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1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18화
118
풀 베팅(2)
직장인들이 퇴근할 무렵에는 편의점 매출이 올라간다.
1인 가구가 늘어남에 따라 간단하게 편의점에서 저녁을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났고 도시락을 사 먹거나 라면에 삼각김밥을 먹는 등 간편식이 불티나게 팔렸다.
이서복 대표는 정신없이 손님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12,400원입니다.”
삐릭!
카드를 긁고 상품을 봉지에 담고 영수증과 함께 건네주었다.
“감사합니다! 또 오세요.”
거의 기계적인 인사와 몸놀림이었다.
편의점도 10년을 하다 보니 몸에 완전히 익어 말을 하면서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는 경지에 이르렀다.
‘오늘 분명히 이유성 사장이 안드로이드를 보낸다고 했는데.’
딸랑딸랑!
문을 열고 손님이 들어온다.
이서복은 손님이 들어오자 신음을 들이켰다.
“헉!”
“안녕하세요!”
금발의 미녀가 인사를 한다.
웅성웅성!
주변이 술렁거리기 시작했다.
퇴근 시간이라 손님들도 많았고 그 덕분에 금발의 미녀는 더욱 빛이 나는 느낌이었다.
몸매가 드러나는 타이트한 옷을 입고 있었는데 남자들의 눈빛이 심상치가 않았다.
“어, 어서 오세요.”
금발의 미녀는 카운터를 넘어온다.
“서, 설마?”
“알바생 루나예요! 본사에서 왔어요.”
“본사에서 보낸 알바생, 맞습니까?”
“네!”
‘이게 안드로이드라고!’
이서복은 신음을 삼킬 수밖에 없었다.
정말 놀라운 기술이 아닐 수 없었다. 이유성 사장의 기술력이야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 있었지만, 인간과 구별조차 되지 않는 기계를 만들었다는 것에 감탄을 금할 길이 없다.
누가 봐도 인간이다.
그냥 인간이 아니라 연예인을 해도 대성을 할 정도로 싹싹하고 아름다웠다. 이런 여자가 알바생으로 들어와 준다면?
매출은 10%가 아니라 그 이상 상승할 것이다.
미인 알바생으로 인하여 매출이 늘어날 것이라는 이슬기 실장의 호언장담은 빈말이 아니었다.
이서복은 구원의 빛을 본 기분이었다.
“어……. 포스기는 사용할 줄 아시죠?”
“네! 연수원에서 교육을 받았어요.”
“해 보세요.”
“내가 먼저!”
“내가 먼저 왔습니다!”
남자들이 앞다투어 줄을 선다.
가슴골의 라인이 아슬아슬하게 보일 정도였는데 거기에 웃는 인상에 밝은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한국 남자들이 가진 판타지를 그대로 충족시켜 줄 수 있을 그런 안드로이드가 탄생한 것이다.
‘이유성 사장이야말로 한국 남자들이 부러워할 결혼생활을 하고 있지. 이유성 사장을 부러워하는 이유는 아내가 영국 미녀이기 때문이야. 거기에 현숙하지. 안드로이드는 그녀와는 좀 다르지만 알바를 하는 입장에서는 밝고 붙임성 있는 편이 나아.’
이서복은 치킨게임의 승자가 이유성 사장이 될 것임을 확신하였다.
이 정도의 미녀를 알바생으로 데리고 있는데 매출이 늘지 않으면 그게 더 이상한 일이었기 때문이다.
CL편의점에 알바생들이 배치되었다.
알바비를 본사에 입금하고 본사에서는 치킨게임의 리스크를 좀 더 짊어졌다.
하지만 사실상 점주들의 이익은 큰 폭으로 개선됐다.
알바생은 하나같이 서구형 미인이었다.
동양 미인으로 설정할 수도 있었지만, 시장 조사를 굳이 해 보지 않아도 한국인들이 서양 미인들에 대한 환상이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여건만 된다면 서양의 미인과 사귀어 보거나 결혼하고 싶다는 본능이 잠재되어 있었다.
일단 속된 말로 표현되는 ‘사이즈’가 동양인과는 달랐다.
