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 do business in full auto RAW novel - Chapter 128
풀 오토로 사업합니다 128화
128
수 사이언스(2)
당연히 사표의 수리는 엄청난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무려 200명이나 되는 사원들의 사표를 수리해 버렸고 나는 그렇게 선언한 후에 미련 없이 발길을 돌렸다.
만약 내게 언데드라는 무기가 없었다면 어떻게 됐을까?
그들이 없었다면 결코 이렇게 무리한 일은 추진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대안이 있었고 모든 사표를 수리했다.
올라오자마자 사인을 끝내 버렸다.
“속전속결이네요.”
이슬기는 내 결단에 혀를 내두른다.
“안드로이드가 있으니까.”
“사장님. 그런데 그 안드로이드라는 수준이…….”
“네가 사용하는 안드로이드보다는 조금 낮은 수준이지.”
“200마리 전부 말인가요?”
“그중에는 네가 사용하는 세실 수준의 안드로이드도 물론 있다.”
“와아, 이건 모두 계획이 된 일이네요?”
“일이 잘 풀린 거지. 그냥 구조 조정을 해 버리기에는 좀 무리가 있다고는 생각을 하고 있었거든. 그런데 오 이사가 알아서 구실을 제공한 거야. 어떻게 하면 고액 연봉자들을 줄일 수 있을까 생각하고 있었는데 죽을 퍼서 입에 넣어 주었거든. 그럼 어떻게 하겠어? 씹지도 않고 삼켜 버려야 하는 거지.”
“사장님, 좀 사악하신데요?”
“그런가?”
“이런 식으로 일을 처리하시다니…….”
“어쩌겠어? 이대로 두면 적자 전환이 확실한데.”
“그건 그래요.”
이번 일은 잊기로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새로운 직장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고액을 받던 임원들도 조금만 눈을 낮추면 충분히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다.
“자, 그럼 일하자고.”
“네!”
오후 5시 무렵이다.
점심에 먹었던 밥도 소화가 되고 조금씩 출출해지고 있었다.
퇴근 시간만 손에 꼽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찾아왔다.
푸른 눈을 가진 노인.
다크문의 전대 수장인 칼번이었다.
“어? 그대가 어쩐 일이지?”
“위대하신 어둠의 주인을 뵙습니다.”
“앉지.”
프랑스에 있어야 할 칼번이 찾아왔다.
회사 일로 치면 나보다는 칼번이 더 바쁠 것이다. 그 유명한 명품 브랜드 M사를 배후에서 지휘하고 있었으니까.
여기에 더해서 다크문은 여러 가지 지하 산업에 손을 대고 있었다. M사와는 별개로 말이다.
한창 바쁘게 활동해야 할 사람이 여기까지 찾아온 것에는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번에 카타콤에서 레전드급의 마석이 새롭게 발견되었습니다. 해서, 가져왔습니다.”
“……!”
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고 말았다.
물론 지금도 더미의 대량 생산은 가능했다. 내가 6서클에 올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레전드급의 마석이 있다면 더욱 많은 더미들을 생산할 수 있었다.
더미가 많이 생산되면 안드로이드 사업에는 날개를 달게 된다. 또한, 수 그룹의 직원들 상당수를 더미로 채울 수 있게 될 것이다.
“잘 됐군!”
“모두 주인님의 복이십니다.”
“이런 기쁜 날에 얼굴이 왜 이렇게 죽상인가?”
“주인님. 적대 세력이 움직였습니다.”
“적대 세력?”
“예. ‘커스’가 움직였습니다.”
“커스라. 이름만 보면 저주에 특화가 되어 있는 흑마법사 집단 같은데?”
“맞습니다. 미국에 자리를 잡고 있는 놈들이라 그다지 마찰을 빚을 일이 없었습니다. 오래전 가톨릭의 박해를 피해 신대륙으로 향했던 자들이지요. 지금에 이르러 그들은 K사를 만들어 냈습니다.”
“명품 브랜드 K사 말인가?”
“예.”
“그런데?”
“사건의 발단은 표절 시비였습니다. 이번에 새롭게 M사에서 출시한 가방이 있는데, 디자인 시비를 걸어 온 것이죠.”
