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07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07화
107
출시(1)
다음 날 아침.
휴일의 아침은 언제나 늦잠이다.
평소에는 7시쯤 기상을 했다면 오늘은 9시까지 잤다.
어제도 새벽까지 수련을 하다가 잠들었으니 휴일에는 늦잠을 자는 것이 우리 가족에게는 일반적이었다.
아내는 8시쯤 기상을 해서 식사를 준비한다.
평소의 아내가 6시쯤 일어났다면 휴일에는 리사도 조금은 게으름을 피우는 것이 일상이었다.
“여보, 일어나세요.”
“으하하함. 몇 시야?”
“9시예요.”
칼 같은 시간이다.
게으름을 피우는 시간까지 정해져 있다.
수정이와 나는 좀비처럼 식탁에 앉는다.
간단한 봉골레 파스타다. 수정이가 가장 좋아하는 메뉴이기도 했다.
“우왕!”
“많이 먹어라.”
“응!”
“우왕!”
“…….”
수아도 언니를 따라 한다.
수아는 가족과 TV, 인터넷 등을 통하여 말을 배우고 있는 중이다. 그러다 보니 종종 수정이의 말투가 튀어나온다.
수정이의 말투?
종종 어른스럽다. 어린아이의 가면을 쓰고 있었지만, 두뇌는 이미 성숙을 하다 못해서 웬만한 어른을 뺨친다.
그걸 수아가 배우고 있는 중이다.
“엄마 짱!”
수아가 엄지를 치켜올린다.
몇 개월 만에 수아의 어휘력은 어마어마하게 발전했다.
“수아야, 먹고 양치하자.”
“나들이 가는 거야?”
“어……. 그래.”
“아빠 회사 도시락 반응 보러?”
나는 수정이를 바라봤다.
수정이는 손가락으로 V를 그리며 말한다.
“조기 교육이 중요하니깐.”
“음.”
이게 좋은 건가?
수아는 돌이 지난 지 몇 개월 되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나는 고개를 흔들고 말았다. 아내도 별말이 없는 것을 보니 조기 교육을 시킨다는 수정이의 말에는 동조하는 것 같았다.
하지만 파고 들어보면 좀 어폐가 있다.
수정이는 이제 8살이었고 수아는 2살이다.
8살짜리 애가 2살짜리 아기를 교육시키는 거다. 좀 정상적이지는 않지만 이게 우리 가족들에게는 정상적인 모습이겠지.
아파트를 나오자 이태진이 대기하고 있었다.
오늘은 12인승 승합차를 가져왔다. 사실 승용차도 비좁지는 않았지만, 가족들이 편했으면 하는 마음에 이태진이 가져온 거다.
“나오셨습니까, 사장님.”
“아, 이 기사님.”
어제 이태진과의 약속을 펑크 냈다.
오늘 신규 도시락을 출시해야 했기에 너무 바빠서 이태진과 면담을 하지 못한 거다.
“이 기사님, 미안합니다. 어제 면담했어야 하는데.”
“아닙니다. 어제는 바쁘셨으니 시간 나실 때 하면 됩니다.”
“이력서 가져오셨습니까?”
“네.”
“이리 주시고 근처 편의점부터 가도록 하죠.”
“예, 사장님.”
어제 하루 종일 생산해서 새벽에 배송됐을 것이다.
꽤나 이슈화되었으니 호기심이라도 사람들이 도시락을 사 먹을 거라고 봤다.
편의점으로 향하는 동안 잠시 이력서를 본다.
역시나 특수 부대 출신에 정보부 용역도 하였으며 여러 전쟁에 참전하기도 했다. 능력을 고루 갖추고 있는 인재였다.
그런데 왜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걸까.
“이 기사님.”
“예, 사장님.”
“운전기사를 하는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십니까?”
“사실, 좀 다쳐서 요양 중이었습니다. 지금은 거의 완쾌가 되었지만 말입니다. 마음도 편하고 좋습니다.”
“아, 그렇군요.”
1차 시리아 내전에 참전했다는 기록이 있었다.
그 이후에는 군이나 용병에서 손을 떼고 모국으로 돌아와 취직을 했다. 경호원 겸 운전기사로 해진 그룹에 채용되어 여기까지 흘러온 것이다.
이력서를 접었다.
이태진이 할 일은 정해져 있었다.