환상을 충족해 줄 수 있도록 딱 달라붙는 옷을 입혀 주었다.
그녀들이 언데드라는 건 나를 비롯한 몇몇 사람들만 알고 있는 사실이다. ‘서양인들이 사실은 좀비더라.’라는 말이 나오면 당연히 편의점은 망하겠지.
하지만 심장이 뛰는지 안 뛰는지 확인하지 않는 이상은 구분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언젠가는 분명 그들이 인간이 아닌 안드로이드라는 사실이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여기에는 어떠한 법적 책임도 없다.
안드로이드를 판매하고 몇 달이 지난 시점이라면 그걸 해독하기 위해 구매한 각국에서도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을 것이다.
안드로이드는 해독할 수 없다.
애초에 과학이 아니기에 결코 그에 관한 기술을 뽑아낼 수 없을 것이다.
“사장님?”
“응?”
중역 회의 중이었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느라 잠시 정신을 놓고 있었다.
“말해.”
“결과적으로 매출은 15% 이상 증가했어요.”
“오호, 15%나 증가를 했어?”
“이대로라면 20%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어요.”
“미녀 알바생들이 잘 먹히는 모양이지?”
“그럼요. 사장님께서는 한국 남자들의 심리를 정확하게 꿰뚫으셨어요.”
“전국에 미녀들을 싹 깔고 해진 도시락에도 미녀들을 깔아 놓도록 하지.”
“좋은 생각이에요.”
“흠, 그런데 사장님,”
이태곤 본부장이었다.
정보부에서 안 그래도 이태곤에 대한 신상털기를 진행하고 있었다.
발칙하게도 회사의 기밀을 GK리테일에 넘기고 있는 중이었다. 아무래도 GK리테일과 모종의 협상을 한 후에 일을 벌이는 것 같았다.
그렇지 않아도 이태곤은 눈엣가시였는데 알아서 움직여 주니 이쪽에서는 고마울 따름이었다.
하지만 아직은 때가 아니다.
숙청을 하려면 한꺼번에 해야 한다.
여지를 두어서는 안 되며, 한 방에 무너뜨려야 고름을 완전히 짜낼 수 있었다. 머리만 쳐 내면 언젠가는 또다시 고름이 차기 마련이었다.
“네, 본부장님.”
“GK리테일에서 한 가지 의문을 품고 있습니다.”
“어떤 의문이요?”
“이번에 배치된 미녀 군단의 출신이 확실하지 않다고…….”
“그들이 어쩌겠습니까? 개인정보 보호법이 강화됐으니 그걸 확인할 수 있는 길은 없을 겁니다.”
“그렇다고 해도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신상털기를 할 수 있으니 주의를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뭐, 하라고 하세요.”
“예?”
“불법적인 일은 전혀 저지르지 않았으니 그들이 하는 대로 두면 됩니다.”
“아, 예.”
이태곤은 그렇게 자리에 앉는다.
지금 상황이 좋지 않다는 사실을 알리고자 하는 것 같았는데 내가 이렇게 나오니 할 말이 없었던 모양이다.
내 측근들은 이태곤 본부장을 좋지 않은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숙청 대상 1호.
몇 달 안에 이태곤은 숙청될 것이다.
그리고 지금은 정보부에서 숙청부를 작성하고 있는 중이다.
GK리테일 본사.
이정만 사장은 오늘 매출 보고를 받아 들고는 노성을 터뜨렸다.
“매출이 15%나 감소했다고!?”
“그게…….”
“대체 이유가 뭔가?”
“가장 큰 이유는 손님들이 CL 쪽으로 몰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뭣 때문에?”
“이유성 사장이 미녀들을 알바생으로 고용하고 있기 때문이죠.”
“하. 여자로 유혹한다고? 그게 말이 되나?”
“정말입니다. 사장님께서도 직접 보시면 왜 제가 그런 말을 하는지 이해가 되실 겁니다.”
“예뻐 봤자지. 편의점이 무슨 카페도 아니고 알바생 얼굴을 보고 일부러 먼 길을 간다고? 그게 말이 되나?”
“네. 그들의 얼굴을 보는 순간 이해되실 겁니다.”
