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0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08화
108
출시(2)
우리는 지체 없이 김치 공장으로 향한다.
시설을 둘러보며 린이 자랑을 늘어놨다.
“제가 얼마나 고생을 했는지 알아요? 아주 뼈가 가루가 되는 줄 알았다니깐.”
“그래.”
“그거 칭찬 맞죠?”
“칭찬 맞는데, 얄미워서 수고했다는 말은 못 하겠다.”
“하여간 남자 속이 왜 저렇게 좁은 건지.”
린은 툴툴거렸고 우리 가족들은 점점 린의 저런 모습에 익숙해지고 있었다.
수아가 그 모습을 보더니 리사에게 물었다.
“엄마. 저 아줌마는 버릇이 없는 거야?”
“…….”
리사는 곤란하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고 수정이가 수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면서 말했다.
“그래, 수아야. 저렇게 말을 하면 안 되는 거야.”
“응! 못생긴 아줌마니까 절대 따라 하지 않을게, 언니.”
“뭐야?”
수아는 혀까지 쏙 내밀었다.
“하하하!”
누굴 닮아서 저런 거지?
아주 속이 다 시원하다.
김치 공장의 공사는 마무리가 됐다.
젓갈 공장, 창고, 김치 공장, 기숙사, 사무실 등이 지어져 있었으며 전기 설비를 비롯하여 완벽하게 배수 작업까지 마친 상태다.
이 정도면 회사 하나가 세워졌다고 봐도 무방했다.
수정이가 이즈음에서 한 가지 문제를 꺼낸다.
“슬슬 회사 이름을 통합해야 할 필요가 있지 않을까?”
“음. 그래야겠는데 말이야.”
“주식회사 수(水)는 어떨까?”
“수?”
“응! 수정이와 수아의 앞 네임을 따서.”
“괜찮은 것 같군요.”
“음. 좋은데요?”
다들 동의를 하는 것 같았다.
끝까지 속이 좁아터진 린만큼은 동의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말이다.
“좋아. 그럼 회사 이름을 수라고 하자고.”
수 편의점, 수 도시락, 수 김치. 여기에 수 안드로이드에, 무역 회사까지 인수하면 수 무역 회사가 된다.
나름 부르기도 편하고 눈에도 익다.
맑은 물을 사용한다고 강조를 하게 된다면 회사의 이름도 어느 정도 홍보가 될 것이고 말이다.
공장장은 메이지가 담당하고 있다.
내가 직접 뽑은 메이지다.
“어서 오세요, 사장님.”
메이지도 아름다운 여성을 표방하고 있다.
겉으로 봐서는 사람과 비교를 해도 전혀 표시가 나지 않을 정도다.
이태진은 살짝 놀란 표정이다.
김치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이 죄다 젊고 아름다운 미모의 여성이었기 때문이다.
“허어. 사장님의 직원 중에는 미인이 아닌 이가 없군요. 이럴 수도 있습니까?”
“어쩌다 보니 그리됐죠.”
혀를 내두르는 이태진이었다.
나는 화제를 전환했다.
괜히 의심을 부추길 필요는 없었다.
“그보다는 맛이 중요한 법이죠.”
“맞는 말씀입니다.”
직원들이야 어쨌든 간에 맛만 있으면 된다.
우리는 방금 완성되어 아삭아삭한 김치를 맛보았다.
“음!”
“괜찮은데요?”
이태진도 그렇고 린까지 칭찬일색이다.
물론 린의 경우에는 감탄의 강도가 덜했지만 말이다.
수정이도 김치를 맛봤다.
“이건.”
“왜?”
“뭔가 엄마가 한 김치와 달라서.”
마지막으로는 아내가 젓가락을 들었다.
아내가 출시를 하라고 해야 하는 거지, 여기서 뭔가 부족하다고 하면 김칫소를 다시 제조해야 한다.
“염도가 조금 높네요.”
“염도가?”
“네. 저희 집 김치는 저염식이에요. 물론 김치에 소금이 들어가지 않을 수는 없지만 짠 기를 좀 더 빼야 할 것 같아요. 여기 레시피 있어요?”
“있지.”
내가 손짓을 하자 공장장 메이지가 레시피를 들고 온다.
누가 메이지 아니랄까 봐 아주 정확하게 계량을 해서 넣었다. 나는 잘 모르겠는데 아내와 수정이는 미묘한 맛의 차이를 느낀 모양이다.
