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25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25화
125
AI의 시대(1)
“……진심이오?”
안철희 본부장은 이슬기에게 꽤나 차가운 눈빛을 보냈다.
직원을 AI로 대체한다는 걸 믿지 못하는 건 당연한 일이었다.
엄연히 따지면 AI는 아니었지만, 그런 사실까지 안철희가 알 수 있을 리는 없었다.
“진심이에요.”
“회사의 운영은 장난이 아니라오.”
“저도 장난치는 것 아니에요. 수 그룹의 구조본부장이나 되어서 제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을까요?”
“으음!”
침음을 삼키는 안철희였다.
아마 리나의 성능을 알고 나면 깜짝 놀랄 거다.
“여기서 이야기하는 건 갑론을박밖에는 되지 않아요. 그러니 한 번이라도 일을 시켜 보시고 말씀을 해 주세요.”
“무역 회사는 영업을 중시하고 인간관계에 관련된 업무가 많소. 그런데 그런 섬세한 감정을 AI가 감당할 수 있을 리가 없을 텐데.”
“그것도 가능하죠. 더욱이 아름다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 영업을 하는 데에도 더욱 유리하겠죠. 그들에게는 AI라는 사실을 알리지 않으면 되니까요.”
안철희는 고개를 흔들었다.
직접 사용해 보기 전까지는 결코 믿지 못할 것이다.
나라도 그럴 테니까.
“……오후에 중요한 계약이 있는데 대동을 해 보겠습니다.”
“그러시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점심시간도 끝나 가고 있었다.
“회장님. 이 로봇에 대한 보고는 퇴근 시간에 하겠습니다.”
“편하신 대로.”
안철희는 리나와 함께 식당을 나섰다.
안철희가 나가자 우리도 움직였다.
회사로 돌아가면 다시 일을 해야 한다.
최근 연구하고 있는 부분은 어떻게 하면 각 계열사들이 최고의 시너지를 낼 수 있냐는 것이었다.
무역 회사까지 인수를 하였으니 슬슬 택배업에도 뛰어들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었다.
“이 비서. 택배업에 뛰어드는 건 어떻게 생각해?”
“AI가 운전하는 건가요?”
“그렇지. 물류센터의 상하차, 분류 작업, 운전과 배송까지 다 하는 거지.”
“정부에서 AI에게 운전면허를 발급할까요?”
“법이 제정될 때까지는 위조 신분으로 일을 하게 해야지.”
“그러다가 나중에 큰일이 나지 않을까 싶어요. 지금도 충분히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고 계신데.”
나는 어깨를 한 번 으쓱여 주었다.
어차피 언데드로 사업을 하기로 마음을 먹었던 순간부터 각오했던 일이다.
“안 될까?”
“안 될 이유는 없죠.”
“그럼 택배업도 추진해 보자고.”
“아주 문어발 확장을 하시네요.”
“풀 오토로 할 수 있는 사업이라면 뭐든 하고 봐야지. 택배업은 그야말로 인건비 싸움이잖아?”
“차라리 회사 하나를 빅딜로 인수를 하는 것이 낫지 않을까요?”
“지금 수 물류는 유통까지 겸하고 있잖아?”
“유통과 택배업은 엄연히 다르니까요.”
“흠.”
아직도 남은 자금은 상당했다.
그리고 수 사이언스에서 안드로이드가 판매되기 시작하면 어마어마한 자금이 쌓이기 시작할 것이다.
확장을 할 수 있을 때 최대한 확장을 해야 한다. 무리가 없는 선에서 말이다.
“그것도 고려해 보도록 해.”
“알겠어요.”
“가능하면 우리나라에서 열 번째 손가락 안에 들어가는 회사를 알아봐.”
“네.”
전과는 다르게 이슬기는 한숨을 내쉬지 않았다.
역시 곁에 리나가 있기 때문일까.
전보다는 일을 하기가 수월해졌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안철희 본부장은 물끄러미 라틴계의 미녀를 바라봤다.
일어나서 미녀의 볼을 한번 당겨 본다.
매우 탄력적인 것은 물론이고 인간의 피부와 구분이 되지 않았다. 다만 만져 보니 차가웠다.