이정만 사장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을 지었다.
애초에 편의점이 생긴 이유가 무엇인가?
가격이야 다소 비싸지만 편하게 이것저것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멀리 가고자 하면 대형 마트를 가는 것이 맞다.
가깝고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람들이 일부러 조금 더 걸어서라도 CL편의점으로 간다?
이게 대체 말이 되는 일인가 싶었다.
그리고 그 이유가 여자 때문이라고 한다.
“가 보자.”
“네?”
“근처 편의점으로 가 보자고.”
“흠. 전부는 아니고 약 2만 명 정도를 고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편의점은 낮에 미녀가 있고 어떤 편의점은 저녁에 있습니다.”
실제로는 1만 명 정도가 뿌려졌고 그들이 옮겨 가면서 근무를 한다는 걸 몰랐으니 2만 명으로 생각하는 것이다.
그들이 언데드라는 것을 GK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가 보고 판단한다.”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오유찬 비서와 이정만 사장은 길을 나서기로 했다.
CL편의점은 금방 찾을 수 있었다.
거짓말 조금 보태서 한 블록마다 편의점이 깔려 있다. CL편의점, 나인 편의점, GK편의점이 삼파전을 벌였고 어디를 가든 편의점을 볼 수 있었다.
괜히 대한민국이 편의점 공화국으로 불리는 것이 아니다.
CL편의점에 도착했는데 다른 곳과는 다르게 손님들이 가득 몰려 있는 것이 보였다.
특히나 남자들이 극성을 부려 줄까지 서 있었고 여자들은 핸드폰으로 직원의 얼굴을 촬영하기도 했다.
도대체 얼마나 예쁘기에 그러는 걸까?
잠시 손님으로 위장하여 편의점에 들어간다.
딸랑딸랑!
“어서 오세요!”
쾌활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듣기 좋은 음성에 발음도 정확하다.
알바생을 바라본다.
“허어!”
이정만 사장은 탄성을 내뱉고 말았다.
정말 대단한 미인이 가게를 보고 있었다.
가슴골이 살짝 보이고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옷이다. 그렇다고 선정적이지는 않았고 어디를 가도 볼 수 있는 옷이었지만, 몸매가 상당한 미인이라 눈에 탁 띄었다.
정도를 벗어나지 않은 차림에 연예인 뺨을 치는 외모.
피부에는 잡티 하나 없었고 탱탱하다. 나이는 20대 초반 정도. 저런 미녀가 왜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을 지경이었다.
“설마 치킨게임을 위해 일부러 고용했나?”
“그렇게 하려면 엄청난 자금이 들어갑니다.”
“놈은 부자이지 않나.”
이유성 사장이 안드로이드를 각국에 비싸게 팔아먹은 사실은 유명했다. 그 자금이 상당해서 지금은 빅딜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문도 들린다.
“저런 수준의 미녀가 2만 명이라고?”
“예.”
“그게 말이 되나?”
“…….”
이정만의 질타에도 오유찬은 어떤 대답도 할 수 없었다.
오유찬이 생각을 하기에도 미녀들을 고용하는데 천문학적인 비용을 쏟아부었다는 것은 이해를 못 할 정책이었기 때문이다.
이정만은 껌 한 통을 한참이나 기다려 샀다.
이정만의 뒤에는 다시 긴 줄이 이어졌다.
“천 원입니다!”
“여기 있소.”
“잠시만 기다려 주세요.”
삑!
계산하는 것도 빠르다.
처음부터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는다.
편의점도 일종의 서비스였고 알바생이 불친절하면 손님을 빼앗기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이건 정도가 심했다.
타사의 편의점과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 응대였다.
물론 이곳의 알바생은 기본만 하는 것이었지만, 그 기본을 충실하게 지키는 곳이 얼마나 있던가.
이정만은 너털거리는 웃음을 지으며 편의점을 나왔다.
“이유성 사장이 미쳤군.”
“이대로라면 저희가 고사할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그들보다 유리한 건 자금력이다. 감히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받아 주는 수밖에.”
“어쩌시려고…….”
“물건값을 5% 더 인하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