“젓갈은 그대로 두고 소금의 양을 줄여야 할 것 같아요. 쪽파도 좀 더 들어가야 할 것 같고요.”
아내는 바로 레시피를 수정해 줬다.
메이지는 레시피를 받아 들더니 어디론가 사라진다.
곧바로 김치가 제조되어 나온다.
기존의 것에서 더할 것은 더하고 뺄 것만 뺐다. 아무래도 음식에 관여한 지 꽤 돼서 나도 손맛이 죽은 모양이다.
예전에 어머니에게 음식을 배울 때만 해도 내가 주방을 총괄하기도 했다. 하지만 금손이 망한 후에 거의 요리에 손을 대지 않았다.
아내가 집안일을 도맡아 했으니 당연한 일이라고 할까.
다시 시식이 시작된다.
“오호, 확실히 다릅니다.”
“아까보다 괜찮네요.”
두 사람의 반응이 아까보다 좋아졌다.
수정이도 엄지를 치켜올렸고 아내도 만족한 표정이다.
“어때?”
“출시해도 되겠어요.”
“좋아. 포장해.”
“알겠습니다, 사장님.”
먼저 편의점에 출시할 것이다.
먹기 좋게 잘라 한 끼에 다 먹을 수 있도록 했고 가격은 1,2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꽤 저렴하다고 볼 수 있었다.
물론 한 끼로 먹기에는 부족하였지만, 그래도 라면에 이 정도 양의 김치면 그럭저럭 만족할 만하다. 부족하면 하나 더 사 먹으면 되는 거다.
도시락도 뿌려졌고 김치까지 출시가 되었으니 매출은 더욱 뛰어오르지 않을까 싶다.
“미끼 상품들은 그럭저럭 된 것 같고.”
“삼각김밥도 만들어야죠?”
“그렇지.”
아직 하나의 난제가 남아 있었다.
삼각김밥 레시피였는데, 도시락까지는 아내가 어떻게든 만들 수 있다고 쳐도 삼각김밥까지 잘 만들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이 역시 해진 도시락에서 어느 정도 생산을 하였는데 삼각김밥을 만들기까지는 어느 정도의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정도면 됐다.
우리는 김치 공장을 나와 섬을 둘러보기로 했다.
GK리테일 본사.
GK편의점은 CL편의점과 나인 편의점과 더불어 한국의 삼대장으로 불린다.
점유율은 GK와 CL, 나인 순이었으나 큰 차이는 없었다. 고작해야 3천 개 정도의 점포를 더 가지고 있을 뿐이니까.
대한민국 어디에서든 볼 수 있는 편의점이었으며 잠시 CL편의점이 휘청거려 부도가 날 뻔했지만, 이유성 사장이 인수하여 잘 운영되고 있었다.
바로 오늘, CL편의점에서는 아내의 맛이라는 브랜드를 출시했다.
해진 도시락에서도 같은 브랜드로 도시락이 나왔고 편의점에서도 동일한 브랜드로 도시락이 들어간다.
GK에서 민감하게 나오는 것도 당연했다.
무려 H그룹 회장이 간접광고를 해 주었으니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는 것도 이해는 됐다.
하지만 과연 맛은 어떨까?
이정만 사장은 비서가 가져온 도시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잔업이 있어 출근을 했다가 한번 맛이나 보자는 생각으로 가져오게 했다.
“오늘 출시된 제품 맞나?”
“구하느라 힘들었습니다. 새벽에 다 동이 나는 바람에 말입니다. 이건 제가 새벽에 개인적으로 구매를 해 두었다가 가져온 제품입니다.”
“수고했다.”
슬슬 출출해질 무렵이었다.
저녁이 다가오고 있었으니까.
과연 맛이 어떻기에 언론에서도 그렇고 인터넷과 SNS가 난리를 치는 걸까.
전자레인지에 꺼내 소불고기를 맛본다.
“음?”
이정만의 얼굴이 구겨졌다.
지금까지 출시된 도시락과는 완전히 궤를 달리한다.
아내의 맛은 3종의 도시락을 먼저 출시하였는데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편의점에서 사 먹을 수 없으니 해진 도시락으로 사람들이 몰렸는데, 오전에 다 품절이 되었다고 한다.
맛을 보니 왜 그런지 알 수 있었다.
“허어. 이렇게 하면 단가가 나오나?”
혹시 박리다매를 추구하는 걸까?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퀄리티의 도시락이 나올 수는 없었다.