살아 있는 인간이라면 체온이 있을 텐데 안드로이드에게는 체온이 없었다. 물론 이 정도 로봇을 만들어 낸 이유성 회장이라면 체내를 따듯하게 하는 히팅 시스템을 구축하는 건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다.
“너는 정말로 AI더냐?”
“네, 본부장님.”
“인간 수준의 지적 능력을 갖고 있고?”
“죄송하지만, 그 이상의 효율을 낼 수 있어요.”
“허허허. 그럼 해 보자꾸나. 오늘은 중요한 계약이 있다. 미국 P사와 직무역을 체결하는 일이지. 여기 서류가 있다.”
“잠시 확인해 보겠습니다.”
약속 시각까지는 약간 여유가 있었다.
대략 한 시간 정도는 서류를 파악할 시간이 되었다. 서류가 그리 많은 것도 아니니 한 시간이면 충분하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리나는 순식간에 업무를 파악했다.
“P사의 의류를 직접 수입해서 도매로 판매하는 것이군요.”
“그렇지.”
“저희 이외에도 꽤 많은 회사들이 경쟁을 하고 있고 계약이 성사될 확률은 대략 20% 정도네요.”
“20%라……. 그렇게 볼 수도 있겠군.”
가능성이 몇 퍼센트인지까지는 생각해 보지 않은 안철희였다.
어쨌든 계약이 성사되면 장기적으로 보면 회사에 꾸준한 이익을 줄 것이다.
한 번의 큰 이익보다는 장기적인 이익을 선호하는 본부장이었다.
“최소한 계약을 5년으로 하셔야 할 것 같아요. 만약 계약을 체결하면 P사를 위한 물류센터를 구축한다고 하시는 것이 계약에 유리할 거예요.”
“허어.”
이 AI는 핵심을 파악한 것은 물론이고 어떤 미끼를 사용해야 하는지까지 알고 있었다.
초기에는 다소 회사에 무리를 주는 미끼겠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물류센터가 따로 있는 것이 좋았다.
P사의 의류는 한국에서 상당한 흥행을 하고 있는 중이었고 그 추세는 앞으로도 계속될 것으로 보였다.
그 때문에 안철희 본부장이 사활을 걸고 있는 프로젝트이기도 했다.
성공 확률은 낮다지만 성공만 한다면 엄청난 공로를 세우는 것이다. 안철희 본부장이 세운 공로들은 다 이랬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었다.
작은 계약이야 일반 직원들도 어느 정도 통찰력이 있으면 따낼 수 있었지만, 이런 큰 계약은 오랜 경험과 기술이 필요했다.
“이 건은 저에게 맡겨 주실 수 있으신가요?”
“동행은 허락하겠다.”
사람들의 시선을 끌어 줄 수 있는 용도라면 리나가 동행해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
P의류의 이번 바이어는 호색한이라고 들었으니까.
‘보면 볼수록 놀라워. 이게 AI라고?’
안철희 본부장이 리나를 AI라고 말하지 않는 이상은 알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육안으로 보기에는 인간과 다른 점이 없었다.
직접 손을 대지 않고서는 도저히 알 길이 없다. 그렇다고 계약을 하는 자리에 바이어가 직원으로 쫓아온 리나를 주물럭거리지는 않을 것이니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이런 기계를 만들어 낸 회장님의 기술력은 도대체 어느 정도인 건가.”
퇴근 시간이 다 되어 가고 있었다.
오늘은 퇴근을 한 후에 바로 연수원으로 향할 것이다.
곧 있으면 구조 조정이 시작되며 뱀파이어들에게 간단한 교육이라도 시켜야 한다. 기본 업무와 회사의 구조에 대해 배우게 될 것이다.
뱀파이어들을 교육하는 임무로는 안철희 본부장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
시계를 바라본다.
지금쯤이면 안철희 본부장이 올 때가 됐다.
리나를 데리고 큰 계약을 따러 서울 S호텔로 향했고 지금 시간이면 협상이 마무리됐을 거라고 생각했다.
이슬기와 나는 퇴근을 미룬 채로 안철희를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비서실에서 연락이 온다.
-회장님. 안철희 본부장님께서 오셨습니다.
“오, 들어오라고 하세요.”
곧 안철희 본부장과 리나가 모습을 드러낸다.
안철희 본부장의 얼굴에는 잔뜩 흥분이 묻어나고 있었다.
