랑.
요즘에는 하도 양식만 먹었더니 한식이 그리웠지만, 일을 하다 보면 그게 잘 지켜지지 않았다.
그래도 퓨전 레스토랑이었으니 한식 비슷한 느낌은 받을 수 있겠지.
영국 대사는 미리 자리를 잡고 기다리고 있었다. 행동 하나는 기가 막히게 빠른 사람이었다.
“오, 처음 뵙겠습니다. 주한 영국 대사 리처드 한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우리는 자리에 앉았다.
우선 식사부터 주문한다.
“저는 김치 파스타로 하죠.”
“저도 김치 파스타로 하겠습니다.”
“이 비서는?”
“저도요.”
“같은 걸로 세 개 주세요.”
“네, 감사합니다.”
음식이 나오기 전에 가벼운 이야기부터 오갔다.
리처드는 내 영어 실력을 칭찬했다.
“영어가 유창하시네요. 영국인이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요.”
“아내가 영국인이니 당연한 일이죠.”
“코튼가의 후계자 지위에 있는 리사 부인 말인가요?”
“후계자 지위에서는 밀려났을 겁니다.”
“설마요? 며칠 전까지 계승 서열 2위셨는데 벌써 밀려났을 일은 없죠.”
“지금 가주가 있으니 아내에게까지 순번이 오지는 않겠죠.”
“그렇다고 해도 저희는 인연이 깊네요.”
어떻게든 나를 영국과 엮으려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영국에 호감이 있는 건 맞습니다. 아내가 영국인이니까요. 하지만 그 정도죠. 특별히 관심을 두는 정도는 아닙니다.”
“호감을 가져 주시는 것만으로도 감사한 일입니다.”
누가 외교관 아니라고 할까 봐 말하는 것이 청산유수다.
슬슬 음식이 나오기 시작한다.
퓨전 김치 파스타였는데, 향이 썩 괜찮았다.
그래도 양식에 김치가 들어갔다고 속이 조금 안정되는 기분이다. 양식은 매일 먹으면 질리기 마련이었다.
식사를 끝내고 커피를 마신다.
본격적인 이야기는 지금부터다.
“사장님. 저희 정부에서도 안드로이드에 관심이 많습니다.”
“다들 그렇죠.”
“구입할 수 있을까요?”
“안 될 이유는 없습니다. 한국 정부와 미국 정부와 작성한 계약서입니다.”
복사본을 그에게 내밀었다.
나는 아예 쐐기를 박았다.
“조건은 같습니다.”
“2억 달러라…….”
“3대를 연구할 수 있도록 주는 조건이죠.”
“대놓고 연구를 할 수 있다는 뜻이네요?”
“하실 수 있으면 말이죠.”
나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정부에 흑마법사가 있다면 모르겠지만, 그렇지 않고서야 결코 분석하지 못할 것이다.
한국이나 미국, 영국 등 모든 국가에서 기술을 선점하기 위하여 덤벼들고 있었지만, 그들은 허탕을 칠 것이 분명했다.
“저희도 같은 조건에 계약하겠습니다.”
“좋습니다.”
손짓을 하자 이슬기가 계약서를 내밀었다.
계약서를 교환하고 바로 자리에서 일어난다.
회사에 가서 바로 더미를 인계할 계획이었다. 이럴 줄 알고 더미를 수십 마리나 만들어 두었으니 몇 개국에서 몰려온다고 해도 상관은 없었다.
점심을 먹고 몇 시간 동안 4개국 정부와 계약을 했다.
처음에는 계약을 하고 인계하였지만, 중간부터는 그냥 더미들을 데려다 놓고 이것저것 심부름을 시키면서 계약했다.
그들에게는 모두 3대씩 판매했다.
물론 각국에서 더미를 3대만 구입할 거라고는 생각이 안 들었다.
분해를 해 보고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다면 또 주문할 것이 뻔했다.
그리고 정산 타임.
“지금까지 6개국에서 계약을 했고 총 11억 달러를 손에 쥐었어요.”
“세금이 꽤 높은데.”
“부가세는 어쩔 수가 없는 일이죠.”
“이렇게 해서 1조 원 이상을 손에 쥐었군?”
“네!”
그녀는 아직도 믿을 수가 없다는 표정을 짓고 있었다.
말이 1조 원이지 실로 천문학적인 금액이었다. 나도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는데 제삼자가 볼 때는 기적과 같을 거다.
이슬기는 혀를 내둘렀다.
“어떤 사업도 단기간에 이 정도 수익을 내기는 어려울 거예요.”
“그들은 기술 축적이라는 목표가 있어서 그렇지. 출시까지는 몇 년이 걸릴 거라고 보니까. 그 전에 기술을 선점하여 대량 생산을 한다면?”
“정말, 이 기술은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나요?”
“어제 봤잖아.”
“아.”
이슬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바닥에서 사람이 기어 나오는 모습은 충격 그 자체였을 것이다. 흑마법사가 아닌 일반인이 보았을 때는 기절하지 않는 것이 다행이라고 여길 정도다.
“원 없이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겠어요.”
“무역 회사는 어떻게 되고 있지?”
“알아보고 있어요. 이렇게 많은 자금이 있으면 아예 큰 회사를 인수해도 되지 않을까요?”
“코스피 상장 기업 말이지?”
“네. 어차피 사업을 크게 벌이실 거면 무엇을 하더라도 무역 회사가 도움이 될 거예요. 상당한 시너지가 있겠죠.”
“좋아. 이 건은 이 비서가 맡아서 처리하도록 해.”