그는 바로 비서실장을 불렀다.
“안 실장!”
“네, 사장님.”
중년의 남자가 나타난다.
비서실장이었지만, 총무이사의 직위도 겸하고 있는 측근이었다.
“해진 도시락에 발주 넣어.”
“해진 도시락에 말입니까? 아마 거절당하실 가능성이 큽니다. 자기들 물량도 부족하거든요.”
“그래도 넣어 봐. 넌지시 안 주면 나인 편의점과 담합할 것이라고 협박해 놓고.”
“알겠습니다.”
비서실장은 허리를 굽히며 나간다.
삼파전 업계에서 가장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나머지 업체들의 담합이다.
삼각 구도에서 바로 축이 흔들리며 균형이 무너진다. 잘못하면 나머지 업체가 고사될 수도 있다.
그러니 어느 정도는 협상을 하려 들 것이다.
“우리 편의점이 뒤처질 수는 없지.”
최소한 직영 편의점에서라도 팔아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반드시 도태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오늘의 나들이는 끝이다.
아내의 맛은 성공적으로 론칭되었고 없어서 못 팔 지경이 되었다.
일종의 신제품 효과로 매진이 된 것일 수도 있어 좀 더 지켜봐야겠지만, 레시피를 바꿔서 신제품들을 계속 출시한다면 브랜드는 성공적으로 자리매김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았다.
집으로 돌아와 씻은 후에 TV를 켰다.
역시나 아내의 맛에 대해 조명을 하는 뉴스가 있었다.
인터넷에는 이미 실시간 검색에도 오르며 그 위세를 실감케 한다.
이 정도면 사업은 순풍을 달고 항해할 것으로 보인다.
지이잉!
전화가 울린다.
발신자를 보니 이슬기 실장이다.
오늘은 업무도 없는 날인데 무슨 일일까.
“무슨 일이야?”
-사장님. GK리테일에서 연락이 왔어요.
“GK? 오늘 휴일이잖아. 그 사람들은 쉬지도 않나?”
-급하게 연락을 해서 GK에도 납품할 수 없냐고 묻더라고요.
“이 실장의 생각은?”
-저희가 팔 것도 없는데 GK에 납품이라니요? 있을 수 없는 일이죠.
“그럼 거절해.”
-하지만 그냥 거절하면 나인 편의점과 담합을 할 공산도 있습니다.
“담합?”
-지금 편의점 업계는 삼파전이죠. 두 업체가 담합하면 우리는 깨질 수밖에 없는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어떻게? 치킨게임이라도 하나?”
-그럴지도 모르죠. 한 업체가 고사할 때까지 치킨게임을 하는 거죠. 목적이 고사가 아니라 압박이라고 해도 우리 측에 타격은 있을 거예요.
“흠.”
그냥 웃어넘길 문제는 아니었다.
여기서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편의점 성장세가 꺾일 것이다. 이제야 경영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것 같았는데 여기서 타격을 받으면 어떻게 될까.
아마도 회사는 엄청난 손실을 볼 것이다.
한 업체가 망하면 그 지분은 나머지 업체들이 나누어 갖는다.
자리에서 일어난다.
아무래도 이건 중요한 결정인 것 같다.
“그렇다고 해도 약한 모습은 보여 줄 수는 없지 않나?”
-그건 그렇죠. 이번에 그들의 요구를 들어주면 앞으로도 계속 그래야 할 가능성이 크니까요.
“이 실장의 생각은 어때?”
-약간의 손실을 감수하는 정도라면 그냥 그들이 하게 두는 것도 나쁘지는 않다고 봐요. 다만 몇 가지 준비는 해야겠죠.
치킨게임이 시작되면 바로 타격이 들어온다.
하지만 만약 대량의 더미를 생산할 수 있다면 어떻게 될까.
“지금 바로 대답을 해야 해?”
-그건 아니죠. 바로 대답을 하는 건 무리가 있고 일주일 정도 안에 답을 준다고 시간은 끌 수 있어요.
“좋아. 바로 그렇게 해. 대책을 세우고 시작을 하든지 말든지 하자고.”
-예, 사장님.
전화를 끊고 소파에 앉았다.
아내는 수아와 함께 씻고 있었고 수정이는 내 옆에서 TV를 보고 있는 중이다.
“수정아. 더미를 대량으로 생산할 수 있는 다른 방법은 없냐?”
“어…… 한 가지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