“허어. 디자인이야 조금만 바뀌어도 자신의 것이 아니게 되지 않나? 그런 경우는 업계에서 비일비재하다고 들었는데?”
“주인님의 말씀이 맞습니다.”
아직 내가 패션 쪽은 잘 모른다.
시간이 흐르더라도 굳이 패션 쪽에 손을 댈 일은 없을 것 같다. 물론 M사의 배후가 된 이상은 어느 정도는 알게 되겠지만, 그쪽에는 전문가들이 포진되어 있었다. 잘 모르는 사업에 뛰어드는 것보다는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이 나았다.
물론 아무리 패션을 모른다고 해도 이 업계에 표절 시비는 시도 때도 없이 일어나는 일이라는 사실 정도는 알고 있었다.
보통 명품 회사들은 서로를 비난하며 소송을 거는 관계에 있었다. 걸려 있는 소송만 해도 수십 건, 그리고 M사에서 걸고 있는 소송도 수십 건에 달한다. 그만큼이나 디자인에 관련된 소송들이 상당했다.
칼번은 한숨을 내쉬고는 말을 이었다.
“표절 시비야 매일 일어나는 일이지만 이번에는 커스에서 작정하고 움직였습니다. 이번에 저희 다크문의 수장이 바뀌었다는 사실을 알아냈고 만만해 보였는지 무력 충돌까지 불사하고 있습니다.”
“으음. 우리가 밀리나?”
“그들의 숫자는 50명이 넘고 원래부터 저희가 열세였습니다.”
“이놈들 봐라?”
“듣기로는 그쪽 수장이 최근 6서클의 경지를 밟았다고 합니다.”
“6서클이라?”
이러면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같은 6서클이라면 경험에서 밀리는 내가 불리할 수 있었다.
“같은 경지라면 우리가 패하나?”
“놈들은 독과 저주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우리는 언데드를 이용한 공격에 특화가 되어 있죠. 숫자로 밀어붙이면 승산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만, 독과 저주는 광범위하게 아군에게 피해를 주는지라 붙어 봐야 알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일대일 대결에서는 이쪽이 불리하죠. 물론,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렇다 할 싸움이 없어 데이터는 없습니다.”
“그전에는?”
“엎치락뒤치락했죠.”
과연 칼번이 찾아온 이유가 있었다.
곧 있으면 무력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른다. 그렇게 된다면 상황은 다소 심각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거다.
“뱀파이어 귀족들을 뽑을 수 있게 된 이상 그들을 전부 동원한다면.”
“수백 마리의 뱀파이어들이 모인다면 승리를 할 수 있을지도. 무엇보다 주인님께서는 일인 군단이시니까요.”
그들의 공격이 광범위하다고 해도 1만에 달하는 무리가 에워싸면 별도리가 없을 것이다. 무조건 숫자로 밀어붙여 소모전을 유도한다.
계속해서 언데드를 보내서 그들의 정신을 갉아먹고 최후의 순간에 끝을 낸다.
머릿속으로 계획이 세워졌다.
“숫자에는 장사 없는 법이지. 게다가 그들은 50명에 불과하다면서?”
“그건 그렇습니다.”
“물론 그들도 독과 저주에 특화되어 있지만 언데드는 부릴 수 있겠지?”
“사령술이야 흑마법사라면 누구나 배우니 부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조악한 수준일 겁니다.”
“좋아. 그들은 내가 6서클에 올랐다는 사실을 모르겠지?”
“알면 시비를 걸지 않았을 겁니다.”
“그렇다면 기회일지도 모르겠군.”
“네?”
“커스인지 나발인지를 집어삼키고 K사를 내 휘하에 둘 수 있는 기회 말이다.”
“그렇다면 설마…….”
“싸움을 키워라. 유혈 사태가 일어나기 직전까지 말이다. 그리고 내가 직접 개입한다.”
“명에 따르겠습니다!”
“자자, 오늘은 기왕 왔으니 수 사이언스로 함께 가지. 거기서 더미를 생산해 보도록 하지.”
“예!”
싸우다 못해서 그들을 집어삼키기로 방향이 정해졌다.
내가 그렇게 정해 주니 칼번의 마음도 상당히 편해진 것 같았다.
수 사이언스 공장.
수 사이언스는 인천 영종도에 땅을 사서 조성하고 있었다.