“끄응.”
“뭘 그래? 한유람 씨가 후보로 있으니 조금만 참으라고.”
“잘해야 할 텐데 걱정이네요.”
“두고 보자고. 어떻게 될지는.”
그 시각.
한유람은 해진 도시락 본사 앞에서 심호흡을 했다.
오늘 오전 내내 해진 도시락을 분석했다.
해진 도시락은 꽤 탄탄한 회사다. 해진 그룹에서 반도체 사업에 투자를 늘리지 않았다면 매각을 하겠다는 소문도 돌지 않았을 거다.
회장을 직접 만나는 것보다는 이곳의 오너를 만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해진 도시락은 해진 그룹 삼남이 운영하고 있었고 한창 회사를 정리하는 작업 중에 있다고 한다.
“좋아. 목표는 1,500억.”
CL리테일의 인수 비용보다 더 크다.
전국에 매장을 가지고 있었으며 무엇보다 공장에서는 매일 어마어마한 양의 도시락을 만들어 낸다.
대기업 건설사에 도시락을 납품하기도 하였으며 정부와도 어느 정도 선이 닿아 있었다.
하지만 역시 도시락은 도시락이다.
생각보다 마진율은 높지 않았고 관리만 귀찮았다. 괜히 해진 그룹과 연관도 없는 도시락 회사보다는 사업을 줄이는 편이 낫다고 판단하는 모양이다.
한유람은 비서의 안내를 받아 사장실에 이르렀다.
한 중년 남성이 업무를 보고 있었다.
“뭐야?”
“CL리테일에서 나왔어요.”
“CL리테일에서? 웬 여자를 보냈데?”
“전권을 받고 왔어요.”
“하하하! 사장이 직접 와도 모자랄 판에 여자를 보냈다니.”
무극상은 일어나서 대충 소파 턱에 걸터앉았다.
“커피나 마시고 가라고. 앞에서 이야기라도 들어 줄 테야?”
지금 시대에 남성 우월주의라니.
한유람은 참을 인을 새겼다.
중간직까지는 모르겠지만 고위직에는 여성 인력이 별로 없었다. 대부분 출산이나 육아를 거치고 나면 경력이 단절되어 오를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독한 마음을 품고 이슬기나 한유람처럼 일을 하는 여자들도 있었지만, 여전히 한국 사회는 여자들에게 냉담했다.
하지만 그런 사회 풍토는 깨려고 있는 것이다.
“해진 그룹에서 도시락 사업을 매각하려 한다고 들었어요.”
“정보가 빠른데?”
“H그룹에서 나온 정보니까요.”
“음. H그룹.”
당연히 거짓말이다.
물론 H그룹에서도 알고 있는 사실이겠지만, 그쪽과 친분이 있다는 사실을 과시하기 위해 말을 꺼낸 거였다.
이제야 무극상은 소파에 앉았다.
반도체 사업에 투자하려는 해진 그룹에 있어서는 H그룹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저희 사장님께서는 안드로이드 사업을 시작하려 하시고 그 안의 부품은 전문적인 회사에서 수급을 하려고 해요.”
무극상의 눈이 빛났다.
한유람은 아무런 약속도 하지 않았지만, 잔뜩 무극상의 기대를 끌어올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 정도는 그 효과가 보이고 있는 중이었다.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나쁘지 않아.’
기대 이상이다.
하기야, 지금 해진 그룹에서는 경영권 승계를 두고 말들이 많았다. 과연 누구에게 경영권이 넘어가게 될지에 대해서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중이다.
“이번에 회사를 매각하시면 저희를 통하여 H그룹에 의사를 피력하게 될 수도 있죠.”
“그쪽 사장이 그렇게 말했습니까?”
그는 말투부터 바뀌어 있었다.
역시 사람에게는 뒷배가 있어야 한다.
그녀의 뒤에는 천재 과학자이자 사업가인 이유성 사장이 있었고, 이유성 사장의 뒤에는 H그룹이 있었다.
여기에 살을 조금 덧붙인다.
“네. 그리고 저희 사장님께서는 미국, 한국, 영국 정부와 줄이 있으시죠. 특히 사모님이 코튼가의 후계자라는 사실은 알고 계시죠?”
무극상은 뭔가에 홀린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 거래로 잘만 하면 한국, 영국, 미국 정부와 연결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인맥은 돈으로도 살 수 없는 것이었다.
“얼마 정도에 팔아 주실 수 있나요?”
“액면가 그대로 주식을 넘겨도 2천억 정도 될 겁니다. 거느리고 있는 사업체가 많아서 말이지요. 하지만 멀쩡한 회사가 넘어가는데 2천억에는 불가하죠.”
“저는 1,500억 정도 생각했었는데.”
“하하하! 그건 불가능합니다. 본사에서도 2,500억 이하에는 승인하지 않으려 할 겁니다.”
생각보다 어마어마한 자금이었다.
하기야, 해진 도시락은 전국적으로 체인을 가지고 있었고 직영점도 꽤 있었다.
부채가 심한 것도 아니었고 CL리테일이 매물로 나왔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었다. CL그룹에서는 경영 실패로 리테일을 팔았지만 해진 그룹에서는 경영 실패가 아니라 수익이 크지 않을뿐더러 아무런 연계 사업이 없는 도시락 회사를 잘라내려는 것뿐이었다. 그 돈으로 반도체 투자를 하려고 말이다.
“2천억 이상은 사장님이 승인하지 않을 거예요.”
밀고 당기는 줄다리기다.
무극상은 마지막으로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