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21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21화
121
대안책(1)
이철진 사장은 거의 인사불성이 되어 돌아갔다.
술자리에서 이철진 사장은 회사의 중역들을 데리고 가도 되냐고 부탁을 했었다.
실무자들을 데려간다는 것도 아니고 어마어마한 연봉을 가져가는 사람들을 빼 간다고 하니 문제는 없었다.
오히려 나에게는 잘된 일이다.
무역 회사의 업무가 생각보다는 단순하지 않지만, 부장급 인사 몇을 임원으로 올리고 그 아래에서부터 차례대로 승진을 시킨다면 회사의 사정은 훨씬 나아질 것이다.
지금 상태는 간신히 적자만큼은 막고 있는 수준이었지만, 구조 조정을 통하여 대폭의 흑자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만 이슬기는 이게 큰 문제가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사장님. 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중역들이 사라지면 문제가 좀.”
“회사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을 것 같아서?”
“네. 아무래도 이 업계 자체가 인재 부족으로 고생을 하잖아요.”
“밑에서 위로 올리면 돼.”
“그럼 연봉 높은 항해사들도 구조 조정의 대상이 되나요?”
“나중에는 그렇게 되겠지.”
“고액 연봉의 항해사들은 타 회사에서 끊임없이 스카우트 요청이 들어와요. 더 높은 연봉을 제시하면서 말이죠. 그들이 나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지금까지 대기업에 속해 있다는 소속감 때문이었는데 중역들이 나가면 항해사들도 이탈할 가능성이 커요.”
“내가 바라던 바지.”
“어째서…….”
“똑똑한 안드로이드로 채워 넣으면 돼. 그들 밑으로 안드로이드를 박아 놓고 교육이 끝나면 업무를 인계한다.”
“이건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다른데요?”
“그래서 업그레이드판으로 준비하고 있는 중이지. 사람보다 똑똑한 AI를 말이야.”
“말도 안 돼요!”
이슬기는 동의하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나는 어깨를 으쓱였다.
내게는 뱀파이어 귀족들이 있었다.
지금도 하루에 세 마리씩 꾸준하게 뽑아내고 있었고 지금은 백 마리 정도가 활동하고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뱀파이어들의 숫자는 더욱 늘어난다.
인간을 초월할 정도의 두뇌를 가지고 있는 뱀파이어들이라면 충분히 회사의 직원을 보충할 수 있다.
“만약에 말이야. 천재적인 AI들이 있다고 쳐. 교육만 잠깐 거치면 원활하게 회사가 굴러가게 돼. 그렇게 되면 언제 구조 조정을 해야 할까?”
“그거야……. M&A 직후죠.”
“그건 동의하지?”
“대부분의 직원들은 회사가 어려워져서 인수 합병됐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빅딜로 M&A가 추진됐다고 사람들이 알고 있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아요. 경영자가 바뀌고 현 경영자가 경영을 포기했으니 지금만큼 적기는 없어요.”
“내 말이 그 말이야.”
“하지만.”
“얼마나 똑똑한지 보여 줄까?”
“네. 증거를 보여 주시면 제가 적극적으로 등용을 시킬게요.”
“좋아. 회사로 가자고.”
“술 드셨잖아요?”
“이제 멀쩡해.”
방금까지 진탕 술을 마셨다.
거의 인사불성이 된 이철진 사장보다 세 배는 마신 것 같다.
하지만 내 육체는 이제 인간의 한계를 뛰어넘어 버렸다. 웬만큼 마셔서는 간의 기별도 가지 않았다.
흑마기로 모든 숙취를 제거한다.
입에서 술 냄새도 사라졌다.
“오늘은 AI 실험을 하자고. 이 비서를 설득하는 것도 중요한 문제니까.”
“하……. 알겠어요.”
회사에 도착해서 나는 곧바로 뱀파이어 한 마리를 호출했다.
100마리나 되는 뱀파이어 중에서 가장 똑똑한 세실이다.
뱀파이어 귀족들은 대체로 영재 이상의 두뇌를 가지고 있었지만, 가끔 돌연변이처럼 천재가 탄생한다.
세실도 그런 뱀파이어 중 하나였다.