“회장님!”
“다녀오셨습니까.”
“오늘 큰 계약을 성사시켰습니다! 한국에 P의류를 위한 물류센터를 따로 짓는 것으로 합의를 봤습니다. 이제 한국 P브랜드는 저희 회사를 통하여 들어오게 됩니다!”
“고생하셨습니다.”
“허허허! 제 공로가 아닙니다.”
“본부장님의 공로가 아니라니요?”
“이곳에 있는 안드로이드의 공로입니다. 시기적절하게 바이어의 눈을 현혹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핵심을 잡아내는 전술을 발휘하였습니다!”
“그렇습니까?”
입가에 절로 미소가 머금어진다.
일단 천재적인 두뇌를 가진 뱀파이어 귀족을 써 보면 절대 놓아주려 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이슬기도 그랬다.
처음에는 반신반의하였지만, 딱 하루를 데리고 있었고 그 뒤로는 절대 품에서 안드로이드를 떼어 놓으려 하지 않았다.
“잘 됐군요.”
“모두 회장님의 공로입니다! 이런 AI를 만들어 냈으니 앞으로 계약은 걱정이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와……. 안드로이드가 계약을요?”
이슬기도 놀라는 눈치였다.
업무 처리 능력의 뛰어남은 그녀도 익히 알고 있었다. 하지만 설마하니 안드로이드가 계약을 따낼 거라고는 생각지 못하였던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당연한 일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뱀파이어들은 오랜 세월을 살아왔다.
지구에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다른 대륙에서 오랜 시간 살아가다가 소멸됐다. 그리고 마력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 당시의 기억을 가진 채로 말이다.
그들은 귀족이었고 그중에는 천재들도 있었다.
가끔 천재들이 소환되는 것도 그 때문이었다. 인간 중에서도 천재가 있듯이 뱀파이어들도 천재가 있었다. 또한, 생전에 그들 세계에서 작위를 가졌던 자들은 대부분이 천재였다. 유전자가 우월하다고 할까?
물려서 뱀파이어가 되는 것이 아니라 혈통에 의해 태어나고 관리가 되어 왔다. 그 혈통의 우월성은 나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오랜 시간 살아온 만큼이나 인간의 감정을 통제하는 데 능숙하였다. 사실, 계약 따위는 별로 어렵지 않게 딸 수 있었다.
너무 무리한 조건만 아니라면 성사시키는 것이 어렵지 않다는 뜻이다.
“저에게 리나를 붙여 주신다면 더 좋은 조건으로 계약을 따내는 것도 가능하겠다는 결론입니다.”
“업무는요?”
“업무도 마찬가지입니다!”
본부장의 얼굴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리나의 능력에 반한 얼굴이다.
리나를 기계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니 그녀와 사랑에 빠졌을 리는 없었고 순수하게 능력에 감탄을 하고 있는 것이겠지.
그리고 나는 본부장의 그런 반응을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었다.
“붙여 드리겠습니다.”
“정말입니까!?”
“그 정도 성능의 AI를 만들어 내는 건 어려운 작업이고 수제이기까지 합니다. 하지만 본부장님의 업무에 도움이 된다면 마땅히 내어 드려야지요.”
“감사합니다!”
“다만 저에게도 조건이 있습니다.”
“무엇이라도 말씀해 보시죠.”
본부장의 얼굴에 활기가 돌았다.
리나라는 걸출한 천재를 갖게 되었으니 앞으로 회사를 발전시켜야겠다는 생각에 흥분을 하는 거다.
노인네가 쓰러질까 조금 우려스럽기도 하다.
리나의 능력이 그 정도였나?
“제1기 안드로이드 회사원을 연수해 주세요.”
“예?”
“리나처럼 천재는 아니지만, 영재는 뛰어넘는 안드로이드들이 100기가 넘게 대기하고 있습니다. 1차로 그들을 훈련시켜 주셔야겠습니다.”
“100명이나 말입니까!?”
“휘하에 있는 항해사나 선장, 선도사 등 업무에 필요한 전문가들을 총출동시켜 모든 업무가 가능한 회사원으로 만드는 겁니다.”
“그 말씀은 설마…….”
“네. 어지간한 업무들은 이제 AI가 맡아서 보는 시대가 열리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