1만 평 규모의 부지에 지어 올렸으며 지금은 마무리 공사에 한창이었다.
차량이 도착하자 경비원이 달려와 인사를 했다.
“어서 오십시오, 회장님!”
“별일 없었지요?”
“최근 기자들이 진을 치고 있습니다. 안드로이드 생산이 임박했다는 소문이 들려서 말이죠.”
50대 중반의 경비원은 뒷머리를 쓸어내리면서 머쓱하게 말한다.
기자들의 통제는 경비원들이 하고 있었다. 혹시라도 기자가 스며들어 정보가 유출된다면 경비원들은 모조리 물갈이될 것이었다.
쫓아내도 들러붙는 기자들을 경비원들이 물리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어쨌거나 기자들을 쉽게 물리칠 수 없었다는 것에 죄송함을 표현하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가볍게 저었다.
“괜찮습니다. 그들이 공장에만 발을 들이지 않으면 됩니다.”
“그건 걱정 마십시오! 누구도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경비를 하고 있는 중입니다!”
“믿고 있습니다.”
“예!”
나는 경비원의 어깨를 한 번 두드려 주고는 칼번과 공장으로 향한다.
칼번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사람을 잘 다루시는군요.”
“딱히 소질이 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무슨 말씀이십니까. 지금처럼만 경영하시면 크게 성공하실 겁니다.”
쿠구구구!
삐익! 삐익!
공장의 문이 요란한 경보를 울리며 열린다.
[출입 통제 구역입니다. 인가자 외 출입을 제한합니다.]기계음도 함께 울렸다.
공장은 삼중의 보안 시설로 둘러싸여 있었는데, 먼저 공동문이 열리면 지금부터는 인증을 해야 한다.
1차로 ID카드와 비밀번호, 지문 인식이다. 2단계는 홍채 인식이었는데, 사실 이 정도의 기술만으로는 완벽하다고 할 수 없었다.
지문 인식과 카드, 홍채 인식 등은 이제는 너무 보편화된 기술이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마력을 불어넣어 인식하게 할 수 있는 기술은 존재하지 않았다. 좀 더 다른 방법이 있는지는 강구 중이다.
“보안이 잘 되어 있군요.”
“아직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허허허! 이 정도만 해도 훌륭합니다. 누군가 이곳에 들어온다고 해도 알고리즘을 알아낼 수는 없겠지요.”
“흑마법사들이 아닌 이상 말이지?”
“음. 흑마법사들이 문제기는 하지만 세계적으로 흑마법사들은 그리 많은 편이 아닙니다.”
쿠구구궁!
어마어마한 두께의 철문이 열린다.
이곳의 문은 은행 금고를 방불케 한다.
게다가 공장 전체가 두꺼운 티타늄으로 막혀 있어 폭탄이 떨어져도 멀쩡할 만큼 튼튼했다.
이건 추후 보안에 문제가 생길까 우려한 조치였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바로 마석이다. 그럴 가능성은 작았지만, 마석을 잃는다면 꽤나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보안 시설을 열고 들어간 곳은 거대한 홀이었다.
몇 개의 구역으로 나뉘어 있을 뿐이었다.
그중 메인이 되는 홀이 생산 시설이다.
바닥에는 거대한 마법진이 그려져 있었다.
“더미를 하루에 천 마리 이상 생산할 수 있게 되겠군.”
“오오, 주인님께서 6서클이 되셨기에 가능한 일입니다.”
초대형 마법진이다.
이 정도 크기의 마법진은 칼번도 처음 보는 것이었다.
애초에 이 크기의 마법진을 활성화하려면 6서클의 흑마법사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레전드급 마석은?”
“여기 있습니다.”
칼번은 공손하게 마석을 내밀었다.
어마어마한 마기를 뿜어내고 있는 물건이다. 보통 사람이 이 근처에 서 있으면 그 음기에 의해 미쳐 버릴 수도 있을 만큼 강력했다.
하지만 내게는 좋은 기운으로 느껴질 뿐이었다.
“저번 것보다 성능이 더 좋아 보이는군?”
“아마 그럴 것이옵니다.”
“그럼 한번 시험해 볼까? 하루에 몇 마리나 더미를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알아야 하니 말이야.”