100마리나 되었기에 아직 이름도 다 지어 주지 못하였지만, 돌연변이 천재들의 이름은 다 기억하고 있었다.
“주인님을 뵙습니다.”
“세실. 네 능력을 보여 주어야겠는데 말이야.”
“대규모 구조 조정 때문인가요?”
이슬기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정황만으로도 그녀는 모든 상황을 추리했다. 능력을 보여 달라는 한마디에 그런 이유까지 모조리 파악한 것이다.
물론 이 정도는 조금만 똑똑한 사람이라면 금방 추리해 낼 수 있다.
“AI 기술이 꽤 뛰어나네요. 상황을 추론하다니.”
“흐흐. 한번 데려가서 일을 시켜 봐.”
“그룹의 일을 말인가요?”
“내일이면 수 그룹을 발족시켜야 하잖아. 아직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있을 텐데.”
“그건 그렇지만요.”
“그러니까 시켜 보라는 거야.”
“알겠어요.”
이슬기는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
천재 뱀파이어의 실무 능력은 대단히 뛰어났다.
그룹 전체의 업무를 세실에게 맡긴다고 해도 아마 잘 운영할 것이다. 중요한 결정만 내가 해 주어도 된다.
기본적인 업무야 누가 해도 마찬가지였고 세실이라면 모든 서류들의 요점만 간추려 내게 보고해 줄 수 있었다.
물론 아직까지는 업무가 과중한 상태는 아니라서 내가 직접 처리하고 있었지만, 앞으로 사업이 크게 확장되면 세실이 내 업무를 보조하게 될 것이었다.
이슬기는 세실을 데리고 사라진다.
술이 깼으니 기본적인 수 그룹의 뼈대를 살펴보기로 하였다.
이슬기의 집무실.
비서실장이었지만 앞으로는 그녀가 구조본부장이 되어야 했다.
그 때문에 과중한 업무에 시달리고 있었다.
한유람이나 한가희 같은 실무자들이 업무를 분담해 주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이슬기의 일이 크게 줄어드는 건 아니었다.
회사가 확장되면 될수록 업무의 부담은 증가한다.
책상에는 수 그룹 발족에 관련된 서류들이 산더미였다.
몇 개의 회사가 통합되어 기업 집단이 되는 것이었고 중앙 통제 기구를 만들어 내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우선 이 회사는 주식회사와 개인 회사들 몇 개가 합쳐져 기업 집단이 되는 것이었다.
한국의 많은 대기업들이 순환 출자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수 그룹은 그 구조가 다른 곳과는 완전히 달랐다.
최고 경영자가 대주주였으니 심지어 100%의 지분을 갖는 회사가 두 개나 되었다.
바로 수 식품과 수 사이언스다.
여기에 수 리테일은 현재 이유성 사장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고 BW주식이 발행되면 바로 지분율이 60%로 올라간다.
수 무역 역시 이유성 사장이 50%의 지분을 가지고 있었으며 그 산하에 수 유통이 있는 구조였다.
물론 아직은 천우무역이었고 내일 사명이 전환될 것이었다.
“……이런 기업들을 모아서 중앙 통제 기구를 만들어야 해.”
“그렇군요.”
“서류를 검토하고 요점만 정리하도록 해.”
“네.”
이슬기는 세실이라는 AI와 맞은편에 앉았다.
그렇지 않아도 아직 서류작업이 끝나지 않은 부분이 있었다.
촤륵촤륵!
세실은 빠른 속도로 서류를 넘기고 있었다.
이른바 속독을 하고 있었는데 일견 보기에는 대충 서류를 보고 넘기는 것 같았다.
‘파악이야 AI이니 쉽게 하겠지. 카메라로 스캔을 하여 정보를 정리하는 것일 테니까. 하지만 내용을 요약하고 요점을 파악하는 건 쉽지 않은 일이야. 거기에 내가 아직 관여하지 않은 구멍들도 있으니까.’
이슬기는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짧은 시간 안에 모든 서류를 파악하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지만, 감쪽같이 만들어 놓은 허술한 구멍들을 AI가 파악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여기에는 인간의 심리도 들어가 있었다.