아파트만 나오면 바로 편의점이다. 몇 개의 편의점을 돌아봐야 했기에 우선 겉으로만 좀 살펴본다.
“아빠! 품절이야!”
“벌써?”
“수정이가 물어보고 올게!”
수정이는 총총걸음으로 편의점으로 간다.
애는 알바생과 몇 마디 주고받더니 차로 돌아왔다.
“새벽에 들어오자마자 다 나갔대!”
“아, 그래?”
“줄 서서 기다리기도 했다는데?”
“허어.”
반응이 상상 이상이다.
몇 개의 편의점들을 돌아다닌다.
들르는 편의점마다 다 같은 반응이다. 이래서야 손님들의 반응이 어떤지 정확하게 볼 수가 없었다.
결국, 우리는 해진 도시락 영종도 지점으로 향한다.
이곳이라면 손님들의 반응을 충분히 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아내의 맛 도시락 완판]“엉?”
“이제 10시도 안 됐는데 완판…….”
도시락 가게는 9시 30분에 열었다.
그때부터 슬슬 준비를 해서 10시에 본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것이다. 그런데 벌써 완판이라고 한다.
즉, 손님들이 문을 열기도 전에 기다렸다는 뜻이었다.
“거참.”
“아무래도 손님 반응은 뉴스로 보아야 할 것 같아요.”
“곤란하게 됐네.”
“이참에 나들이라도 가면 되죠.”
“그러자. 애들하고 키즈 카페로 가자.”
“좋아요.”
“우왕!”
“우와와왕!”
수정이와 수아가 세트로 만세를 불렀다.
수정이와 수아는 모두 어린이로 분류된다. 아니, 수아는 정확하게 유아로 분류가 되어야지. 하지만 또래보다 발달도 빨랐고 똑똑했다. 당연히 키즈 카페라고 하면 환장을 하는 거다.
거기서 이태진의 면접도 봐야 할 것 같았다.
웅성! 웅성!
키즈 카페의 특성이라면 절대 조용한 분위기는 아니라는 거다.
애들이 떠들기 시작하면 얼마나 시끄러운지 정확하게 알려 주는 곳이라고 할까.
리사는 아이들을 챙기기 위해 놀이터로 갔다.
나와 이태진은 그나마 조용한 곳에서 차를 마셨다.
“이거 미안하군요. 애들이 둘이나 있어서 온다는 곳이 이런 데입니다.”
“별말씀을. 저희 애들도 키즈 카페 좋아합니다.”
“애들이 있었군요?”
“딸 하나 아들 하나 있습니다.”
“아들은 키울 만합니까?”
잠깐이지만 이태진의 눈살이 찌푸려졌다.
“아주 극성이죠.”
“몇 살이죠?”
“7살입니다.”
“이햐, 저는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애들이 그 나이 때는 극성이라고 하는데.”
수정이를 생각해 본다.
수정이는 이미 7살에 어른처럼 생각했다. 아니, 돌 전부터 아이의 티는 벗어 버렸다. 몸은 다 안 자랐어도 생각하는 수준이 남달랐다.
보통 애들이라면 7살 정도에 극성이라고 하는데 좀 괴리감이 들었다.
“아들놈은 더욱 극성이죠. 딸은 그나마 나은 편입니다.”
우선 애들 이야기로 말문을 틔웠다.
공통분모가 있으니 친해지기 쉽다. 물론 수정이와 수아를 생각하면 일반적인 경우는 아니었지만, 애들 키우는 고충이라면 어느 정도는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바쁜 가운데 결혼도 하셨군요.”
“이제 정착해야지요. 사실 그 때문에 용병을 그만둔 것도 있습니다.”
“하기야, 아내가 싫어하죠.”
“약속을 했으니 지켜야죠. 다치기도 했고…….”
이야기를 하다 보니 이태진의 아내도 외국인이라고 한다.
용병 생활을 하다가 정보원으로 만나서 결혼까지 갔다고 하니 참으로 특이한 케이스가 아닐 수 없었다.
그럼 이제 본론을 꺼내기로 한다.
“회사 내에 정보부를 만들려 합니다.”
“숙청부를 만들려 하시는 건지?”
“그도 그렇고 비리 조사와 대외 업무도 맡게 될 겁니다. 앞으로 산업 스파이들이 가만히 있을 것 같지가 않아서 말입니다.”