구조본이라는 것은 결국 사람을 통치하는 기구였다.
그렇기에 인간사와 관련이 된 부분도 존재하기 마련이었는데 그런 부분을 AI가 캐치할 수 없다고 여긴 것이다.
한 5분 지났을까.
“자금 흐름이 잘못됐네요.”
“자금의 흐름이?”
“가능하면 주인님께 이익이 가는 쪽으로 자금이 흘러야죠. 수 리테일이 아니라 수 사이언스 쪽으로 흐르는 것이 자연스러울 것 같아요.”
“오호. 어떻게?”
“몇 가지 꼼수를 쓰면 가능하죠.”
이른바 반불법에 관한 내용이었다.
불법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합법도 아닌.
관행처럼 시행되는 자금 흐름의 구조였으며 세무 조사를 받는다고 해도 딱히 문제가 될 부분은 아니었다.
그걸 AI가 잡아냈다.
“또한, 각 회사마다 구조본을 따로 조성하여 회사를 통제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요.”
“회사 대표와 구조본이 충돌을 할 텐데?”
“결국, 권력은 구조본에서 나와야 하는 거겠죠. 각 회사의 대표들은 회장님이 되실 주인님의 명령을 받고 구조본도 마찬가지예요. 결국, 구조본이라는 건 회장님의 지침과 의지가 전달되도록 하는 것이 아닌가요?”
“…….”
AI의 말이 맞았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여기서 파생할 수 있는 문제는?”
“기존 임원들의 충돌이 있겠지만, 어차피 그들은 숙청할 예정 아닌가요.”
“맞아.”
“그리고…….”
이야기를 하면 할수록 세실이라는 AI는 엄청난 능력을 지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게 과연 가능한 일인가?
AI 주제에 인간사 전반에 걸친 추론을 한다고?
“너, AI 맞아?”
이슬기의 말에 세실은 이를 드러내며 웃었다.
“주인님께서 AI라고 하시면 AI가 되는 것이고 사람이라면 사람이 되는 것이죠. 지금은 해외 유학파 인재가 되는 것이고요.”
“우문에 현답이라니.”
이슬기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AI가 똑똑함을 넘어 충성심과 주인의 마음마저 헤아리고 있었다.
도대체 이유성 사장은 어떤 괴물을 만들어 낸 걸까.
촤륵!
세실은 다시 서류를 넘기기 시작했다.
퇴근 무렵.
잠시 나른함이 몰려와 눈을 감고 있었다.
6서클에 오른 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7서클로 가는 길에 대해 고찰했다.
시간이 날 때마다 그에 대해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맹목적으로 그것만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간간이 그에 대해 잊지 않으려 했다.
프랑스로 날아가는 비행기 안에서 깨달음을 얻었다.
그 이후에 카타콤에서 6서클의 경지에 올랐으며 다크문을 흡수할 수 있었다. 불현듯 찾아온 깨달음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한 일이었다.
7서클로 가는 길은 무엇일까.
일단 지금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은 배제를 해야 한다.
사람들의 상식을 뒤집는 것이 6서클로 가는 깨달음이었으니 7서클에 이르기 위해서는 좀 더 기본적이고 깊이가 있는 깨달음이 필요할 것이다.
‘자연의 이치나 우주의 이치를 깨달아야 하는 것이 아닐까.’
어떻게 보면 마나라는 것은 아직 과학자들이 규명하지 못한 암흑 물질의 일종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우주의 팽창이 암흑 물질에 의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이론.
하지만 어떤 과학자도 암흑 물질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그 물질에 대해 증명은 하지 못했다.
과학의 이론과 흑마법 이론을 조합하면 좀 더 심도 있는 깨달음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물론 아직은 윤곽도 제대로 잡히지 않은 상태다.
벌컥!
이슬기와 세실이 집무실로 들어왔다.
나는 눈을 뜨고 일어나 퇴근 준비를 했다.
“사장님!”
“왜 그래?”
이슬기는 콧김을 길게 뿜어내고 있었다.
마치 수증기가 코로 새어 나올 것처럼 그녀는 흥분하고 있었다.
세실과 일을 해 본 것이 그렇게 큰 충격이었나?
“이 여자를 제게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