“정확한 지적이십니다. 안드로이드 기술은 그 가치가 어마어마합니다. 사장님의 다른 기술도 마찬가지죠. 도시락 레시피만 해도 그렇습니다. 유출이 되면 꽤 곤란해지실 겁니다.”
“여러 가지 이유로 정보부를 만들려 하니 부장이 되어 주셨으면 합니다.”
“음……. 저를 잘 모르시잖습니까.”
“그래서 시험을 하는 거죠.”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직책에 걸맞은 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그대로 유지한다. 하지만 능력이 그에 미치지 못한다면 강등될 것이다.
부장에 있다가 강등된다면 그건 퇴사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자존심 강한 남자가 강등을 견딜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따로 생각해 두신 멤버는 있으십니까?”
“없습니다. 옛 동료를 데려오셔도 되고 알아서 꾸려 나가시면 됩니다.”
“인원은 몇으로 할까요?”
“제한이 없습니다.”
한마디로 전권을 위임한다는 뜻이었다.
“대우는 섭섭지 않게 하겠습니다.”
“흠. 그렇다면 정보 업무와 더불어 경호 업무도 맡았으면 합니다.”
“뭐, 그러시죠.”
뛰어난 인재는 주변에 인재들이 많이 포진되어 있었다.
인재들이 모이기 위해서는 우선 그 중심이 될 인물을 포섭해야 한다. 그리할 수 있다면 자연스럽게 인재풀이 형성된다.
비서진도 이슬기와 한가희라는 걸출한 인재들을 영입하였으니 알아서 그녀들이 인재들을 포섭해 나갈 것이다.
내 개인적인 인맥은 거의 없다시피 하였기에 이것이 최선이다.
키즈 카페에서 점심까지 해결했다.
나는 기왕이면 린에게 이태진을 소개해 주려 하였다.
지금 린은 무인도에 처박혀서 나오지를 못했다. 그곳 개발을 총괄하기도 했고 얼마 전에는 김치 공장이 완공되어 오늘 생산된다.
각 편의점에 포장이 되어 나갈 것이고 해진 도시락에는 내일부터 납품이 될 예정이었다. 그 전에 아내의 승인이 떨어져야 한다.
“무인도도 가지고 계셨군요.”
“아마 놀라실 겁니다.”
타다다다!
배가 시원하게 바다를 가로지른다.
완연한 봄이 되었고 슬슬 낮에는 덥기 시작한다.
배 위의 바람은 오히려 시원하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곧 범도가 눈에 들어온다.
“허어.”
이태진은 범도를 바라보며 탄성을 내뱉었다.
사실 이건 나도 좀 놀랐다.
무인도에 잠시 신경을 쓰지 못했었다. 다만 이번에 자금이 많이 돌아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였는데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것이 눈에 보였던 것이다.
항구는 이제 개장했다.
직수입 루트를 통하여 이곳에 농산물을 내렸고 바로 농산물은 공장으로 들어간다.
전기 설비도 거의 끝났고 도로의 포장도 끝이 났다.
여러 건물들이 들어서고 있었고 사람들도 꽤 보인다.
항구에는 하품을 쩍쩍하고 있는 린이 나와 있었다.
“음.”
안다.
린은 매우 음침하고 더러운 성격에 반항기도 심했지만, 남자를 홀리는 미모가 있다는 걸 말이다.
저 미모에 홀려 많은 남자들이 고혼이 됐다.
“왜 불렀어요?”
“소개할 사람이 있어서.”
“재료라도 가져왔어요?”
으드득.
나와 수정이만 알아들었다.
인간을 재료로 생각하는 건 흑마법사의 기본 소양이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가능하면 지양을 해야 한다.
사체를 파서 쓰는 건 몰라도 산 사람을 재료로 보다니.
정말로 교육이 필요할 때다.
“반갑습니다. 이태진입니다.”
“린.”
“이분은 앞으로 정보부를 담당해 주실 거다.”
“그게 나랑 뭔 상관이람? 매일 무인도에 있을 텐데.”
“쯧. 혹시 아냐? 개발이 끝나면 너를 양지로 끌어 올려 줄지?”
“정말인가요?”
“그런데 어쩌지? 지금 네가 하는 꼴을 보면 전혀 그렇지가 않은데.”
“헤헤, 주인님. 요즘 어깨가 좀 뭉치지는 않으셨나요?”
“…….”
놀라울 정도의 태세 변화에 우리는 모두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을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